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흑천청월 님의 서재입니다.

흑천대제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흑천청월
작품등록일 :
2013.08.18 04:43
최근연재일 :
2013.10.28 07:37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532,860
추천수 :
15,906
글자수 :
266,550

작성
13.10.18 08:55
조회
8,718
추천
353
글자
11쪽

성공은 준비와 기회가 만날 때.2

DUMMY

나천우가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더니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제 날이 저물었으니 사냥을 가야 한다. 홍인들이 아무리 생존을 위해 인육을 취한다지만 그것은 인의(仁義)를 버리고 사람이기를 포기했다는 것이니 포악한 짐승과 무엇이 다를까.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난폭한 금수(禽獸)는 제거해야 한다.

" 윤, 뭐해? 시간 됐어. "

" 저 분은 왜 맨날 나만 못 잡아먹어 안달인지 원. "

윤손이 기목성을 돌아보며 말했다.

" 껄껄껄. 자네를 마음에 들어하시는 것 같구먼. "

" 자네 지금 그걸 농담이라고 하는 겐가? 두 번만 마음에 들어 했다가는 여길 나가기도 전에 기력이 쇠해서 죽겠네그려. 육포만 먹고 힘을 쓰려니 원... 에잉- "

" 뭐해! "

나천우가 인상을 구기며 소리쳤다.

" 갑니다! 가요! "

날이 저물어 궁둥이를 좀 붙이려고 했는데 작은 주군은 홍인과 기형수를 사냥해 오라고 등을 떠밀고 있으니. 급히 손에 든 육포를 입에 구겨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서쪽으로 간다. 준비해. "

" 네. 휴- "

대답을 한 명진도 기운이 빠지긴 마찬가지다. 저 주인이라는 분은 어디서 저런 체력이 나오는지, 자신들보다 육포도 덜 먹으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천만지옥을 누비고 다니신다.

이제 이곳은 더 이상 천만지옥이 아니라 주인의 사냥터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귀사살을 얻은 이후로 어찌나 그것을 붕붕 휘둘러 대는지, 재수없는 기형수와 홍인들만 오지게 죽어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보람찬 저녁 일과를 마친 일행은 새벽이 되어서야 동쪽 바위산으로 돌아와 겨우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 명진. "

" 네. "

" 식량 얼마나 남았어? "

" 이제 아무리 아껴도 나흘이면 끝입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그때 오도미를 더 잡아 올 걸 그랬습니다. "

" 기노인. 수맥은 어때? "

" 지금까지 찾은 것은 모두 남쪽과 서쪽으로 흘렀습니다. "

" 명진 물길 방향 제대로 확인하고 있어? "

" 네. 시키신 대로 돌맹이에 나뭇가지를 달아 밑으로 떨어트려서 확인하고 있지요. 잎이 흔들리는 쪽이 물길의 방향이라고 말씀하셔서 유심히 잘 살피고 있습니다. 기영감님도 옆에서 같이 확인했으니 확실할 겁니다. "

" 동쪽으로 흐르는 지하수를 찾으면 바로 이야기 해. "

" 네. "

나천우가 싸늘한 기류에 주위를 둘러보자 땀에 푹 절은 노인 둘과 중년의 탈을 쓴 기력이 쇠한 영감 하나와 흑안권이 턱까지 내려온 명진이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 왜 그렇게 봐? "

상전이 눈을 뜨고 있으니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 가서 쉬어. "

" 네. "

그제서야 다들 동굴로 들어가 눈을 붙었다.

세 시진 후, 새벽 작업을 하던 명진이 숨가쁘게 뛰어왔다.

" 주인님. 이리 와 보십시오. 여깁니다. "

그의 다급한 목소리에 일행은 모두 동굴 안으로 서둘러 들어갔다. 그 곳 바닥에는 일장 넓이의 구덩이가 파져 있었고 그 아래에서는 요란한 물소리가 들려 왔다.

" 전에 확인한 수로잖아. "

구덩이 아래를 내려다보던 나천우가 명진을 바라본다.

