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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B 님의 서재!

라스트 하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HanB
작품등록일 :
2018.04.10 00:53
최근연재일 :
2018.05.18 12:05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38,521
추천수 :
249
글자수 :
359,084

작성
18.05.13 19:30
조회
404
추천
2
글자
23쪽

73화

DUMMY

4층 홀 입구가 큰 소리를 내며 열렸고, 그 사이로 두 남자가 나타났다. 베돌프와 페콜이었다. 베돌프의 눈에 제논과 라질이 부딪치기 직전에 멈추어 있는 모습이 들어왔고, 그 순간 그의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성큼성큼 홀 중앙의 무대로 움직이며 소리쳤다.


“여기가··· 네놈들 놀이터냐!!”

“와아~~!! 곰이다~~ 곰이다~~!!”

“누가 곰이냐!!”


베돌프는 이성을 잃었는지 싱글벙글 웃고 있는 적갈색 트윈 포니테일 머리의 소녀에게 돌진했다. 그러나 그녀는 품속에서 작은 보석을 꺼낸 채 표정하나 편하지 않고 베돌프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결국 그녀 앞으로 루시아가 달려 나갔다.


“위험해!!”

“죽고 싶지 않다면 비켜라!!”


쿠쿠쿵!


베돌프는 금방 소녀의 앞에 도착했고, 은빛의 검을 뽑았다. 루시아는 소녀의 앞을 막아서며 청녹색의 눈을 빛냈다.


“곰 아저씨, 그만하죠?”

“뭐야? 죽고싶은가보구나!!”

“와아~~ 싸운다~~ 싸운다~~~”

“그만해! 베돌프. 세라실님한테 말한다?”


흠칫!


베돌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검을 다시 검집으로 넣었다.


“젠장··· 목숨은 건졌다고 생각해라··· 어이! 거기! 본 건물로 돌아갈 것이다. 이리와라!”

“···.흠··· 재밌었는데··· 조만간 볼 수 있겠지···”


라질은 제논을 보며 피식 웃더니 다시 후드를 뒤집어썼다.


‘라질··· 최소 S클래스인가···’


제논은 걸어가는 라질을 보며 생각했다.


“와아아~~ 돌아간다~~ 돌아간다~”

“그만해. 메리. 어차피 또 볼 것 같은 녀석들이다. 큭큭.”

“메리··· 그렇군. 5대 용병인가 3명다···”


레이룬은 베돌프와 함께 4층 홀을 벗어나는 3명을 알고 있는 듯 짙은 미소를 띄웠다.


*


“레이룬··· 너 알고 있는 거냐? 도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5대 용병에 관한 것이라면 유명하지···”


조용해진 4층 홀에 앉은 제논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는 레이룬을 노려보고 있다. 어째서 저런 정보들을 정확히 알고 있으며 자신에게 접근했는지. 이제는 물어볼 때가 왔다고 생각한 것이다.


“시치미 때지 마라. 레이룬··· 이제는 말해줄때도 됐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군··· 그렇다면···.”


‘이제 함께 하는 것은 무리인가··· 더 이상은 나만의 욕심일 뿐.’


레이룬은 평소의 장난스러운 미소가 없어진 채 알 수 없는 복잡한 근심을 가진 표정이다. 제논은 그의 표정을 읽고는 흔들림 없는 눈으로 기다렸다.


“······.그렇다면?···”

“······나는··· 검은 실이다. 하얀 실인 너희와는 근본부터가 어울리지 않았지.”


‘월야의 주민··· 세상의 빛을 받는 것은 사치···’


레이룬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그를 프리페가 막아섰다. 프리페는 자신이 어째서 그의 앞에 섰는지는 몰라도 이대로의 헤어짐은 싫었다.


“에로 아저씨··· 우리한테도 말해줘. 숨기고 있는 것을···”

“···.너희들을 이번 ‘일’에 끌어들일 수는 없다···”

“이번 일?”

“미안하군.···”


레이룬은 의아해하는 프리페를 지나쳐 홀을 벗어났다. 그가 나가자 홀 안은 침묵으로 가득 찼다.


“레이룬···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거야?···”


제논은 눈을 감은 채 읊조렸다. 지금까지는 레이룬에게 묻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앞으로 어떠한 테스트가 있는지도 모르며 적이 될지. 동료가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런 만큼 확실히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어쩌면 제논은 그에게 마음을 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제논의 머릿속에 레이룬의 모습들이 스쳐갔다. 장난스러움이 가득했던 그였지만 은근히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였다.


