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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B 님의 서재!

라스트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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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B
작품등록일 :
2018.04.10 00:53
최근연재일 :
2018.05.18 12:05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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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82
추천수 :
249
글자수 :
359,084

작성
18.04.2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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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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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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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35화

DUMMY

“별로 뛰어난 녀석들은 아니었네. 정보가 필요한데···”


“잠깐!!”


제논이 중얼거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불렀다. 약간 울리는 듯 한 여성의 목소리였다. 뛰어난 직감으로 제논은 단숨에 그녀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추측했다. 어차피 이 도시에서 사람들의 직업은 뻔하지만.


“무슨 일이죠. 상인이신 거 같은데 저는 물건 안삽니다.”


흑갈색 머리칼을 양파처럼 머리위로 모두 올려 묶은 그녀는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목구비에 귀여운 인상을 풍겼다. 거기다가 등에는 작은 배낭을 메고 옷은 가죽으로 된 셔츠와 푸른색의 무릎까지 오는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귀여운 인상과 달리 말은 직선적이었다.


“당신한테 팔 물건 없어! 그 반지나 나한테 팔아! 값은 얼마면 되지?”


제논은 절대로 팔 생각도 없는데 자신의 의사조차 묻지 않고 앞서가서 값을 물어보자 황당한 듯 말했다.


“저기··· 난 팔 생각이 없는데···?”


“호오···? 제법 상인답게 흥정하겠다는 거네?”


제법이라는 듯 귀여운 인상의 여자는 제논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제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녀를 무시하고 뒤를 돌아서 걸어갔다. 그러자 오히려 그녀는 당황하며 따라왔다.


“어···? 어디가! 내가 사주겠다니깐!”


제논은 그녀도 따돌리고 싶었지만 그냥 무시하기로 하고는 상인들이 길거리에서 파는 물건들을 흘겨보며 걸었다.


30분이 지났다. 제논은 앙고르겔 3호를 타는 역 앞까지 도착했는데 뒤에서는 아직도 흑갈색 머리칼을 위로 올린 그녀가 눈을 부릅뜬 채 제논의 뒤통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결국 제논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봐요··· 제가 아무리 봐준다고해도 더 이상 따라오면 어떻게 할지 장담 못합니다. 그러니 가세요. 제가 무섭진 않은가요?”


제논이 이종족의 땅에서 카사노바 엘프인 체르시스에게 늘 들었던 말이 한 가지 있었다.


‘제논! 남자는 무시해도 여자는 한 걸음 물러나서 예절을 지켜야해! 그것이 카사노바··· 아니 남자가 지켜야 할 첫 번째 규칙이다. 그걸 안 지키면 남자도 아니야!!’


제논이 이 후 칼을 뽑고 덤벼드는 여자만 아니면 조금은 배려하게 된 이유였다.


“당신이 누구든 그 반지는 내가 노렸으니깐 나한테 파는 게 맞는 거야. 그리고 난 공정하니깐 흥정해도 괜찮아. 제 값에 잘 사줄 테니. 얼마면 되지?”


“하아··· 전 상인이 아니예요. 그리고 제가 팔지 안 팔지도 모르는데 가격보터 물어보시다니 상인 맞아요?”


제논은 이 여자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이제는 상인이 맞긴 한지 의심까지 생겼다. 그녀는 충격을 먹은 듯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내가 상인이 맞냐고···? 좋아··· 내 이름은 뷰린! 경매의 도시 빈케일에서 3대 상인 중 한 명인 미로 안의 딸이야. 날 모욕하다니··· 그 반지가 도대체 얼만데!!”


제논의 눈빛이 약간 차가워졌다.


“흥! 겨우 아버지의 힘을 빌려 사는 주제에 네가 대단한 척하지마라. 3대상인은 너희 아버지지 네가 아니야!!”


제논은 결국 호통을 쳤다. 그러자 그녀는 멍한 눈으로 제논을 쳐다보았다. 제논처럼 그녀에게 따끔한 충고를 해준 사람이 현재까지 한 명도 없었던 탓이다.


그녀의 심장이 차갑게 식었다. 충분히 평소에는 방방 뛰며 화를 냈겠지만 화는 전혀 나지 않았다.


“너··· 정체가 뭐야···”


“지나가던 상인이라고 해두지. 안 그래? 철부지 숙녀?”


제논은 미소 지었다. 그녀가 조금은 자신의 충고에 마음을 돌릴 줄 아는 똑똑하고 순진한 여자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녀 역시 처음부터 이렇게 막무가내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환경에 따라 묘하게 자신을 합리화시켜 익숙해지려고 하는 습성이 있다. 그것은 본성이었다.


