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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B 님의 서재!

라스트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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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B
작품등록일 :
2018.04.10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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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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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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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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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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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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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72화

DUMMY

어느 샌가 계단을 오른 제논이 마지막 층으로 보이는 4층의 문을 열자 또 다시 거대한 홀이 나타났다. 3층의 홀과 비슷한 크기에 내부도 비슷했다. 중앙의 무대와 3층으로 구성된 모습마저도 같았다.


그나마 다른 점이라고하면 3층에 있던 하얀 문과 검은 문이 없다는 것과 홀 중앙의 무대가 3층에 비해 3배 정도 커졌다는 것이다. 마치 이곳은 파티를 즐기는 홀보다 경기장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저 녀석인가?”


제논의 미간이 좁혀졌다. 홀 중앙의 무대 중심에 세 명의 인물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단연 하얀 머리의 남자였다. 왼쪽 눈꼬리에 은색 하트무늬의 문신을 한 그는 녹색의 후드티를 걸친 채 누워있었다.


그의 옆에는 단단해 보이는 큰 덩치에 흑색의 방패와 검을 등 뒤에 걸고 있는 험악한 인상의 남자와 적갈색의 트윈 포니테일 머리칼에 싱글싱글 웃고 있는 어린 소녀가 앉아있었다.


제논 일행이 중앙의 무대 위로 올라오자 험악한 인상의 남자가 거대한 몸을 일으켰다. 근육과 덩치는 페알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보였으며 하늘로 솟은 흑색 머리칼과 덮수룩한 수염은 그의 얼굴을 한층 더 무서워보이게 만들었다.


철컥!


“4층에 오는 것은 금지라고 들었는데 말이야···”


굵직한 목소리가 홀에 묵직하게 울렸다. 그의 등에 있는 거대한 방패와 검이 움직일 때마다 철컥철컥 소리를 냈고, 그는 살벌한 눈빛으로 제논일행을 훑었다.


“궁금하거든··· 너희들의 실력이···”


그의 무거운 분위기에 보통 사람이라면 다리를 떨었겠지만 제논 일행은 보통 사람들이 아니었다. 특히 제논은 오히려 그런 상대를 반가워했다.


‘이 녀석들 모두 장난이 아닌걸?··· 후후···’


제논은 등 뒤에 흐르는 식은땀을 무시하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누워있던 하얀 머리의 사내가 눈을 떴다.


“이거 참··· 쉬려고 했더니 귀찮게 하는군···”

“이번엔 내 차례다. 라질···”


라질이라는 하얀 머리칼 사내가 상체를 일으키자 험악한 인상의 그가 두꺼운 검을 꺼내들며 앞으로 나섰다. 제논은 뒤를 돌아보았고, 프리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왔다.


“호오?”“와아~ 전투다! 전투다!”

“덩치 큰 오빠? 내가 상대해줄께요. 호호···”


라질이 흥미로운 듯 미소 짓자 옆에 있던 소녀는 즐거운 듯 귀여운 목소리로 외쳤다.


츠릉!


프리페가 검을 뽑자 두꺼운 검을 오른손에 들고 흑색의 큰 방패를 왼손에 든 그가 차갑게 그녀를 쏘아봤다.


“죽더라도 후회는 마라. 나 마루거의 검에 죽었다면 충분히 영광스러운 일일테니···”

“마루거?”

“마루거··· 마루거라면 설마···”


프리페는 고개를 갸웃했고, 뒤에 있던 레이룬은 얼굴을 굳혔다. 마루거라는 이름을 가진 이가 어떤 사람인지 떠올렸기 때문이다. 루시아는 레이룬의 표정변화를 눈치 채고는 물었다.


“마루거··· 뭐하는 사람인지 알고 있나요?”

“···.5대 용병에 속하는 인물이다. 라질이라는 이름도 그곳에 있지···”

“5대 용병? 아! 그러고 보니!!”


