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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천청월 님의 서재입니다.

흑천대제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흑천청월
작품등록일 :
2013.08.18 04:43
최근연재일 :
2013.10.28 07:37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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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2,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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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6,550

작성
13.09.2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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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세상에 이런일이.3

DUMMY

나천우가 호강의 맥문을 그러쥐고는 영천신기를 끌어 올렸다.

스파파팟-

영천신기가 맥문을 통해 호강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그의 내부를 한참을 돌아다니더니 서서히 단전으로 내려간다.

" 어.어.어어 "

그 기운에 놀라 뒤로 주춤 물러나려 했다.

" 가만히 있거라. "

명진이 다가와 호강의 어깨를 잡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나천우가 맥문에서 손을 떼고 호강을 쳐다본다.

" 이곳에 온지 3년 되었다고 했지? "

" 네. "

" 그럼 내공의 3할을 잃었겠군. "

" 네. 처음 왔을 때 육십년 내공이었는데 일 년에 육 년씩 지금은 거의 이십 년의 내공을 잃어 40년 내공밖에 없습니다. "

" 열다섯에 일갑자라. 크크크. 어디 좋은 영약이라도 주워 먹었나보구먼. "

" 껄껄껄. 요즘 젊은것들은 내공 알기를 무슨 가마솥에서 밥 퍼 먹는건 줄 알지. "

기목성과 민충이 호강을 보며 비릿하게 웃고 있었다.

" 그것이 아니고 저희 할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저에게 내공전이를 해 주셔서 그렇습니다. 제가 어릴적 몸이 약해서... "

호강이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 조용히 해. "

나천우가 노인네들을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

" 크크크. 이제 그 요상한 기운도 몸 속에 없는데 왜 내가 네 놈 말을 들어야 하누. 크크크. 이번 기회에 네 놈 버릇이나 고쳐 놔야 겠다. 어디 이 노부의 손맛 좀 보겠느냐? 크크크. 허.헉. "

스르륵.-

" 크아악. "

민충은 시커먼 그림자에 놀라 비명을 질렀다. 순식간에 뻗어 나온 섬뜩한 한기. 금방이라도 몸이 산산조각 날 것 같았다. 흑기(黑氣)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뱀처럼 민충의 몸을 휘어 감았다. 순간 천근 바위가 몸에 짖누르는 듯한 묵직한 살기에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 껄껄껄. 어서 사죄하게. 그러길래 내가 말하지 않았나 이 사람아. 저 놈 성질 건드리지 말라고. "

기목성의 놀림에 민충의 얼굴이 붉게 달아 올랐다.

" 자네 지금 그게 할 소린가. 에잉- 치워라. 이놈아. "

" 한 마디만 더 해봐. 난 두 번은 용서하지 않는다. "

나천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그의 심기가 불편하니 평소에 웃어 넘길 말도 신경에 거슬렸던 것이다.

" 아.알겠네. "

민충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지금 저놈을 건드려 봤자 자신에게 이로울 것도 없으니. 저 섬뜩한 검은 안광을 볼 때마다 이상하게 등에 소름이 돋는다.

" 앉아서 운기행공을 해 봐. "

나천우가 호강을 보며 말했다.

" 저. 그렇게 해도 내공은 돌아오지 않을 텐데요. "

" 그래도 해 봐. "

나천우는 방금 영천신기로 그의 혈도를 두드려 잠력을 깨웠다. 호강의 내부를 살펴보니 녹막(綠幕)이 단전을 감싸고 있었다. 아마 그것이 천녹초의 기운일 것이다.

그리고 그 주위에 느껴지는 회색빛 기운. 분명 기형수에게서 느꼈던 기운과 비슷하다. 녹막은 떠돌아 다니는 회색기운을 끌어다 양분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그것이 탈태를 막아주는 이유일 것이다.

" 네. "

호강은 앉아서 일주천을 시작했다. 평소와 같이 혈도를 따라 돌던 내기는 몸을 한 바퀴 돌고 다시 단전으로 돌아왔다. 평소보다 빠르고 부드러운 움직임이다.

