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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천청월 님의 서재입니다.

흑천대제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흑천청월
작품등록일 :
2013.08.18 04:43
최근연재일 :
2013.10.28 07:37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532,892
추천수 :
15,906
글자수 :
266,550

작성
13.09.06 09:17
조회
17,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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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
글자
18쪽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2

DUMMY

***




일주야를 달려 호북성 북서쪽에 위치한 양양에 도착했다. 여기서 서쪽으로 나흘을 더 내려가야 신농가 입구에 도착을 하니 오늘밤은 난장현에서 쉬어 가야 한다.

나천우가 기감을 넓혀 주위를 살피자 한편에서 기목성과 민충의 기척이 느껴졌다.

- 기노인은 먼저 객잔에 가서 기다려.

- 알겠네.

얼마 후, 일행은 난장현에 위치한 미도객잔으로 들어섰다.

" 누님. 그럼 씻고 내려오겠습니다. "

" 그래. 구대주도 대원들에게 편히 쉬라 하세요. "

" 네. 공녀님. "

나소이와 명진은 나천우를 따라 이층 객방으로 올라갔다.

만천신대 1조 조장 장문이 구현에게 다가왔다.

" 준비는 어찌 되어 가고 있느냐? "

" 공녀님이 너무 갑자기 일정을 잡으시는 바람에 지금 준비중입니다. "

" 서두르거라. 이제 나흘이면 도착할 것이다. "

" 네. "

장문이 만천신대 대원들과 물러가자 구현이 객방으로 올라갔다.

" 저 놈이 나도혁 그놈의 오른팔이지? "

" 그렇네. 에잉- 빌어먹을 놈. 내 저 놈을 이번 기회에 콱 죽여 버려야겠네. "

" 그럼 뒤에서 쫓아오는 녀석들이 만천신대겠구먼. "

" 크크크. 그렇지."

기목성과 민충이 서로 마주보며 음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때 전음이 들려왔다.

- 쓸데없는 생각 하지마.

- 흠흠. 무슨 소리냐?

- 난 똑같은 얘기 두번 하는거 좋아하지 않는다.

- 이 썩을 놈이. 저 놈들이 네 놈 뒤를 몰래 밟고 있는 것을 모르느냐?

- 알어.

- 그런데 왜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이야? 저 놈들의 음흉한 기운이 여기까지 뻗치는 것을 보아 필시 좋은 뜻으로 따르는 것은 아닌 듯 한데... 쯧. 뭐 정- 손을 쓰기가 그렇다면 내가 기꺼이 없애주마. 크크크.

- 됐어. 난 필요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 주의라서.

- 뭬야?

- 필요하면 말할 테니 얌전히 기다려.

- 이놈이! 크.아아악.

나천우가 주먹을 쥐자 민충의 얼굴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졌다.

- 아.알았다 이놈아. 내 더러워서 정말. 에잉-

나천우의 기척이 사라지자 민충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랐다.

나천우는 양양으로 오는 동안 민충을 상대로 영천신기를 수련했다. 영천신기는 영천신룡에서 나온 기운을 말한다.

그동안 수련의 결과로 바로 앞이 아니라도 영천신기의 조절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제는 멀찍이 떨어져 있어도 고통을 줄 수 있게 되었으니, 안그래도 주름진 민충의 얼굴이 번데기처럼 쭈그러들었다.

" 에휴- 내가 저 애송이한테 무슨 꼴을 당하고 있는 건지 원. 내 저 놈을 그냥. "

" 충. 이사람아. 자네 성격을 꿰고 있는 것 같으니 일단 조심하게. 껄껄껄. "

" 에잉- "

" 껄껄껄. "

" 아니 왜 웃나? "

" 저 놈 은신술 하나는 강호 최강일세. 나도 그 기척을 못 느꼈으니. 껄껄껄. "

" 아니 지금 그게 웃을 일인가? "

" 미안하이. 인상피시게. 껄껄껄. "

기목성은 나천우를 따라 이곳으로 오면서 그가 어떻게 민충을 데리고 수련을 하는지 지켜 보았다. 딱 죽지 않을 정도로 인체 실험을 하니. 말 그대로 독한 놈이었다.

