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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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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B
작품등록일 :
2018.04.10 00:53
최근연재일 :
2018.05.1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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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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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
글자수 :
359,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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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1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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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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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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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67화

DUMMY

“아··· 갓님! 아무런 일도 없습니다. 어서 가시죠.”

“갓?”


제논의 눈동자는 여전히 흑갈색을 유지하고 있다. 속에서는 금방이라도 아르시온이 뛰쳐나가려는 듯 발버둥쳤다. 아르시온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붉은 눈을 가진 것은 대륙을 모두 뒤졌지만 자신 혼자였다.


그런데 500년이 지난 지금 와서 또 다른 붉은 눈이라니··· 궁금함이 치밀었다. 갓의 붉은색 마안이 제논에게 향했다.


두근!!


‘크윽!’


제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 무슨 엄청난 살기란 말인가! 정말로 갓의 허리에 보이는 장검이 금방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러나 아르시온이 제논의 육체를 차지하면서 살기를 버틸 수 있게 되었다.

제논은 오른쪽 눈만 감았다. 지금은 자신의 붉은 눈을 보일대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왼쪽 눈은 그대로 흑갈색이었다. 아르시온이 제논의 생각에 따른 것이다.


갓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새파랗게 어린 녀석이었다. 자신의 아들인 노킬버그와 비슷해 보이는 녀석이 자신의 살기를 버텼다? 아마 갓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검은색 머리의 꼬마는 버텨냈다. 오히려 약간의 적의를 들어냈다.


“꼬마··· 좋은 눈을 가졌구나. 이름은?”

“······제논이라는 여행자다. 네놈은 뭐지?”


제논의 당당한 태도에 갓이 광소를 터트렸다.


“크하하하!! 이런 인재가 이런 곳에 있을 줄이야. 제논, 너의 소원은 무엇인가?”

“소원?”

“그래! 이 몸께서 그 소원을 모두 들어주마. 대신 이 몸의 밑에 들어와라. 어떠냐?”


제논이 코웃음을 쳤다. 갓은 오히려 재밌다는 듯 붉은 눈동자로 제논을 쏘아보았다.


“흥!”

“흐흐흐··· 도도한 성격이 마음에 쏙 드는구나! 또 만날 것 같군. 이 몸의 제안을 잊지 말아라. 제.논.”


갓의 전신이 번개처럼 이동했다. 제논을 관통한 갓은 피식 웃었다.


“먼저가지.”

“같이 가시죠! 갓님!!”


제논은 그 자리에서 멈춰서서 움직이지 못했다. 갓의 공격은 단순했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며 뽑아낸 장검으로 목에 살짝 상처를 낸 후 지나가는 것. 제논은 현재 아르시온이 육체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기에 절로 몸이 반응했다.

오른쪽으로 날아오는 공격을 종이 한 장차이로 피해냈다. 그러나 분명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베였다. 목에서 살짝 베인 상처가 그것을 증명했다.


‘빌어먹을.’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그러나 알 수 없었다. 아르시온에게는 큰 굴욕이었는지 뒤돌아서서 갓을 노려보았다. 갓과 비슷한 무시무시한 살기가 폭발적으로 살아났다. 제논의 주변이 어수선해졌다.


1층 홀 전체가 침묵했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기대되는 청년이군. 제논···”


갓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계단을 올랐다. 제논은 살기를 거두었다. 1층 홀을 짓누르던 말도 안도 안 되게 농도 높은 살기를 뿜어낸 제논에게 시선이 집중된 것은 당연했다.


“갓··· 뭐하는 녀석이냐···”


제논의 머릿속에는 사람들의 시선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 아르시온과 같은 붉은 눈을 가진 갓의 정체··· 오직 그것 하나뿐이었다. 제논의 시선은 갓이 2층 안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단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다.


*


“기분만 망쳤군···”


제논은 홀을 구경하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시각은 4시를 가리켰다. 이전 테스트들을 거치며 싸웠던 상대들과 보았던 기술들을 떠올렸다. 식사 시간 전까지 정리라도 해둘 생각이었다. 처음만난 상대는 스마일이다.


갈색의 곱슬곱슬한 머리에 백색의 광대 가면, 초록색의 펑퍼짐한 로브에 기다란 봉을 지닌 그는 마법사였다. 실력은··· 아주 뛰어났다. 주력 마법의 속성은 토(土)속성인 듯 했다. 이야기했을 때 그의 엄청난 두뇌에 놀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얕볼 수 없는 상대인 것은 확실하지.”


스마일의 묘한 말투가 떠오르자 괜스레 웃음이 났다. 다음은 레나였다. 붉은 머리칼에 직선적인 성격. 거칠게 자라온 건지 귀족이 아닌 것인지··· 자신만큼이나 예절을 모르는 여자. 실력은 격투술에 있어서 근접전의 최강자라고 볼 수 있었다. 아직 숨기는 수도 있는 듯 했다.