돌아온 내기는 단전 주위를 돌고 있던 녹막을 만나자 삼할이 흩어졌다. 나머지는 단전으로 얌전히 들어왔다. 그러니 아무리 운기행공을 해도 40년 내공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운기행공을 해 내력을 돌리면 내기는 혈도를 타고 몸을 돌다 다시 단전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단전을 감싸고 있는 녹막은 항상 일정한 방향으로 계속 맴돌고 있다. 3할의 내기는 그 막을 뚫지 못하니 결국 돌아오는 것은 7할의 내공 뿐이다.

" 평소와 다른 점 있으면 말해 봐. "

" 돌아오는 내기는 그전과 똑같지만 평소보다 빠르고 부드럽게 도는 것 같아요. 혈도가 조금 더 넓어진 느낌도 들고요. "

" 그래? 좀 더 연구를 해 봐야겠군. "

나천우의 눈빛이 야릇하게 빛났다.

" 네? 연구요? "

순간 호강은 꼬리뼈에서 시작된 한기가 백회혈로 올라가는 느낌을 받았다.

" 하하하. 주인의 말투가 원래 저러니 이해하거라. "

" 네. 형님. "

' 휴- '

명진이 장고에 잠긴 나천우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다.

" 큰일났습니다. 어르신 어르신- "

사내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 무슨 일이냐? "

" 아아아악. 아악. "

" 크아아악- "

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무견이 밖으로 나가 마을 한곳을 바라보며 인상을 구겼다.

" 누군가? "

" 윤부인입니다. "

사내가 가뿐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말했다.

" 뭐라! "

" 어머니- "

호강이 무서운 속도로 자신의 초옥으로 달려갔다. 나천우와 일행도 그 뒤를 따라 초가에 도착했다.

" 크아아악. "

" 아.아악. "

" 피해라. 주민들을 대피시켜. "

" 빨리 움직여. 호숫가로 몰아라. "

사내들이 소리를 지르며 기형수 한마리를 포위하고 있었다. 허나 공격은 하지 못하고 괴수의 시선을 끌어 호숫가로 유인하려고 한다.

" 무견신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

나천우가 미간을 좁히며 소리쳤다. 순간 무견이 자신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무언가 속이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존대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 왜 기형수가 마을에 있지? 사실대로 말해! "

나천우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왜 모두 자신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인가.

" 천녹초를 복용한 후 일년이란 기간은 의미가 없어졌네. 아직도 녹안인 중 백에 하나는 기형수로 탈태를 하고 있다네. 체질인게지. 아니면 천녹초가 몸에 받질 않았거나. "

" 왜 미리 말하지 않았나! "

" 안 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네. "

무견은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듯 침중한 목소리로 답했다.

" 으.아악. "

" 카아악. "

그 와중에도 기형수가 휘두르는 검에 맞아 사람들이 쓰러지고 있었다. 사방에 비릿한 혈향이 뿜어져 나온다.

" 윤부인이 무공을 익혔나? "

" 비청유미검(飛靑溜美劍)을 익혔다 들었네. "

" 기노인은 방어진을 펼쳐 마을 사람들을 대피 시키고 충영감의 기형수의 시선을 끌어. 명진은 날 따라와. "

" 알겠네. "

" 험험. 그리하지. "

" 네. "

나천우가 땅을 박차고 기형수에게 날아갔다.

아수라장으로 변한 초옥. 이미 바닥을 질퍽하게 적힌 피. 십여명의 녹안인이 시체가 되어 나뒹굴고 있었다. 분명 탈태를 하자마자 주변에 있던 녹안인을 공격한 것이다.

" 크아크아크- "

일장이 훌쩍 넘는 키, 기형적으로 긴 팔을 휘두르며 괴성을 질러댔다. 이미 이성을 잃어 번들거리는 시뻘건 눈동자. 짐승의 포악한 살기를 뿜어내며 암석처럼 단단해진 팔과 다리를 거칠게 휘둘러대고 있었다.

" 카카카- 카카카카 - "

괴기스런 인간의 얼굴이 누런 침을 흘리며 사람들을 노려본다. 곧 장검을 움켜잡고 사람들에게 달려들었다. 바람을 가르는 짐승의 날렵한 움직임에 녹안인들은 속절없이 쓰러지고 있었다.

" 아.아아악. "

서걱- 서걱-

기형수가 사람 하나를 들어 칼질을 했다. 피가 사방으로 튀고 고깃덩이가 된 자는 이미 그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 아- 살려줘. 아.아악. "

그 괴기스럽고 공포스러운 모습에 주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도망갔다. 허나 기형수의 몸놀림은 그들보다 배는 빨랐다.

