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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천청월 님의 서재입니다.

흑천대제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흑천청월
작품등록일 :
2013.08.18 04:43
최근연재일 :
2013.10.28 07:37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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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2,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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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0.2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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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였을 뿐.3-1

DUMMY

" 괜찮으니 말해 봐. "

" 흠흠. 목성이가 숨기는 것을 왜 저.저한테 그러십니까? "

민충은 애써 시선을 회피했다. 이상하게 그를 보고 있자니 등에서 진땀이 나고 자신도 모르게 자꾸 위축이 되는 것이다.

" 천우총도 천이영산에 있지? "

" 네.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

" 그곳으로 가는 목적이 뭐지? 천이영산은 이미 배신자의 손에 들어간 것 같은데 아무런 준비도 없이 천우총으로 간다는 건 기노인의 성정에 맞지 않는다. 기목성은 지금까지 나의 언행으로 천이영산의 일을 내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판단하고 말을 아끼는 것이겠지. 단순히 다른 아들들과의 관계를 알아보러 가는 것이 아니란 소리다. 그래서 확인해 보려는 것 뿐이야. 헌데 그렇게 숨긴다면 더 이상 같이 움직일 필요는 없겠지. 그래도 좋다면 계속 입 다물고 있어. "

" 아.알고 계셨습니까? "

그의 말에 민충의 안색이 하얘졌다. 같이 움직이지 않겠다는 말은 그가 홀로 움직이겠다는 말과 무엇이 다르랴. 만약 이 사실을 목성이가 안다면 자신을 다시 천만지옥에 밀어 넣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마른침을 꿀떡 삼키며 얼른 말을 이었다.

" 목성이의 심중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천이영산으로 가서 흩어진 신교의 세력을 다시 모은다고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교주님이 꼭 계셔야 한다고 했습니다. "

" 흩어진 신교의 세력이라? "

" 대제님에게 충성을 받쳤던 신교의 세력들은 그날 이후 모습을 감추었지요. 소교주님의 말씀처럼 현재 신교는 신흑천대교로 변명(變名)하고 천이영산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

" 신교와 대교로 세력이 나뉘었다는 말이군. 그런데 충신은 사라지고 배신자가 권력을 잡았으니. 사라졌다는 다른 아들의 행방은 알아 보았나? 그가 살아있다면 신교의 세력을 다시 규합(糾合)하고 있을 수도 있다. "

" 계속 알아보고는 있습니다만, 죄송합니다. 천우총으로 가면 일천흑귀 고육천의 행방을 알 수 있을 것이라 하였으니, 그를 찾으면 알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

" 그곳엔 누가 잠들어 있지? "

" 7살 때 반군(叛軍)에게 살해를 당하신 아드님입니다. "

" 반군이라. 그 정도로 내분이 악화되었나? 대제의 아들을 살해하고 천의맹을 끌어들일 만큼? "

" 네. 대제님께서도 삼궁(三宮)을 잘 살폈지만 반란의 핵심 세력은 찾아내질 못하셨지요. 삼궁의 궁주들은 겉으로는 대제님께 충성하면서 뒤에서는 끊임없이 계략과 음모로 신궁을 위협했습니다. "

' 젠장. 나현도를 끌어들인 이유가 대제를 없애기 위함이었다니. 천의맹보다 배신자를 먼저 잡아야겠군. '

" 삼궁이라... 그들 모두가 배신자인가? "

" 그들 모두인지 그 중 하나인지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만 그들이 손을 잡을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 하나만 신궁을 차지할 수 있기에 그들간의 세력 다툼도 늘 있었지요. 소신들도 그들의 움직임을 알아보려 신교를 나갔으나 그만 그 일이 터지는 바람에. "

영천신룡이 깨어난 것은 천의맹으로 잡혀온 후다. 그렇다면 반란이 일어났을 때 저들은 아직 누가 구천인환멸세공을 품었는지 알지 못했을 터. 그럼 배신자와 천의맹이 아들을 나누었을 가능성도 있다.

