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검투스칸과 함께 레벨업

73화. 알카사스 산맥(4)

73화. 알카사스 산맥(4)

“쌰~~~발~~~라~~~!!”

엄습해오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 매몰되어가던 사람들이 시진의 함성소리에 깨어나 공포 때문에 터져버릴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바닥에 주저앉아 헐떡이는 호흡을 진정시켰다.

“다들 정신차려! 샐리! 기르틴과 타르웬을 데리고 잿빛 마물들을 상대해. 정체모를 붉은 외눈박이 보단 찌르고 베면 검붉은 피가 나오는 마물들이 상대하기 편할 거야.”

“네. 알겠어요.”

“에런! 경비대와 함께 붉은 외눈박이들을 맡아줘. 아!　그리고 궁수를 따로 빼내서 샐리와 타르웬이 포위당하지 않게 도와주고!”

“네! 알겠습니다.”

“투스칸! 우리도 가자!”

일행에게 지시를 내린 시진은 괴생명체와의 격전을 대비해 아껴두었던 미분배 포인트를 근력(114.56-> 150.56)과 민첩(102.78-> 125.78) 그리고 체력(110.12-> 121.12)에 분배하며 수인을 맺어 붉은 외눈박이를 향해 던졌던 창을 불러들였다.

시진의 심장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이 머리 위로 올려치는 창대를 따라 흐르며 주변의 바람을 빨아들였다.

창날에 모여드는 바람을 느끼며 시진의 발끝에서 시작된 회전은 허리를 타고 올라 꺾어지는 손목의 방향을 따라 창날에 모여든 바람이 맹렬히 회전하며 생성된 토네이도를 전방을 향해 힘껏 내지르는 창과 함께 쏘아 보냈다.

“마카도닉 스톰!”

- 슈카카카캉! 콰콰콰콰쾅!!

- 크르..쿠! 켁!

좁고 긴 창날을 따라 일어난 토네이도가 지면과 수평을 이루며 전방을 향해 일직선으로 쏘아졌고, 시진의 오색빛 마력은 바람의 회전에 힘을 더해 마카도닉 스톰의 궤적에 걸쳐진 붉은 외눈박이와 그 뒤를 따르는 잿빛 마물들을 격살했다.

“샐리! 지금이야!”

“네! 블러드 차징!”

시진에 의해 비산하는 놈들의 핏물과 살점을 맞으며 시원스레 뚫린 길을 따라 내달리며 주문을 읊는 샐리의 고혹적인 목소리가 밤하늘에 울렸다.

샐리가 주문을 외우자 허공에 비산하던 잿빛 마물들의 피가 방울방울 떠오르며 샐리의 앞으로 모여 들었고, 마지막 시동어를 외치며 손을 털어내자 삐죽대던 핏방울들이 산탄총처럼 전방을 향해 빠르게 쏘아졌다.

- 파파파팟!

- 슈슈슈슛!

산탄총처럼 쏟아져 나오는 핏방울들은 붉은 외눈박이들의 몸통을 꿰뚫으며 선두의 붉은 외눈박이들이 온 몸에 구멍이 뚫린체 고꾸라졌다. 그 뒤를 이어 달려오는 잿빛 외뿔 늑대들이 다급히 방향을 돌리려 했지만, 검붉은 핏방울이 맹렬히 날아와 놈들의 가죽을 파고들었다.

- 크..컹..컹!

잿빛 마물들이 쓰러지고 있는 순간에도 바닥을 흥건히 적시는 핏방울들은 충분히 많았고, 방울방울 떠오르며 샐리의 주위로 모여들고 있었다.

- 챠르르륵! 퍼퍼퍽!

잿빛 마물들에게 후속 공격을 준비하는 샐리를 향해 양옆에서 날카로운 송곳 같은 팔을 찔러오는 붉은 외눈박이의 손목을 기르틴의 사슬 낫이 날아와 잘라내는 순간.

비산하는 놈들의 검붉은 피를 듬뿍 적신 붉은 머리칼을 흩날리며 나타난 타르웬의 창날이 놈의 붉은 외눈에 박혀들었다.

