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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B 님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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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B
작품등록일 :
2018.04.10 00:53
최근연재일 :
2018.05.18 12:05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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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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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
글자수 :
359,084

작성
18.04.10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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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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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8쪽

5화

DUMMY

카이더스와 베론은 늦은 밤 둥글게 떠오른 보름달 아래에서 쏟아지는 달빛을 받으며 둥근 탁자에 종이 한 장을 올려둔 채 회의를 하고 있었다. 카론이 태어난 지 13년이 되어가지만 그들의 모습은 많이 변하지 않아 보였다.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군···”

“크림슨 제국에서 먼저 무엇인가 일을 벌일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같은 날 태어난 황태자와 황녀의 생일 행사를 같이하자니··· 이거 거부할 수도 없고··· 참···”


카이더스는 난감한 듯 이마를 짚으며 앉아있던 의자에 등을 편하게 기대앉았다. 베론은 자신이 생각한 말들을 정리해 대답했다.


“일단 저희 국외에서 한다는 것은 좋은 점이지만 좋지 않은 점도 있습니다. 크림슨 제국에서는 아마 축하를 핑계로 여러 귀족들이 올 것인데 그들의 수호기사들과 특히 크림슨 제국에서 이번에는 크림슨 기사단을 동반해서 온다고 하더군요. 그들은 여타 기사단들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하다고 유명합니다. 그 정도 병력이면 저희의 수도인 ‘블라크’는 순식간에 점령당할 수도 있습니다.”

“골치아프구먼··· 그래도 승낙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우리에게는 키르기사단과 자네가 있으니··· 그나마 안심이 되는구만. 후후···”


카이더스는 씁쓸한 웃음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를 보며 베론은 다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카이더스님과 루나님, 카론님은 제가 지키겠습니다.’


베론은 밝게 떠오른 달을 올려다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


4월 18일.

봄이건만 묘하게도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어가는 나날··· 어느 샌가 한 달이 지났다. 키슈타르 제국에는 일주일 전부터 축제 분위기가 지속되었고, 밤낮 할 것 없이 거리에는 노랫소리와 북소리가 계속되었다.


특히 수도 블라크에서는 여러 나라의 귀족들이 축하하러 찾아왔으며 크림슨 제국에서는 크림슨 기사단과 황제인 수마르 그리고 황녀인 루시아에 뛰어난 전략가이자 철의 가면이라 불리는 베르마스 공작까지 찾아왔다.


지금까지 베일에 쌓여있던 황녀 루시아의 아름다움에 다른 귀족들은 놀라워했다. 카론과 루시아는 비슷하게도 밖에 나가는 일이 거의 없고, 황궁 내에서만 생활했기 때문에 얼굴조차 거의 알려지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얼굴보기 힘들군. 수마르···”

“오랜만이다. 카이더스···”


마침내 만난 두 제국의 황제는 서로 알고 있는 사이인 듯 편안히 말했다. 카이더스의 뒤엔 카이던과 베론이 서있었고, 수마르의 뒤엔 아크후작과 베르마스 공작이 자리를 지켰다.


그들은 축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성 안으로 들어가 회의를 시작했다.

한 편 황녀인 루시아는 수마르가 회의실에 들어간 틈을 타 몰래 제럴드 백작과 어딘가로 이동했는데 입고 있는 드레스가 귀찮은지 계속 만지작거렸다

.

“루시아님. 여기입니다.”

“나랑 같은 날 태어났다고 같이 생일 축제를 하다니··· 얼마나 잘난 황태자인지 궁금해죽겠어.”


밤이 되어 둥글게 뜬 보름달 아래에 루시아와 제랄드 백작은 넓은 정원에 도착했다. 미로처럼 얽힌 큰 정원이지만 그 중심은 넓은 바닥이 둥글게 위치하고 있으며 그 곳 중앙에서 묘하게 정원과 매치되게 만들어져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분수대가 있었다.

그 분수대는 카이더스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한 곳이었다. 황궁의 3대 명소 중 한 곳인 만큼 매력적인 곳이다.


그런데 오늘은 그곳에 카이더스가 아닌 검붉은 머리에 소년이 분수대에 앉아 둥근 보름달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


순간 루시아는 탄성을 질렀다. 분수대에서 뿜어지는 푸른빛의 물과 달빛에 빛나는 정원들이 혼연일체를 이루며 한폭의 그림 같은 모습이었는데 그 곳에 화룡점정을 찍은 듯 한 소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비한 분위기의 소년!


