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검투스칸과 함께 레벨업

10화. 시진 동료가 생기다(1)

10화. 시진 동료가 생기다(1)

[글로리아 용병협회 리버사이드 지부]

시진은 다이어 울프의 가죽을 7실버에 크루지 영감에게 넘기고 중앙 광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둥근 주황색 지붕의 3층 건물로 된 글로리아 용병협회를 찾았다. 용병협회의 문을 열고 들어가 흰색과 연한 보라색이어우러진 머리를 트윈 테일로 묶은 귀여운 인상의 접수원 엘리나를 보며 인사를 건넸다.

“엘리나님. 안녕하세요.”

“어멋? 시진님?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엘리나님 보러 자주 오려 했는데 이것저것 하느라 한동안 좀 바빴어요. 별일 없으시죠?”

용병협회의 접수대에서 며칠 전 만났던 엘리나가 반갑게 시진을 맞이했고, 시진은 반갑게 맞아주는 엘리나와 인사를 주고받으며 의뢰 게시판으로 걸어갔다. 수많은 의뢰지 중에서 시진이 찾고 있던 다이어 울프 가죽 의뢰지를 들고 접수대로 되돌아갔다.

[다이어 울프 가죽 3장 구하기.]

[제한 시간 : 2주]

[보상 : 10실버]

“엘리나님. 이 의뢰 아직 진행중인거죠?”

“네. 정해진 기간이 며칠 남지 않았지만 아직 의뢰완료 보고를 한 사람은 없어요.”

“그럼 이 의뢰 제가 마무리해도 되죠?”

“어멋? 시진님. 지난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의뢰주도 그다지 평판이 좋지 않을뿐더러 몬스터가 부쩍 늘어난 시기에 스파이럴 숲 안까지 들어가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이것 말고 지난번에 알려준 걸로 하세요.”

시진은 크루지 영감의 의뢰를 만류하는 엘리나의 말을 들으며 접수대에 다이어 울프 가죽을 올려놓았다. 엘리나는 접수대에 올려진 다이어 울프 가죽과 시진을 놀란 눈으로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어떻게? 요며칠 안 보인다 했더니 설마 스파이럴 숲에 다녀 온 거예요?”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엘리나의 질문에 시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 할 뿐이었다.

“대체 등급이 어떻게 되길래....아...용병패 줘봐요.”

“네? 그건 왜요?”

“크루지 영감의 의뢰를 완료하려면 의뢰를 완수한 용병의 신분을 기입해야 되니까요. 얼른 용병패나 줘봐요.”

시진은 어딘가 수상한 눈빛으로 손을 내미는 엘리나에게 리버사이드 타운에 들어오기 전에 루팅한 피묻고 찌그러진 용병패를 올려놓았다.

“흠...고작 E등급? 어떻게 스파이럴 숲에서 살아나 올 수 있죠? 게다가 일행도 없이? 만신창이가 된 이 용병패에 비해 시진님의 모습은... 너무 멀쩡한데...”

말끝을 흐리며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시진을 바라보는 엘리나를 향해 시진은 의뭉스러운 웃음을 띄었다.

“다이어 울프가 휘두른 앞발을 피해 땅바닥을 굴렸는데 놈의 날카로운 발톱이 한 박자 빨리 가슴을 훑고 지나갈 때만해도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그런데 품에 넣어둔 이 용병패덕에 목숨을 건졌다니까요.”

“으..흠... 영 믿음이 가지 않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의뢰물의 출처가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좋아요. 그럼 의뢰금 10실버에서 수수료 2실버를 제하면 7실버네요.”

“잠깐만요... 방금 수수료가 2실버라고 하지 않았어요?”

“네. 글로리아 용병협회 수수료는 2할이죠. 무슨 문제있나요?”

“그런데 왜 7실버가 되는 거죠? 8실버가 되어야죠.”

“어멋? 제가 가죽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말을 안했었나요?”