‘호오··· 생각보다 터프한 소년이었군. 좋아. 난 레이룬이라고 하는 32살의 평범한 아저씨지.’

‘고맙군. 터프한 소년 제논군.’

‘소년과 소녀여! 잠은 잘 잤는가?’

‘혹시 팀원이 필요하지 않은가? 후후··· 이 몸이 기꺼이 전력이 되어줄 생각이···’

‘자연스럽게 명령하면서 리더가 아니라니 너무하네. 터프한 리더 제논군?’


제논은 묵묵히 고개를 들었다. 옆에 있던 프리페와 레나, 루시아는 제논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들 역시 이대로 레이룬을 보내기에는 빚진 것이 많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정이 쌓였고, 추억 역시 생겼기 때문이다.


“우선은 지켜보자. 레이룬도 이유가 있을 거야.”

“응··· 그 ‘일’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표정을 짓는 에로 아저씨는 아저씨답지 않아···”

“···.이제는··· 동료잖아요?···”

“그 ‘일’이라는 것은 도대체···”


그들 역시 4층 홀을 벗어났다. 그리고 시간은 묵묵히 지나갔다.


*


“이제 내일이 본격적인 시작이군.”


시간이 오후 11시다. 제논은 침대에 편히 누워있고, 그 옆에는 프리페가 의자에 기대어 앉아있다.


“에로 아저씨··· 정체가 뭘까?”


프리페는 계속 신경 쓰였다. 이곳에 온 뒤 레이룬과의 미운정이라도 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매일 괴력 소녀라고 놀려도 3차 테스트의 마지막에 도와주려고 나타났을 때는 아주 기뻐했던 그녀였다.

늘 같은 모습에 아저씨인 레이룬은 정말로 어떠한 말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힘든 일이라면 같이 하면 될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레이룬의 말이 떠올랐다.


‘···.너희들을 이번 ‘일’에 끌어들일 수는 없다···’


“우리를 끌어들일 수는 없다니···”


“사정이 있겠지··· 우선은 내일의 테스트에 신경 쓰자. 지금까지는 데스매치 형식으로 이루어진 만큼 이번에도 그럴지 몰라···.”

“그럼··· 우리끼리 싸울 수도 있다는 거야? 말도 안되!”

“······”


제논은 침묵했다. 이제 남은 사람의 숫자는 약 30명이다. 이 상태에서 할 수 있는 데스매치는 1차 테스트처럼 텐 서바이벌이 될 수도 있다. 그 말은 같은 지역에 뭉쳐질 경우는 싸울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제논은 어린 시절 어머니인 루나의 부탁으로 미라클 아카데미에 오게 됐다. 어차피 후에 키슈타르 제국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하나라도 자신을 뒷받침해줄 힘이 필요하다. S클래스의 패를 가지게 된다면 자신의 존재를 충분히 증명해줄 수 있다.


어쩌면 그의 어머니 루나는 그것을 예상했는지도 모른다. 베론의 말로는 제논의 아버지 카이더스 역시 미라클 아카데미에서 A클래스로 졸업했다. 종목은 제논과 다른 지능종목이지만 그 때 얻은 A클래스의 패는 그 능력을 증명하며 카이더스 황제의 힘을 대륙에 알렸다. 지금도 미라클 아카데미에서 주는 B, A, S클래스의 패는 그 힘이 강력하다.


B클래스의 패를 가지면 일류로써 인정받으면 A클래스의 패는 힘을 증명한다. 최고로 뽑히는 S클래스의 패는 힘은 물론이고 그 존재 자체를 영광스럽게 빛내어준다. 그러니 경쟁자가 몰리는 것은 당연했다.


“들어오시지···”

“···다우어···”


끼익···


제논과 프리페는 한 순간 눈을 마주치며 문을 바라보았다. 제논의 말에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놀랍게도 다우어였다. 제논이 생각하기에 다우어가 자신을 찾아올 이유는 전혀 없었다. 다우어는 문을 닫은 뒤 약간은 분노가 느껴지는 말투로 물었다.


“레이룬··· 그자와 무슨 관계지?”

“레이룬이라고?”


