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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B
작품등록일 :
2018.04.10 00:53
최근연재일 :
2018.05.1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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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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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2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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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38화

DUMMY

“여기서··· 마스테리스의 주인과 만날 줄이야···”

“마스테리스?”


제논은 흑색 체인의 이름이 마스테리스라는 것을 알았다. 바닥에 착지한 그는 프리페에게 소리쳤다. 생각은 길었지만 상황은 빠르게 판단했다.


“녀석을 잡아야해!”


“알고 있어!”


프리페는 마스테리스가 복면의 남자를 묶는 순간 움직였다. 흑색 체인의 주인은 어딘가에 있을 것이고 체인은 그 주인에게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다면 그 위치는 흑색 체인의 시작점에 주인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촤르르륵!!


마스테리스의 체인이 서로 엉키며 쇠와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순간 큰 낫이 날아와 복면의 남자를 스쳐 지나갔다. 시퍼런 날이 번뜩이는 낫이···


서걱!!


섬뜩한 소리가 울리며, 복면의 남자는 목이 떨어졌다. 복면의 남자의 얼굴에서 복면이 조금 벗겨졌다.


복면안의 얼굴은 길게 찢어져 피가 흘렀지만 인상은 아주 평범한 30대의 남자인 듯 했다. 프리페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낫을 검을 뽑아 튕겨냈다.


챙!!


“뭐야 이거··· 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니?”


프리페는 소리 없이 날아오는 낫을 감각적으로 쳐내며 경악했다. 낫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스스로 움직이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흑색 체인의 끝은 도저히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었다. 그런 체인을 이런 식으로 사용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녀는 확실했다.


‘에펠리스와 괴리석이 조합된 벨류어블(Valuable)이다!'


제논이 가지고 있는 두 자루의 검 그리고 프리페가 가지고 있는 검과 같은 벨류어블의 등장은 프리페를 주춤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벌써 만날 줄이야··· 이거 참···”


어두운 골목길에는 마스테리스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고, 낫이 번쩍이는 것만 보였다.


흠칫!


제논과 프리페는 순간 무시무시한 살기를 느꼈다. 오싹해진 느낌과 함께 올려다본 하늘에는 둥근 보름달의 달빛 아래 짙은 흑색 위 곳곳에 붉은색의 피가 흩뿌려진 듯 한 문양이 새겨진 로브로 얼굴을 제외한 부분을 모두 가리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짙은 흑색 머리칼을 한 가닥도 남기지 않고 넘긴 그는 놀랍게도 눈동자의 색이 붉은 빛을 많이 띠는 보라색(Violet)이었다.


촤르르륵!


쇠와 쇠가 부딪치는 흑색 체인의 소리와 함께 그의 왼손에 마스테리스 체인이 보였고, 오른손은 로브 속에 있어 보이지 않았다. 현재 그가 있는 곳은 어두운 골목길의 건물 위다.


아까부터 그곳에서 관찰하고 있었다는 것인데 제논도 그렇고 엘프인 프리페조차 그의 존재에 눈치 채지 못했다는 것은 충격적이었다. 제논은 어이없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 녀석은 내 상대였다고··· 넌 정체가 뭐지? 그거라도 알려줘야겠어.”

“···다우어.”


다우어라는 남자는 싸늘한 표정으로 제논을 노려보았다. 그의 보라색 눈동자는 보는 이를 얼어붙게 만들어버리는 듯 한 느낌이 들게 했다.


“좋아··· 다우어. 네가 왜 나의 상대를 가로챘는지 말해주지 않겠어?”

“건방지군. 내게 정보를 요구할 것이라면 목숨을 걸어 있다는 것이겠지···”


메마른 붉은색을 띄는 보라색 눈동자가 제논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다우어는 왼손에 있던 체인을 흔들었다. 그러자 흑색 체인 마스테리스가 요동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촤르르륵!!


제논의 입에서 욕이 튀어 나왔다.


“빌어먹을! 직접 싸워라! 벨류어블만으로는 날 쓰러뜨릴 수 없다고!”


제논은 기세 좋게 외쳤지만 마스테리스는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사람은 공격을 할 때 조금이라도 살기를 뿜어낸다. 물론 엄청나게 단련하여 살기를 컨트롤하는 경지라면 아주 미세하거나 거의 느껴지지 않겠지만 지금 상대하는 마스테리스는 감정이 없는 무기였다.


피를 찾아서 움직이는 악마의 우미와 비슷한 것이다. 살기가 없는 무기를 이런 어두운 곳에서 상대하는 것은 아주 힘들었다. 한 마디로 눈을 감고 싸우는 것과 같았다.


촤르르륵!!

챙챙!!


