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검투스칸과 함께 레벨업

48화. 템빨(4)

48화. 템빨(4)

“트랜스포메이션. 갈고리!”

루카스와의 거리가 5m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공중을 선회해 시진의 뒤를 덮치는 앵커를 여느때와 같이 투스칸으로 쳐내지 않고, 투스칸의 신호에 맞춰 앵커를 피해 몸을 비틀며 공중으로 뛰어오른 시진의 발밑으로 앵커가 스치듯 지나는 순간. 쇠사슬이 달린 갈고리로 변화한 투스칸을 앵커에 단단히 고정시킨 시진이 앵커에 올라탄 체 루카스에게 향했다.

“어림없다. 이놈!”

루카스는 자신을 향해 시진과 함께 쇄도하는 앵커를 다급히 허공으로 방향을 비틀었다.

‘놈과의 거리는 2m... 넌 이제 뒈졌어.’

“쌰~발라~~!”

시진이 올라탄 앵커가 공중으로 방향을 트는 순간. 앵커를 박차고 뛰어오른 시진이 루카스를 향해 핑크빛 마력을 감싼 투스칸을 힘껏 찔렀다.

반대방향으로 날아가는 앵커의 방향을 되돌리기에는 늦은 루카스는 쇠사슬을 휘감아 사슬로된 방패를 만들어 투스칸을 막아내려 했지만.

“트랜스포메이션. 드릴!”

상급 뱀파이어 에밀리의 하수인으로 오랜시간 살아 온 루카스 마저도 본적 없는 바르쿠스를 죽음에 이르게 한 신병기를 바라보는 루카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 챠챠챠챠챠챙.

- 끼끼끼기끽. 티틱.

원뿔형태의 칼날을 핑크빛 마력으로 감싼 시진의 신병기 전투 드릴이 맹렬히 회전하며 루카스의 사슬방패와 부딪혔다. 그간 트리엘의 마기를 이용해 시진의 공격을 별무리없이 잘 막아냈던 사슬방패는 맹렬히 회전하며 일점사하듯 한 곳만 노리는 전투 드릴의 관통력을 버티지 못하고 요란한 파열음과 함께 끊어져 버렸다.

“끄아아아아악!”

트리엘의 마기로 강화된 사슬방패를 꿰뚫은 시진의 전투 드릴은 멈추지 않고 믹서기 속의 고깃덩이처럼 루카스의 어깨와 가슴을 사선으로 꿰뚫으며 갈아버렸고, 놈의 머리와 오른팔만 남은 루카스의 상반신이 바닥에 떨어졌다.

‘레벨업 할 정도는 아닌가보네. 할 수 없지.’

루카스를 죽이며 꽤 많은 양의 경험치가 들어왔지만 한 차례 레벨업을 한 뒤라 그런지 시진이 기대했던 추가 레벨업은 없었다.

* * *

- 콰앙!

평소 타르웬의 후방에서 화살을 쏘며 보조하던 기르틴이 와이어를 이용해 놈들의 손발을 휘감아 움직임을 제안하면 어느새 섬광처럼 날아 든 타르웬의 창날에 의해 놈들의 머리통이 부서지거나 심장이 터졌다.

- 휘릭릭. 푸욱!

- 캬오오오!

두 개의 와이어를 이용해 흡혈 마물들의 몸통을 꼬치처럼 꿰뚫고 있는 기르틴의 뒤를 노리는 피웅덩이 속에서 솟아나는 하급 뱀파이어를 발견한 타르웬이 투척한 보랏빛 창대에서 분리한 단창이 놈의 심장어림에 적중하며 꿰뚫린 틈새로 분수처럼 뿜어지는 붉은 피가 기르틴의 얼굴을 흠뻑 적셨다.

“으익! 퉤퉤퉤... 일부러 그러는거지? 한 두번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짓이야!”

“일부러라니! 목숨을 살려준 은인인데 받들어 모시진 못할망정 미친 개새끼 마냥 발광이야!”

“뭐? 이 미친 변태마녀 같은...”

- 캬오오오옷.

- 쿠에에에크.

바르쿠스에 이어 루카스 마저 시진에게 당해버리자 루카스 휘하의 구울 키메라들은 살아있는 생명체를 공격하는 본능대로 제 주변의 흡혈 마물들을 공격했다.

- 캬아아아아옷!

구울 키메라들과 흡혈 마물들이 뒤엉키며 비산하는 살점과 핏물을 피해 잿빛 남매가 뒤로 물러나며 시진에게로 가는 틈이 드러난 순간. 그동안 기르틴과 타르웬의 적극적인 공세에 루카스와 격전을 벌이고 있는 시진에게 다가 갈 수 없었던 십여명의 하급 뱀파이어들이 잿빛 남매를 지나쳐 시진에게 달려들었다.

