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화. 뱀파이어 퀸(5)
53화. 뱀파이어 퀸(5)
투스칸이 두들기는 데로 굉음을 내며 터져나가는 파이어 골렘을 보며 용기를 낸 시진은 오색빛 검으로 바닥을 짚으며 몸을 일으켜 주먹에 이어 발을 차올리는 아이스 골렘을 향해 검을 휘둘렸다.
- 서걱.
“오~~ 넌 이제 뒈졌어!”
부지깽이로 사용하던 낡은 철검으로만 생각했던 오색빛 검은 썩어도 준치라고 운명의 신 마르쿠탄의 신물이라도 것을 증명하듯 단단해 보이던 아이스 골렘의 발목을 별다른 저항감 없이 베어내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마카도닉 제 3식 난격!”
- 파파팟. 서걱. 서걱.
아이스 골렘이 뻗어오는 주먹을 뒤로 물러나며 베고, 시진에 의해 베어진 주먹을 회수하는 아이스 골렘을 따라 들어가며 다시 한 번 베고, 자신을 따라 들어오는 시진을 떨쳐내기 위해 옆으로 휘두르는 형체만 남은 주먹을 아래로 힘껏 내리치며 팔목째로 잘라내며 스킬 난격을 사용해 투스칸을 따라 아이스 골렘의 전신을 베어냈다.
“어떻게... 어디 이것도 막아보거라! 아이스 아미! 파이어 아미!”
에밀리는 혈청의 힘을 이용해 만들어 낸 골렘을 손쉽게 베어내고 두들기는 시진과 투스칸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듯 정제되지 않은 진혈의 혈청에서 끌어낸 거친 마력이 자신의 혈관을 찢어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 웅큼의 마력을 뽑아내여 골렘 군단을 만들어 시진과 투스칸에게 보냈다.
- 슈팟. 슈팟. 슈파아앗.
“하아..하아.. 투스칸. 숫자가 너무 많은데 어떡해?”
- 고블린이 아무리 많이 모여도 오우거나 트롤을 어찌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고블린 보다는 좀 강해 보이는데...하하하.”
- 신소리하지 말고 마카도닉 4식이나 준비하고 있거라. 내 놈들을 썰기 좋게 모아 올테니.
단단한 판석을 뚫고 돋아나는 얼음 칼을 든 아이스 솔져와 얼음 갑옷과 얼음 창을 든 아이스 나이트 그리고 화염이 이글거리는 칼을 든 파이어 솔져와 화염 갑옷을 입은 파이어 나이트를 비롯한 수십을 넘어 백을 헤아리는 아이스 아미와 파이어 아미의 무리를 데려온다는 말을 투스칸은 동네 산책이라도 다녀온다는 것처럼 여상스럽게 하며 놈들을 향해 달려갔다.
투스칸의 목을 노리며 다가오는 불타는 칼날을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칼을 쥔 팔을 통째로 뜯어내며 드러난 빈 옆구리로 찔러 들어오는 창을 살짝 상체를 비틀어 갑옷으로 빗겨내고, 뜯어낸 팔을 둔기 삼아 내리쳤다.
- 콰직!
뜨거운 화염이 이글거리던 놈의 팔이 박살나며 비산하는 불티를 보며 투스칸은 깊게 파고드는 대신 반 걸음쯤 물러났다. 순식간에 반원형 포위망을 구성해 달려들던 아이스 솔져들이 죄다 투스칸이 휘두른 주먹에 걸려들었다.
- 퍼버버버버퍽.
비명을 지르지도 못한 체 조각나 부서지는 얼음 조각들. 부서진 갑옷 틈으로 흘러내리는 얼음 조각들. 단 일격에 아이스 솔져 다섯을 횡으로 부숴버린 투스칸은 이번에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주먹을 반대로 뻗었다.
정제되지 않은 거친 마력으로 강화된 놈들의 몸통은 억셌고, 놈들의 갑옷은 얼음과 화염으로 되었음에도 일반 철판보다 단단했다. 그럼에도 투스칸은 힘을 쥐어짜내지 않고 그거 가벼운 휘두르기. 그거면 충분했다.