제논은 다우어의 질문에 미간을 좁혔다. 레이룬이라니! 다우어의 입에서 레이룬이라는 이름이 나올 것이라고는 제논도 프리페도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둘은 멍해졌다. 다우어는 싸늘한 보랏빛 눈동자를 제논에게 고정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다우어씨··· 에로 아저씨··· 아니 레이룬 아저씨에 대해 알고 있었어요??”

“···.여자··· 다우어씨라고 하지마라.”

“내 이름은 프리페라니깐요?”

“···.후······그 녀석은 나의 원수다···”

“원수?”

“레이룬 아저씨가···”


제논과 프리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제논은 레이룬이 다우어의 등장에 왜 사라져버렸는지 이제 알 수 있었다. 다우어는 더 이상 관심 없다는 듯 뒤로 돌았다.


“레이룬과 관계··· 하지마라. 위험한 남자다···”

“다우어씨··· 설마 저의 걱정을 해주는···”

“······그의 옆에 있다면 같이 죽일 뿐이다.”


다우어는 뒤돌아선 채 살짝 붉어진 얼굴에 놀라며 차갑게 경고했다.

프리페는 작은 웃음을 터트리며 ‘어찌되었든··· 솔직하지 못하다니깐.’이라고 중얼거렸고, 제논은 방을 나서려는 다우어에게 소리쳤다.


“레이룬이 생각하는 목적은 무엇이지!!”

“···.”


다우어는 잠시 문 앞에 서 있다가 고개만 뒤로 돌렸다. 그의 보라색 눈동자는 제논을 얼려버릴 듯 차가웠다. 그러나 제논은 그 정도에 기죽을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둘은 멈춰 섰다. 방안은 고요했다.


“···.알고 싶나···?”

“···.아··· 가능하다면 너의 목적도 말이야···”


다우어는 피식 웃었다. 그의 눈에 제논은 묘했다. 자신과 맞붙을 정도의 실력이라면 다른 국가에서 분명 스카웃해 갈려고 했을 터··· 그런 만큼 자존심이 쌔고 약자를 무시할 줄 알았지만 그런 것보다도 순수한 전투를 좋아하고, 목적 같은 것은 없어보였다.


게다가 프리페라는 여자와 같이 전혀 정체를 알 수 없었다. 대륙 전체의 정보를 가진 자신조차 알 수 없는 신비한 자들이었다. 알 수 없는 흥미가 생기는 것도 그래서인지 몰랐다.


“···훗··· 제논··· 레이룬은 디로인 제국에 무엇인가 할 속셈이다··· ‘그 자’와 손을 잡고···”

“···그 자···?”

“갓 디로인···. 알고 있나?”


제논의 머릿속에는 순식간에 한 남자가 떠올랐다. 무시무시한 살기를 사용하는 붉은 눈의 남자!


“······어제 만났다. 붉은 눈의 남자를 말하는 것이겠지?”

“알고 있다면 얘기는 빠르다. 레이룬과 갓은 한 팀이다. 무엇이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제 이곳에 왔다면 며칠 사이에 어떤 일이든지 시작하겠지··· 어제 레이룬을 봤나···?”

“어제는 못 봤다.”


제논은 확실히 어제 전혀 레이룬을 보지 못했다. 방 안에서 쉬고 있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다우어의 말이 맞다면 레이룬은 갓과 그 날 만난 것이 된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제는 무엇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다.


“이제 알겠나. 레이룬은 너희를 속이고 정보를 얻기 위해 관계를 맺은 것··· 그러니 그는 그만 잊어라···”

“···.만약 너의 말이 거짓이라면···?”


제논은 흑갈색의 눈을 빛냈다. 알수 없는 살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다우어는 상관하지 않는 다는 듯 다시 고개를 돌렸다.


“나의 말을 믿는 것은 너의 자유다··· 나의 목적이 무엇이든···난 레이룬을 죽이는 것이다.”


다우어는 그 말을 끝으로 방을 나갔다. 프리페는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바닥을 주먹으로 쳤다.


탁!!


“···. 그럴 리가 없어··· 에로 아저씨가··· 우리를 속일 리가···”


프리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다우어의 말을 믿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나는 검은 실이다··· 하얀 실인 너희와는 근본부터가 어울리지 않아.’


“누가 거짓말이라고 해줘···”


‘미안하군··· 소년소녀들.’


“······나는··· 검은 실이다. 하얀 실인 너희와는 근본부터가 어울리지 않았지.”