" 네. 제가 혹시나 하고 그 구덩이를 계속 파고 있었는데, 옆에 놓여 있던 커다란 바위가 깨지면서 수로가 하나 더 나타났습니다. 내려가서 그 수로를 따라 길을 넓혔더니. 보십시오. 이렇게 동굴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 물길은 동쪽으로 흐르고 있고요."

마치 금광을 발견한 사람처럼 들뜬 목소리였다.

나천우가 신형을 날려 아래로 내려갔다. 구덩이는 생각보다 깊었다. 오장 아래로 내려가니 처음에 발견한 수로가 있었고, 명진이 서 있는 오른쪽으로 가 보니 물길이 두 갈래로 갈라져 그 중 하나가 새로 찾은 작은 동굴로 연결되어 있었다.

동굴을 둘러보니 천장까지의 높이가 채 이장도 되지 않았다. 그리 큰 동굴은 아닌 것이다. 즉각 잎이 풍성한 나뭇가지 하나를 지하수에 밀어넣자 나뭇잎이 요란하게 흔들렸다. 방향은 모두 동쪽이었다. 저절로 입꼬리가 말려 올라간다.

나천우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제법 커다란 돌덩이를 주워 물 속으로 던졌다.

풍덩-

한참이 지나서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제법 깊은 물길이었다. 허나 동굴의 폭이 갈수록 좁아지니 이 동굴이 계속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었다.

" 일단 작은 목선을 만들어. 갈 수 있는데까지 목선으로 가고 동굴이 끊어지면 물 속으로 들어가 길을 찾아야 한다."

" 네. "

" 목선의 폭은 최대한 좁게 그리고 최대한 길게 만들어야 해. "

" 알겠습니다. "

명진이 대답하고 밖으로 나갔다.

" 소교주님. 천장이 낮다고는 하나 물길이 이어지고 있으니 목선을 조금 더 크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 산에서 발견했다면 그리 했겠지. 하지만 이 지하수는 바닥을 깊게 파서 찾은 거잖아. 저길 봐. 동굴 위쪽에 종유석들이 보이질 않아. 그 말은 이곳은 그리 오래된 동굴이 아니라는 소리지. 우리가 장풍을 쏘아대니 그 압력에 약한 암반이 무너져 생긴 공간일 수도 있어. 그러니 저 앞에 길이 계속 이어진다고 장담하긴 힘들다. 길이 좁아질 것을 대비해 작은 목선으로 가는 것이 나을 것이야. "

" 아. 그렇군요. 소신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

" 그리고 이 주변에서는 지네같은 곤충이 보이질 않아. 그 말은 이 동굴이 위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거고. 위로 통하지 않는 곳에 물길이 났으니 분명 물 아래쪽에 바깥으로 연결된 길이 있을 거야."

기목성이 감탄스런 눈빛으로 나천우를 쳐다보았다.

" 나가서 일단 튼튼한 덩쿨로 밧줄을 만들어. 최대한 길게. 그리고 멧돼지 방광도 여러개 준비하고. 이왕이면 큰 걸로 준비해. 기름을 먹인 횟대도 준비하고. "

" 네."

민충과 기목성이 대답하고 밖으로 나갔다.

나천우는 한동안 그곳에서 물길 속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




지하수를 발견한 일행은 마을로 돌아왔다. 그곳에는 주민들과 무견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 저희는 여기 남겠습니다. "

" 자네들... "

무견은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 어르신. 저희가 이 곳에 처음 왔을 때 어르신과 마을분들이 아니였다면 기형수에게 죽거나 홍인의 먹이가 되었을 겁니다. 지금 남아 있는 내공은 미천하나 힘 닿는 데까지 마을을 지키겠습니다. "

"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

" 저도 남겠습니다."