거기다가 마스테리스의 체인이 움직이는 소리는 낫의 움직임과 소음을 감추는데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군···’


지지직!!


제논의 검 체라그가 빛을 뿜었다. 푸른빛이 번쩍하며 어두운 골목길을 밝힌 순간 마스테리스의 체인을 따라 전류가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마스테리스를 공략한 것이다.


“큭큭큭···”


체인을 따라 흐른 전류는 그대로 주인의 손에게 흘러들어갔다. 그러나 전류를 아무렇지 않고 무시하며 다우어는 음산하게 웃었다. 제논은 다우어의 초승달처럼 미소 짓고 있는 보랏빛 눈을 보며 달려갔다.


“어떻게 벨류어블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의 정체 정도는 내가 알아내어주지!”


다우어는 마스테리스의 흑색 체인을 손안으로 빨아들였다. 아니 빨아들인 것이 아니라 그렇게 보였다. 흑색 체인이 사리지고 낫이 왼손에 잡히더니 그는 빠르게 품속으로 낫을 넣었다.


“벨류어블···이라. 평범한 놈은 아니었군. 내 정체는 특급정보다. 결코 알아낼 수 없을걸.···”


다우어는 건물 위에서 뛰어내렸다. 그의 양손에는 어느 샌 보랏빛의 칼날을 가진 두 개의 단검이 들려있었다.


챙챙!!


다우어의 단검이 제논의 정면에서 춤을 췄다. 그러나 제논 역시 다우어의 실력을 얕보지 않고 공방을 주고받았다.


챙챙챙챙!!

파지지직!!


제논의 체라그에서 전류가 본격적으로 터져 나왔다. 다우어의 단검은 전류에 맞고도 단 한 번의 망설임이 없었다.


“대륙에 몇 없는 마법검사인가.”


제논은 다우어의 감정 없는 듯 한 말에 피식 웃으며 왼손에 있는 체라그를 내려찍었다.


“아아··· 그거 특급 정보인데 말이야···”


“흥! 월야(月夜)의 주인에게 대들다니 애송이 녀석이···”


다우어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지며 양손에서 시퍼렇게 날이 빛나는 검을 꽉 쥐고는 오른손의 단검을 자연스럽게 허벅지로 이동시킨 후 제논이 검을 내려찍는 순간에 위로 둥글게 휘둘러 제논의 체라그와 부딪쳤다.


그 원심력에 탄력을 받아 오른쪽으로 밀어낸 후 왼손의 단검을 자세가 무너진 제논의 심장을 향해 찔러 넣었다. 이 모든 것이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이다.


제논은 다우어의 실력을 결코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이미 잠시간의 공방으로써 그의 실력에 대한 정리를 마친 상태였다. 그는 차분하게 반격의 수를 준비했다.


챙!!


다우어의 보랏빛 눈이 살짝 움찔했다. 회심의 일격이 막혔을 때의 표정치고는 아주 미약했지만 조금정도는 놀란 듯 했다.


제논의 오른손이 왼쪽 허리춤에 있던 또 다른 검을 뽑아 검집에서 다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심장을 향하던 단검을 막아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논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보고 급히 단검을 뺐다.


“이미 늦었어! 뇌연(雷連)!”


지지지직!!


다우어의 왼손이 미처 빠지기도 전에 왼손에 있던 체라그에서 전류가 터져 나오며 오른손에 있는 또 다른 검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오른손의 검과 왼손의 검이 연결된 듯 했고 그 전류사이에는 다우어의 왼손이 단검을 들고 있는 채로 걸려있었다.


“귀찮게 하는군···”


고통에 뒤로 물러날 것을 예상한 제논이었지만 다우어는 싸늘한 표정으로 단검을 위로 치켜올렸다.


휘익!!


제논은 그 순간 눈을 번뜩였다. 고개를 위로 들며 오히려 자신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제논이 놀란 것은 자신이 물러났기 때문이 아니었다. 흑갈색 눈이 소용돌이치듯 흔들렸다.


“이제야 눈치 챘나보군···”


“설마. 처음부터···”


다우어는 단검을 들어서 보여주었다. 단검은 보랏빛의 날이 길게 초승달 모양처럼 생겼는데 놀라운 것은 다우어가 단검의 날이 있는 부분이 아닌 날이 없는 뒤쪽으로 지금까지 제논을 상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논은 싸늘한 표정의 다우어를 보며 식은땀이 흘렀다. 자신도 물론 전력을 다하지는 않았지만 상대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제는 단숨에 숨통을 끊어주마.”


“새로운 손님이 오는 것 같은데···?”


제논은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서는 두 그림자를 보며 말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으셨으면 재밌어요와 선호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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