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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천청월 님의 서재입니다.

흑천대제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흑천청월
작품등록일 :
2013.08.18 04:43
최근연재일 :
2013.10.28 07:37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532,880
추천수 :
15,906
글자수 :
266,550

작성
13.08.18 09:52
조회
26,565
추천
472
글자
11쪽

괴도공자(怪盜公子)1

DUMMY

울창한 수림으로 둘러쌓인 수 많은 전각들.

오늘도 천의맹 대문 앞에는 문파를 창단해 눈도장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이나 가문의 세력 확장을 위해 뇌물을 가져오는 자들로 북적거렸다.

하루에도 수백명의 방문객들이 오고가니, 그 위세가 대단함을 알 수 있었다.

그중 승용각은 천의맹 북편 외각에 위치한 아담한 전각이었다.

삼십대 초반의 선하게 생긴 사내가 승용각이 내려다 보이는 높은 나무 위에 앉아 한숨을 내쉰다.

그의 시선은 승용각 창문을 지나 내실에서 서책을 보고 있는 이십대 청년에게 향해 있었다.

천의맹의 소공자, 나천우였다. 그는 일곱살때 큰 열병을 앓았다고 한다. 그후로 어릴 적 기억을 모두 잃었다고 했으니.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그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총관의 말로는 그가 열병을 앓았을 때 전각 하나가 불에 타 없어졌다고 했다.

그 덕에 소공자의 존재가 드러나게 되었지만, 무슨 영문인지 그 후로 사람들과의 접촉을 엄히 금해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승용각에서 홀로 지내게 되었다.

홀로 승용각에서 지내는 소공자에 대해 수근거리는 사람들이 생겨 났지만 누구 하나 입 밖에 내는 사람은 없었다. 천의맹 맹주 천검(天劍) 나현도가 아들의 병이 깊어 그러하다 하니 다들 입을 다물었던 것이다.

나천우의 열천신병은 7살 이후로 2년에 한번씩 나타나고 있었다. 그가 열병을 앓을 때면 어김없이 천의맹 북편에 위치한 산속 별채로 옮겨졌다.

그는 늘 깊은 잠에 빠지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그가 잠들면 뜨거운 기막이 형성된다. 그 기운이 얼마나 뜨거운지 현 무림을 통솔하는 천의맹의 맹주조차도 그 열막을 뚫고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천의맹 맹주 나현도는 소공자의 열천신병을 다스리기 위해 몸에 좋다는 온갖 영약과 영단을 구해 먹였고 그로 인해 나천우의 내공은 날이 갈수록 높아져 갔다.

후에 들을 이야기지만 치료를 위해 천의맹 최고의 심법인 천기동주심법(天氣動做心法)을 익혔다고 했다. 하지만 소공자는 최고의 심법과 높은 내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무공 한 자락 배우지 못하고 있으니. 천의맹주령으로 소공자 나천우에게는 상승무공을 익히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던 것이다.

소공자가 7살이 되던 해 처음 모셨으니 벌써 13년이란 세월이 흘렸다.

승용각에서 홀로 무공서를 읽고 있는 나천우를 바라보던 명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일을 생각하니 자신이 한심스럽기만 하다. 자신이 조금만 더 주의를 했더라면 지금처럼 저렇게 무공에 집착하는 일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

5년전만 하더라도 맹주의 호출이나 대공자의 부름이 아닌 이상에는 승용각 바깥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그의 곁에 있는 사람이라곤 자신과 승용각의 시비가 전부였으니.

어린 나천우는 자신에게 무공을 보여달라 부탁했고 안쓰러운 마음에 그의 앞에서 무공을 펼쳐 보였다. 그 후로 소공자는 무공을 배우겠다 떼를 썼지만 천의맹주령으로 금지된 일을 어길 수 없어 가르치지 않았다. 오 년 전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 공자님. 도대체 저에게 왜 그러십니까? "

" 그러니 결정을 해. "

" 무슨 결정을 말입니까? "

" 명절문의 귀갑환영술. "

나천우가 침상에 걸터 앉아 무덤덤하게 말했다.