' 천의맹에게 협력의 댓가로 나를 내어 주고 저들은 다른 아들을 통해 구천인환멸세공을 얻으려 했을 것이다. 제기랄, 내 인생을 망가트린 원흉이 대교를 세웠다는 그 배신자였군. '

꿈 때문일까. 소교주가 되겠다고 당당하게 소리치던 청우의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어머니. 얼굴도 잘 생각나지 않는 그분을 떠올리니 왜 이리 가슴이 아픈 것인가.

' 배신의 댓가는 피로써 갚아야 할 것이다. '

나천우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 대교에 대해 말해 봐. "

" 삼궁의 궁주들이 맡고 있었다고 들었습니다만, 활동을 다시 시작한 3년 전부터는 소식이 끊어져서... 죄송합니다. 허나 지금 대교의 대제는 진정한 신교의 주인이 아닙니다. "

" 활동을 시작했다면 이미 권력층이 만들어졌다는 말이다. 저들의 전력은 어떻게 되지? "

" 소신도 천의맹을 염탐하던 중 대교가 활동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흑귀선을 보냈으나 3년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

" 흑귀선이라? 정탐(偵探)을 위해 보낸 자들이겠군. 그런데 소식이 끊어졌다? 3년 전에 정보를 차단했다면 삼궁 중 하나가 권력을 통합했을 것이다. 그리고 대교라는 깃발을 세웠겠지. 저들의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현 대제의 성향과 그가 가진 주력 부대에 대해 알아 봐. "

" 네.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

" 지금 이쪽의 전력은? "

" 저... 그게... "

나천우가 눈살을 찌푸리자 마지못해 대답한다.

" 죄송합니다. "

" 마땅히 내세울 전력도 없다? 기노인이 왜 입을 다물고 날 천이영산으로 데려가려 했는지 알 것 같군. "

" 소교주님이야 말로 진정한 신교의 주인이십니다. 주인이 자신의 집으로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

민충이 조심스레 눈치를 살폈다. 침중히 가라앉은 그의 눈빛으로는 당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으니.

" 형님은 나를 사냥하라 사냥개를 잔뜩 풀었을 테고, 대교에서 권력을 잡은 자들은 제일 먼저 나를 없애려 할 것이다. 그전에 기노인은 흩어진 신교의 세력을 모아야 하니 그 명분으로 내가 필요한 것이고. 안과 밖이 온통 적이니 그 한복판에 나를 밀어 넣으시겠다, 그 뜻이였군. "

" 소신들이 목숨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

" 헌데 왜 그 사실을 숨기고 있었지? "

" 그.그것이 아직 저희쪽 세력을 규합하지 못한데다가 소교주님을 모시자 마자 대교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죄송합니다. "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여태 신교를 위해 천의맹과 싸워야 한다고 강요하는 꼴이었으니. 허나 그 신교도 지금은 대교가 되지 않았는가. 조상이 남긴 오래된 땅문서 하나 내어주고 땅을 찾아달라 부탁하는데 이미 그 땅에는 새로운 집이 지어졌으니, 염치가 없을 만도 하다. 그러니 그것을 쉽게 말할 수 없었던 것이다.

" 충영감을 탓하자는게 아니다. 10년 동안 내란을 정리하고 대교란 이름을 세웠다면 보통 인물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3년이나 지났다면 어느 정도 세력을 안정 시켰을 것이고, 상황을 보니 무작정 덤볐다간 뼈도 못 추리겠어. 당장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으나 지금 상황에서 무턱대고 움직이는 것은 위험해. 저들에게 우리의 존재를 먼저 노출시킬 필요는 없다. "

" 소신도 그리 생각합니다. "

" 당분간 생각을 정리해야 겠으니 그 전에 섣불리 움직일 생각은 하지 마라. 그리고. "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한기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 두 번 다시 나에게 무엇을 숨기려 하지 마라. 그땐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

" 며.명심하겠습니다. "

민충이 대답하고 고개를 숙인다.