- 콰직. 쨍강.
아스라엘의 무구로 덧씌운 투스칸의 주먹을 맞이한 놈들의 병장기며 갑옷은 유리처럼 깨지거나 종잇조각처럼 찢어졌다.
- 콰콰콰콰쾅.
어느새 투스칸을 향해 달려드는 놈은 하나도 없었다. 모닥불을 향해 날아드는 날벌레마냥 사정없이 돌격하던 놈들도 그저 갈려나갈 뿐임을 눈치 챈 것일까. 두 눈을 번뜩이는 투스칸을 피해 우두커니 서 있는 시진을 향해 하나. 둘 움직였다.
- 스아아아아...
혹여나 투스칸이 자신들의 뒤를 쫓을까 순식간에 시진을 원형으로 둘러싸며 포위망을 구성한 놈들이 한 번에 시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 시진. 지금이다!
“마카도닉 제 4식 토네이도 커터!”
투스칸이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얼마남지 않은 심장의 마력을 한 웅큼 뽑아내어 오색빛 검과 두 다리로 조금씩으로 흘려보낸 시진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투스칸의 신호에 맞춰 두 다리와 발바닥에 압축해 놓은 마력을 일시에 바닥으로 밀어내 터트리며 오색빛 검을 굳게 움켜잡고 웅크린 몸을 시계방향으로 회전시키며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 콰아아앙! 촤라라락!!
시진을 향해 사방에서 쇄도하던 아이스 아미와 파이어 아미 군단은 폭발하는 마력의 파편과 오색빛 마력을 내뿜으며 회전하는 검에 의해 조각조각 잘려나 얼음 조각과 불티를 허공에 흩뿌렸다.
지난 스파이럴 숲 이후 두 번째 사용한 시진이 시전한 마카도닉 제 4식 토네이도 커터는 같지만 다른 형태를 띄었다. 시진의 회전에 의해 시작된 바람에 놈들이 끌려왔고, 오색빛 검에서 일어난 바람 칼날이 놈들의 갑옷을 베어내며 맨몸으로 오색빛 검신을 맞이해야 했던 놈들은 시진에게 공격다운 공격 한 번 못한 체 얼음 조각과 불티로 변해버렸다.
하늘 높이 날아오르며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여 믹서기처럼 갈아버린 시진이 회전의 속도를 줄이며 서서히 멈출 때쯤 나지막이 읊조리는 에밀리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 더블 토네이도 스톰!
- 시진. 피하거라!
* * *
- 콰콰콰쾅.
“으아악. 피...피해!”
시진의 공격을 피해 하늘로 날아오른 에밀리를 쫓아 허공으로 몸을 띄우는 시진을 향해 쏟아진 에밀리의 불덩이가 마력 관제실 앞에서 되살아 난 언데드를 앞세운 암살단과 세르히오를 상대하는 경비대를 덮쳤다.
어둠에 몸을 숨긴 체 되살아난 언데드를 상대하며 드러나는 빈틈에 날카로운 검을 찔러 넣으며 경비대의 수를 줄여가던 암살자들은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불덩이에 정체가 드러남은 물론이었고, 운 좋게 불덩이를 피하더라도 이후 바닥과 충돌하며 비산하는 파편과 뜨거운 열기를 머금고 치솟는 불길이 옮겨 붙은 불을 끄기 위해 바닥에 몸을 굴렸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덩이가 잦아들며 피해상황을 살피던 세리히오는 인상을 구겼다. 에밀 리가 되살린 수 많은 언데드들이 미처 피하지 못한 불덩이에 피폭당해 겨우 숨만 붙어 있거나 불이 옮겨 붙어 매캐한 연기를 피워 올리는 새카맣게 탄 사체가 된 모습을 발견한 탓이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세르히오가 상대하던 금, 은, 청동 기사단을 비롯한 경비대원들의 사정 또한 자신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사실에 왈칵 구겼던 인상을 펴며 서로를 노려보며 몸을 일으키는 세리히오와 금, 은, 청동 기사단은 누군가의 외침소리에 황급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인상을 찌푸리며 외쳤다.
“모두! 물러나라! 이곳에서 최대한 멀리 벗어나라!”
