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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B 님의 서재!

라스트 하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HanB
작품등록일 :
2018.04.10 00:53
최근연재일 :
2018.05.18 12:05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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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90
추천수 :
249
글자수 :
359,084

작성
18.05.1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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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71화

DUMMY

“제논은 어디 국가 소속이야?”

“그건··· 나도 몰라···”

“너는 어디 국가 소속인데···?”

“······”

프리페는 엘프였다. 당연히 인간들의 국가소속을 알 리가 없었다. 그러나 레나와 루시아는 다르게 해석했다. 말할 수 없다라는 것으로···


“제논 오빠랑은 어디서 만난건데?”


레나는 어색한 침묵을 깨고자 또 다른 질문을 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여전한 침묵이었다.


“···.”

“···음···”


레나는 머리를 잡았다. 물어볼 질문이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묘하게 제논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루시아가 입을 열었다.


“제논과의 관계는 어떤 거야?”

“에?”


레나는 루시아의 질문에 자신도 모르게 반문했다. 프리페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달빛이 짙은 그 밤··· 달의 호수에서 제논과 앉아 이야기 했던 것이 떠올랐다.


“···.서로를 믿는 관계···”

“···.”

“···.사랑?···”


루시아는 침묵했고, 레나는 같이 얼굴을 붉히며 사랑에 빠진 소녀의 표정을 지었다.


‘역시 내가 모르는 사람인가···?’


루시아는 결국 제논에게서 생각을 접었다. 느낌은 분명 어디선가 본 듯 했지만 자신만의 착각이라고 마음먹었다.


‘사랑이라···’


루시아는 얕은 미소를 지으며 떠오른 추억을 애써 무시했다. 결국 혼자만의 생각이었을 뿐이라고··· 또 다른 생각이 파도처럼 엄습해왔지만 아직은 버틸 수 있다. 그 소년이 그녀의 마음의 절반이라는 마음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나도 사랑을 하고 싶어요! 언니··· 제겐 언니밖에 없답니다! 제게 언니의 모든 것을···”


레나는 눈을 번쩍이며 루시아의 손을 마주 잡았다. 그녀는 루시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런 레나의 움직임에 루시아는 레나를 벽에 집어던져버리며 태연하게 비스킷을 입에 물었다.


“서로 사랑하고 있는 건가··· 이건?···.”


이제는 프리페도 착각에 빠졌다. 제논은 믿을 수 있는 동료라는 뜻이었지만 레나의 영향으로 인해 지금은 사랑으로 느껴진다는 뜻으로 바뀐 것이다.


“어··· 언니··· 언니도 좋···으면서···컥···”


레나는 침대위로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며 루시아의 품으로 다가갔으나 루시아는 미소 지으며 레나를 다시 벽으로 던져버렸다. 루시아의 머릿속에 지금 떠오르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프리페의 사랑이야기에 떠오른 하나의 이름···


‘카론···’


*


“12시군요오···”


광대처럼 몸을 흔들던 스마일이 시계를 보더니 의자를 편하게 앉았다. 그가 있는 방에는 다른 이들도 있는지 곳곳에서 의자소리가 났다.


끼익··· 끼익···


어두운 방안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다 모였나.”“···.예. 루이테로스님.”


그의 말이 끝나자 귀여운 여자의 목소리가 방을 매웠다. 방안에 있는 사람의 숫자는 5명이었고, 그들은 각자 의자를 움직이는 소리로 자신의 위치와 존재를 증명했다.

물론 그런 것이 없더라도 이곳에 있는 이들의 실력이라면 방안의 사람 숫자 정도는 눈감고도 맞출 수 있는 실력이 있었다. 루시테로스라 불린 남자는 인사말도 하지 않은 채 방안을 훑었다.


“각자 주어진 임무는 확실하게 처리하도록.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네.”

“예.”


눅눅하게 압박된 무거운 공기가 방 안을 가득 뒤덮었다. 루이테로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 없이 방문을 열고 나갔다. 그러자 마일은 웃었다.


“하핫!! 이렇게 모인 건 오랜만이군요오! 그건 그렇고오··· 이번에 새로 가입하셨다는 분은 언제오시죠오?”


“흥··· 네놈은 말투나 고치시지.”

“코드명 스네이크님··· 여전히 차가우시군요오···”


코드명 스네이크라는 여자는 아주 섹시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아름다웠고, 빨려 들어갈 것같이 깊어 보이는 짙은 흑색의 눈은 꽤나 매력적이었다.