민충이 누구인가. 대제님을 가까이에서 모시는 사천사귀 중 하나인 사천흑귀였다. 칼과 충(蟲)으로 두번 죽인다고 하여 혈충사사(血蟲死査)란 무시무시한 별호를 가진 자 아니던가. 그런 그가 저 애송이한테 당하는 모습을 보니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 에잉. 썩을 놈! "

민충이 인상을 구기며 화주를 들이켰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거리를 늘렸다 줄였다 하며 자신의 몸 속에 박아 논 요상한 기운을 움직여 대니. 멀리 도망이라도 가 볼까 했지만 그때마다 귀신같이 알아냈다.

그 덕분에 괜히 그의 눈 밖에 나 단전이 찢어질 듯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으니. 그제서야 명진이 말한 말을 들을 때까지 피를 말리면서 괴롭힌다는 소리가 이해가 되었다.

조금만 멀어지려고 해도 득달같이 알아내 기운을 움직여 대니, 죽지도 못하고 도망가지도 못한 채 그저 그의 말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여야 했던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실험을 당했으니. 속에서 천불이 솟아 오르는 것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죽음이 두려운 건 사실이다. 허나 그렇다고 못 죽을 것도 없다. 하지만 자신은 완수해야 할 사명이 있지 않은가. 여기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죽을 순 없는 것이다. 그러니 참을 수 밖에.

그런 민충의 고충을 아는지 모르는지, 느긋한 걸음으로 객방으로 올라간 나천우가 명진에게 전음을 보냈다.

- 명진. 기막.

- 네.

" 말씀하십시오 공자님. "

명진이 주위에 기막을 펼치고 대답했다.

" 우리 뒤에 만천신대가 따르고 있다."

" 네? 분명 소이공녀님께서 따르지 말라 하셨잖습니까. 저는 2개조만 따라 온 줄 알았는데요. "

" 만천신대가 모두 몇 명이지? "

" 모두 이백명입니다. "

" 실력은? "

" 모두 일급을 상회합니다. 검기를 쓰는 자들이지요. 천의맹 소속이긴 하나 대공자님의 사병이라고 보시는게 더 맞습니다. "

" 형님의 사병이라... "

" 네. 만천신대는 추적술과 경공에 특화된 단체이지요. 물론 무위도 다른 부대보다 위에 있고요. 보통 조별로 움직이는데 이번처럼 모두가 동원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작전을 수행할 때 다른 무력단체를 만난다고 해도 서열을 따져 제재를 받지 않으니 다른 부대보다 자유롭게 움직이지요. 오직 대공자님의 명령만 받들거든요. 일반 대원들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조장급은 조심하셔야 합니다. 모두 저와 비슷하거나 저보다 윗줄에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구대주님의 실력이야 말 할 것도 없구요. "

" 만천신대에 대해 잘 아는군. "

" 그거야 당연하지요. 제가 만천신대 소속이잖습니까. "

" 명진은 승용각 소속이라며? "

나천우가 실눈을 뜨고 쳐다본다.

" 아 그거야 제 임무가 공자님의 감시였으니 새로운 신분이 주어진 것이었고요. 이래뵈도 만천신대 10조 조장이었습니다. 뭐 이제 더 이상 조장은 아니지만요. "

" 명진이 조장이였어? 훗. 그러면 그 동안 내 주위를 배회하던 녀석들이 만천신대 녀석들이겠군. 어쩐지 천검신대 녀석들과는 다른 기운이 느껴진다고 했어. 명진의 수하들이었네. 그런데 왜 이젠 아니야? "

" 그거야 제가 공자님을 주인으로 모셨으니 더 이상 임무는 수행하지 못하잖습니까. 만천신대는 명을 어기면 즉결처분이거든요. 그리고 조원들은 새로운 조장 휘하로 들어가겠지요. 에휴- "

" 왜 한숨을 쉬어? 후회하는 거야? "

" 아뇨.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그저 우리 조원들이 무사하길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이것 좀 보십시오. "

명진이 품에서 약병 하나를 꺼내 보였다.