레나는 레이룬의 말을 듣자 떠올랐는지 손바닥을 짝하고 쳤다. 야수왕인 아버지와의 여행길에서 만난 이름 있는 용병에게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프리페 언니! 조심하세요! 위험한 상대예요!!”

“알고 있어!”

“이제와서 눈치 챈 건가··· 설마 도망치지는 않겠지?!”


마루거는 프리페에게 돌진했다. 그의 스피드는 그리 빠른 편이 아니었지만 팔 힘은 일반인을 이미 아득하게 넘어버린 것인지 검의 움직임은 무시무시했다.

프리페는 은빛의 장검 세리아스를 들어 검을 빗겨내려 했지만 그의 검과 그녀의 검이 부딪치는 순간 프리페는 검을 놓칠뻔했다.


캉!!


“끅!!”


무시무시한 힘! 프리페는 부러질 듯 한 손목을 문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본래 빗겨내는데 필요한 힘은 상대방의 힘에 비해 절반정도만 있어도 충분하다. 그러나 빗겨내지도 못한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남자가 눈앞에 있었다.


“상대가 힘이라면 나는 스피드를···”


프리페는 다시 검을 잡았다. 그녀의 움직임은 한 줄기 바람같이 빨랐다.


“하앗!”


채채챙!


그녀의 세리아스가 몰아치듯 그에게 퍼부어졌지만 그는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흑색 방패는 마치 살아있는 듯 그녀의 선이 움직이는 길목을 차단하며 단 한 번의 공격도 통과시키지 않고 막아냈다. 그야말로 철벽! 프리페는 지금 벽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습구나! 여자!”“저 녀석이!!”


마루거의 말에 루시아는 움찔했다. 여자를 무시하는 남자. 그녀에게 있어서는 적으로 삼기 충분했다.


“참으세요. 언니··· 프리페 언니를 믿어보자구요···”


레나는 급히 루시아를 붙잡았다. 프리페가 자신처럼 결투를 좋아한다는 것은 알고 있는 만큼 누군가의 훼방은 그녀로써 최고의 굴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프리페를 믿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채채채채챙챙채채챙!!


프리페의 검 세리아스는 점점 빨라졌다. 이제는 검을 눈으로 쫒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당황한 것은 마루거 역시 같았다.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기는 하지만 위험했다. 방패의 넓은 면적 덕에 겨우겨우 잔상을 따라 움직여 막아내는 것일 뿐··· 그녀의 검에 반격할 찬스조차 찾지 못하고 있었다.


“마루거! 그쯤해둬! 나도 몸이 근질근질하거든.”

“와아~~! 빨라진다! 빨라진다!”


가만히 지켜보던 라질은 프리페의 실력을 확인하고는 기쁜지 짙은 미소를 지었다. 마루거는 프리페의 검을 막다가 한 순간 눈을 빛내며 방패를 높게 휘둘러 그녀의 검을 쳐낸 뒤 오른손의 검을 내질렀다.

프리페의 손은 방패로 인한 힘 때문에 밀려 검과 같이 들어 올려진 상태다. 완전히 무방비인 그녀의 가슴팍에는 무섭게 뻗어오는 마루거의 검이 빛났다. 이대로라면 그녀의 심장은 꼼짝없이 관통당해 버릴 것이다. 마루거는 굵직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끝이군!”


부웅!!


“?!!”


마루거는 그 자리에 멈추었다. 그의 목 앞에는 프리페의 세리아스가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루거는 그녀의 검을 보며 감탄했다.


“대단하군··· 여자···”


마지막에 그의 검을 회피한 그녀의 움직임은 환상적이었다. 몸이 얼마나 가벼운지 날다람쥐처럼 왼쪽으로 몸을 움직여 검을 스쳐 보내고 떠오른 방패보다 빠르게 검을 움직여 그의 목 앞에서 멈추어버린 것이다.


“하아··· 하아··· 당신들 정체가 뭐죠···”


프리페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뒤로 물러났다. 이곳에서 필요 없는 피를 흘리고 싶지 않은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꺄악~~! 프리페 언니! 너무 멋있어요!!”