“씨발! 모두 피해!”
에밀리의 불의 장벽과 시진의 검에서 시작된 오색빛깔 뇌전이 충돌하며 어두운 밤하늘을 수 놓은 영롱한 오색빛깔의 오로라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 뒤를 따라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폭발음에 이은 충격파에 의해 발생된 오색빛깔 마력으로 구성된 파편들이 고스란히 세르히오의 암살단과 경비대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 콰콰콰콰콰콰아앙-----!
“골든 배리어!”
“블러드 배리어!”
자신들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수를 헤아리기 힘든 오색빛깔 마력 파편을 피할 수 없음을 직감한 골든 기사단장이 펼친 검막 위로 세르히오가 펼친 블러드 배리어를 파편들이 연거푸 때렸다.
“세르히오 남작이라고 했나? 적이지만 어쨌든 고맙군.”
“쳇! 나도 네놈이 예뻐서 도운 것이 아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서로가 힘을 합쳐 위기를 넘긴 골든 기사단장과 세르히오가 서로를 노려보며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갔다.
각자의 진영으로 돌아 온 세르히오와 골든 단장은 수하들이 입은 피해도 컸지만, 지상으로 내려와 공방을 주고받는 에밀리와 시진의 대결에서 또 무슨 불똥이 튈지 몰라 서로 대치상태만 이어갈 뿐 섣불리 공격을 가하지는 못한 체 눈치만 보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러길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에밀리가 소환한 수 많은 아이스 아미와 파이어 아미들이 시진의 토네이도 커터에 갈려나가며 놈들의 조각이 사방으로 비산하는 순간. 에밀리에게로 모이는 엄청난 양의 마력 파장을 느낀 골든 단장과 세리히오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앞으로 뛰어나와 겹겹이 배리어를 만들며 다가 올 충격에 대비했다.
“골든 단장! 씨펄! 대체 저놈이 누구길래. 우리가 이 짓거리를 또 해야 하냔 말이냐! 가서 좀 말려보란 말이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나도 저놈이 누군지 몰라!”
“씨부럴놈! 내 가만두지 않을테다! 블러드 배리어!”
“세르히오! 투덜거린 시간에 배리어나 하나 더 만들어! 골든 배리어!”
* * *
- 그어어어어...
허공에서 회전을 멈춘 시진이 시선을 아래로 내려 에밀리를 바라보았다. 얼음 갑옷과 화염 갑옷을 입은 에밀리 주위에 정제되지 않은 거친 불길한 기운이 일렁이고 있었다.
일대를 안개처럼 뒤덮은 얼음 조각에 가리워진 희뿌연 안개들 사이로 번쩍이는 사이한 불꽃들 사이로 진혈의 혈청을 온전히 소화해내지 못한 에밀리의 독기어린 음성이 나지막이 들렸다.
“네놈이 대단하다는 것은 인정한다만, 네놈의 발악도 여기까지다.”
에밀리가 독기어린 말을 내뱉는 동안에도 얼음 갑옷을 입은 에밀리와 화염 갑옷을 입은 에밀리가 서로 공명하며 희뿌연 불꽃들이 치솟았다가 사그라지길 반복하고 있었다.
“이건 처음부터 네놈이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얼음 갑옷의 에밀리가 입술을 씰룩이며 말했다. 에밀리의 갈라진 입술에서 검은 피가 송글송글 맺히다 검붉은 얼음 결정이 되어 바닥에 흘러내렸다.
- 그어어어어...
에밀리의 검붉은 얼음 결정이 바닥에 부딪히며 부서지는 찰나. 기이한 공명음을 내던 에밀리의 얼음 갑옷과 화염 갑옷이 동시에 거친 마력을 토해내며 주변을 휩쓰는 순간.
시진은 직감했다.
‘씨부럴... X 됐네...’
시진이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하는 순간 들려오는 나지막히 주문의 시동어를 읊조리는 에밀리의 음성과 투스칸의 다급한 경고에 반응하기도 전에 일어난 기이한 폭풍이 시진을 덮쳤다.
- 더블 토네이도 스톰!
- 시진. 피하거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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