" 뭐야? "

" 객방으로 올라오기 전 구대주님께서 주셨습니다. 만공향(漫功香)입니다. "

" 내 내공을 금하라 지시했겠군. "

" 네. "

" 일단 잘 가지고 있어. 내가 내기를 숨기고 있을 테니. "

" 네. "

" 다른 특별한 지시는 없었어? "

" 아직까지는요. 아마 신후산에 도착해 움직일 모양입니다. 지금은 구대주님이 작전을 지휘하니, 아마 모르긴 몰라도 단순히 공자님을 호위하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구대주님의 눈빛이 아주 살벌하던데요. "

" 구대주가 형님의 오른팔이지? "

" 그렇겠지요. 천검신대 장현 대주와 만천신대 구현 대주님 중 누가 오른팔이고 왼팔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대공자님의 사람입니다. "

" 형님이 먼저 움직이다니. 젠장- 어찌 일이 잘 풀린다 했다. "

이제 구현과 만천신대의 눈을 피해 천만지옥으로 가는 입구를 찾아야 한다. 생각해야 할 일이 더 늘은 것이다.

털썩-

장고에 잠겨있던 나천우가 침상에 몸을 날렸다.

" 지도나 가져와. "

" 네. 그런데 공자님. 이게 지도라고 딱히 말씀드리기가... "

명진이 머리를 긁적이며 종이 한장을 내밀었다.

" 명진. 일 똑바로 안 해? "

그가 인상을 구기며 본 지도에는 산 모양에 점 하나가 찍혀 있을 뿐이었다.

" 고.공자님. 그게 저도 그 산 어디쯤에 있다는 것만 알아냈지 정확한 위치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

나천우가 노려보자 명진이 급히 말을 이었다.

" 아. 아무래도 특급 죄수들을 수용하는 곳이니 천만지옥의 입구는 천귀계곡쪽에 있지 않나 생각이 드는데요. "

" 천귀계곡? "

" 네. 옛부터 지형이 험하고 고도가 높아 사람들이 천귀계곡이라고 불렀지요. 워낙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라 그 소리가 꼭 귀신 우는 소리같다고 합니다. 혹 그 소리가 원한에 사무친 죄수들의 울부짖음 아니겠습니까? "

" 그 소리는 또 어디서 들었어? "

" 아. 그것이 장서각에서 일하는 장원들이 천귀계곡 이야기를 했다고 명월이가... 하하하. 죄송합니다 공자님."

" 쯧. 이상한 소리는 잘 주워 듣고 다니네. "

" 장원들이 술을 마시면 그런 이야기를 한다고 합니다. 천귀계곡에 보물이 묻혀있다는 둥 강호 절대고수가 은거하고 있다는 둥 말들이 많습니다. 하여간 천귀계곡에 관한 소문이 장서각에서 나왔다는 것이 중요한 정보지요. "

" 장서각은 모든 문서를 취급하니 어찌 보면 그 말도 일리가 있다. 그 쪽으로 조사해 봐야겠어. 분명 진법으로 가려 놓았을테니. 기노인에게 알아보라 해야겠군. "

" 기노인이 말을 들을까요? "

" 안 들으면 듣게 해야지. 훗. "

분명 저 노인네들은 자신을 이용해 윤손을 구하고자 할 것이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그를 구하는 것은 윤손이 천이영산에 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니. 자신이 먼저 말하기 전 그 사실을 사당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노인네들의 실력이 보통은 아닌 것 같으니 잘만 이용하면 될 것인데. 문제는 뒤에서 따라오는 만천신대와 구대주였다. 그리고 누님의 눈도 피해야 한다.

그때 점소이가 방문을 두드렸다.

" 공자님. 식사준비가 끝났습니다요. "

" 알았다. 내려간다 전하거라. "

" 알겠습니다요. "

나천우는 어떻게 구대주와 나소이의 눈을 피해 천귀계곡으로 들어갈지 고민을 하며 아래로 내려갔다.