제논과 프리페는 정말 진실을 알고 싶었다. 도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인지 그리고 레이룬의 마음은 어떤지를···


*


3층의 홀 안은 조용하다. 시간은 이제 9시가 되어간다. 분명 3차 테스트를 통과한 자는 35명이었으나 현재의 인원은 27명이다. 이틀 동안 8명이나 사라진 것이다.


“9시······”


제논의 흑색 회중시계가 9시를 가리켰다. 그러자 어김없이 홀 전체의 샤인스톤이 꺼졌다가 무대 중앙만을 비추었다. 무대 중앙에는 미하이릭 교장이 묘한 미소를 지은 채 서있다.


“허허!! 다들 9시에 잘 모였군. 지금 인원은···.27명이가···”


3층 홀 벽 곳곳에 9시에 테스트를 시작한다고 미리 종이가 붙어있었기에 테스터들은 문제없이 올 수 있었다. 미하이릭 교장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헛기침을 했다.


“흠··· 생각보다 사람이 더 줄었군. 다음 테스트가 궁금한가? 후후··· 다음 테스트부터는 자네들만의 데스매치가 아니라네. 이제 1단계 클래스 테스트는 끝이고, 2단계인 클래스 업 테스트를 시작하지.”


“클래스 업 테스트?”


“···2단계?”


27명의 사람들은 저마다 의문을 표했다. 그러자 미하이릭 교장은 웃을 뿐이었다. 지금까지 매년 사람들의 반응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2단계에 접어든 27명에게 일단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군. 그대들은 이제 2단계 1차 테스트의 성적에 따라 최소 B클래스에 입학할 수 있다네. 어떤가? 허허!!”


미하이릭 교장의 말을 그대로 듣기에는 위험한 함정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분명 1차 테스트의 성적을 따른다고 했으니 거기에 뭔가가 있다는 뜻이다.


“자아··· 그럼 2단계 1차 클래스 업 테스트인 쓰리 앤 식스(Three And Six)의 설명을 시작하겠네.”


“3과 6···”

“설마···”


“쓰리 앤 식스는 간단하지. 3명과 6명의 대결이라네. 27명의 인원은 총 9팀이 나올 수 있겠군. 팀원의 선택은 특별히 자유롭게 해주겠네. 본래는 랜덤이지만 사람이 없으니 어쩔 수 없지··· 9시 30분까지 팀을 선택하고 검은 문으로 가면 된다네. 참고로 상대는 6급 기사 5명과 5급 기사 1명일세. 질문은 받지 않을 테니 바로 시작하지.”


쿠웅!! 철컥!


미하이릭 교장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사라졌다.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S클래스를 향한 2단계 클래스 업 테스트가···


*


“쓰리 앤 식스··· 재밌겠군.”


제논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3명이 팀을 짜야하는 이상 레나와 루시아는 팀이 될 수 없었다. 그건 루시아팀도 마찬가지인 만큼 다른 멤버가 필요했다.


‘레이룬···’


제논은 한 순간 레이룬과 눈을 마주쳤다. 물론 레이룬이 팀원으로 들어와 준다면 제논으로써도 좋은 일이다. 제논조차 예상할 수 없는 레이룬의 강함이 자신의 편이라면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레이룬은 금세 고개를 돌렸다. 아쉽지만 지금은 그와 도저히 팀을 이룰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제논··· 누구랑 팀을 맞출 꺼야?”


프리페는 제논을 바라봤다. 그녀 역시 레이룬이 떠올랐지만 레이룬이 관심을 주지 않는 이상 다른 멤버를 모색해야했다. 제논 역시 아직 선택못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다우어는 어때?”

“뭐?···”


프리페의 의견에 제논은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어제 찾아오기도 했고, 나쁜 사람도 아닌 것 같고··· 해서···”

“···.음···”


프리페는 얼굴을 붉힌 채 양손가락을 부딪쳤다. 어째서 다우어가 떠올랐는지는 알 수 없지만 2차 테스트 죽음의 미로에서 친구가 되기로 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혼자서 정했던 거지만 다우어 역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좋아. 가보자.”


제논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우어가 같은 팀이 된다?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다우어정도의 실력자와 팀이 된다면 제논으로써도 좋은 일이다.


‘물론 위험한 녀석이긴 하지만···.’