어깨까지 오는 흑발머리 칼을 찰랑거리며 의자에서 일어난 그녀는 관심 없다는 듯 문 밖으로 나갔다.


“스마일님.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잊지마시길.”


“물론이죠. 코드명 블랙님.”

“코드명은 빼시죠. 먼저 나갑니다.”


블랙이라 불린 남자 역시 방을 나섰고, 마일은 아쉽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코드명 트리님. 저도 나가겠습니다아···”

“좋을 대로··· 코드명 스마일···”


스마일은 조용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코드명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스마일의 정체는 그 속에 감추어져있다. 그들의 목적은 무엇일지. 그들이 누구인지 아직은 알 수 없었다.


*


늦은 밤이다. 고요한 정적 속에서 침대 위에 앉아 명상을 하던 다크블루색 머리칼의 레이룬이 번쩍 눈이 떴다. 창문하나 없는 곳이라 답답한 느낌도 있지만 레이룬은 어떠한 곳이라도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밝고 유쾌한 평소의 모습과는 전혀 상반되는 맹수와 같은 모습의 그는 짙은 미소를 지었다.


“뜻밖의 인물들을 많이 만나는 군. 후후···.”


레이룬의 머릿속에는 짙은 흑색 로브의 다우어와 푸른색 곱슬머리인 칸이 떠올랐다.


“칸 폰 이슈베리··· 이슈베리의 황제이자 교황이 되려고 하는 패왕이라 불리는 남자··· 였던가.”


레이룬이 어떻게 칸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 정보는 확실했다. 레이룬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잠시 후에 다시 떠진 눈은 뭔가 모를 후회가 느껴지는 눈이었다.


“다우어···. 내가 그렇게 만들었으니 귀찮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나.”


레이룬의 다갈색 눈에는 불타오르는 시체가 보였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한 자루의 날이 잘선 단검처럼 날카롭게 보라색의 눈동자로 자신을 쏘아보는 남자아이가 있다.


“벌서 12년 전인가···”


12년 전, 레이룬의 나이 20살 때였다. 어렵게 성공한 작전으로 그는 기뻐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쫒았던 생존자가 바로 어린 다우어였다.


“이제 다어만 죽이면 되겠군요.”


20살의 레이룬 옆에는 갈색 머리칼의 중년 남자가 있었다. 중년의 남자는 붉은색의 로브에 허리까지 오는 나무 지팡이를 든 채 레이룬과 숲속을 달렸다. 그리고 얼마가지 않아 상처 입은 채 검을 든 기사와 어린 다우어를 만났다. 중년 남자는 낮게 웃으면서 지팡이를 들었다.


“저항은 거기까지 하시죠. 어차피 여기서 죽게 될 것이니···”


상처 입은 기사가 무서운 얼굴로 중년의 남자에게 소리쳤다. 그는 흐릿해지는 의식을 다잡으며 다우어의 앞을 지켰다.


“케리우그!! 배신자 녀석! 내가 죽더라도 너는 죽일 것이다!

“그럴 일은 없을 것이오··· 진작 다어를 포기했다면 살 수 있었을 것을···”

“웃기지 마라!! 배신자!!”


케리우그라 불린 중년의 남자는 갈색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머리색과 같은 눈동자를 빛냈다. 분노라는 감정이 떠오르는 듯 기사를 쏘아보았다.


“닥쳐라!!”


화르르륵!!


케리우그의 지팡이가 빛나기 시작했고, 그 순간 상처 입은 기사를 향해 커다란 불덩어리가 날아갔다.


“다어님··· 도망을···”

“크로우프!!”


상처 입은 기사는 다우어에게 자신의 검을 쥐어주며 불덩어리를 정면으로 막아섰다. 다우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지만 소용없었다. 불덩어리는 상처 입은 기사 크로우프에게 명중했고, 그는 불에 휩쌓였다.


“크아악!!”

“이젠 다어··· 차례군요.”


크로우프가 불타오르며 쓰러지자 케리우그가 눈매를 번득였다. 다우어는 어둠뿐인 숲속에서 크로우프에게 받은 검을 들고 있었다. 눈물도 나오지 않는 것인지 냉혹한 눈빛으로 케리우그를 노려보는 다우어는 오히려 케리우그를 움찔하게 만들었다.