" 명진! 손목을 노려. 충영감은 기형수의 시야를 막아! "

' 젠장. 고작 한마리인데 이런 아수라장이라니. '

나천우는 인상을 구기며 신형을 앞으로 날렸다.

" 네. "

명진이 수라쌍류도를 뽐아 들고 앞으로 솟구쳤다. 그의 쌍검이 곧 시퍼런 불꽃을 뿜어낸다. 그 푸른빛은 점점 하나로 모이더니 단단하게 뭉쳤다.

파앗! 카캉 캉-

" 크아악 "

기형수는 명진의 쌍검을 받아내며 괴성을 질렀다. 수라쌍류도가 파르르 떨렸다. 그 만큼 강한 힘으로 막아낸 것이다.

" 젠장. 도검불침이라더니. 검기로는 상처도 입지 않는군. "

캬아앙- 깡!

" 충영감 뭐해! "

기형수의 움직임을 따라 잡으며 나천우가 소리쳤다.

" 알았다 이놈아. "

우우웅- 슈슈슛-

민충이 장검을 휘두르며 소매를 펄럭였다. 민충의 내기를 받은 혈왕귀미들이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기형수의 안면으로 빛살같이 날아갔다.

" 크아아악- "

기형수가 눈을 부여잡고 뒤로 물러났다. 혈왕귀미들이 안구를 공격한 것이다.

" 물러서- "

나천우가 소리치며 영천신기를 끌어올렸다. 그의 어깨를 타고 올라온 흑기(黑氣)가 무서운 속도로 앞으로 뻗어나갔다.

파아앗- 팟팟-

쿠쿠쿠쿵-

흑기에 흉부(胸部)를 격타(擊打) 당한 기형수가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그 거대한 체구가 바닥에 박히니 땅이 괴성을 지르며 울렁거린다.

" 안돼- 어머니니니이- "

호강이 앞으로 뛰어나오며 소리쳤다.

" 명진 막아. "

" 호강아 위험해- "

명진이 호강의 몸을 낚아채고 후방으로 빠졌다. 기형수는 쓰러졌지만 아직 죽지 않았다. 녹혈이 흘러내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살벌하게 노려보며 몸을 일으키려 한다.

" 카아- 카카아- 카아- "

기형수가 일어나 거친 숨을 몰아쉬며 붉게 충열된 눈으로 사방을 주시했다.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나천우에게 다가온다.

샤샤샥- 샤샤샥-

곧 기형적으로 늘어난 팔을 사납게 휘둘렀다. 장검은 긴 바람소리를 토해내며 앞으로 뻗어 나갔다. 내공을 잃은 윤부인이 만들어 내는 살기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날카롭다. 기형수로 탈태하면서 몸의 내부도 변했으니 단전에도 괴수의 내력이 차 오른 것이리라.

콰쾅- 쾅! 쾅!

기형수가 장검을 휘둘러 나천우를 공격했다. 그의 신형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표적을 잃은 장검은 허공을 갈랐다. 곧 비청유미검법을 펼치며 다시 달려들었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해 자신의 무공을 펼친 것이다. 긴 팔로 펼치니 무공이 변형되어 그 위력은 더없이 살벌했다.

" 크어크어- "

파파팟. 쾅! 쾅! 쾅!

사방에 검기를 뿌려대니 대기가 울부짖고 땅이 통곡한다. 그 서러운 흙먼지가 공중에 휘날리며 흙구름을 빚어 내고 있었다.

" 제기랄. 영천신기를 맞고도 일어서다니. "

흙먼지가 시야를 가리니 나천우가 급히 후방으로 몸을 피했다.

카카캉- 캉! 캉!

" 카아- "

명진이 시퍼런 검기가 맺힌 쌍검으로 내리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민충의 혈왕귀미들도 더 이상 기형수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 안면을 공격 당한 후 검법을 펼치니 그 매서운 검로에 혈왕귀미들이 흩어져 버린 것이다.

" 명진. 호강을 데리고 후방으로 빠져. "

나천우가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 안됩니다. 제가 맡을 테니 어서 피하십시오. "

"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 "

" 주인! "

" 서둘러! "

" 젠장. "

명진은 어쩔 수 없이 나천우의 명에 따라 호강을 안아들고 후방으로 빠졌다.

