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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천청월 님의 서재입니다.

흑천대제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흑천청월
작품등록일 :
2013.08.18 04:43
최근연재일 :
2013.10.28 07:37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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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2,877
추천수 :
15,906
글자수 :
266,550

작성
13.10.1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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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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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
글자
11쪽

별이 뜨는 밤.3-1

DUMMY

***



녹초산을 떠난지 사흘이 지나서야 일행은 섬이 보이는 나루터에 도착했다.

" 아니 왜 나만 밖에서 지내라는 것이냐? "

윤손이 시뻘개진 얼굴로 소리쳤다.

" 그럼 마을에 있으려고? "

" 당연히 그래야지! "

" 안돼. "

" 왜 안 된다는 것이야! "

" 이 호숫가에 있다가 홍인들이 나타나면 모조리 죽여. 원래 애완수는 집을 지키게 일이야. 마을에서 녹안인들이 나오면 동굴까지 안내도 해주고 ."

" 저.저저저런! "

" 자네 너무 하는 거 아닌가! "

옆에서 지켜보던 민충이 한마디 거들었다.

" 충영감도 여기 남고 싶어? "

그러자 민충이 윤손의 어깨를 두드리며 돌아섰다.

" 미안하이. 내 종종 나와 안부를 묻겠네. "

우정과 의리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오도미 육포만 먹으며 하루종일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투를 두려워 하는 것은 아니나, 이곳을 나갈 방도를 찾을 때까지는 최대한 체력을 아껴야 한다.

" 충이 자네까지! "

" 그렇게 인상 쓸 필요 없어. 세상에 도움이 안되는 것들이니 그냥 좋은 일 한다고 생각해. "

" 그럼 전 윤손과 여기 남겠습... "

나천우가 눈살을 지푸리자 기목성이 급히 말을 멈추었다. 아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미 그의 비위를 거슬러 좋을게 없다는 결론을 내렸으니. 일단 그가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 목성- 역시 자네 밖에 없구먼. "

윤손이 감격스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 껄껄껄. 아직까진 자네가 편히 잘 수 있는 방어진 하나 정도는 펼칠 수 있으니 너무 걱정 말게나. "

" 다시 섬 밖으로 나왔을 때 홍인들이 내 눈에 띄지 않도록 해. 가자. "

" 네. 주인. "

명진과 나천우, 호강과 민충은 마을로 돌아가는 나룻배에 몸을 실었다.

" 못해도 하루에 스무명은 잡아. 무기는 잘 챙겨 놓고. 그리고 충영감은 저녁마다 나와 실적을 확인하도록 해. "

" 저.저저 저 녀석이! "

윤손의 피맺힌 목소리가 들려 왔으나 배에 오른 나천우는 등을 보이며 손을 흔들어 줄 뿐이었다. 그러다 주먹을 말아 쥐려 하자, 윤손의 안색이 급격히 하얘졌다.

" 아.알겠네. 하.하면 될 것 아닌가! "

윤손이 급히 대답했다. 그가 주먹을 말아쥐면 지옥의 고통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그것은 기형수로 탈태할 때 만큼의 고통이니, 이를 어찌 말로 다 표현할까. 이곳까지 오면서 몇 번 말대꾸를 하다 이미 수십번도 더 당했던 일이다.

" 그럼 수고해. "

멀어져가는 배를 보면서 윤손이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 내 살다 저렇게 독한 놈은 처음이네. 이제야 피를 말리면서 괴롭힌다는 말이 이해가 되는구먼. 휴- "

" 손 이사람아. 여기서 나가려면 저 분의 비위를 맞추는게 좋을 게야. "

" 시도 때도 없이 주먹을 말아 쥐니 원- 그리고 내가 10년을 찾아도 못 찾은 길을 저 놈이 찾을성 싶은가? "

" 아직도 모르겠는가? 자네 탈태를 막기 위해 그러시는 것이니 너무 원망하지 마시게."