“케리우그··· 난 다시 돌아오겠다. 모든 것을 바꾸어 줄때까지 살아 있어라···”

“아니요··· 다어··· 당신은 이곳에서 죽습니다.···”


케리우그는 나무지팡이를 들었다. 다우어는 보랏빛의 눈을 빛내며 검을 잡았다. 그때였다. 가만히 지켜보던 레이룬이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만하지···”

“···. 진심이오···?”


케리우그는 지팡이를 여전히 들고 있었다. 이번 일의 총 책임자는 저 다크블루색 머리칼의 남자였다. 그런 그가 그만하자고 하니 확인해둘 필요가 있었다. 다크블루색 머리칼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어쩔 수 없었다. 케리우그는 지팡이를 내렸다.


“다어를 살려주면 후회하게 될 것이오. 이곳에서 싹을 잘라 놓지 않으면···”

“설령! 그렇다해도 내가 막을 것이니 걱정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가 저렇게까지 말하는 이상 어떠한 일이 생기던지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한 케리우그는 뒤로 돌아섰다.


“···.마음대로 하시오. 난 먼저 갈 터이니···”


불타오르는 시체를 사이에 대치한 레이룬과 다우어는 서로를 노려보았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레이룬이다.


“분한가.··· 소년?”

“이제와서 나를 살려주겠다는 것인가··· 주모자인 네 녀석이···.”


다우어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마치 죽도록 찾았던 원수를 만난 듯 한 목소리였다.


“살려준다면 복수할 것인가?”


다우어의 분노 따위는 아무런 상관없다는 듯 레이룬은 자기 할 말만 했다. 다우어는 들고 있는 검을 양손에 피가 날 듯 꽉 쥐며 보라색 눈동자 속에 레이룬의 모습을 비추었다.


“물론이다··· 나를 이렇게 만든 모든 녀석들을 내손으로 끝장내주지···.”

“그렇다면 해봐라···”

“뭐라고?”


다우어는 여유로운 레이룬의 반응에 놀랐다. 그리고는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하며 가지고 있던 검을 레이룬에게 던졌다.


“웃기지마!”


휘익!!


레이룬은 간단한 움직임으로 검을 피한 후 다우어를 쏘아봤다. 갑자기 강력한 위압감과 살기가 터져 나오며 다우어를 무겁게 짙눌렀다.


“네놈 따위가 얼마나 강해질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해봐라··· 기다려주마. 애송이···”

“큭···.”


다우어는 겨우 숨을 쉬며 레이룬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그러나 레이룬은 더 이상 흥미가 떨어졌는지 방금 다우어가 던졌던 검을 주워서 훑어보더니 다우어의 옆에 던졌다.


“좋은 검이군. 소년··· 기대하지···”

“헉··· 헉··· 거···거기서···”


레이룬은 다우어의 보랏빛 눈동자를 반 번 보더니 사라졌다. 다우어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잘 성장했군.···”


레이룬은 공터에 나타난 다우어를 보고 한 눈에 그의 실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과연 누가 꼬마였던 다우어를 키웠는지는 몰라도 보라색 눈동자에 그 정도 재능을 가졌었으니 실력 있는 자라면 누구나 탐낼 만 한 보석 같은 녀석이었다.

거기다 실력이 아주 뛰어난 이가 가르쳤는지 다우어의 실력을 꿰뚫어본 레이룬은 꽤나 놀랐다.


“과연 가능할까? 그것이···”


그러나 레이룬을 꺾기엔 부족할지도 몰랐다. 과거의 그라면 모를까 지금의 레이룬은 그때와 차원이 틀렸다. 게다가 그런 그보다도 더욱 강한 이가 있었다. 아직 다우어의 실력으로는 무리였다.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 그건···”


레이룬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우어를 살려주었던 것이다. 레이룬의 최종 목적··· 그것을 다우어라면 가능할지 시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지금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피곤하군···”


레이룬은 몸을 침대로 파묻었다. 벌써부터 복잡한 생각 따위를 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그가 계획한 시나리오에서 변수는 없을 것이다. 자신은 그 이야기속에서 어울려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의 손바닥 안에서 움직이는 삐에로처럼···


“제논···”


지금 유일한 변수는 검붉은 머리칼의 소년이다. 아마도 이미 그는 소년에 대한 시나리오도 만들었을 것이다. 철저한 사람이니 소년의 일행들 역시 완벽하게 체크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왕이면 소년과는 친구가 되고 싶었지만 자신이 살아온 삶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친구가 될 수조차 없다. 언젠가는 싸워야할 운명···.