" 천우총에 무엇이 있는 거지? "

" 대제님이 천우총을 만드실 때 목성이 불려가 그곳을 진법으로 감추어 둔 것은 알고 있사오나 그 이상은 소신도 알지 못합니다. "

' 천우총이라... 그곳에 무엇을 숨겨두신 겁니까? '

부시럭 부시럭.

나천우가 장고에 잠겨있을 때 호강이 덩굴을 한아름 안고 동굴로 들어왔다.

" 대협. 오늘은 아주 튼튼한 덩굴을 발견했어요. 이 정도면 장정 열은 매달 수 있을 겁니다. "

" 수고했어. 충영감 뭐해? 밧줄 만들어. "

" 네? 아 네. "

그날 밤 민충은 손바닥이 까질 정도로 밧줄을 만들어야 했다.

파드득파드득.

윤손이 잡아 온 통통한 토끼 여섯 마리가 나뭇가지에 꿰어 익어가고 있었다. 그때 명진이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 주인님. "

" 잘 살펴봤어? "

" 네. 신후산 초입에 거의 도착한 것 같습니다. 여기서 동쪽으로 반나절만 내려가면 무견신의가 말한 동굴 입구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만... "

그가 말을 잇지 못하고 나천우를 쳐다보았다.

" 만천신대가 초입에서 진을 치고 있겠군. "

" 네. 진 정도가 아니라 아주 천라지망을 펼치고 있던데요. 아래로 내려갈수록 기운이 예사롭지 않은게 숨도 못 쉴 정도 였습니다. "

" 명진이 숨을 못 쉴 정도라? 이백으로는 그렇게까지 산을 포위하지 못할 텐데. "

" 만천신대가 사용하는 기운보다 강하고 방대한 것이 아무래도 천검신대가 온 것 같습니다. "

" 천검신대가? 설마 전 부대가 다 온 것은 아니겠지? "

" 멀리서 천검신대 대주님의 깃발을 봤으니 아마도 본대가 다 동원된 것 같습니다. 천검신대가 500이니 거기에 만천신대까지 가세했다면 그 수가 700. 동굴로 찾아가 입구를 막는다고 해도 무사히 신후산을 벗아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 형님이 사냥개를 많이도 풀어놓으셨구나. 협곡쪽은? "

" 만사곡 동쪽에서 백목곡까지 그 기운이 들어 차 있는 것으로 봐서는 모르긴 몰라도 협곡 아래쪽도 아마 봉쇄되어 있을 겁니다. "

" 그렇겠지. "

명진과 나천우의 말에도 기목성의 안색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 걱정마십시오. 천검신대 천라지망은 소신의 운둔진법 하나로 능히 뚫고 나갈 수 있을 겁니다. "

기목성이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 젠장.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다. "

" 네? 그럼 뭐가 문제입니까? "

기노인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명진을 돌아보았다.

" 명진 신후산이 대파산의 한 줄기라고 했지? "

" 네. 여기서 서쪽으로 가면 대파산과 이어집니다. 허나 그 길은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아니고 위로 올라가는 길인데요. "

" 기노인은 미리 그 쪽으로 가 신후산과 대파산이 연결되는 경계선에 방어진과 미로진을 만들어. 최대한 좁고 길게. "

" 아니 주인님. 산으로 들어가실 생각이십니까? 우리 인원이면 충분히 은신술로 빠져 나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대파산은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도 힘듭니다. 워낙 산이 높고 험해서 무인들도 잘 넘어가지 않는 산이라고 하던데. 그 곳은 기운도 험해 요괴가 나온다는 소문도 있잖습니까? "

" 대파산 중턱으로 넘어가면 중경과 이어진다고 했다. "

" 중경과 이어진 것은 맞지만 그 길로 가면 아마 삼주야는 족히 걸릴 겁니다. 그 동안 천검신대 녀석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동굴을 파훼하면 우리의 위치를 들킬테고 바로 추격 할텐데요. "

" 그래도 그게 최선이야. 준비해. "

" 네. 휴-"

명진은 긴 한숨을 쉬며 대답하고 자리에 앉았다. 천의맹을 출발한지 어언 두어달이 지났다. 그동안 계속 산에서만 지냈으니, 밖으로 나오면 제일 먼저 객잔을 찾아 맛있는 음식을 먹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글 생각이었는데.