***




다음날 출발한 일행은 나흘을 더 달려 신후산 입구에 도착했다.

그 동안 만천신대 구현이 나천우의 행동을 주시하긴 했으나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다.

명진이 만공향을 사용해 나천우의 내공을 금했다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 덕분에 나천우는 영천신기를 수련하며 생각보다 여유롭게 신후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 우와- 누님. 이곳입니까? "

" 그래. 너는 이곳이 처음이구나. 봐 너무 예쁘지? "

" 절경(絶景)이 따로 없습니다 누님. "

하늘로 뻗어 있는 기암절벽에는 아직도 고드름이 달려 있었고 그 아래로 솟아 있는 나무들은 온통 짙은 녹색이었다.

산이란 무릇 위로 올라갈수록 기온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이곳은 특이하게 그 기폭이 심했다. 보통 일반 산들이 두 시진마다 피는 꽃이 다르다고 한다면 이곳은 일다경이면 새로운 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니 지금 나천우가 보는 것은 아래는 꽃밭이요 위로는 설산이니 그 신묘함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 따스한 오월이다. 그러나 이곳은 계절의 법칙을 무시할 만큼 신비로운 곳이었다.

" 저 쪽으로 가면 내가 늘 쓰던 동굴이 있어. 그리 가자. "

" 네. 누님. "

일행은 어느덧 협곡을 바라보는 동굴로 들어섰다.

" 그럼 주변을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공녀님. "

" 그러세요. "

나소이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쳐다보았으나 구현은 곧 대원들과 함께 사라졌다.

" 이곳이냐? "

구현이 서쪽 계곡을 바라보며 말했다.

" 네. 대주님. "

" 준비는? "

" 공녀님이 설빙굴로 들어가시면 바로 움직일 수 있게 준비해 두었습니다. 만사곡 사방으로 대원들을 미리 배치해 두었으니 소공자님이 서쪽 만사곡으로 들어오시면 빠져 나가지 못할 겁니다. "

" 공자님은 내가 모시고 만사곡으로 들어갈 것이니 함부로 나서지 말거라. 숨은 붙여서 데려 오라는 사천대주님의 명이 계셨다. 공녀님이 눈치 못 채게 행동해야 한다. "

" 네. 대주님. "




***




기목성과 민충은 나소이의 처소와 멀찌감치 떨어진 동굴에 자리를 잡았다.

" 엥- 네 놈은 어쩌다 저런 모진 주인을 만나게 된 게냐? "

" 휴-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운명이려니 하고 삽니다. "

" 그러지 말고 내게로 오면 끝내 주는 무공을 가르쳐주마. 크크크. "

민충이 게슴츠레 웃으며 명진을 꼬드겨 본다.

" 휴- 말씀은 고맙습니다만 그랬다간 저나 충영감이나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로 주인께 달달 볶이며 하루에 서책을 열 권씩 외워야 할 겁니다. "

" 엥- 그게 무슨 소리냐? 그러지 말고 저 놈 약점이나 말해 보거라. "

" 휴- 그건 충영감이 우리 주인을 몰라서 하는 소립니다. 만약 주인의 눈 밖에 나게 되면 단전을 찢어 놓고도 ' 가만 있어 보거라 단전을 다시 살릴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후후 ' 하고 웃으실 분이라니까요. "

" 뭬야? "

" 아니면 충영감님을 실험체로 사용해 새로운 무공을 창시할 수도 있구요. 그러니 그냥 말 잘 듣는게 오래 사는 지름길입니다. 괜한 소리 아니니 충영감님도 알아서 처신하시는게 좋을 겁니다. "

" 엥- 네 놈이 날 몰라서 하는 소리다. 내 이 요상한 기운만 단전에 없다면 저 애송이는 한주먹감도 안 된다고 하지 않았냐. "