“꼬여버렸군. 후후···”


레이룬은 홀로 머릿속을 정리했다. 조용한 방안은 그의 어지로운 생각의 실타래를 한 가닥씩 풀어내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었다.


“···. 배고프군···”


레이룬이 다시 눈뜨고 침대에서 내려왔을 때는 이미 아침식사가 시작되었을 때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두 여인이 떠올랐다. 그러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오늘이 마지막 휴식의 날인가?··· 후후···”


지금 그는 두 여인을 어떻게 놀려먹을지 그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은······


*


우물우물··· 꿀꺽!


제논은 가벼운 모습에 검 두 자루는 잊지 않고 착용한 채 홀에서 식사를 마쳤다. 컨디션은 최고였다.


“프리페··· 얼마나 먹을 작정이냐···”

“음···?”


금발머리의 프리페는 맛있어 보이는 스파게티를 입 안 가득 넣은 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직 멀었다는 듯···


“하아···”


프리페의 옆에는 접시가 수북했고, 지금의 기세로는 충분히 지금 먹은 양의 두 배는 먹을 것 같았다. 제논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리자 기다렸다는 듯 붉은 머리칼에 흑청색 눈동자를 빛내는 레나가 손을 흔들었다. 그녀의 옆에 있는 은백색 머리칼의 루시아도 이젠 편해졌는지 하품을 하고 있었다.


“잘 잤나요? 호호! 전 언니랑 뜨거운 밤을···”

“안 피곤하니··· 너희는?···”


루시아는 분명 밤새 수다를 떨다가 잠든 레나와 프리페를 보며 놀랍다는 듯 눈을 비볐다. 그러나 레나와 프리페는 아무런 이상도 없다는 듯 자리에서 여유롭게 찻잔을 들었다.


“그 정도로 끄덕도 없죠! 여자는 체력이 생명이라구요!!”

“암! 그렇고말고!”

“호호호호!!”


그녀들은 자신들끼리 무언의 대화를 나누며 웃었다. 루시아는 못 말리겠다는 듯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의자에 앉았다. 그때였다.


“역시 괴력소녀는 다르군. 후후후···”

“!!”


레이룬이 손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찻잔을 든 채 그녀들 앞에 나타났고, 그 순간 그녀들은 움찔하며 한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언제 나타났는지 정말 신출귀몰한 레이룬이었다.


“에로 아저씨···”

“어느새···”

“후후··· 좋은 아침이군··· 해는 보이지 않지만.”


제논은 언제부터 이런 이상한 그룹에 자신이 속하게 된 건지 궁금해졌다. 그러나 그것을 생각할 틈은 없었다. 옆에 앉은 루시아가 자신에게 질문을 했기 때문이다.


“이봐. 제논. 넌 어디서 온 거야?”

“···음··· 그건 왜?”


제논은 쉽사리 밝힐 수 없었다. 아직까지 그녀를 완벽하게 믿을 수가 없었기에···


“궁금해서···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랑 분위기가 비슷하거든···”


루시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찻잔을 들며 청녹색 눈을 빛내며 제논을 바라보았다. 제논은 고민했다.


‘지금이 타이밍인가···?··· 아니··· 아직은 아니야···’


“알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닐 거야. 너를 본건 이곳 미라클 아카데미가 처음이거든.”

“그래?···”


제논은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루시아를 바라봤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아니라 조금 더 루시아에 대해서 알고 나서의 상황이 바로 비밀을 밝힐 시기였다. 그러나 가슴이 아픈건 어쩔수가 없었다.


루시아는 자신이 착각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레이룬과 놀고 있는 레나와 프리페에게 시선을 옮겼다.


“오늘도 기운이 넘치는가? 많이 먹어도 그만큼 괴력을 쓰니 살이 찌지 않는 이유가 있었구만. 하하!!”

“죽어!!”


휘익!! 휘익!!


레이룬의 움직임에 결국 한 번도 공격을 성공하지 못한 프리페와 레나는 숨을 몰아쉬며 의자에 앉았고, 레이룬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찻잔을 들어 맛을 음미했다.


“으음~~··· 훌륭하군! 역시 아침 운동 후에 먹는 차 맛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지···.”

“흥··· 에로 아저씨. 이게 아침 운동이라니···”


원형 테이블에 앉은 5명은 조용히 수다를 떨며 차 맛을 즐겼다. 먼저 입을 연건 제논이었다.


“난 4층에 올라가볼 생각인데··· 어때?”