" 공자님께 무공서를 가져다 드리면 제 목이 달아납니다. 그러니 제발 고집 그만 부리시고 어서 해약을 드십시오. "

청의무복을 입은 젊은 명진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 그것을 가져오기 전까지는 해약을 복용하지 않을 것이다. "

" 정말 너무하십니다. 공자님이 잘못되시면 제 목 하나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아시잖습니까. 네? 제가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해약을 복용 하십시오. "

명진이 작은 약병 하나를 들고 애절하게 바라보았다.

쿨럭-

나천우가 피를 한사발 토해냈다.

" 헉. 고.공자님. 괜찮으십니까? "

" 가까이 오지마. 내 몸에 점혈을 해 강제로 해약을 먹일 생각이면 꿈 깨. 바로 절벽에서 뛰어내릴 테니까. "

입가에 흐르는 선혈을 닦아내며 서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 공자님- "

명진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니 아주 죽을 맛이었다. 그렇다고 명령을 어기고 무공서를 가져다 줄 수도 없으니.

명진이 대공자인 나도혁의 명으로 소공자인 나천우를 모신지 8년째 되던 해였다. 그를 7살때부터 봐 왔으니 그의 말이 그저 하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번 말을 뱉어 내면 반드시 하고야 마니, 그의 고집을 쉽게 꺽을 수 없었던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협박을 할 때 독을 마시고 죽겠다고 하는데 나천우는 오히려 독을 먼저 마시고 해약을 복용하지 않겠다고 하니. 이건 독을 마셔 죽겠다는 것보다 더 위급한 상황이었다.

" 명진. 시간 없다. 나 이제 세시진이면 죽어. "

나천우의 낯빛이 까맣게 변해가고 있었다. 벌써 독기운이 몸에 퍼진 것이다.

" 고.공자님. "

" 그동안 날 보살피느라 고생이 많았다. 내가 죽기전에 명진에 관한 이야기는 유서에 잘 적어 놓을테니 걱정하지마. 아버님이랑 형님한테 잘 전해주고. "

" 계속 이러시면 대공자님께 보고를 올릴 수 밖에 없습니다. "

" 마음대로 해. 하지만 돌아왔을 땐 내 시체를 보게 될 거야. "

나천우가 침상에 누워 두 팔을 가지런히 배 위에 올렸다.

" 공자님! "

" ...... "

" 휴- 그럼 약속해 주십시오. "

한숨을 쉬던 명진이 큰 결심을 한듯 부복하며 말했다.

" 말해봐. "

" 제가 무공서를 가지고 와도 절대 익히지 않겠다 그저 보기만 하겠다 그리 약속해 주시면 제가 가져 오겠습니다. "

" 그건 내가 결정해. "

" 공자님! "

명진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지만 나천우는 눈을 감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 명진. 나 죽어가고 있어. "

부복한 자세로 한참을 장고에 잠긴 명진이 결심을 한 듯 눈에 힘을 주며 일어섰다.

" 알겠습니다. 공자님. 제가 무공서를 가져 오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해약을 드십시오. "

" 서둘러. 나 진짜 죽을것 같으니깐. "

" 휴- 명절문은 아무리 저라고 해도 세시진 안에 갔다 올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해약을 복용하시고 기다리시면 제가 반드시 가지고 오겠습니다. 저를 믿으십시오. "

나천우가 등을 돌리며 손을 흔들었다. 빨리 움직이라는 무언의 압력이었다.

" 휴-.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

명진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 신형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명진이 나가자 나천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안색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 젠장. 너무 마셨나? "

우엑-

피를 한사발 토해내고는 다시 침상에 누었다.

밖에서 몰래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명진은 한숨을 내쉬며 빠른 속도로 천의맹 담장을 넘었다. 그의 신형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며 전각과 전각, 나무사이를 스치고 지나갔다. 한번 검을 휘두르면 피로 강을 이룬다 하여 혈천쌍검이라는 별호를 가진 명진의 서글픈 과거였다.

그 후로 일은 더 어렵게 풀렸으니. 비급서 하나로 만족할 소공자가 아니였던 것이다. 그렇게 나천우의 무공탈취 행각은 계속 이어졌다.