" 아- 정말 이 영감님이 속고만 사셨나. 지금도 보십시오. 충영감님 단전에 들어 있는 놈이 언제 튀어 나올지 몰라서 이러고 있는거 아닙니까? 전 그저 우리 주인이 제발 독에만 관심을 안 가져 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사는 사람입니다. 만약 약점을 찾게 되면 저한테도 좀 알려 주십시오. 그럼 제가 따라... "

" 그게 무슨 소리야? "

" 아. 주.주인. "

느닷없이 들리는 소공자의 목소리에 심장이 떨어질 뻔 했다. 명진은 노인네들 앞에서는 공자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말라는 명으로 요즘은 주인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 얼마나 잡았어? "

나천우가 동굴로 들어서며 주위를 살폈다.

명진과 민충은 날짐승의 가죽을 벗기고 있었는데 기목성이 흡향진식을 펼쳐 놓았는지 비릿한 혈향이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 이제 겨우 서른마리 잡았습니다. "

명진이 울상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이제 제발 그만 잡으면 안 되겠냐는 무언의 투정이었다.

명진은 산책을 나갔다 돌아온 나천우의 명으로 우익오도미(羽翼五道眉)를 잡아야 했다. 사람들은 우익오도미를 줄여 그냥 오도미라고도 한다.

이 놈은 사내 팔뚝만한 길이에 다람쥐같이 생긴 녀석인데 특이하게도 겨드랑이와 다리 사이에 피막이 있어 나무와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것이다.

날다람쥐보다 휠씬 큰 덩치에, 박쥐같이 고공비행이 가능한 녀석이라 잡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무리지어 날아다니기에 한 번에 여러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 아직 멀었어. 최소한 한 사람당 열여섯 마리는 필요하니깐 잘 계산해서 잡아. 모자라면 네가 죽을지도 몰라. "

" 아니 주인님. 그런 말씀을 너무 무덤덤하게 하시는 거 아닙니까? 그럼 아직 서른 마리나 더 잡아야 된다는 말인데... "

" 고얀놈. 네 놈이 한번 잡아 보거라. 흥! "

민충이 인상을 구기며 소리쳤다. 그도 이 신후산의 날씨에 적응이 안 되어 몸이 뻣뻣하게 굳어가는 중이었다.

자신이 가진 내공이야 벌써 삼갑자를 훌쩍 넘긴지 오래였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일갑자 이상 끌어 올리면 단전에 빌붙어 있던 기운이 자꾸 소용돌이치니. 어디 무서워서 내공을 죄다 끌어 낼 수가 있나.

일갑자 내공이야 보통 무인에게는 평생을 쌓아야 하는 내공이지만 고수들 간에는 그저 초식 한 번 펼치면 없어질 내공이라. 특히 혈왕귀미들에게 나눠주는 내기도 있기에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내공은 한계가 있었다.

그런 그가 절벽산을 오르내리며 나무와 나무를 바람같이 날아다니는 오도미를 잡으려니 발바닥이 다 벗겨질 지경이었다.

" 아니 이놈들 껍질을 벗겨 장사라도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

" 그렇게 투덜거리지 말고 빨리 빨리 잡아서 벗겨. 다 벗기면 길게 연결해서 하나로 붙여놔. 길이는 일장 반이다. 짧으면 한 치당 서책 한권이야. "

" 휴- 알겠습니다. "

명진이 한숨을 내쉬더니 쌍검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 충영감 뭐해. 안 나가고? "

" 엥- 알았다 이놈아. "

" 기노인은 마저 벗겨. "

" 이걸로 강락산(降落伞)을 만들려는 것이냐? "

기목성의 말에 의외란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 눈치 챘네. 여긴 협곡도 많고 절벽도 많잖아. 만약을 대비해야지. "

" 천만지옥의 입구를 찾은 것인가? "

" 아직 확실한건 아니야. "

" 그런데 강락산은 어디에 쓰려고? "

" 필요하다고 느낄 때는 이미 늦어. 미리미리 준비해 놔야지. "

" 독한놈. 껄껄껄. 우익오도미의 가죽으로 그것을 만들 생각은 어찌 했누? 군대의 총사(總師)나 특수 전투부대 수장들이 아니면 잘 모를텐데. "

우익오도미의 가죽은 불에 잘 타지 않고 녹는 성질이 있다. 즉 고무처럼 녹여 붙일 수 있었다. 그것을 아는 사람은 중원에도 몇 없으니 하는 소리였다.