“네? 거기는···”


레나는 이곳에 도착했을 때 노기사 미렌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미렌이라고 한다. 다음 테스트는 이틀 뒤에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는 저번처럼 3층의 홀에서 숙소를 찾아 들어가면 된다. 그리고 4층으로는 올라가지 말도록. 그 외에는 돌아다녀도 상관없다. 참고로 지금 죽으면 정말로 죽음이다. 명심하거라···’


“아아··· 원래 가지 말라고 하면 더욱 가고 싶어지는 법이지.”


제논은 여행이라도 갈 것처럼 눈을 빛냈다. 루시아나 프리페 역시 마찬가지인지 제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룬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제논에게 시선을 돌렸다.


“난 갈래.”

“재밌겠다. 헤헷···”

“소년! 좋은 생각이네! 역시 리더인 것 같군. 후후”

“레나는?”


제논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레나를 바라보았다. 레나는 장갑을 잡아당기며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언니들이 간다면 저도 빠질 수 없죠!”

“전원 가는구만?”


제논과 레나를 비롯해 루시아와 프리페, 레이룬이 차례로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4층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기대감에 흥분한 채 홀을 벗어나 계단을 올랐다. 4층으로 가는 계단을···


*


미라클 아카데미 스카이 시티 본 건물의 1층 홀에서 한 남자가 소리쳤다.


“어디로 갔나! 녀석들은!”


단 하루도 화내지 않는 날이 없는 디로인 제국의 3급 기사 베돌프는 이곳을 관리하는 집사 켄의 멱살을 잡았다. 덩치가 큰 베돌프의 손에 들려진 70대의 노인 켄은 연신 콜록였다.


“콜록··· 이것 좀··· 콜록콜록··· 놓고···”

“아··· 어서 말해!”


켄의 말에 그제야 베돌프는 켄을 놓아주었다. 켄은 바닥에 떨어진 나무 지팡이를 버팀목삼아 일어났다.


“결투의 건물로 놀러갔소··· 새로운 후배들을 보고 싶다면서··· 콜록···”

“뭐라!! 그 녀석들이 감히!! 이건 규칙위반이라고!!”

“어차피 만날 수 없을 것이오. 콜록···”“내가 지금 당장 그곳으로 가겠다.”


베돌프는 켄을 뒤로한 채 어디론가 걸었다. 그의 허리에는 두꺼운 검이 철컥이며 그가 움직일 때마다 소리를 냈다.


철컥철컥···


켄은 홀을 빠져나가는 베돌프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 화내는 성격만 아니면 충분하련만··· 어쨌든 미렌이 잘 말했을 터이니 만날 일은 없겠지··· 콜록···”

“켄님!!”

“응?”


켄의 뒤에 한 남자가 달려왔다. 그는 켄을 보며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이··· 이번 클래스 테스트에서 본 건물로 올 인원이 정해졌다고 합니다.”

“어떤 종목인가? 아직은 이른데··· 콜록···”


켄의 눈이 빛났다. 미라클 아카데미 본 건물을 관리한지 어언 30년이 흘렀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가 흥미로워할만한 일이 생긴 것이다. 일주일은 지나야 나오는 결과가 벌써 나왔으니 기대될만했다.


“상권 종목입니다. S클래스 2명입니다. 더 이상의 테스트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되어 내일 본 건물로 이동한다고 합니다.”

“그렇군··· 이번 해는 뭔가가 다른 것 같구먼··· 재밌어질 것 같으니··· 허허허··· 숙소를 어서 준비해두게나. 콜록.”

“예!”

켄은 넓은 홀을 거닐며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가 기대되는지 입가에 짙은 미소를 띄웠다.


*


“여기를 올라가려고?”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에는 전신에 상처를 입은 두 남자가 있었다. 그들은 보면 안 되는 것이라도 보았는지 공포에 사로잡힌 듯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제논 일행을 불러 세웠다.


“4층에 올라가셨나요?”


레나는 흥미로운 눈으로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두 남자는 덜덜 떨며 레나를 비웃었다.


“후후··· 후후··· 안 올라가는게 좋을 거야··· 내 동료도 올라갔다가 죽었으니 말이야···”

“···뭐라고요?···”

“죽었다고? 누가 죽인거지?”


제논은 두 남자 중 한 명의 멱살을 잡았다. 멱살을 잡힌 남자는 손을 뿌리쳐내며 중얼거렸다.


“하얀··· 머리의 사내다.”

“하얀 머리?”