레나는 지친 듯 숨을 몰아쉬는 프리페의 등에 매달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자 레이룬이 피식 웃었다.


“역시 여자와 여자는··· 꽃처럼 아름다운··· 윽···”


프리페가 레이룬을 활활 타오르는 눈으로 쏘아보자 레이룬은 고개를 급히 돌리며 딴청을 피웠고, 마루거는 프리페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난··· 마루거다. 자세한 건 말해줄 수 없지만 스카이시티 본 건물로 온다면 모든 것은 그때 알 수 있을 테지···”

“본 건물이라면···”

“그래. S클래스 이상만이 올 수 있는 본 건물을 말하는 것이다.”


제논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세한 것··· 지금 말해주는 것 같은데···?”

“아차!”


마루거는 황급히 입을 가렸지만 이미 늦었다. 프리페는 고개를 끄덕였다.


“S클래스 이상만 본 건물로 갈 수 있다는 거네? 그런데 S클래스 위에도 있나···?”

“···두 단계나 더 있지. SS(더블에스)와 SSS(트리플 에스) 클래스도···”


“와아~~ 다 말해버렸다~ 다 말해버렸다~”

“허억···.”

“바보냐···.”


제논은 절망한 듯 주저앉은 마루거와 즐거운 듯 뛰어다니는 적갈색 머리칼의 소녀를 무시하기로 하고, 라질이라는 하얀 머리칼의 사내를 쳐다봤다. 라질은 한참 전부터 제논을 보고 있었는지 눈을 마주치자 짧게 코웃음치더니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왔다.


탁탁! 탁!탁!


라질의 갈색 부츠는 그의 손에 있는 장갑과 세트인 듯 어울렸다. 허리에 검이 없는 것으로 봐선 검사가 아닌 레나와 같은 격투가인 것으로 보였다. 제논은 이미 레나와의 결투에서 격투가의 힘을 뼈저리게 느껴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곧바로 그의 검 체라그를 뽑아 들었다.


반사하는 검 체라그는 어떤 상대라도 까다로울 것이 분명했다. 제논의 검이 번쩍이자 라질은 쓰고 있던 후드 모자를 뒤로 젖히며 주먹을 들었다. 그의 흑색 눈동자가 먹잇감을 바라보듯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눈 하나는 내놓고 가야할꺼다···”


라질은 그 말과 동시에 제논을 향해 튀어나갔다. 그의 하얀 머리칼이 바람으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 때 그의 모습은 왠지 새하얀 늑대가 굶주린 듯 한 느낌이었다.


*


“무슨 일이냐? 베돌프.”

“세라실님. 이번에 다시 온 녀석들이 이곳으로 들어갔습니다. 비켜주십시오.”


붉은 망토를 펄럭이며 말에서 내린 베돌프는 결투의 건물 입구에 서있었다. 수도와 연결된 단 하나뿐인 입구인 그곳에는 4명의 기사가 버티고 있었고, 그 중 2급의 기사 세라실은 차갑게 길을 막았다.

베돌프의 직속상관인 세라실은 베돌프에게 천적이었다. 분노하면 계급을 따지지 않고 설쳐대는 그였지만 몇몇 이들에게는 꼼짝도 못했다. 그 중 한 명이 세라실이었다. 옅은 금발 머리의 세라실은 베돌프를 보며 길을 열어주었다.


“베돌프. 사고 치면 나한테 죽는다. 넌 이미 큰 사고를 몇 번 쳤으니 내 부하 한 명을 붙여주마. 지나가라.”

“예. 세라실님.”“페콜! 눈 크게 뜨고 베돌프를 감시해라.”

“예!”


베돌프가 문을 통과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뒤를 따라온 갈색머리칼의 페콜이 웃으며 베돌프의 어깨를 잡았다.


“베돌프! 오랜만인데 여전히 세라실님은 상대하기 벅차지?”

“···그래. 녀석들은 4층으로 갔나?”