" 충영감도 물러서! "

" 알았네. "

민충은 자신이 더 이상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는 멀찍이 물러났다.

기형수가 검을 들고 나천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붉은 눈동자. 피를 갈구하는 혈귀의 눈빛이었다.

" 아.아악. 어머니이이- "

멀리서 호강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기형수가 소리를 쫓아 고개를 돌렸다. 나천우가 그 순간을 놓칠 리 없다.

" 야아압! "

나천우가 눈빛을 빛내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내기를 움직여 영천신룡에게 보내자 등 뒤에서 검은 기류가 뻗어나와 하늘로 솟아올랐다. 영천신기로는 죽지 않으니 내기를 영천신룡에게 보내 힘을 합친 것이다.

파파팟-

내기를 흠뻑 빨아들인 영천신기는 나천우의 팔을 휘어감고 앞으로 뻗어 나갔다. 긴 꼬리를 만들어 빛살같이 날아간 흑기(黑氣). 터저나오는 선명한 흑광에 주위는 온통 어둠으로 물들었다.

콰아앙. 쾅-쾅-쾅-

" 크아아악- "

기형수가 몸을 비틀거리며 고통스런 비명을 질러댔다. 곧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한 거대한 몸뚱어리는 바닥에 푹석 고꾸라졌다.

쿵.

쓰러진 기형수의 몸을 둘둘 휘어감고 있는 흑룡(黑龍).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고 괴수의 머리를 집어 삼키려고 한다.

" 크아아악. "

흑룡의 이빨이 기형수의 머리에 박히자 짙은 어둠이 찾아왔다.

털석-

" 어머니니니이이이- "

호강이 뛰어나와 움직임이 멈춘 기형수를 붙들고 울부짖었다. 이미 기형수의 머리는 보기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흘러내린 녹혈은 바닥을 흥건히 적셨다.

" 어머니- 어머니- 정신 차리세요. 흑흑흑. "

명진이 그의 뒤에 다가선다.

" 호강아. "

" 왜.왜 죽이셨어요! 왜! 우리 어머니를 왜! 죽이셨냐구요! 왜요! "

어머니를 죽인 나천우가 원망스럽다. 그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 만큼은 그가 미치도록 원망스럽다.

이런 일이 있으리라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몸이 약해 천녹초의 독성을 견디지 못했던 어머니. 천녹초를 복용할 때마다 구역질을 하던 모습. 자신에게 괜찮다며, 속이 안 좋아 그런 것이라며 애써 웃어 보이던 어머니의 모습을 뇌리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알고 있었다. 탈태를 이룬 인간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 올 수 없다는 것을. 피와 살을 먹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인륜을 저버리기 전에 자신의 손으로 그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도.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왜 하필 자신의 어머니에게 일어나야 한단 말인가.

"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나현도오오오오!! 내가 죽여버리겠어! 으아아악- "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치며 하늘을 향해 절규했다. 그의 분노는 비가 되어 땅에 떨어진다.

후두두둑. 후두두둑.

어느새 하늘에서 떨어진 빗방울은 소나기가 되어 마을을 덮었다.

하지만 나천우와 명진은 그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다. 저 여린 어깨의 떨림이 하늘을 향한 유일한 저항임을 알기에. 그를 혼자 둘 수 없었던 것이다.

나천우의 시선이 하늘을 향해 있다.

저주받은 땅. 천만지옥(天蠻地獄), 하늘이 만행을 저지른 곳.

' 이곳인가. 이곳이 천만지옥이란 말인가. '

쓰러진 기형수와 그를 보며 울부짖는 청년.

하늘을 올려다 본 나천우의 얼굴에 굵은 빗방울이 떨어져 내린다.

아들을 구해줘서 고맙다며 허리를 굽히고 굽히며 인사를 하던 윤부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 젠장- '

아들 하나를 의지해 이곳에서 살아갔던 여인의 한이 그의 가슴에 서럽게 다가온다. 이름조차 아는 것을 허락받지 못했던 자신의 어머니. 그녀에 대한 가슴 시린 그리움. 항상 가슴 한편에 아프게 남아있던 그 마음이 점점 커져 밖으로 나오려 한다. 어머니를 잃고 원통해 하는 호강의 울부짖음이 너무나 가깝게 느껴진다.