" 얇고 가볍고 튼튼하니 딱 좋잖아. 다 붙이면 하나씩 나눠줘. 그리고 붙일 땐 찢어지지 않게 열공으로 마무리 하는거 잊지 말고. 아- 고기는 육포로 만들어 놔. 산속을 헤매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깐. "

" 알았다 이놈아. 아주 명령을 내리는게 몸에 밴 놈이구먼. 어린놈이. 껄껄껄. "

" 웃지마. 기노인 몸에도 한마리 넣어 줄까? "

양양에서부터 알 수 없는 웃음을 날리는 그가 묘하게 신경 쓰였다.

" 됐다. 이놈아. "

기목성은 부지런히 가죽을 벗기고는 삼매진화를 응용해 피를 말리고 털을 태운 뒤 바닥에 일렬로 늘어트렸다. 곳 가죽과 가죽을 덧대더니 손을 올려놓고 내기를 끌어 올렸다.

푸스스스-

가죽들이 서로 엉켜 붙으며 녹아들기 시작했다. 엉성한 솜씨지만 다 만들어 놓고 보니 제법 모양새가 나왔다. 두 척 너비에 일장 반 길이. 네모난 가죽이 완성된 것이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흑천입니다.

미흡한 제 글을 읽어주셔서 늘 감사드립니다.

요즘은 퇴고와 진도 빼기로 눈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습니다.  이럴 때 응원의 한 말씀 해 주시면 참 고마울텐데.  아직 저에겐 너무 과분한 것이겠지요. 눈물 주루룩. 이러다 연재가 점점 느려질수도... 요즘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려서. 에구머니나.

띄워쓰기와 오타는 최선을 다해 고칠려고 노력중입니다. 제 눈이 열 개 였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항상 오타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ㅎㅌㅌ 봐도 봐도 사라지지 않는 오타들. 

벌써 금요일입니다. 재미있고 멋진 주말 보내시길 바래 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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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1

  • 작성자
    Lv.10 잔머리
    작성일
    13.09.26 23:11
    No. 31

    참 정이 가는 예비 수하들이네요^^
    명진과의 소소한 개그 대화도 깨알 재미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흑천청월
    작성일
    13.09.27 08:21
    No. 32

    잔머리님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궁귀검신
    작성일
    13.10.02 13:08
    No. 33

    일급을 상위합니다 ㅡ 상회합니다
    제제를 받지 않으니 ㅡ 제재를
    말씀을 고맙습니다만 ㅡ 말씀은

    글 참 재미있습니다
    유료화 되어도 꼭 볼께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흑천청월
    작성일
    13.10.07 02:03
    No. 34

    아. 역시 궁귀검신님. 부끄럽습니다. 그런 멋진 말씀. 정말 감격에 겨워 눈물이 폭포수같이 떨어집니다. 더 노력해서 깔끔하게 전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노력은 하는데 늘 제 미천한 필력에 머리를 싸매고 고민합니다. 그리고 매번 이렇게 오타를 잡아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아이고 부끄러워라~
    감사히 바로 수정했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뿔따귀
    작성일
    13.10.02 21:02
    No. 35

    잘보고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흑천청월
    작성일
    13.10.07 02:04
    No. 36

    감사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일
    13.10.07 05:06
    No. 37

    청월님은 점점 날이갈수록 필력에 힘이 붙으시는듯, 그나저나 주인공은 정말 총명하군요. 리더십과 각종 상식에도 능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흑천청월
    작성일
    13.10.08 14:19
    No. 38

    아이고 부끄럽습니다. 천우가 그런가요. 전 그냥 고집불통 제멋대로인 녀석같은데. ㅋㅋㅋ 감사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천지
    작성일
    13.10.09 01:33
    No. 39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흑천청월
    작성일
    13.10.10 13:17
    No. 40