루시아 잠시 동안 넋을 잃고 소년을 쳐다보았는데 소년은 검붉은 머리를 살짝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나 정확히 루시아가 있는 곳을 보았다. 루시아는 깜짝 놀랐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소년에게 다가가 물었다. 소년의 눈은 맑고 진한 흑갈색으로 뚜렷해보였다.


“반갑습니다. 이 곳 정원이 아름답다고 소문이 자자한 터라 보고 싶어 들어 왔습니다··· 실례지만 정원구경을 해도 될런지요···”


누가보아도 귀여워 보일 것 같은 은빛머리칼의 루시아는 억지로 배운 예절을 겨우 떠올리며 말하고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물론이죠··· 레이디.”


검붉은 머리의 소년인 카론 역시 카이더스와 마찬가지로 이곳을 자주 찾았었는데 누군가와 같이 오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오늘은 카이던과 베론, 카이더스마저 손님들을 맞으러 갔기 때문에 혼자올 수밖에 없었다.

흥미 없던 파티를 뒤로한 채 조용히 시간을 보내려고 했지만 혼자보다는 둘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던 참에 같은 또래로 보이는 귀여운 소녀가 정원보기를 좋아하는 듯하자 기분이 좋아졌다.


그에 반해 루시아는 붉어진 얼굴을 감추느라 정원구경도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레이디라고 불렸다는 것과 남자에게 이렇게 감정을 느낀 것도 처음이라 어찌해야할지 모르고 루시아는 힐끔힐끔 카론을 쳐다보았다.

다행히도 카론은 그런 시선이 아무 이상 없다는 듯 분수대에 앉아 밝은 빛을 내는 보름달을 쳐다보고 있었다. 결국 루시아는 먼저 입을 열었다. 열심히 배운 예절이 아니라 그런지 생각하며 말하느라 루시아의 목소리는 떨렸다.


“차···참··· 정원이 아름답네요··· 카···론님···”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카론은 놀란 듯 루시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루시아는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녀의 청녹색 눈은 시선을 어디둬야할지 몰라 하고 있었다.


“아··· 소녀는 크림슨 제국의 황녀 루시아라고 합니다··· 이 곳에 자주 오신다고 들어서 오게 된 것입니다.”


예절공부에 능하지 못한 건 루시아뿐만이 아니었다. 카론 역시 예절공부를 별로 하지 않았던 터라 루시아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그럼 편하게 이야기 할까요?··· 나이도 같잖아요.”

“조···좋아요!”


루시아는 카론과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었는데 생각보다 비슷한 점이 많아 둘은 빠르게 친해졌다.


“너도 어릴 때부터 검을 잡고 훈련을 했다고??”

“응···”


루시아는 카론이 수줍어하는 자신의 모습을 비웃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편안하게 대화를 이끌어주었다. 계속해서 카론과 즐겁게 이야기하다보니 루시아는 어느 순간부터 가슴이 따뜻해지는 행복을 느꼈다.


지금까지 그녀와 함께한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이익을 생각하는 사람들과 검술만을 논하는 기사들뿐이었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만나서 이야기도 별로 못해본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카론과의 대화에서 자신도 모르게 외로움이 없어지자 그 곳에 행복이 자리 잡게 된 것이었다. 지금 이대로 시간이 멈춘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녀의 바람은 길지 않았다. 제럴드 백작이 루시아에게 왔기 때문이다. 제럴드백작은 카론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루시아에게 말했다.


“루시아님.”

“제럴드 백작···”

“가시죠. 회의가 끝날 시간입니다.”


어느 샌가 시간이 그렇게나 지나다니··· 루시아는 아쉬운 마음에 일어나지 못하고 카론을 바라보았다.


스윽···


카론은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다. 그의 표정에도 아쉬움이 묻어있었다.


“이제 생일 축제가 2일 뒤잖아. 그때 보면 되겠지···”

“그래···.”


루시아는 정원을 빠져나가면서도 뒤를 돌아보았는데 그때마다 카론은 손을 흔들어주었다. 루시아가 정원을 완전히 빠져나가고 나서야 카론은 쓸쓸히 말했다.


“재밌었어··· 루시아··· 내일도 올까?···”


외로웠던 것은 카론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또래친구가 없는 그들의 만남은 서로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것이었다. 그는 잠시 동안 그 곳을 떠나지 못하고 루시아가 사라진 쪽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작가의말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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