“이봐. 다우어···”

“······”


다행히도 다우어는 아직 팀이 없는 듯 했다. 그는 보라색의 눈동자를 번뜩이며 가만히 서있었기 때문에 팀 제안은 누구도 하지 않고 있었다. 다우어의 포스에 사람들은 그를 애써 무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팀 하자.”

“싫다.”

“···어째서?”


제논의 팀 제안을 다우어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부셔버렸다. 제논은 주변의 팀들이 거의 완성된 탓에 제안을 거부하는 다우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봤다.


“···.귀찮다. 저 여자.”

“뭐라고요! 이봐요! 다우어씨!”

“시끄럽군···”

“우으으···.”


다우어는 눈을 감아버렸다. 그의 앞에는 분노를 억누르는 프리페가 불타오르는 눈으로 다우어를 쏘아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옆에 레나와 루시아가 나타났다. 레나는 프리페를 보더니 눈을 반짝였다.


“프리페 언니! 우리 같은 팀해요!”“···에?··· 난 제논이랑···”


“흑··· 언니는 저를 버리시는 건가요···”

“···레나야··· 이건···”

“괜찮아. 프리페.”

“응?”


제논은 프리페를 보며 미소 지었다. 프리페는 설마하며 제논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난 괜찮으니까 루시아와 레나를 도와줘.”

“···진심이야?”

“응. 꼭 다 같이 올라가자. 나도 어떻게든 올라갈게.”


프리페는 제논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제논은 루시아와 레나를 그녀에게 부탁한 것이다. 같은 팀을 이미 한 번 맞추어본만큼 테스트 통과도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프리페는 제논을 믿기로 했다. 그라면 분명 멈추지 않고 달려갈 것이라고.


“알았어.”

“와!! 언니랑 팀이다!~”


레나는 뛸 듯이 좋아하며 프리페에게 안겨들었다. 루시아는 ‘잘 부탁해. 호호.’ 라고 말하며 레나를 떼어 내주었다.


“이제 남은 사람은···”


제논은 프리페가 빠졌으니 새로운 멤버가 필요했다. 그러나 주변에 남은 팀은 없었다. 이미 검은 문의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아니··· 딱 한 명이 있었다. 실크로 된 펑퍼짐한 초록색 로브를 입고, 백색의 가면을 쓴 남자. 스마일이 의자에 앉아서 졸고 있었다.


*


“제가 팀원으로 들어오길 바라는건가요오?”

“···.너 밖에 없다. 너도 거절할 수는 없지. 마일.”


스마일은 여전히 색다른 말투를 쓰며 인사했다. 허리를 깊게 숙이며 오른손을 가슴에 올린 익살스러움이 묻어나는 스마일만의 인사였다.


“뭐 어쩔 수 없군요. 잘 부탁드립니다아~~”

“전혀 예상치 못했던 팀 구성이 되어버렸군···”


제논은 다우어와 마일을 보며 어이없다는 한숨을 내뱉었다. 저번 테스트 때만해도 서로 죽일 듯 싸우던 다우어가 한 팀이 되질 않나 정체를 알 수 없는 광대인 마일과 이렇게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제논은 흑색의 회중시계를 꺼냈다.


“9시 25분인가··· 가지.”


이제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팀원으로 만들 사람조차 없는 이상 이 멤버로 1차 테스트인 쓰리 앤 식스를 클리어 할 수밖에 없다. 검은 문 앞에는 3차 테스트와 마찬가지로 2명의 기사가 서있다. 루시아팀 역시 먼저 갔기 때문에 남은 건 제논팀뿐이었다.


“세 명 맞군. 각자 종이를 주게나.”


4장의 날개가 새겨진 붉은 망토를 펄럭이며 기사는 제논, 다우어, 마일에게서 받은 종이를 확인했다. 종이는 지금까지 뭔가 숨겨진 기능이 있는 듯하지만 마검사인 제논조차 자세하게 효과는 알 수 없었다.


“승리 조건은 두 팀 중 한 쪽의 전멸이다. 승리한다면 지금 주는 종이를 들고 ‘미라클’이라고 외치면 된다. 통과!”


세 장의 종이와 한 장의 빈 종이를 제논에게 돌려준 기사는 길을 비켜주었다.


“종이에 강력한 워프 마법이라도 걸려있나보군.”


제논은 베론과 함께 레어매직웨이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테스트를 치르기 위해 이동될 때마다 느껴지는 것이 레어매직웨이와 동일했다. 결국 종이 자체에 레어매직웨이를 가능하게 하는 어떤 힘이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끼익!!