" 저희는 모두 뜻을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어르신. "

" 자네들 진심인가? "

" 네 어르신. "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천우가 등을 돌렸다. 이곳으로 돌아와 지하수를 통해 밖으로 나갈 것이라 전했고, 저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원한다면 모두 데려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곳을 탈출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 잘 생각했어. 어차피 지금 내공으로 지하로 들어간다고 해도 살 수 있는 확률은 이할 밖에 되지 않는다. "

말과는 다르게 그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 대협. 부탁이 있습니다. "

키가 큰 사내가 다가와 포권을 취했다.

" 부탁? "

" 호강이를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나갈 수 없지만 호강이는 꼭 이곳을 나가게 해 주고 싶습니다. 대협이라면 분명 호강을 살릴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대협. "

" 호강이를 데려가 주십시오. 대협. "

" 제발 호강이를 데리고 나가 주십시오."

마을 사내들이 일제히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 혀.형님들. "

호강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 그럴 수 없어요. 왜 저만 나가라고 하십니까. 흐흐흑. "

호강은 그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이미 마을 주민 대다수는 내공을 잃어가고 있었다. 만약 무공이 남아 있는 자가 모두 떠나 버린다면 천녹초를 구하러 바위산에 오르지 못 할 것이다. 형님들은 이곳을 지킨다고 말은 하였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그런 저들이 자신을 살리고자 하는 것이다.

" 호강아. 가서 우리들 몫까지 잘 살아야 한다. "

키 큰 사내가 호강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 혀.형님. "

" 다 큰 사내가 울긴. 우리 걱정은 하지 말거라. 대협께서 기형수와 홍인들을 거진 죽였으니 앞으로 이곳에서 편안히 여생을 보낼 수 있을 거다. 마을 어르신들을 버려두고 우리만 나갈 수도 없지 않겠느냐. 그럴 바에는 이곳에 남아 어르신들을 지키는 것이 더 나을 거야. "

키 큰 사내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애써 높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 알겠습니다. 형님. 제가 밖에 나가면 꼭 모두를 구하러 다시 오겠습니다. "

" 하하하. 말만 들어도 든든하구나. 그래 네 말을 믿고 있으마. "

" 그래 기다리고 있으마. "

" 우리 걱정은 하지 말거라. "

" 하하하하. "

" 하하하."

모두가 호강을 둘러싸고 큰 소리로 웃었다. 그들의 웃음 속에는 이곳에서 살아오며 나눴던 애잔스런 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제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기에 그 마음은 더 애틋했다.

무견이 사내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왔다.

"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 남기로 결정했네. 그래도 홍인과 기형수들이 거진 죽었으니 예전보다는 살기가 편해졌구먼. 그게 다 자네 덕일세. 고맙네. "

무견이 나천우에게 다가와 포권을 취해 인사를 했다.

하지만 나천우는 두 주먹을 말아 쥐고 있을 뿐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알고 있었던 결말이다. 자신이 생각해도 모두를 데리고 나갈 수 없다. 하지만 그러고 싶었다.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든 방법을 찾고자 하였는데.

무견의 주름진 눈빛을 보자니 마음이 편치 않다. 그렇다고 저들의 목숨을 가지고 도박은 할 수 없으니. 답답함은 활화산이 되어 가슴을 태운다. 끓어오르는 불길이 쉽사리 사그러 들지 않았다.

' 젠장. '

" 호강이를 잘 부탁하네. 만약 그 아이가 죽게 되더라도 자네를 원망하지 않을 것이네. 그리고 밖에 나가면 우리가 떨어진 천만지옥 입구를 막아주게. 더 이상 이곳으로 떨어지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네. 자네 말처럼 사람이 없으면 기형수도 홍인도 생기지 않을 것 아닌가. 부탁함세. "

무견이 어설프게 만든 가죽 지도를 건네 주었다.

" 받게. 내 기억으로는 그 곳이 맞을 것이네. "

나천우는 말없이 그것을 받아 품에 넣었다.

" 무사히 나가시게. 자네가 가는 길에 하늘의 뜻이 함께 하길 바라겠네. "

무견은 이미 알고 있었다. 천만지옥의 입구가 닫힌다면 이 저주는 자신의 대에서 끊어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늙은 무견의 얼굴에는 평온함이 가득했다.