두 남자는 그 말을 끝으로 계단에서 내려와 3층의 홀로 들어가 버렸다. 그들 역시 지금까지 살아남은 실력자 일 텐데 지금의 모습은 너무나 비참해보였다. 제논은 하얀머리의 사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4층··· 재밌겠는걸.”


“하얀 머리의 사내란 누구를 말하는 거지?”


제논은 4층으로 올랐고, 프리페는 뒤를 따르며 생각했다. 현재까지 테스트를 치르며 살아남은 사람들 중에서 하얀 머리는 보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테스트와는 관계가 없는 다른 강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지진 않아···’


프리페는 자신할 수 있었다. 이곳에 모인 5명은 정말로 상대가 강하더라도 질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타닥타닥··· 끼익···


“여긴?”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으셨으면 재밌어요와 선호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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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3화 +1 18.05.08 413 2 7쪽
62 62화 +1 18.05.08 419 1 9쪽
61 61화 +1 18.05.07 431 1 10쪽
60 60화 +1 18.05.07 416 1 10쪽
59 59화 +1 18.05.06 557 1 8쪽
58 58화 +1 18.05.06 409 1 7쪽
57 57화 +1 18.05.05 409 2 9쪽
56 56화 +1 18.05.05 417 1 7쪽
55 55화 +3 18.05.04 434 1 9쪽
54 54화 +1 18.05.04 425 1 9쪽
53 53화 +3 18.05.03 417 2 8쪽
52 52화 +3 18.05.03 418 1 7쪽
51 51화 +1 18.05.02 437 2 8쪽
50 50화 +1 18.05.02 626 2 8쪽
49 49화 +1 18.05.01 427 2 8쪽
48 48화 +1 18.05.01 434 2 8쪽
47 47화 +1 18.04.30 435 2 8쪽
46 46화 +3 18.04.30 438 3 7쪽
45 45화 +1 18.04.29 440 2 8쪽
44 44화 +1 18.04.29 456 3 11쪽
43 43화 +1 18.04.28 456 3 8쪽
42 42화 +1 18.04.28 435 2 10쪽
41 41화 +1 18.04.27 453 2 9쪽
40 40화 +1 18.04.27 476 2 11쪽
39 39화 +1 18.04.26 619 2 9쪽
38 38화 +3 18.04.26 441 2 9쪽
37 37화 +3 18.04.25 452 3 8쪽
36 36화 +1 18.04.25 422 3 8쪽
35 35화 +3 18.04.24 488 3 8쪽
34 34화 +3 18.04.23 746 5 9쪽
33 33화 +2 18.04.23 444 5 7쪽
32 32화 +3 18.04.22 495 5 7쪽
31 31화 +3 18.04.22 482 5 7쪽
30 30화 +1 18.04.21 485 5 7쪽
29 29화 +3 18.04.21 475 5 7쪽
28 28화 +2 18.04.20 494 5 9쪽
27 27화 +3 18.04.20 458 5 9쪽
26 26화 +2 18.04.19 469 5 7쪽
25 25화 +3 18.04.19 471 5 8쪽
24 24화 +3 18.04.18 491 5 7쪽
23 23화 +1 18.04.18 468 4 8쪽
22 22화 +3 18.04.17 482 4 7쪽
21 21화 +1 18.04.17 464 4 11쪽
20 20화 +3 18.04.16 479 4 11쪽
19 19화 +1 18.04.16 470 4 11쪽
18 18화 +3 18.04.15 460 3 8쪽
17 17화 +1 18.04.15 472 4 7쪽
16 16화 +3 18.04.10 487 4 9쪽
15 15화 +3 18.04.10 478 4 7쪽
14 14화 +3 18.04.10 468 4 10쪽
13 13화 +5 18.04.10 814 4 10쪽
12 12화 +4 18.04.10 513 4 8쪽
11 11화 +4 18.04.10 486 4 7쪽
10 10화 +4 18.04.10 476 4 12쪽
9 9화 +4 18.04.10 458 4 11쪽
8 8화 +4 18.04.10 451 5 11쪽
7 7화 +4 18.04.10 471 5 7쪽
6 6화 +2 18.04.10 453 5 7쪽
5 5화 +4 18.04.10 451 5 8쪽
4 4화 +4 18.04.10 468 5 8쪽
3 3화 +4 18.04.10 534 4 7쪽
2 2화 +4 18.04.10 602 6 8쪽
1 1화 - Prolgue. +10 18.04.10 905 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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