이 곳 경매의 도시 안에서 3대 상인이라고 불릴 정도면 얼마나 상인으로써 뛰어난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그런 3대 상인 중 한명의 딸로 태어난 이상 주변에서는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녀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주었을 것이다.


물론 그의 아버지는 뛰어난 상인인 만큼 그녀에게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해주었겠지만 그녀가 거래를 시작하기도전에 아버지 이름만 듣고 싼값에 넘겨주며 그녀를 치켜세워줬을 여러 상인들만 만나왔을터이니 그녀는 실력을 써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제논은 뷰린을 한 눈에 간파할 수 있었다. 조금만 도와주면 그녀의 인생이 충분히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귀찮지만 도와줄까···’


“난 뷰린이라고 말해줬잖아? 설마 이름 듣는데도 돈을 내라고 하는 거야?”


“세상은 돈으로 안 되는 것도 있지. 네가 끼고 있는 반지를 준다면 생각해볼지도?”


뷰린은 기가 막혔다. 이거 완전 상인을 넘어선 사기꾼이 아닌가? 그녀가 끼고 있는 반지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데··· 아니 그걸 받고도 생각만 해보겠다니··· 분이 났다.


“나도 알아!! 돈으로 안 되는 것이 있는 것 정도는!!”


“과연 알까? 돈으로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그··· 그건···”


뷰린은 제논의 조롱 비슷한 말에 반격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돈으로 무엇이든 이루어왔기 때문이다. 제논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서서 자신을 노려보는 뷰린에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


“풋··· 돈으로 안 되는 것은 많아. 지금 네가 돈을 낸다고 내가 미라클 아카데미에서 S클래스 졸업 패를 줄까? 아니겠지··· 지금 네가 돈을 낸다고 방금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날까?··· 후후··· 넌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지? 돈이란 건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수단 중 한가지야. 사막 속에서 돈을 줄 테니 가지고 있는 물을 다 팔라고 하면 과연 팔까? 그곳에서는 물이 곧 돈이 되는거야. 물론 돈은 사람을 지배한다고들 하지. 하지만 진실은 사람이 돈을 지배하는 법이야. 넌 지금 돈에게 지배받고 있는 사람일뿐이다. 그런 삶이 과연 가장 중요한 것들을 볼 수 있을까?”


제논의 신랄한 비판에 뷰린은 고개를 푹 숙였다. 제논의 말은 틀린 것이 하나도 없었고, 마치 그녀의 살아온 삶이 너무나도 확실하게 관통당한 느낌이었다.


‘진실··· 가장 중요한 것···’


스윽!


뷰린은 숙였던 얼굴을 들어 제논을 올려다보았다. 키가 180cm를 조금 넘는 제논의 키보다 작은 168cm정도의 키밖에 되지 않았던 탓이었다. 밝은 태양이 내리쬐는 곳이었지만 지금 있는 역 앞은 그늘이 있었다.


그런데 유난히 제논의 얼굴은 밝아보였다. 얼굴이 빨개져왔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갑자기 어릴 적 아버지께서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상인이란 감정이 없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나도 어쩔 수 없었던 감정이 있었다.’


‘그게 뭐죠?? 아버지.’


‘넌 아직 어려서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이지. 뷰린··· 너에게 한 가지 말해주마. 다른 감정··· 연민, 공포, 긴장 등 다른 감정은 냉정하게 무시해도 좋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감정은 너의 모든 것을 바치거라. 물론 너는 사람 보는 눈이 확실하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너라면 사랑하게 될 남자 역시 대단한 사람일 테니 말이다. 하하하!!’


그녀의 아버지는 당시 13살이었던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했던 말이었다. 어릴 적부터 지나가는 듯 한 말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노하우들을 머릿속에 차곡차곡 심어주었던 것이다. 붉어진 얼굴로 뷰린은 말했다.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타인의··· 감정···?”


제논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뷰린은 그의 미소를 보자 왠지 기뻤다. 드디어 자신이 스스로 한가지의 문제를 풀어낸 것이다. 이른바 성취감이었다. 그리고 보답으로 돌아온 그의 미소는 그녀를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짓게 만들었다.


“고··· 마워···”


그녀는 처음으로 진심을 담아 말했다. 그것도 오늘 처음 보았고 만난 지 1시간조차 안된 남자에게···


‘내가 왜 이러지?’


그녀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그리고 이름 모를 남자가 대단해 보였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으셨으면 재밌어요와 선호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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