" 나도 그렇다고 짐작은 하고 있네만... 헌데 분이라니. 왜 저 녀석에게 존칭을 쓰는가? 자네 나에게 뭐 숨기는 거 있나? "

" 껄껄껄. 저 분은 참 알다가도 모를 분이네. 서고방에서 3년이나 봐 왔으면서 그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으니. "

" 그게 무슨 소린가? "

" 자네도 느끼지 않았나? 그 무시무시한 흑광의 기운 말일세. 그런 존재감은 내 평생 두 번째였네. "

" 속시원히 말을 해 보게. "

" 삐딱하고 고집은 있어도 정이 많은 분이시지. 종령석유도 부하에게 덥석 내어 주시지 않던가. 보아하니 우리가 가져온 오도미 육포도 거의 드시지 않는 것 같더구먼. 분명 나중을 대비하고 있는 것이겠지. 저 분이라면 분명 이곳을 나갈 방도를 찾으실 게야. "

윤손은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 흥! 자네가 저 녀석을 너무 좋게 봐서 그런 게야. "

" 껄껄껄. 보기보다 속이 깊은 분이시네. 자네도 겪어 보면 알게 될 걸세. 민충 그 친구도 덕분에 내공이 일갑자나 늘지 않았는가. "

" 민충 그 자식이 나를 버리고 배를 탄 이유가 있었구먼. 에잉-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숨기는 거나 말해 보게. 설마 아니겠지? "

" 눈치 챘는가? "

" 자네가 그렇게까지 이야기 하는데 어찌 모르겠나. 그런데 왠지 믿고 싶지가 않아서 하는 말이네. 그렇게 입을 다무는 이유라도 있는 게야? "

" 함구하라 명하셨지만 자네 스스로 알게 되었으니 난 명을 어긴 것이 아니네. 험험. "

" 에휴- 고생문이 훤히 열렸구먼. 충이는 이 사실을 아는가? "

" 껄껄껄. 작은 주군께서는 아직 받아 들이시기 힘든 모양이야. 그러니 비위 거스르지 말고 잘 모시게. "

" 휴- 그래야지 별 수 있나. 어서 이 근방에 진식이나 하나 만들어 근거지로 삼도록 하세. 작은 주군께서 내리신 첫번째 명령이니 어쩌겠는가. 홍인들을 다 잡아 족치는 수 밖에. "

" 껄껄껄. 알겠네. "

만리지청술로 저들의 이야기를 듣던 나천우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 훗. 늙은 너구리같은 영감이군. 나에 대한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고는 명을 어긴 것이 아니다? 결정을 하기 전에 노인네들 교육부터 다시 시켜야겠어. '

나천우가 민충을 바라보자 그가 슬그머니 눈길을 피한다. 그도 저들의 대화를 듣고 눈치를 챈 것이리라.

" 주인. 정말 저곳에 두분만 남겨 놔도 괜찮겠습니까? "

" 뭐가? "

" 윤손이 고분고분 명을 따를까요? 보아하니 한 성질 할 것 같은데요. "

" 죽지 않고 여태 버틴 걸 보면 목숨에 미련이 많은 자다. "

" 그거야 그렇죠. 그런데 그것이 왜? "

" 세상에서 제일 다루기 쉬운자가 자기 목숨에 미련이 많은 자야. "

" 목숨이야 누구에게나 소중한 거 아닙니까? "

" 난 안 그래. "

" 네? 아니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시면 어떡합니까. 주인님 목숨이야 제가 지키겠지만 목숨을 그리 쉽게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

명진이 미간을 좁히며 제법 심각하게 말을 했다.

" 살 만큼 살고 갈 때 되면 가는 거지. 그리고 이제부터 여기서 나갈 방도를 찾아야 한다. 홍인들과 기형수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 그것들은 윤손과 기노인이 알아서 할 거야. "

" 나갈 방법을 찾는다고 하니 듣던 중 반가운 소리이긴 합니다만..."

" 윤손도 찾았으니 여기서 나가야지.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는 없잖아. "

" 그거야 그렇지요. 헌데 어찌 나가실 생각인지. 아- 혹시 방법이라도 찾으셨습니까? "

명진의 말에 민충이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본다.

" 이제부터 찾아 봐야지. "

" 아. 네에. "

명진은 실망스런 표정이었지만 민충은 오히려 눈은 빛낸다. 나천우가 저런 표정을 지을 때면 분명 방도가 있는 것이리라. 어느덧 배는 섬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선착장에서 손을 흔들면 보일 정도니 일각도 안되어 섬에 도착했다.

기목성이 진법을 고쳐 누군가가 섬으로 들어오면 소리가 나게 만들어 두었으니, 무견이 그 소리를 듣고 마중을 나와 있었다.

" 수고했네. 이게 뭔가? "

나천우가 내민 회색빛 천녹초를 바라보았다.