허나 이제 그 험하다는 대파산을 또 넘어가게 생겼으니. 그렇다고 주인이 정하신 일을 거역할 수도 없고. 그냥 가도 험한 길인데 만천신대와 천검신대의 추격을 뿌리치고 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하다.

" 기노인은 지금 당장 대파산쪽으로 떠나. 표식은 일다경마다 해 두도록. "

" 알겠습니다. "

기목성이 대답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일행은 모두 자리에 앉아 운기행공에 들어갔다.

다음날, 날이 밝기도 전에 출발한 일행은 경공으로 속도를 높여 천만지옥 입구에 도착했다. 동굴 안에서 나오는 자가 없으니 당연히 경계를 서는 자들도 없었다. 입구는 생각보다 작고 평범했다. 지나가던 길손이 하룻밤 쉬어갈 정도로 아무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 이곳입니다. "

명진이 넝쿨을 헤치며 안으로 들어갔다.

" 생각보다 허술하군. "

" 이러니 저희가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었던거 아닙니까. 아마 천의맹에서도 이 입구를 알고 있는 자는 몇 안 될 것 같은데요. "

윤손과 민충, 호강이 어두운 표정으로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윤손과 민충은 천만지옥에서의 생활이 떠오른 것이고 호강은 마을 사람들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

" 충영감은 밖에 나가서 혈왕귀미로 주위를 살펴. 혹 오는 자가 있으면 쫓아내고 살인은 하지 마라. "

" 네. "

민충이 밖으로 나가자 나천우는 동굴벽을 따라 안으로 깊이 들어갔다. 그러자 곧 동굴 끝에 시커먼 공구(孔口)가 보였다. 무견신의가 말한 그 구덩이였다. 구렁 주위 땅들만 붉은 것을 보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가 그곳에 뿌려졌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나천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구덩이 아래를 내려다 보더니 내기를 끌어올려 주변의 기운을 살폈다. 곧 허리춤에 묶어 두었던 귀사살을 꺼내 뽀족하게 솟아 있는 바위 중간에 구멍을 뚫었다. 바위를 통과한 귀사살을 묶어 그 끝을 늘어트리고는 곧 그 양끝에 밧줄을 연결시켰다.

철커덩 철커덩-

튼튼하게 묶여 있는 양끝을 당기니 바위와 귀사살이 부딪히며 소리를 만든다.

" 이 정도면 충분하겠어. "

" 주인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아아아악! "

명진이 비명을 질렀다. 말을 끝내기도 전 나천우의 신형이 구렁 아래로 쑥 떨어져 내린 것이다.

" 주.주주인님! "

너무 놀라고 떨려서 말도 제대로 안 나왔다. 그렇게 십년같은 일각이 지나갔다.

쑤욱-

나천우가 구덩이 위로 솟아올랐다.

" 허헉. 아니 주인님 도대체 왜 그러십니까? 저 심장 떨어져서 죽는거 보고 싶어서 그러십니까 네? "

명진의 얼굴이 하얗다 못해 시퍼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 다시 내려가야 돼."

" 네? "

명진이 침을 꿀떡 삼키더니 눈을 크게 떴다.