“엇? 저것들은 왜 또 이쪽으로 오는거야? 투스칸. 나 쟤네들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

- 크흠. 딱히 그런 것은 없어 보이는데... 궁금하면 한 놈 잡아서 물어 보거라.

“그럴까? 어느 놈이 입 가벼울까나.”

바닥에 떨어진 루카스의 앵커를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바닥에 쭈그려 앉아 전투 드릴에 의해 갈려나간 루카스의 상반신에서 잘라낸 목을 인벤토리에 던져 넣은 시진이 몸을 일으키며 중얼거렸다.

“트랜스포메이션. 드릴!”

- 위이이이잉. 위이잉.

시진의 마력을 동력삼아 맹렬히 회전하는 전투 드릴의 소리를 들으며 타이밍을 재던 시진은 하급 뱀파이어들이 간격으로 들어오는 순간. 전투 드릴을 전방을 향해 내뻗으며 나지막이 스킬명을 읊조렸다.

“스파이럴 초마검기!”

- 슈슈슛.

전투 드릴의 나선형 칼날을 따라 회전하던 핑크빛 마력이 칼날이 되어 시진을 향해 빠르게 달려오는 하급 뱀파이어들에게 쏘아졌다.

- 갸갸갸갸꺄. 콰콰콰앙!

- 꺄...아..ㄱ

피할 새도 없이 지근거리에서 갑자기 나타난 스파이럴 초마검기 다발에 휘말린 하급 뱀파이어들의 몸통이 통째로 갈려버렸고, 놈들을 꿰뚫고도 여력이 남은 시진의 스파이럴 초마검기는 바닥에 큼지막한 구멍을 내고서야 제 할일을 다한 듯 사라졌다.

- 스파앗!

“엇? 어딜가려고. 흡혈!”

- 슈아아압!

- 안돼! 살려...줘...

비교적 무리의 후미에 있던 하급 뱀파이어들은 다급히 피 안개로 변신하며 스파이럴 초마검기에 직격당하는 것은 면했지만, 이어지는 시진의 흡혈 스킬에 의해 피 안개 속에 녹아든 마력과 생명력을 흡수당하며 기나긴 생을 마감했다.

“포식!”

[포식 대상을 지정하세요.]

시진이 스킬명을 외치자 눈앞에 핑크빛 반투명 창이 나타났고, 시진은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루카스의 사체를 포식의 대상으로 지정했다.

- 우적!

시진에 의해 머리가 잘린 상반신과 하반신이 각기 따로 떨어져 있는 루카스의 사체 위로 상어의 톱날 이빨을 닮은 반투명한 핑크빛 이빨이 나타나 사체를 통째로 집어 삼켰다. 포식의 이빨은 루카스의 사체뿐만 아니라 바닥을 붉게 물들이며 만든 피 웅덩이에 고여있는 한 방울의 피조차도 남기지 않고 모든 것을 먹어치웠다.

[띠링!]

[마기에 오염된 중급 뱀파이어 루카스 모우라를 포식하였습니다.]

[양분을 흡수하여 민첩이 10 상승합니다.]

“어엇? 뭐야? 이놈이 민캐였어? 탱커인 줄 알았는데...”

[띠링!]

[마기에 오염된 중급 뱀파이어 루카스 모우라의 특성 : 수중 호흡을 포식하였습니다.]

“이건 또 뭐냐... 망삘이 느껴지는 잡캐스러운 놈은...”

탱커로 보였던 루카스로부터 포식한 스킬에 실망한 시진이 투덜거리며 주변에 널려있는 사체를 향해 포식 스킬을 사용했다.

“포식! 포식!... 포식! 포식!”

[올바른 대상이 아닙니다.]

[띠링!]

[마기에 오염된 흡혈 늑대를 포식하였습니다.]

[양분을 흡수하여 민첩이 0.9 상승합니다.]

[띠링!]

[마기에 오염된 하급 뱀파이어 로이타 빈센트를 포식하였습니다.]

[양분을 흡수하여 민첩이 2.7 상승합니다.]

...

[띠링!]

[마기에 노출된 바르쿠스 모리스를 포식하였습니다.]

[양분을 흡수하여 근력이 8 상승합니다.]

“엇? 갑자기 뭔? 아...”

[띠링!]

[마기에 노출된 바르쿠스 모리스의 특성 : 참격을 포식하였습니다.]