나천우는 이 진법을 만든 자가 누구든, 이곳에 사람들을 밀어 넣은 자가 누구든 더 이상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용서할 수 없다는 마음만 활화산처럼 타오른다. 그는 하늘의 만행에 동참한 자들을 다 부셔 버리고 싶었다. 그래야 가슴속에 타오르는 불길을 잠재울 수 있을 것 같으니.

마을 주민들은 기목성이 만든 방어진에서 나와 각자의 처소로 돌아갔다. 마치 아무것도 보지 못한 사람들처럼. 그들은 호강의 울부짖음을 외면했다. 아무도 호강을 찾아와 위로하지 않는다. 지금은 자신이 아니지만 언제 자신도 탈태하여 비참한 최후를 맞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강하게 부정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천우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았다. 그가 첫 살인을 한 것이다. 비록 기형수로 탈태 하였지만 그녀는 분명 인간이었다.

" 젠장- 속이 울렁거리는군. "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명진이 다가와 조용히 말한다.

" 그분에게는 그것이 최선이었습니다. "

" 기노인! "

나천우가 소리치자 기목성이 곧 달려왔다.

" 왜 그러는가? "

" 충영감하고 마을을 조사해. 탈태의 조짐이 있는 자들을 찾아봐. "

" 알겠네. "

" 그럴 필요 없네. "

무견이 다가와 그를 저지했다.

" 이대로 방치할 생각인가? "

나천우는 더 이상 그에게 존대를 하지 않았다. 그의 잘못이 아닌 것은 알지만 조금이라도 일찍 알려줬다면 방법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 탈태의 조짐이란 것은 없네. 천녹초를 복용한 자들은 탈태하기 전 잠에 빠지지 않는다네. 그랬다면 그들이 잠이 들었을 때 모두 죽였을 것이니. 윤부인 같은 경우는 부작용이라고 하네. 천녹초가 체질에 맞지 않아 급태(急胎)를 한 것이지. 그녀는 평소에도 천녹초의 독성을 잘 이겨내지 못했네. "

" 다른 자들은? 윤부인처럼 독성을 이겨내지 못하는 자들이 더 있나? "

" 아직까지는 없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네. "

무견은 그런 일로 마을 사람들을 불안으로 밀어 넣지 말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부작용은 체질이다. 그렇지 않은 자가 더 많다는 소리다.

" 젠장- "

나천우가 쓰러져 있는 기형수에게 달려가 맥문을 그러 쥐었다.

스르륵-

곧 영천신기가 기형수의 몸에 파고 들었다. 내기를 집중하고 괴수의 몸을 관찰했다. 하지만 죽어버린 몸뚱이에서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그저 회색빛 짙은 기운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 쳇. 살아있는 놈이 필요해. "

" 주인님. 기형수를 생포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

" 알고 있어. 방법을 찾아봐야지. 내일 날이 밝으면 녹초산으로 갈 것이니 준비해. "

" 네.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흑천입니다.

벌써 주말이군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래 봅니다.

아-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갑니다.


휴식이 필요해요. 철퍼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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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속고 속이고.2 +24 13.09.02 13,310 382 15쪽
11 속고 속이고.1 +28 13.08.31 13,517 362 15쪽
10 두드려야 열릴 것이다.3-2 +26 13.08.30 13,617 399 10쪽
9 두드려야 열릴 것이다.3-1 +26 13.08.29 13,881 404 10쪽
8 두드려야 열릴 것이다.2 +25 13.08.27 12,800 385 13쪽
7 두드려야 열릴 것이다.1 +25 13.08.26 14,645 402 10쪽
6 축하합니다 공자님.3 +29 13.08.23 15,729 420 18쪽
5 축하합니다 공자님.2 +21 13.08.22 13,780 361 16쪽
4 축하합니다 공자님.1 +25 13.08.21 16,738 425 14쪽
3 괴도공자(怪盜公子)3 +30 13.08.20 16,931 452 11쪽
2 괴도공자(怪盜公子)2 +43 13.08.19 17,441 464 13쪽
1 괴도공자(怪盜公子)1 +37 13.08.18 26,566 47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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