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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B 님의 서재!

라스트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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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B
작품등록일 :
2018.04.10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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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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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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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2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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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7화

DUMMY

5명 정도의 인원이 걸어갈 정도였던 입구에서부터 미로 같은 길이 끝나자 넓고 둥근 중앙 정원이 나타났다. 아크 후작이 관리를 잘했는지 7년 전과 거의 동일한 상태였다. 넓은 바닥이 둥글게 위치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묘하게 정원과 매치되어 그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분수대가 있었다.


“아······”


루시아는 7년 전과 같이 검붉은 머리의 신비한 소년이 그곳에 앉아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그가 루시아를 바라봤다. 흑갈색의 눈이 떠올랐다. 그러나 하늘에서 구름이 걷히고 달이 나타나 달빛을 뿌려대자 소년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루시아의 눈에서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그는 어떻게 됐지···’


그 소년은 아마도 죽었을 것이다. 그를 암살하려는 계획도 있었다고 들었으니···


‘카론. 나랑 같이 크림슨 제국으로 가지 않을래?’


그 소년과의 마지막이 생각났다. 그 소년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미안해. 루시아.’


‘.···’


‘나 말이야··· 꼭 나중에 너의 앞에 다시 나타날게. 그때도 나를 기억하고 친구로 받아줄래?’


눈물이 끊임없이 흘렀다.


“루시아님?···”


레나는 분수대를 바라보며 루시아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루시아는 분수대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분수대 난간에 앉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이 걷히고 어둡고 푸른 밤하늘이 나타났고 그 바다 안에서 빛나는 별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녀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밝게 빛나는 별들도 아닌 반쪽의 반달이었다.


‘외로워···’


반쪽뿐인 달이 자신의 심장처럼 느껴졌다. 잠시뿐이었지만 그 소년과 함께했던 순간들이 기억 속에서 엉켜들어갔다··· 그 소년과의 만남 이 후 부터는 늘 혼자였다.

물론 아크 후작과 다른 세븐포스들과 함께 지내며 검술을 쌓았지만 친구는 없었다. 베르마스 공작이 뒤에서 그 누구도 접근시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녀는 친구가 없이 지내온 외로운 반달이었다.


짝이 없는 반쪽짜리처럼 그녀는 또 다른 반쪽을 생각했다. 그러자 그 소년이 떠올랐다. 소년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나 카론 폰 키슈타르는··· 반드시 살아남아 루시아 폰 크림슨과 반드시 만날 것을 맹세합니다···’


달빛이 따뜻한 소년의 손길 같았다. 소년의 마지막 말이 들려왔다.


‘언젠가 꼭··· 다시 만나자. 루시아!’


머릿속에서 메아리치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루시아는 눈물이 흐르는데도 미소 지었다. 꽤나 우스꽝스러울 수 있지만 그녀의 표정은 행복해보였고, 눈부셨다.


‘카론 살아있겠지···? 꼭 살아있어줘···’


“카론···”


루시아는 눈물을 닦았다. 이곳에 다시 오는 속이 후련해진 듯 했다. 옆에는 레나가 다리를 꼬고 앉아서 하늘을 보며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어떤 노래인 듯 했다. 꽤나 좋은 노래인 듯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레나의 붉은색 머리카락이 눈에 띄었다. 왠지 그녀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우리 친구 할래···?”


레나는 휘파람을 멈추고는 루시아를 쳐다보았다. 깜짝 놀란 듯 했다. 설마 황녀가 친구하자고 할 줄은 예상치도 못했기 때문이다.


“제가 한 살 어립니다··· 제가 어찌 황녀님과···”


루시아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겨우 꺼낸 말이었는데 거절당했다. 물론 레나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역시 내게 친구는···’


레나는 황급히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루시아가 풀이 죽은 것을 보자 괜히 죄를 지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아아!! 황녀님··· 그러면 저희 둘만 있을 때는 제가 편하게 할게요··· 어때요?”


야수왕의 칭호를 가진 몬스터부대의 리더 베리나스 피렐의 딸 레나페도 루시아 앞에서는 쩔쩔매고 있었다. 루시아는 레나의 말에 여전히 시무룩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둘만 있을 때 친구라니 더 비참한···”


레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아마 지금 이 상황보다는 시원하게 기사들과 치고받는 것이 100배는 속편하리라.


“제··· 제 말은 친구로서 편하게 지내는 건 좋은데 캡틴 아크님이 그걸 보면 절 죽이려고 할 테니 둘이 있을 때만 그렇게 하자는 거예요······ 괜찮죠?”


'내··· 내가 왜 변명하는 거야!'


“아! 그렇구나!”


루시아의 시무룩했던 표정은 어느 샌 사라지고 밝게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 레나는 왠지 속은 기분이었다.


‘이 사람··· 다른 의미로 대단하네··· 그래도 마음에 들어. 호호!!’