    감사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5 여성호접무
    작성일
    13.11.06 08:39
    No. 41

    우연히 읽기시작했는데 재밋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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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천대제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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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였을 뿐.3-2 +47 13.10.28 7,840 353 12쪽
42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였을 뿐.3-1 +32 13.10.26 6,959 304 17쪽
41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였을 뿐.2 +40 13.10.24 8,190 358 16쪽
40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였을 뿐.1 +40 13.10.22 8,373 341 16쪽
39 성공은 준비와 기회가 만날 때.3 +43 13.10.20 9,792 334 11쪽
38 성공은 준비와 기회가 만날 때.2 +33 13.10.18 8,719 353 11쪽
37 성공은 준비와 기회가 만날 때.1 +39 13.10.16 9,170 307 17쪽
36 별이 뜨는 밤.3-2 +34 13.10.14 9,371 303 11쪽
35 별이 뜨는 밤.3-1 +34 13.10.12 9,217 316 11쪽
34 별이 뜨는 밤.2 +44 13.10.10 10,101 334 15쪽
33 별이 뜨는 밤.1 +45 13.10.08 9,843 358 14쪽
32 결정은 늘 어려운 법이지.3 +30 13.10.07 10,320 318 11쪽
31 결정은 늘 어려운 법이지.2 +31 13.10.04 9,856 324 14쪽
30 결정은 늘 어려운 법이지.1-2 +26 13.10.01 9,821 360 13쪽
29 결정은 늘 어려운 법이지.1-1 +22 13.09.30 10,354 339 15쪽
28 영천신기(靈天神氣).3-2 +28 13.09.27 11,906 428 11쪽
27 영천신기(靈天神氣).3-1 +32 13.09.25 9,988 332 13쪽
26 영천신기(靈天神氣).2 +26 13.09.24 11,031 318 16쪽
25 영천신기(靈天神氣).1 +30 13.09.23 10,429 321 13쪽
24 세상에 이런일이.3 +27 13.09.21 10,858 321 18쪽
23 세상에 이런일이.2 +23 13.09.20 11,730 338 16쪽
22 세상에 이런일이.1 +28 13.09.19 12,093 329 13쪽
21 천만지옥(天蠻地獄).3 +26 13.09.17 11,387 372 15쪽
20 천만지옥(天蠻地獄).2-2 +24 13.09.15 14,175 376 15쪽
19 천만지옥(天蠻地獄).2-1 +24 13.09.14 15,337 380 12쪽
18 천만지옥(天蠻地獄).1 +24 13.09.12 11,573 350 16쪽
17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3-2 +33 13.09.10 15,121 443 12쪽
16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3-1 +26 13.09.09 14,293 411 9쪽
»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2 +41 13.09.06 17,218 462 18쪽
14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1 +20 13.09.05 16,455 421 15쪽
13 속고 속이고.3 +25 13.09.03 12,419 374 16쪽
12 속고 속이고.2 +24 13.09.02 13,310 382 15쪽
11 속고 속이고.1 +28 13.08.31 13,517 362 15쪽
10 두드려야 열릴 것이다.3-2 +26 13.08.30 13,617 399 10쪽
9 두드려야 열릴 것이다.3-1 +26 13.08.29 13,881 404 10쪽
8 두드려야 열릴 것이다.2 +25 13.08.27 12,800 385 13쪽
7 두드려야 열릴 것이다.1 +25 13.08.26 14,645 402 10쪽
6 축하합니다 공자님.3 +29 13.08.23 15,729 420 18쪽
5 축하합니다 공자님.2 +21 13.08.22 13,780 361 16쪽
4 축하합니다 공자님.1 +25 13.08.21 16,738 425 14쪽
3 괴도공자(怪盜公子)3 +30 13.08.20 16,931 452 11쪽
2 괴도공자(怪盜公子)2 +43 13.08.19 17,441 464 13쪽
1 괴도공자(怪盜公子)1 +37 13.08.18 26,566 47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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