" 안됩니다. 절!대! 안됩니다. 저를 죽이고 가십시오. 절대 못 보냅니다. "

명진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 누가 죽으러 가? 걱정 마. 밑에 내려가서 이미 경계선을 확인했어. 생각보다 깊지 않으니 이 귀사살에 연결된 밧줄이면 충분할 것 같다. "

" 그래도 안됩니다. "

" 호강. "

" 네. 대협. "

" 넌 목숨을 걸고 사람을 구할 용기가 있나? "

" 저.전 대협이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

마른침을 삼키며 제법 눈에 힘을 주고 대답했다. 긴장된 표정은 감출 수 없었으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는 눈빛이었다.

" 좋은 눈빛이다. 경계선은 삼장 아래에 있다. 밧줄을 귀사살에 묶고 아래로 내려와라. "

" 네. "

호강이 밧줄을 묶고 내려갈 준비를 했다.

" 윤도 내려와. 구덩이 벽에 표식을 해 뒀으니 한 척 반 간격으로 틈을 만들어. 사람 손과 발이 들어갈 정도면 되니깐 너무 깊게 파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최대한 많이 만들도록 해. "

" 네. "

윤손이 몸에 밧줄을 묶더니 망설임 없이 구덩이로 뛰어내렸다. 잠시 후 구렁 안에서 절도 있게 권을 날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뭐해? "

" 네? "

명진이 눈을 멀뚱멀뚱 뜨고 쳐다본다.

" 밧줄 묶고 내려와. "

" 저두요? "

" 그럼 여기서 기다리려고? "

" 아니 왜 저한테는 안 물어 보십니까? 목숨걸고 사람을 구하고 싶은지 아닌지... 저는 주인님 목숨하고 제 목숨이 제일 소중합니다. "

" 잔말 말고 내려와. "

" 네. 휴- "

어깨를 축 늘어트린 명진이 밧줄을 묶고 아래로 내려갔다. 삼장 밖에 안 되는 깊이라 구덩이 벽에 튀어나온 바위만으로도 충분히 내려갈 수 있었으나 주인은 무슨 생각인지 밧줄을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나천우가 밧줄에 몸에 매달고 한 지점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가 말한 경계선이었다. 바닥까지의 거리는 일장. 밧줄은 워낙에 길게 만들어 놓았는지 바닥에 닿고도 여분이 쌓여 있었다.

" 아니 주인님. 바닥이 코 앞인데 밧줄에 매달려 있을 필요 있습니까? 그런데 아무리 봐도 그냥 평범한 구덩이 같은데요. "

" 밧줄이 닿아 쌓이는 것도 그렇고, 바닥에서는 벌레의 그림자도 찾을 수가 없으니. 이 진법은 살아 있는 생물에게만 반응을 하는 것이다. 지금 눈에 보이는 저 지면은 진법이 만들어 놓은 함정이야. 저 곳에 발을 디디면 바로 천만지옥에 빠지는 거지. "

" 헉. "

그 소리에 놀라 본능적으로 몸이 움직인다. 어느새 명진의 신형은 거머리처럼 벽에 바짝 붙어 있었다. 발 한번 잘못 디디면 바로 천만지옥행이니.

" 명진, 호강 잘 들어. 난 지금부터 이 진법을 비틀거다. 이 진법의 크기로 봐선 내 영천신기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해. 생문이 열리면 그 안으로 들어가 마을 사람들을 데려와라. 짐 꾸릴 시간 같은 건 없다. 생문은 황토지와 홍목곡 사이로 연결 될 거다. 모두 그 쪽으로 떨어져 내렸다고 했으니. 경공으로 최대한 빨리 움직여 주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

" 알겠습니다. "

호강이 눈에 힘을 주며 대답했다.

" 주인님 힘들게 진법을 계속 비틀고 있지 마시고 그냥 닫았다 나중에 다시 열면 안됩니까? "

" 진법을 비틀어 생문을 여는 것은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두 번이나 열 힘은 없어. 그리고 다시 생문을 열었을 때 같은 위치라는 보장도 없고. "

" 그런데 정말 괜찮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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