“민렌님의 명령이었으니 그렇겠지. 그런데 이번 테스터들에게 4층은 금지라고 말했다고 했어. 별일 없을 거야. 아참! 너 이번에 수도에서 벌어진 일 알고 있냐?”


“반역사건 말인가?”

“그래. 요즘 갑자기 터진 일이라 경계가 더욱 강화됐지. 그거 때문에 죽을맛이다···”

“다 잡았다고 들었으니 끝난 일이겠지···”

“그러길 바란다. 제발··· 3급 기사인 만큼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기는 하지만 나라가 걱정되니깐 말이야.”


“올라가자. 녀석들··· 지금이 어느 땐데 마음대로 여길 오다니···”

“이번에 본 건물로 가는 녀석들은 왠지 불쌍해지는군. 자네가 이번 담당이니. 후후···”


베돌프와 페콜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탁탁!!


“···.”


베돌프와 페콜이 3층을 지났을 때 그 입구에 조용히 앉아있던 다우어가 눈을 떴다. 그는 보랏빛의 눈을 베돌프와 페콜에게서 떼지 않은 채 중얼거렸다.


“4층인가··· 후후···”


*


쾅!!


“굉장하군···”

“제법이네. 흥.”“와아~~ 쌔다~~ 쌔다~!!”


제논과 라질은 약 10초간 맞붙었다. 마치 맞물리는 톱니바퀴처럼 둘은 엉켜서 싸웠고, 서로의 전신에 얕은 상처들이 즐비하게 자리 잡았다.


‘저 부츠와 장갑··· 벨류어블이군.’


제논은 라질의 갈색 부츠와 장갑을 떠올렸다. 10초전···

라질은 제논에게 단 한 번의 도약으로 날아왔다. 믿을 수 없을 만큼의 도약력과 스피드였다. 그러나 제논은 당황하지 않고, 검을 들어 그의 주먹을 막았다.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검과 주먹이 수십 차례 엇갈렸다. 제논은 그 전투에서 신비한 것을 확인했다.


그의 검의 라질의 주먹에 부딪치자 검이 묘하게도 미끄러져 버렸고, 라질의 주먹이 그에게 타격할 때에는 한 치의 미끌림 조차 없었다. 제논은 망설임 없이 검을 들어 라질에게 재차 휘둘렀지만 명중하기 직전 라질의 발이 미끌리며 검을 스쳐버린 후 언제 미끌렸다는 듯 굳건히 그 발은 멈추었다.


마치 손과 발을 다른 사람이 조종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자기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라질은 자신의 연타를 막아내거나 피해낸 제논이 재밌다는 듯 짙은 미소를 지었다.


“눈치챘나보군? 나의 움직임을···”

“아아··· 대충은···”

“호오? 좋아 좋아··· 내가 이 승부는 이길 것이 뻔하지만··· 재밌군··· 큭큭···”

“와아~~ 승부다~~! 승부~!!”


제논은 라질의 능력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의 뒤에 있던 레이룬 역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저 라질이라는 소년은 재밌는 능력을 가졌군. 누가 이길지는 모르겠지만 둘 다 실력은 숨긴 채 싸우는 상태니까 이번에 승부를 내기는 무리인 것 같구만. 그건 그렇고 저 능력을 이렇게까지 활용할 줄이야. 생각보다 뛰어난 녀석이야··· 내 예상이 맞는다면 저 능력은···’


‘물체와 물체가 만날 때 항상 생기는 힘이 있지. 그 힘을 조종함으로써 검을 빗겨낼수도, 속도를 조절할수도, 힘을 조절할수도 있었던 거지. 그래··· 그 힘은···’


제논과 레이룬은 정확히 라질의 능력을 추리했다.


‘마찰력!’


제논은 미라클 아카데미 테스트 중에 여러 벨류어블들을 상대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안목이 늘어난 것이다.


4층 홀에 있는 이들은 숨죽인 채 시선을 고정시켰다. 제논과 라질은 금방이라도 부딪칠 듯 서로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누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둘은 동시에 움직였다. 그때였다.


콰앙!!


“이놈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으셨으면 재밌어요와 선호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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