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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B 님의 서재!

라스트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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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B
작품등록일 :
2018.04.10 00:53
최근연재일 :
2018.05.18 12:05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38,499
추천수 :
249
글자수 :
359,084

작성
18.04.10 01:02
조회
534
추천
4
글자
7쪽

3화

DUMMY

9년 뒤, 대륙 년 2189년.

크림슨 제국의 수도 모나스의 황궁 안에 있는 넓은 홀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이얏!!”


타다닥!! 탁!!


그곳에는 어린 소녀와 중년의 남자가 목검을 부딪치며 싸우고 있었는데 놀라운 것은 어린 소녀답지 않은 빠른 몸놀림과 더불어 자신의 나이보다 배 이상 차이가 나는 상대에게 밀리지 않고 싸운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노련한 중년의 남자는 알고 있었다는 듯 소녀의 목검을 피한 후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휘익!!


“어?”


쿵--!


“아야··· 제럴드 백작! 한 번 더!!”

“하하··· 루시아 황녀님은 늘 왼쪽 발이 비어있습니다. 언제까지···”

“흥! 나도 알고 있어! 이번엔 뜻대로 안될 거야!!”


루시아 황녀라고 불린 어린 소녀는 마치 인형처럼 아주 예쁘게 생겼는데 신비하게도 머리색이 은색에 가까운 순수한 회백색이라는 것이었다.


회백색의 머리를 길게 내리고, 어깨 아래의 머리에는 웨이브가 된 듯 구름처럼 보여 새하얀 피부색과 얼굴에 조화롭게 어울렸다. 그러나 생긴 이미지와 다르게 자존심이 강한 듯 루시아는 중년의 남자 제럴드 백작과 계속해서 싸우자며 목검을 들어올렸다. 그녀의 청녹색 눈을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때였다.


“루시아 황녀님. 폐하께는 찾으십니다.”

“끄응··· 다음에 계속하지···”


루시아는 아쉬운 듯 목검을 내려놓고 문 앞에서 대기 중인 기사에게 갔다. 그 기사는 제럴드 백작에게 인사하며 말했다.


“제럴드 백작님 안녕하십니까? 다음에도 대련 한 번 부탁드리겠습니다.”

“벨로닉 경이군. 기대하고 있겠네.”


제럴드 백작은 목검을 내려놓으며 벨로닉이라는 기사에게 대꾸했다.


“예.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루시아와 벨로닉이 다른 곳으로 가자 제럴드 백작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오늘인가보군···”



*



“아버님! 루시아입니다!”

“들어와라.”


끼익-


루시아는 크림슨 제국의 황제이자 아버지인 수마르를 찾아 회의실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곳은 아주 어두웠다. 겨우 사람의 윤곽만 보이는데 그 숫자는 3명인 듯 했다.


“어서 오십시오. 루시아 황녀님.”

“그 목소리는··· 베르마스 공작과 제나이던 공작이네요.”


루시아는 어두워 잘 보이지는 않지만 둘의 목소리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싫어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어리지만 더욱 어릴 때부터 차갑게 쏘아보던 눈빛과 황제인 아버지를 부하처럼 대하던 모습, 거기에 둘 만의 특별한 거북함 때문이었다. 그녀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수마르님. 여기 이것을···”


베르마스 공작은 수마르 황제에게 무엇인가를 건네어 주었는데 그 것은 넓고 긴 비단 같았다. 수마르는 그것을 받아들고는 루시아를 향해 건넸다. 그의 목소리는 어둡고, 건조하며 어딘가 침침한 느낌이었다.


“루시아. 눈을 감고 이것으로 눈을 가려라.”

“눈을요···?”

“어서!”

“예···”


수마르가 소리치자 루시아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수마르를 본 후 눈을 가렸다. 눈을 가린 루시아에게 공작들이 다가갔다. 공작들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시작하겠소. ‘모므’를···”


딸깍!


공작들은 루시아의 뒤에 서서 무엇인가 봉해져있던 것을 열었다. 루시아는 그 소리에 놀라며 어깨를 움츠렸다.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제 겨우 10살 정도 된 어린아이인 그녀에게 어둠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 무슨짓을···”


그때였다.


탁!!


“꺄아아악!!!!”


루시아의 비명이 회의실을 가득 채웠다.


‘뜨겁다!!’


루시아는 속으로 외치며 치를 떨었다. 루시아의 왼 팔꿈치에서 어깨사이의 중심에 지네처럼 보이는 벌레가 붙어있었다. 발버둥치려는 루시아를 제나이던 공작이 움직이지 못하게 잡았고, 그녀는 저항하지도 못한 채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옴짝달싹 못했다.


“꺄악!! 아파요!! 아버님!! 아파요··· 흑흑···.”


벌레가 붙어있는 부분부터 불로지지는 듯 한 고통은 계속되고 있었고, 어린 루시아가 감당할 수 있는 정신력을 초과해버린 듯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를 불렀다. 그러나 수마르는 눈에 흔들림조차 없었다.


“참거라.”

“끄으으···”


루시아는 믿었던 아버지의 말에 결국 정신을 잃고 몸이 축 늘어졌다. 그녀의 팔과 등에서 움직이던 벌레는 떨어질 생각이 없는지 몇 시간이 지나도 그녀의 곁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녀의 뒤에는 공작들의 싸늘한 미소가 지어져 있을 뿐···



*


“황녀님···?”


밝은 빛이 창문을 통해 쏟아지자 방안이 환해졌다.


“아···.”


인형같이 귀여운 회백색 머리의 소녀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큰 블라우스 하나만 걸친 채 초점 없는 청녹색 눈으로 일어난 소녀를 보며 옆에 있던 시녀가 급히 밖으로 나갔다. 시녀가 밖으로 나가는 소리에 소녀는 깜짝 놀라며 왼쪽 어깨 밑을 잡았다.


“·········?”


쓰러지기 전까지 기억이 돌아왔는지 급히 소매를 걷어 올렸지만 아무런 상처조차 보이지 않았다.


“꿈은··· 아니야···”


너무나도 리얼한 상황이었기에 그녀는 도저히 꿈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쿵!


“아···버님·········”

“루시아. 몸은 괜찮느냐.”

“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들은 수마르황제와 베르마스 공작이었다. 수마르의 말에 그녀는 확신할 수 있었다.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저희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루시아님이 많이 피곤하신 것 같군요.”


베르마스 공작은 루시아의 걷어 올려진 소매를 보고 차갑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러나 루시아는 그를 그냥 보내줄 마음이 없었다.


“잠깐만요! 어제 저에게 무슨 짓을 한거죠!?”


루시아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베르마스 공작은 뒤로 돌아서서 말했다.


“나중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게 될 것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루시아님.”

“거기서요! 베르마스 공작!!”


루시아는 베르마스 공작을 계속 불렀지만 수마르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베르마스 공작과 같이 나가버렸다. 수마르는 루시아에게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별 일 없을 것이다. 루시아. 그리고 오늘 부로 너에게 크림슨 기사단의 리더 아크 후작을 붙여주겠다.”

“제럴드 백작은요?”

“그는 따로 할 일이 있다. 그러니 아크 후작과 훈련을 시작하도록 하여라.”

“예···”


수마르는 루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은 후 밖으로 나갔다. 수마르가 나가자 루시아는 왠지 상쾌한 몸 상태를 느끼며 중얼거렸다.


“왜 이렇게 몸이 가볍지···?”


루시아는 훗날 이 사건 때문에 일어날 일이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올지 전혀 감조차 잡지 못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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