바르쿠스의 사체에서 들어 온 스탯과 특성을 보며 시진은 그제서야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역시 아스라엘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어. 할렐루야. 아스라엘!”

시진은 피칠갑을 한 타르웬과 기르틴이 다가 온 것도 모르고 널부려져 있는 놈들의 사체들을 통해 연신 미량의 스탯과 간간이 들어오는 특성에 만면의 웃음을 띠며 연신 포식 스킬을 사용했다.

“포식! 포식!... 포식! 포식!”

[올바른 대상이 아닙니다.]

[띠링!]

[마기에 오염된 구울 키메라를 포식하였습니다.]

[양분을 흡수하여 근력이 0.6 상승합니다.]

[띠링!]

[마기에 오염된 하급 뱀파이어 로비타 빈요를 포식하였습니다.]

[양분을 흡수하여 민첩이 2 상승합니다.]

* * *

“골든 배쉬!”

- 퍼퍼퍽!

금빛 기사단의 부단장 제임스가 앞으로 나서 금빛 마력을 두른 검으로 전방에 날카롭게 돋아난 블러드 스피어를 내리치며 외쳤다.

“금빛 기사단! 쐐기진형으로 돌파한다!”

금빛 기사단은 삼각형을 이뤄진 쐐기진형의 꼭지점에 선 부단장 제임스와 함께 섀넌의 블러드 스피어를 깨부수며 빠르게 전진했다.

“어머! 골든 단장님.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시나요?”

“네년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다니 죽고 싶은 게로구나!”

금빛 기사단을 빠르게 뒤쫓는 키메라들을 보며 기사단원들을 돕기 위해 몸을 돌리는 골든 단장의 앞을 가로막듯 모여든 붉은 핏방울이 섀넌의 모습으로 변하며 말했다.

-서걱. 찰팍!

“어멋! 위험하게 검을 그렇게 막 휘두르면 어떡해요?”

“네년이랑 놀아 줄 시간은 없으니 저리 비켜라!”

골든 단장이 휘두른 금빛 마력검에 직격당한 섀넌이 반으로 갈라지며 한줌의 핏물로 변해 무너지고, 골든 단장의 등뒤로 붉은 핏물이 솟구치며 모습을 드러내는 또 다른 섀넌의 분신을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블러드 아바타.”

- 슈팟. 슈팟. 슈팟. 슈팟

골든 단장의 앞을 가로막던 자신의 분신이 한줌의 핏물로 변하는 것을 바라보던 섀넌이 수인을 맺으며 주문을 읊조렸다.

“골든 단장님은 저랑 놀아요. 심심하지 않게 잘 해드릴께요. 블러드 애로우.”

“네년이... 감히! 골든 스톰!”

바닥에 고인 핏물이 솟구치며 나타난 십여개의 분신체가 골든 단장을 주위를 포위하듯 둘러싸며 일제히 붉은 화살을 발사했다.

- 퍼퍼퍼퍽.

“이깟것들과 놀아줄 시간은 없으니 네년이 직접 나오던가 아니면 썩 꺼져라! 골든 스톰!”

골든 단장의 금빛 마력을 듬뿍 담은 골든 블레이드 다발이 난사하듯 사방으로 퍼지며 일어난 금빛 폭풍에 휩쓸린 섀넌의 분신체들이 금빛 폭풍을 따라 허공으로 치솟으며 핏물로 변해버리며 어두운 밤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블러드 나이트!”

- 고오오오오.

섀넌의 분신체가 골든 스톰에 갈려나고 바닥에 고인 피 웅덩이의 핏물이 모여들며 붉은 창과 붉은 방패 그리고 붉은 갑주를 착용한 블러드 나이트 십여기가 몸을 일으켰다.

“이런 것들을 보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텐데. 이깟 뭉친 핏물덩이로 날 어찌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저도 알아요. 보기에만 멀쩡한 이놈들로는 골든 단장님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요. 하지만 단원들은 다르겠죠? 블러드 레인!”

-슈슛슈슛.

-티팅.티띠띵.

“크..윽..”

골든 스톰을 따라 허공으로 치솟아 올라간 핏방울들이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금빛 기사단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크하하하하. 그깟것에 당할 단원들이 아니다.”

허공에서 쏟아지는 붉은 비수에 금빛 기사단은 당황했지만, 쏟아져 내린 비수는 견고한 중갑을 뚫어내지 못하고 한줌의 핏물로 되돌아가는 비수를 보며 골든 단장이 말했다.

갑옷의 굴곡을 따라 흘러내린 핏물로 되돌아간 비수는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기사단 갑옷의 이음새를 찾아 스며들어가는 것은 그 누구도 의식하지 못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