피를 뿌리며 고꾸라지는 잿빛 외뿔 늑대를 뒤따라 달려오는 가시 가득한 몸통을 가진 코볼트와 고블린들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던 샐리는 목에 걸린 십자가 목걸이를 매만지던 손을 내려놓고 수인을 맺어 나지막이 주문을 영창했다.

“블러드 커터!”

- 후두두둑. 크켁.케.

가시 고블린과 코볼트들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는 파편에 섞인 핏물이 샐리의 마력과 융합되어 날카로운 핏빛 칼날이 되어 놈들을 덮쳤다.

놈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핏빛 칼날 더미에 다급히 몸을 웅크려 단단한 가시로 핏빛 칼날을 막아보려 했지만, 샐리가 만들어 낸 핏빛 칼날은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교묘히 가시가 가려주지 못하는 목덜미와 놈들의 눈을 파고들어 머리통 깊이 박히고 나서야 한줌의 핏물로 되돌아갔다.

핏빛 칼날에 당해 고꾸라지는 동료를 본 가시 고블린과 코볼트들은 공중에서 떨어져 내리는 핏빛 칼날을 피하기 위해 황급히 단단한 갑각으로 뒤덮힌 갑각 거미의 다리 밑으로 들어갔다.

“블러드 스피어!”

- 커컹! 크윽!”

핏빛 칼날을 피해 갑각 거미 밑으로 들어간 놈들이 바닥에 핏물이 고여 만들어진 피 웅덩이를 지나는 순간을 기다리던 샐리가 또 다시 주문을 영창하자 바닥에 고인 핏방울들이 스멀스멀 뭉쳐들어 날카로운 창이 되어 비스듬히 몸을 일으켰고, 핏빛 창날에 스스로 몸을 내던진 꼴이 된 놈들은 피할 틈도 없이 복부를 꿰뚫고 들어오는 핏빛 창날에 피를 토하며 하나, 둘 쓰러졌다.

* * *

“공격하라!”

- 슈슈슈슈슛!

- 티티팅. 푸욱!

방패병과 창병이 방진을 구성하는 동안 궁병들이 수 십여발의 화살을 발사했지만, 대부분의 화살이 붉은 외눈박이의 얼음가시에 막혀 튕겨나고 일부 몇몇 화살만이 붉은 외눈에 박혀들었다.

“붉은 외눈을 노려라! 방진이 구성되었으면 돌격!”

“와아아아아!”

경비대원들이 큰 함성을 지르며 경비대장 제임스의 공격명령에 맞춰 방패를 굳게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붉은 외눈박이를 향해 일제히 돌격했다.

- 슈아앗! 터텅. 퍽.

- 후두둑!

붉은 외눈박이들의 송곳 같은 팔이 방패를 두들겼지만, 몇 번의 격돌로 인해 효율적으로 적을 막아내는 법을 터득한 방패병들은 놈과 부딪히기 직전 교묘히 방패를 움직여 비껴내거나 흘려내며 붉은 외눈박이들의 공격을 무산시켰다.

방패병들의 벽을 뚫어내지 못하고 균형을 잃은 붉은 외눈박이들의 머리통을 노리며 빠르게 찔러 들어오는 창날에 점멸하는 붉은 외눈과 함께 붉은 외눈박이들이 단말마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 퍼퍽! 턱!

“으윽! 크악!”

기세 좋게 돌격한 붉은 외눈박이들의 공격이 방패병들에게 막혀버리자 놈들도 공격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양팔에 달린 날카로운 송곳이 아니라 달려오는 속도에 체중을 실어 얼음 가시 가득한 몸통을 내던지며 방패병과 충돌했다.

송곳 팔을 흘려내기 위해 방패를 움직이는 순간을 노리고 들어 온 몸통 박치기를 예상치 못한 방패병은 뾰족한 얼음 가시에 온 몸에 꿰뚫리며 피를 토해냈다.

- 슈아아앗! 푸욱. 푸숙.

“으아악! 막아..!”

방패병이 쓰러지며 뚫리기 시작한 구멍이 방진 전체로 확대할 조짐이 보이자 에런이 급히 검에 마나를 두르고 나타나 붉은 외눈박이의 목을 베어냈다.

