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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B 님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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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B
작품등록일 :
2018.04.10 00:53
최근연재일 :
2018.05.18 12:05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38,531
추천수 :
249
글자수 :
359,084

작성
18.04.23 14:35
조회
444
추천
5
글자
7쪽

33화

DUMMY

4년 전, 캡틴의 칭호를 얻고 나서 그가 한 일은 몰려오는 도전자들을 상대하는 일이었다. 루시아를 가르치며 그는 자신의 결투를 루시아에게 반드시 보여주었다. 그렇게 하면 할수록 루시아의 동체시력도 올라가고, 실력이나 안목도 계속해서 향상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아버지인 코비아스 헤르난이 그를 불렀다. 그리고 그곳에서 신(神)이라 불리는 남자를 만났다. 짙은 금발머리에 귀걸이를 한 그 남자는 새하얀 피부와 수려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허리춤에는 한 자루의 기다란 검을 차고 있었는데 그의 눈에는 그냥 장난스럽게 고급 검을 장식용으로 쓰려고 차고 있는 귀족처럼 보였다. 확실히 어깨선 근처까지 기른 짙은 금발에 날렵해 보이는 저 몸은 기사라기보다는 패션을 즐기는 한 낱 기족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상의와 하의에는 백색으로 된 턱시도를 입었는데 빛이 나는 듯 했고, 길 다란 검은 그의 큰 키에 딱 맞게 어울려 이 사람을 위해 만든 검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당신이 캡틴 아크 인가.”


금발 머리칼을 흔들며 귀족 같은 남자가 말했다.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아크 후작은 귀족 같은 남자의 눈을 보며 멈칫했다.


피처럼 붉은 마안(魔眼)이었다. 속마음을 꿰뚫리는 듯 한 느낌을 이겨내며 아크 후작은 냉정을 유지했다. 그리고 평소보다 더욱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 당신은···?”


“흐흐흐··· 일 개 기사인 주제에 이 몸에게 묻다니 가소롭구나.”


캡틴의 칭호를 가진 기사에게 일개 기사라니 그렇다면 자신은 마치 마스터 나이트의 칭호라도 가지고 있단 말인가?


아크 후작은 냉혹하게 내뱉었다.


“그깟 혀로 이야기 할 생각이라면 혀를 베어버리겠다.”


그러자 귀족 같은 남자는 미친 듯이 광소했다.


“크하하하하!!! 재밌는 놈이구나. 나의 밑으로 들어올 생각은 없는가?”


“흥··· 이름도 떳떳하게 말하지 않는 자에게 볼일조차 없다.”


새빨간 눈이 번쩍였다. 귀족 같은 남자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코비아스 경, 아들을 참 잘 교육시켰군.”


아크 후작의 아버지인 코비아스 헤르난은 후작의 작위를 아들인 아크에게 물려준 이후 은퇴한 기사로써 살고 있었다. 그래서 귀족 같은 남자가 ‘경’이라는 명칭을 붙인 것이다. 코비아스는 그를 무시할 수는 없는지 차갑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었다.


“갓님 아들 역시 대단하시다고 소문이 자자합니다.”


“흥··· 노킬버그 녀석은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들어··· 그래도 말 잘 듣는 개보단 말 안 듣는 고양이를 키울 때 또 색다른 맛이 있는 법이지.”


“큭··· 이게 무슨 짓인가···”


아크 후작은 표정을 굳혔다. 이놈 앞에서 한 발짝이라도 움직이는 순간 저 기다란 칼에 베여버릴 버릴 것 같은 살기가 엄습해왔기 때문이다. 갓이라는 남자는 피식 웃더니 물었다.


“특별히 이 몸의 이름을 알려주마. 영원히 잊지마라. 갓 디로인. 이 몸이 바로 디로인 제국의 주인이다. 신(神)의 피를 이어 받은 이 몸에게 너는 한 낱 인간일 뿐이니. 흐흐흐···”


아크 후작의 얼굴의 앞에 붉은 눈이 번뜩였다. 아크 후작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마치 뱀 앞에 개구리처럼 굳어버린 몸을 저주할 뿐이었다.


갓은 우아한 손짓으로 새하얀 턱시도 속에서 회중시계를 꺼냈다. 샤인 스톤과 같이 시계도 디로인 제국에서 만든 작품이었다. 회중시계의 시간이 5시 정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캡틴의 칭호를 얻을 만하군. 캡틴 아크. 코비아스 경. 차는 잘 마셨다. 이만 가지.”


“거··· 거기서···라.”


아크 후작은 필사적으로 갓에게 말했다. 그러나 갓은 아크 후작을 무시하며 지나쳤다. 그리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쾅!


거칠게 문이 닫히는 순간 그를 노리던 붉은 눈이 사라졌고, 살기는 씻은 듯이 없어졌다.


“헉. 헉. 아버지··· 저 녀석은···”


아크 후작은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했다. 그의 아버지 코비아스의 가슴 중앙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기 때문이다. 아크 후작마저도 이 순간만큼은 냉정을 유지하지 못했다.


“아버지!!”


타닥!!


아크 후작은 급히 달려가 코비아스의 심장에 귀를 댔다. 검은 갑옷 위로 마세하게 뛰는 심장 소리가 들려왔다. 신속히 갑옷을 벗기려는 그의 손을 코비아스가 잡았다.


“아버지···”


“갓···이 나를 노린 이상 이제와서 살아난다고 해도 죽을 것이다. 그리고 죽더라도 갑옷을 입은 채로 죽고 싶구나···”


“제가 지키겠습니다. 그러라고 절 훈련시켜 주신 것이 아니셨습니까!!”


아크 후작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절규했다.

현재 5살이 된 딸을 놓다가 아내가 죽었을 때에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버텼던 그라도 죽어가는 아버지를 힘이 있는데도 지키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자책감은 그를 무너뜨렸다. 코비아스가 숨을 몰아쉬더니 아크 후작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후욱··· 후욱··· 그래도 갓이 내 부탁을 들어줘서 다행이군···”


“부탁···?”


“후욱··· 그래··· 마지막으로 널 보고 싶다고 했지. 그리고 죽이지 말아달라는 부탁도 했다. 다행이야··· 아크야··· 절대로 갓에게 다가가지 말거라. 갓은 진정 불···사신이다. 큭······ 결코 죽지 않아. 그리고 그의 아들 노킬버그 디로인 역시 조심하거라. 이번에 다른 국가에 있던 캡틴 한 명을 암살한 것도 그 녀석이다. 후욱··· 후욱···”


“아··· 아버지!! 이제 그만 말하십시오!”


아크 후작은 코비아스를 끌어안았다. 결코 눈물이 흐르지 않을 것 같던 날카로운 푸른색 눈동자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지금 보이는 푸른색 눈동자는 너무도 연약해 보였다.


“그는 젊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40살 정도라고 알고 있다. 그의 아들은··· 후욱. 아크야··· 기사도를··· 지키고··· 주인을···”


“지키겠습니다···”


코비아스의 숨이 멈추었다. 결코 인간은 이렇게 몸에 구멍 하나만 뚫려도 죽는 나약한 존재였다. 아크 후작은 입을 굳게 다문 채 굵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다짐했다.


“이 나라의 주인이 될 루시아님은 제가 목숨을 걸고 지키겠습니다.”


아크 후작은 감았던 눈을 떴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순간이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노킬버그 디로인은 4년 전 캡틴의 칭호를 가진 실력자를 쓰러뜨린 자입니다. 그리고 그가 이번 입학 테스트에 참여할 겁니다···"


작가의말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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