제논을 따라 다우어와 마일이 검은 문으로 들어갔다. 눈 앞의 시야가 밝아졌다가 다시 시야가 돌아왔을 때는 넓은 공터 위였다. 하늘은 밝은 태양이 떠있다.


“여긴···”


제논은 공터에 있는 흔적을 발견했다. 길게 공터를 내지른 하나의 길! 그것은 칸이 만들었던 것과 동일했다.

이것이 어째서 남아있는 지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 숲속은 계속 새롭게 만들어지는 하나의 마법공간이 아닌 또 다른 장소란 것을!


“이런 곳은 대륙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다.”


다우어는 공터를 둘러보며 제논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짧게 덧붙였다. 대륙에 안 가본 곳이 없는 다우어조차 이곳은 처음 보는 곳이었다. 어느 정도 산맥과 숲의 형태를 외워두는 그는 이곳이 섬이라고 추리했다. 숨겨진 섬!


“나무 위에서 봤을 때 바다 위였다. 이곳은 미개척지의 섬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한 테스트는 여기뿐만 아니라 다른 섬들에서 이루어졌다는 건가···”

“이 종이가 저희를 여기까지 마법으로 워프 시킨 것 같군요오~~!”


마일은 자신의 종이를 펄럭이며 제논과 다우어를 바라봤다.


“종이에 뭔가 강력한 마법이라도 걸려있다는 것인가···”

“너희들이 우리 상대군!!”

“응···?”


제논은 고개를 돌렸다. 넓은 공터에는 제논팀 말고도 6명의 기사가 더 있었다. 그들은 2개의 날개가 새겨진 흑색망토를 펄럭이며 거만하게 움직였다.


“크크크··· 2단계까지 올 정도면 꽤나 강하다고 자부하고 있겠지?! 그러나 여기까지다! 이 몸은 5급 기사 라소스! 떨어졌다고 울지 말거라!!”


타다닥!! 퍽!!


5급 기사라며 달려간 라소스는 갑작스레 솟아오른 흙으로 된 벽에 얼굴을 부딪쳤다.


“크윽··· 마법사가 있었군··· 모두 죽여!!”


붉어진 코를 감싸며 라소스가 분노했다. 그는 흙의 벽을 무시하며 빠른 움직임으로 달렸다. 그의 뒤를 따라 5명의 기사도 동시에 튀어나갔다.


“여기는··· 내가 맡지.”“아니. 너는 가만있어라. 방해다···”


제논이 슬금슬금 앞으로 걸어 나가자 다우어는 흑색 체인을 뽑았다.


촤르르륵!!


왼손에 잡혀있던 낫이 공중으로 던져진 순간 의지를 가진 듯 흑색 체인 마스테리스는 전방으로 퍼져나갔다. 제논은 마스테리스의 시끄러운 쇳소리에 얕은 미소를 지었다.


‘적이었을 때는 까다로웠지만 팀일 때는 이것보다 듬직할 수 없군···’


“저런 고철로 우릴 막을 수는 없다!!”


라소스는 길게 날아오는 흑색 체인을 우습게 보는지 고개를 숙여 회피하며 소리쳤다. 그러나 그런 뻔한 행동은 이미 다우어의 계속 속에 들어있었다.


“과연 그럴까···”


촤르르륵!!


“뭐··· 뭐야 이건!!”


라소스가 체인을 피한 순간 체인은 살아있는 뱀처럼 허공에서 선회하며 라소스의 전신을 휘감았다. 그의 뒤에는 다른 기사들 역시 같은 현상을 겪고 있었다.


챙챙!!


“시시하군···”