- 서걱. 퍼퍽.

“모두 정신차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목덜미를 향해 빠르게 찔러 들어오는 송곳 팔을 허리를 숙여 피하며 검을 아래에서 위로 사선으로 휘둘러 놈의 송곳 팔과 함께 목을 베어낸 에런이 경비대원들에게 외쳤다.

- 퍼퍽. 퍽. 퍽.

“크윽...버텨!”

에런의 분투 속에 방진의 구멍을 수습하며 위기를 넘기는 듯 했지만, 방진을 무너트릴 방법을 찾은 듯 붉은 외눈박이 놈들이 전부 몸통을 내던지며 방패병들을 압박했다.

에런과 경비대장 제임스가 방진을 돌아다니며 틈이 생기는 곳을 틀어막았지만, 체중을 실은 놈들의 연이은 공격에 방패병들의 어깨와 손목이 삐걱거리며 방진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새하얗게 얼어버린 바닥을 박차며 몸을 날리는 붉은 외눈박이를 바라보며 인중 사이에 맺힌 땀이 흘러들어 찢어진 입속에 고인 피의 비릿함과 짠맛을 동시에 느끼며 이번이 자신이 막아낼 수 있는 마지막이라 생각한 방패병 빌론은 방패에 어깨를 갖다대며 질끈 두 눈을 감고 닥쳐 올 충격에 대비했다.

- 파지지지잇!

한참을 기다려도 예상한 충격이 들어오지 않자 조심스레 실눈을 뜨며 전방을 살핀 빌론은 전신에 오색빛 광채를 두른 시진을 닮은 아바타가 오색빛 뇌전이 맺힌 두 주먹을 휘두르며 붉은 외눈박이들 무리 속을 헤집고 다니는 놀라운 광경에 연신 운명의 신 마르쿠탄을 찬양하는 기도를 읊었다.

비록, 시진의 50% 정도의 스탯만 가진 아바타였지만, 두 손에 맺힌 오색빛 뇌격에 직격당한 붉은 외눈박이들은 거친 파공음과 함께 신성력이 가미된 뇌격을 버텨내지 못하고 하나, 둘 무너져 내렸다.

“궁수! 장전! 발사!”

- 슈아아아앗!

- 크아악. 케...켕.

시진의 아바타 덕분에 재정비할 여유를 찾은 경비대원들은 전방의 잿빛 마물들과 분투를 벌이고 있는 잿빛 남매와 샐리가 포위당할 위기에 처하자 제임스 대장의 구령에 맞춰 발사한 화살이 포물선을 그리며 놈들의 머리 위로 매섭게 떨어졌고, 피할새도 없이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화살에 잿빛 마물들이 고꾸라졌다.

- 키에에엑.

기르틴의 사슬 낫에 의해 엉덩이에서 쏘아낸 거미줄이 잘려나고 바닥에 눕듯이 미끄러지며 올려 친 창날이 갑각이 보호하지 못하는 복부를 파고는 고통에 갑각 거미가 무방비 상태로 수인을 맺고 있는 샐리를 향해 괴성을 지르며 꺼져가는 생명의 끈을 붙잡고 독액을 뱉어냈다.

- 파치지지직.

일직선을 그리며 샐리의 뒷통수를 향해 날아드는 걸죽한 가래 같은 짙은 녹색의 독액이 샐리에게 닿기 직전 날아든 오색빛 뇌전에 타들어가며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 파치지지직.

- 크아악. 켁.

잿빛 갑각 거미의 복부를 꿰뚫고 나온 붉은 아지랑이가 맺힌 창날을 뽑아낸 타르웬이 붉게 변한 눈을 빛내며 창날에 묻은 핏물과 살점을 털어내고 바닥을 박차 기르틴의 사슬 낫에 걸린 외뿔 늑대를 향해 몸을 날리는 타르웬을 따라 오색빛 뇌격을 흩뿌리는 아바타의 모습을 바라보며 시진이 말했다.

“여긴 맡겨도 되겠지?”

- 그래. 우리도 대장전을 치루러 가자구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