“레나는 늘 그 장갑을 끼고 다니네?”


루시아는 문득 레나의 흑색의 광택 나는 장갑을 보더니 물었다. 검은 마차 안에서 몇 일간 같이 있었지만 별로 사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에 레나에 대해 자세하게 모르고 있었다.


레나는 장갑을 벗었다. 새하얀 손이 나타났고, 레나는 장갑을 보여주며 슬쩍 웃었다.


“누구에게 한 적 없는 이야기인데··· 루시아님. 아니··· 루시아 언니에게는 말해줄께요. 최초로 여자 친구가 생긴 기념이죠. 호호!!”


“그러고 보니 나도 여자 친구는··· 최초네?···”


레나 역시 루시아와 비슷한 삶을 살아왔었다. 아니 오히려 힘들었던 삶이었다. 야수왕은 어린 딸을 각종 훈련으로 강하게 키웠고, 야생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리켰다. 그러니 예절을 알 턱이 없었다.


그녀 역시 야수왕을 닮아 다혈질이었지만 다행히도 고위 귀족들을 상대하는 기본적인 예절정도는 숙지하고 있었다. 소녀 시절 때 아크 후작의 기사도에 반해 조금 배웠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험악한 몬스터 부대에서 생활하면서 거칠어졌고, 다른 귀족들이 그녀의 외모와 몸매에 혹해서 넘어오더라도 느끼하고 구역질나는 예절에 질려버린 그녀는 친구하나 없이 자랐다.


결국 몬스터 부대를 친구삼아 지내온 것이다. 그런데 최초로 여자 친구가 생겼다는 말은 남자 친구가 있다는 것일까? 아니면 친구를 처음 사귄 것일까? 아직은 알 수 없었다.


“간브레스··· 이 장갑의 이름이죠. 한 번 들어보실래요?”


레나는 루시아에게 흑청색의 장갑 간브레스를 건네주었다. 레나가 한 손으로 잡아 건네준 간브레스를 루시아의 양손위에 올리자 루시아의 표정이 호기심에서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와··· 이거 장갑 맞아? 무겁다···”


그렇다. 간브레스는 다른 장갑과는 확연히 차이날정도로 무거웠다. 레나는 그것을 한 손으로 가지고 놀 정도니 힘이 얼마나 강한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간브레스는 저의 아버님이 어렵게 구해서 주신 선물이죠. 이 장갑과 신발이 한 세트랍니다.”


루시아는 레나가 신고 있던 흑청색의 신발이 떠올랐다. 그리고 베르마스 공작이 준 흑검 페러릭도 생각났다.


‘어쩌면···’


레나는 루시아가 건네준 장갑을 받아 착용했다. 그 장갑은 어둠속에서도 달빛 아래에서 번쩍였다.


“광택이 나죠···? 간브레스는 어느 드워프 장인이 옛날에 만 든거 라는데, 결코 불에 타지 않는 가죽장갑에 검으로 내리쳐도 부서지지 않는 금속을 녹여 이 장갑에 특수 처리해서 만들었다고 하죠. 신기하게도 불에 넣어도 녹거나 타지 않고, 정말로 검으로 내리쳐도 찢어지거나 부서지기는커녕 흠집하나 나지도 않아요.”


‘페러릭과 비슷한 재질인가보네···’


레나는 아직 말이 끝나지 않은 듯 계속 얘기했다.


“음··· 그리고 광택은 유지하고 싶지 않아도 자동으로 유지 되고, 전 상관없지만 단점은 조금 무거운 정도? 물론 신발도 장갑과 똑같은 과정으로 만들어 진거래요. 저는 아버님이 간브레스를 주시면서 하신 말씀을 지키고 있죠. 늘 착용하고 있으라는 말씀을 하셨거든요. 신발은 가끔 벗어두지만. 호호···”


“아··· 그래서 늘 착용하고 다니는 거구나. 나도 아크 선생님이 늘 검을 가지고 다니라고 하셨었는데··· 지금은 놔두고 왔지만··· 헤헤···”


루시아와 레나는 웃었다. 그러던 중 레나가 물었다.


“그러고 보니깐··· 언니는 아까 왜 눈물을···?”


‘그리고 카론이라는 사람은 누구죠?’


레나는 그 말을 속으로 삼켰다. 다시 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


루시아는 하늘의 반달을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활짝 웃고 있었다. 어쩌면 늘 행복해지고 싶어서 웃는 것이 버릇이 되어버린 것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지금은 정말로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친구란 그런 것이 아닐까? 아무런 가식과 사심 없이 마음 놓고 같이 웃어줄 수 있는 사람.···


반달 옆에 아까는 보이지 않던 밝은 별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깐 친구가 보이지 않았거든···”


루시아와 레나는 미소 지으며 밤하늘의 경치와 아름다운 정원을 즐겼다.


작가의말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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