" 가자. "

돌아서는 나천우의 등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흑천대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3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였을 뿐.3-2 +47 13.10.28 7,839 353 12쪽
42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였을 뿐.3-1 +32 13.10.26 6,959 304 17쪽
41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였을 뿐.2 +40 13.10.24 8,189 358 16쪽
40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였을 뿐.1 +40 13.10.22 8,372 341 16쪽
39 성공은 준비와 기회가 만날 때.3 +43 13.10.20 9,792 334 11쪽
» 성공은 준비와 기회가 만날 때.2 +33 13.10.18 8,719 353 11쪽
37 성공은 준비와 기회가 만날 때.1 +39 13.10.16 9,169 307 17쪽
36 별이 뜨는 밤.3-2 +34 13.10.14 9,370 303 11쪽
35 별이 뜨는 밤.3-1 +34 13.10.12 9,216 316 11쪽
34 별이 뜨는 밤.2 +44 13.10.10 10,100 334 15쪽
33 별이 뜨는 밤.1 +45 13.10.08 9,843 358 14쪽
32 결정은 늘 어려운 법이지.3 +30 13.10.07 10,319 318 11쪽
31 결정은 늘 어려운 법이지.2 +31 13.10.04 9,855 324 14쪽
30 결정은 늘 어려운 법이지.1-2 +26 13.10.01 9,820 360 13쪽
29 결정은 늘 어려운 법이지.1-1 +22 13.09.30 10,353 339 15쪽
28 영천신기(靈天神氣).3-2 +28 13.09.27 11,905 428 11쪽
27 영천신기(靈天神氣).3-1 +32 13.09.25 9,988 332 13쪽
26 영천신기(靈天神氣).2 +26 13.09.24 11,030 318 16쪽
25 영천신기(靈天神氣).1 +30 13.09.23 10,428 321 13쪽
24 세상에 이런일이.3 +27 13.09.21 10,858 321 18쪽
23 세상에 이런일이.2 +23 13.09.20 11,730 338 16쪽
22 세상에 이런일이.1 +28 13.09.19 12,092 329 13쪽
21 천만지옥(天蠻地獄).3 +26 13.09.17 11,386 372 15쪽
20 천만지옥(天蠻地獄).2-2 +24 13.09.15 14,175 376 15쪽
19 천만지옥(天蠻地獄).2-1 +24 13.09.14 15,336 380 12쪽
18 천만지옥(天蠻地獄).1 +24 13.09.12 11,572 350 16쪽
17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3-2 +33 13.09.10 15,120 443 12쪽
16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3-1 +26 13.09.09 14,293 411 9쪽
15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2 +41 13.09.06 17,217 462 18쪽
14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1 +20 13.09.05 16,454 421 15쪽
13 속고 속이고.3 +25 13.09.03 12,418 374 16쪽
12 속고 속이고.2 +24 13.09.02 13,309 382 15쪽
11 속고 속이고.1 +28 13.08.31 13,516 362 15쪽
10 두드려야 열릴 것이다.3-2 +26 13.08.30 13,616 399 10쪽
9 두드려야 열릴 것이다.3-1 +26 13.08.29 13,880 404 10쪽
8 두드려야 열릴 것이다.2 +25 13.08.27 12,800 385 13쪽
7 두드려야 열릴 것이다.1 +25 13.08.26 14,645 402 10쪽
6 축하합니다 공자님.3 +29 13.08.23 15,728 420 18쪽
5 축하합니다 공자님.2 +21 13.08.22 13,779 361 16쪽
4 축하합니다 공자님.1 +25 13.08.21 16,738 425 14쪽
3 괴도공자(怪盜公子)3 +30 13.08.20 16,930 452 11쪽
2 괴도공자(怪盜公子)2 +43 13.08.19 17,440 464 13쪽
1 괴도공자(怪盜公子)1 +37 13.08.18 26,564 47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