" 명진. 남양창문의 창술이 제법 쓸만하다며? "

" 산동악가도 창술로 유명하다 들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물으십니까? "

" 산동악가는 여기서 너무 멀잖아. "

" 그렇긴 하지요. 안휘성을 거쳐 북쪽으로 올라가야 하니 적어도 두달은 잡아야 합니다. "

" 그런데 남양창문은 하남성에 있으니 호북과 가깝지. "

" 그렇지요. 여기서 한 삼주야만 가면 되니 그리 먼 거리는 아닙니다. "

" 명진이 경공을 펼치면 얼마나 걸려? "

" 제가 가면 한 일주야 정도면 도착하겠지요. "

명진이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 그럼 남양창문으로 결정해야겠군. "

"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

명진이 인상을 구기며 되물었다.

" 귀갑환영술도 실전에 써 볼 겸 겸사겸사 같이 가 보려구. "

" 어디를 말씀입니까? "

" 어디긴 어디야. 남양창문의 무서각(武書閣)이지. "

" 글쎄요. 전 공자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

명진이 고개를 돌리며 먼산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절대 그의 명을 따를 수 없다. 몇달 전에 훔쳐온 귀갑환영술을 수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후회를 했던가.

환영술이란 것이 방위와 내기의 계산을 하는 진법하고는 다르니 갖다 줘도 혼자 익히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천우는 무공서 하나만 가지고 그것을 단 사개월만에 완벽하게 익혀낸 것이다.

비록 그 무공서가 초절정 무공은 아니라고 해도 펼치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일류소리는 들을 수 있는 무공이었다.

환영술은 알지 못하면 파훼하기 어려우니 무인들도 상대하기 꺼려하는 무공중의 하나였다. 그런 소화하기 어려운 난해한 무공을 15살인 나천우는 스스로 익혀낸 것이다.

어릴적부터 서책만 보고 살았으니 머리가 좋겠거니 생각했는데 자신이 생각하는 수준을 이미 넘어서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았으니 이제는 어떤 무공서도 함부로 갖다 줄 수가 없었다.

" 이제 와서 왜 그래? 그러지 말고 안내해. "

" 절대 못합니다. "

" 그럼 나 혼자서 가야겠군. "

" 그것도 안됩니다. "

" 정말 안돼? "

" 네. 이번에는 정말 안됩니다. 이제 독으로 협박해도 절대 안됩니다. "

" 정말이지? "

" 네! "

명진이 대답하자 나천우가 무공서를 내밀었다.

" 이것은 전에 제가 가져다 드렸던 무공서가 아닙니까? "

" 맞어. 난 다 익혔으니 명진 네가 익히도록 해. "

명절문의 귀갑환영술이라면 절정급은 아니라도 최소 상급의 무공이었다. 손짓 한번에 환영을 만들어 낸다는 소문도 있으니. 무공을 익힌 사람이라면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무공서였다. 그러나 저 무공서를 보여준 댓가로 자신을 남양창문까지 안내하라는 뜻일테니. 명진은 애써 고개를 돌렸다.

" 전 괜찮습니다. "

" 진심이야? "

" 네. 전 남의 무공을 훔쳐 익힐 만큼 약하지 않습니다. "

그러면서 등 뒤에 X 자로 꽃힌 쌍검을 슬쩍 보여주었다.

" 무공도 익히지 않겠다. 나랑 무공서 털러 가지도 않겠다. 지금 그 말이네. "

" 네. 공자님. "

" 그럼 할수 없지. "

나천우가 승용각 밖으로 나서고 있었다.

" 어딜 가십니까? "

" 아버님한테. 아니 형님한테 먼저 갈까? "

" 고.공자님. "

순간 명진의 얼굴이 하얘졌다.

" 새로운 무공을 익혔으니 가서 보여 드려야지. 내 무공을 보시면 무공을 익힐수 있게 허락해 주실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후후. "

나천우가 너무나 순수한 미소를 지으며 명진을 바라보았다.

" 고.공자님- "

명진이 전각을 벗어나려는 나천우의 앞을 막아서며 마른침을 삼겼다.

" 공자님. 이러시면 안됩니다. 차라리 여기서 절 죽이십시오. "


작가의말



안녕하십니까. 흑천입니다.

제 서재가 너무 횡- 한거 같아 조심스레 한편 올려 봅니다.

소소한 웃음 드리고자 노력하지만

웃음코드가 다르신 분들 죄송합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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