처음 싸웠던 미로 속에서 마지막으로 잡았던 자세가 스쳐갔다. 금방이라도 야수처럼 달려올 듯 한 그 기세는 확실히 평범한 사람과는 차원이 다른 기백이었다. 지금은 팀을 함께 하면서 생각보다 많이 친해진 사이다. 그러나 싸우게 된다면 전력을 다해야할 강적이다.


“다음은··· 칸인가···”


약간 곱슬인 푸른색 머리칼의 칸과 2미터에 달하는 키와 큰 덩치를 가진 페알, 짧은 흑색 머리칼에 매서운 눈동자를 지닌 버닉이 떠올랐다. 3차 테스트 때는 칸밖에 보지 못했지만 그들 역시 평범한 사람을 넘어선 근력과 스피드를 가지고 있었다.


때하나 묻지 않은 백색 제복을 입은 칸이 자신이 생각한 최고의 강적 중 한명이다. 폭풍의 검 레시에를 사용하는 그의 실력은 무시무시했다.


다우어를 찢어발겨버릴 듯 내지른 빛의 드릴. 영광의 광명은 실로 공포였다. 만약 자신이 그 기술에 당했다면? 자가지고 있는 모든 수단을 써야할 것이다. 회전하는 바람은 도망치는 것조차 못하게 했었다.


다우어는 자신만의 기술로써 회피했지만 과연 영광의 광명을 피하거나 막아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아니··· 그라면 손쉽게 막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싱글싱글 웃는 짙은 금발의 사내와 붉은 눈의 남자 갓··· 둘은 어떤 관계일지 궁금했다. 그러나 궁금증을 풀 곳은 없다. 어차피 상대해야할 적들이다.


“다운 에어··· 였나?”


칸의 마지막 기술 다운에어(Down Air)로 인한 효과는 상당했다. 칸이 마음만 먹는다면 고도 500미터의 높이에서 싸우는 느낌의 공기량으로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자신도 분명 리스크가 있겠지만 상대하는 사람은 죽을 맛이다. 절로 욕이 나오는 기술뿐이다.


“루··· 시아는···?”


은백색 머리칼의 여자 루시아 역시 지금은 경쟁 상대다. 그녀의 실력은 어두운 뒷골목에서 딱 한 번 보았다. 일격에 덩치 큰 사내들을 소멸시켜버린 그 능력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3차 테스트 때는 같은 팀의 킹이었던 그녀이기에 일부러 싸움을 하지 않게 유도했다.


레나의 말로는 술 한 잔으로 인한 폭주라고 했지만 제논은 믿지 않았다. 술 한 잔에 폭주? 그것이? 그렇다면 술 한 병을 먹으면? 영원한 폭주인가? 우스웠다. 그것은 분명한 실력이다.


3차 테스트에서 관찰한 것으로는 이중성격일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피에 미친 성격과 단지 결투를 좋아하는 성격··· 그렇게 제논은 구별했다. 자신과 같은···


과거··· 분수대 앞에서 했던 맹세가 떠올랐다.


‘부질없는 짓인가···’


루시아는 완전히 그를 모르는 듯 잊어버린 것 같았다. 이제는 거의 확신했다. 그녀는 나를 잊었고, 결국 크림슨 제국의 황녀다. 키슈타르 제국을 멸망시킨···


‘내가 아버님을 말릴 수는 없었지만 너 하나는 살릴 수 있을 거야. 우리 같이 크림슨 제국으로 가자··· 응?’


“···젠장···”


제논은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에 어이가 없었다. 왜 잊지 못하지? 잊어버리려고해도, 적이라고 생각해도, 자신의 제국을 멸망시킨 제국의 황녀라도, 지워지지가 않았다.


‘나 카론 폰 키슈타르는··· 반드시 살아남아 루시아 폰 크림슨과 만날 것을 맹세합니다···’


“빌어먹을···”


잊을만하면 끊어지지 않는 사슬처럼 제논을 졸라맨다. 여러 잔해속에 쌓인 찌꺼기들은 그를 결코 놓아주지 않는다. 기억의 흐름 안에 폭포처럼 떨어져 쌓이는 추억의 호수 속으로 영원히 잠겨버릴 것만 같다.


“아아···”


제논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제와서 무너질 수는 없었다. 자신의 목표··· 키슈타르제국의 새로운 건국··· 아직 길을 멀었다. 그러나 이룰 수 있다. 제논은 스르르 눈동자를 떻다. 붉은 눈동자를···


번뜩!


“물론··· 크림슨 제국을 무너뜨리고, 카넬을 완벽히 소멸시켜야 가능한 일···”


아르시온은 베론에게 모든 것을 설명했다. 그러나 죽지 않는 카넬을 어떻게 하면 소멸시킬 수 있는가는 아직도 몰랐다.

그래서 베론은 제논이 이곳에 있는 동안 그 방법을 찾으러 떠났다. 그라면 왠지 대륙을 이 잡듯이 뒤져 찾아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이 강해지는 것···.”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으셨으면 재밌어요와 선호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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