" 호강의 몸을 살펴보니 천녹초의 기운이 녹막으로 변해 단전으로 돌아오는 내기를 흡수하고 있었어. 그러나 이 회색빛 천녹초는 내기를 잡아 먹지 않은 것 같으니 천녹초와 섞어 조금씩 복용시키도록 해. 혹 내공을 잃는 속도가 느려질 수도 있으니. 허나 기형수의 기운을 가지고 있으니 너무 과하게 복용시키지는 말고. "

" 오- 그런가. 알겠네. 내 사람들에게 그리 전하겠네. "

" 그리고 앞으로 내게 무엇을 감추려고 하지마. 만약 아직도 숨기는 것이 있다면 지금 다 말하도록 해. "

" 숨기는게 뭐가 있겠나. 그런거 없네. 미리 말을 못한 것은 미안하이. 체질에 따라 나타나는 부작용이니. 그러나 천녹초를 복용하지 않으면 열에 열은 기형수가 되니, 권한 것 뿐이었네. 나로써도 다른 방도가 없었으이. "

" 그래도 알고 대비하는 것과 모르고 당하는 것은 다르잖아. "

" 알겠네. 더 이상 숨기는 것은 없으니 너무 그러지 마시게. "

그 사실을 안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저 답답한 마음에 무견신의에게 한 소리 한 것인데. 무견이 저리 나오니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무견의 말을 듣고 천녹초를 복용했는데, 일행 중 하나라도 부작용으로 탈태를 했다면, 그를 아니 녹안인 모두를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다.

" 명진. "

" 네. "

" 바위동굴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사람들에게 천녹초 나눠 줘. "

" 알겠습니다. "

나천우는 호숫가로 걸어가 나무 위로 올라갔다. 굵은 가지에 걸터앉아 하늘을 바라본다. 어느새 태양은 사라지고, 호수는 애처로운 달덩이를 품으려 한다.

" 혼자 뭐 하십니까? "

" 안 자고 왜 나와? "

나천우가 나무에서 내려왔다.

" 그건 제가 먼저 물어 봤습니다 공자님. "

명진이 나무에 등을 기대어 앉은 나천우 옆으로 가 자리를 잡았다.

" 공자가 아니라고 했잖아. 그리고... 이젠 더 이상 그렇게 부를 필요 없어. "

" 전 공자님이란 호칭이 좋습니다. 13년이나 그리 불렀으니 입에 밴 것도 있고요. 그래도 다른 사람들 있을 때는 주공이라 부르잖습니까. 그러니 둘이 있을 때 만이라도 공자님이라 부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

" 눈치 볼 때만 주공이고 평소에는 주인이라 부르면서 뭘. "

" 그래도 가끔은 주인님이라고 부릅니다. "

" 명진 편한 대로 해. "

" 그런데 무슨 걱정이 있으십니까? "

그의 얼굴이 평소같지 않아 하는 말이었다.

" 생각해보니 난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 "

오늘따라 그의 말이 공허하게 들린다.

" 아니. 이곳을 나갈 방도를 찾으셔야지요. 여태 그런 쓸데없는 것을 걱정하고 계셨습니까? "

나천우가 실눈을 뜨고 노려보자 급히 말을 이었다.

" 하하하. 갈 때가 왜 없습니까. 이번 기회에 강호를 유람하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좋은 풍광도 즐기고 그러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정착해서 살면 되지요. 공자님은 얼굴도 미남이시니 여자들도 줄줄 따를 겁니다. "

" 알고 있었어? "

" 제가 공자님을 모신지 벌써 13년입니다. "

" 이곳을 나가면 천의맹에서 날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

" 그래도 뭐 어쩌겠습니까. 공자님은 제가 잘 지켜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

" 명진이 죽을 수도 있어. 걱정 안돼? "

" 걱정이 안되긴 왜 안 됩니까. 전 공자님을 만난 그 순간부터 걱정을 달고 살았습니다. 공자님이 좀 제 속을 썩이셨어야지요. 기억 안 나십니까? 저 몰래 승용각을 빠져 나가서 제가 찾느라 죽을 뻔 했던거요. "

" 언제? "

" 그때 공자님 나이 겨우 아홉살이셨지요. 이룡이 깨어나고 얼마 안 지났을 때 말입니다. 새벽에 잠시 약을 가지러 간 새에 사라지셔서 제 심장이 얼마나 쪼그라들었는지 아십니까? "

명진의 말에 그때의 기억이 나는지 나천우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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