다우어는 마스테리스를 풀어볼려고 애쓰는 기사들을 차가운 보랏빛 눈동자로 쏘아보더니 뒤돌아섰다. 그러자 버둥거리는 기사들의 뒤에서 낫이 나타나 그들을 덮쳤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으셨으면 재밌어요와 선호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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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2화(1부 完) +3 18.05.18 367 1 11쪽
81 81화 18.05.17 345 1 14쪽
80 80화 18.05.17 359 1 15쪽
79 79화 18.05.16 350 1 17쪽
78 78화 18.05.16 349 1 19쪽
77 77화 18.05.15 366 1 21쪽
76 76화 18.05.15 389 2 15쪽
75 75화 18.05.14 387 3 14쪽
74 74화 18.05.14 415 1 14쪽
» 73화 +3 18.05.13 405 2 23쪽
72 72화 +1 18.05.13 414 1 14쪽
71 71화 +1 18.05.12 409 3 21쪽
70 70화 +1 18.05.12 400 3 17쪽
69 69화 +1 18.05.11 415 4 7쪽
68 68화 +3 18.05.11 428 4 7쪽
67 67화 +1 18.05.10 418 3 9쪽
66 66화 +1 18.05.10 430 2 9쪽
65 65화 +1 18.05.09 408 2 8쪽
64 64화 +1 18.05.09 426 2 8쪽
63 63화 +1 18.05.08 413 2 7쪽
62 62화 +1 18.05.08 420 1 9쪽
61 61화 +1 18.05.07 431 1 10쪽
60 60화 +1 18.05.07 417 1 10쪽
59 59화 +1 18.05.06 557 1 8쪽
58 58화 +1 18.05.06 410 1 7쪽
57 57화 +1 18.05.05 410 2 9쪽
56 56화 +1 18.05.05 417 1 7쪽
55 55화 +3 18.05.04 434 1 9쪽
54 54화 +1 18.05.04 425 1 9쪽
53 53화 +3 18.05.03 418 2 8쪽
52 52화 +3 18.05.03 418 1 7쪽
51 51화 +1 18.05.02 437 2 8쪽
50 50화 +1 18.05.02 626 2 8쪽
49 49화 +1 18.05.01 428 2 8쪽
48 48화 +1 18.05.01 434 2 8쪽
47 47화 +1 18.04.30 435 2 8쪽
46 46화 +3 18.04.30 438 3 7쪽
45 45화 +1 18.04.29 441 2 8쪽
44 44화 +1 18.04.29 457 3 11쪽
43 43화 +1 18.04.28 456 3 8쪽
42 42화 +1 18.04.28 435 2 10쪽
41 41화 +1 18.04.27 454 2 9쪽
40 40화 +1 18.04.27 476 2 11쪽
39 39화 +1 18.04.26 619 2 9쪽
38 38화 +3 18.04.26 442 2 9쪽
37 37화 +3 18.04.25 452 3 8쪽
36 36화 +1 18.04.25 423 3 8쪽
35 35화 +3 18.04.24 488 3 8쪽
34 34화 +3 18.04.23 747 5 9쪽
33 33화 +2 18.04.23 444 5 7쪽
32 32화 +3 18.04.22 496 5 7쪽
31 31화 +3 18.04.22 482 5 7쪽
30 30화 +1 18.04.21 486 5 7쪽
29 29화 +3 18.04.21 475 5 7쪽
28 28화 +2 18.04.20 494 5 9쪽
27 27화 +3 18.04.20 458 5 9쪽
26 26화 +2 18.04.19 469 5 7쪽
25 25화 +3 18.04.19 472 5 8쪽
24 24화 +3 18.04.18 492 5 7쪽
23 23화 +1 18.04.18 469 4 8쪽
22 22화 +3 18.04.17 483 4 7쪽
21 21화 +1 18.04.17 465 4 11쪽
20 20화 +3 18.04.16 479 4 11쪽
19 19화 +1 18.04.16 470 4 11쪽
18 18화 +3 18.04.15 460 3 8쪽
17 17화 +1 18.04.15 472 4 7쪽
16 16화 +3 18.04.10 487 4 9쪽
15 15화 +3 18.04.10 478 4 7쪽
14 14화 +3 18.04.10 468 4 10쪽
13 13화 +5 18.04.10 814 4 10쪽
12 12화 +4 18.04.10 513 4 8쪽
11 11화 +4 18.04.10 487 4 7쪽
10 10화 +4 18.04.10 477 4 12쪽
9 9화 +4 18.04.10 458 4 11쪽
8 8화 +4 18.04.10 451 5 11쪽
7 7화 +4 18.04.10 471 5 7쪽
6 6화 +2 18.04.10 453 5 7쪽
5 5화 +4 18.04.10 451 5 8쪽
4 4화 +4 18.04.10 468 5 8쪽
3 3화 +4 18.04.10 535 4 7쪽
2 2화 +4 18.04.10 602 6 8쪽
1 1화 - Prolgue. +10 18.04.10 906 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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