크루지 영감을 상대로 이미 7실버를 받아 낸 시진이지만, 눈앞에서 1실버가 사라지자 뭐가 문제라는 듯 순진한 표정을 짓는 엘리나는 째려보며 날선 표정으로 계산을 되짚었다. 하지만 엘리나는 당연한 것을 왜 묻냐는 듯 시진이 가져 온 가죽의 상태를 들먹이자 할 말이 없어진 시진은 급히 변명거리를 찾아야 했다.

“뭐 전문적으로 가죽을 벗겨내는 법을 잘 모르기도 하고 고작 E 등급의 용병이라 다이어 울프를 상대하는 것이 매끄럽지만은 않았어요.”

“네. 저도 시진님의 사정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정식 의뢰를 받은 이상 온전한 가죽이 아닌 손상된 가죽이라 차감은 어쩔 수 없네요. 다음번에는 온전한 것으로 부탁해요~”

엘리나의 답변이 얄미웠지만, 딱히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시진을 향해 윙크하며 미소 짓는 엘리나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자 더 이상 따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은 시진은 7실버의 의뢰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네....”

시진의 승인이 떨어지자 엘리나는 접수대 밑에서 종이와 펜을 꺼내 서류를 작성했다.

“저기 엘리나님 지난번 나갔다던 수색대는 어떻게 됐어요? 소식 들어온 것 없어요?”

“그거요? 1차 수색대가 전멸하고 오늘 아침에 2차 수색대가 출발했어요.”

“1차 수색대가 전멸했다구요? 벌써요? 며칠 안 된것 같은데.”

스파이럴 숲의 분위기만 살필 요량으로 가볍게 출발한 십인대장 제임스가 이끄는 1차 수색대는 무슨 영문인지 숲에 들어간지 3일만에 모두 죽고 단 1명만 살아 돌아온 것이었다.

유일한 생존자마저도 마물을 봤다는 둥. 서로 앙숙인 고블린과 놀의 협공에 당했다는 둥. 믿기지 않는 얘기만 횡설수설 해대고 있어 정확한 사정을 알 수 없게 되었다.

결국 한낱 고블린과 놀에 의해 십인대장 제임스가 죽었다는 사실에 분노한 칼튼 기사단의 부단장은 직접 기사 4명과 함께 3개의 십인대를 이끌고 숲으로 들어 간 것이었다.

시진이 스파이럴 숲에서 크루지 영감의 의뢰를 수행하느라 소식을 못 들었을 것이라 여긴 엘리나는 시진을 위해 2차 수색대가 비교적 빠른 시간에 꾸려진 배경을 상세히 알려주었다.

“저 숲에 뭐가 있다고 기사단의 부단장이 직접 수색대를 꾸려요?”

“음...그게 1차 수색대장을 맡았던 제임스가 아멜다의 친한 동생이었거든요. 그래서 눈이 돌아간 아멜다가 숲을 통째로 불 태워버린다며 자진해서 나간 거예요.”

“그 부단장이란 사람 성격이 참 화끈하네요 하하하하. 그보다 몬스터의 출몰 이유에 대해 밝혀진 것은 없어요?”

“네. 아직 별다른 얘기는 듣지 못했어요. 그걸 알아냈으면 수색대가 아니라 토벌대가 꾸려졌겠죠?”

시진의 질문에 친절히 답변을 하며 서류를 작성하던 엘리나가 불현 듯 무언가를 생각하듯 고운 아미를 찡그리며 시진에게 말을 걸었다.

“흐음.. 크루지 영감의 의뢰 완료처리는 되었는데 시진님의 용병패가 너무 많이 훼손되서 아무래도 새로 만들어야겠어요. 여기 시진님의 피를 조금 묻힐께요.”

구리빛 용병패에 피를 묻힌다며 날카로운 단검을 갑자기 들이대는 엘리나의 손길을 피하려했지만 어느새 재빨리 다가온 부드러운 엘리나의 손이 시진의 손목을 낚아챘다.

“아프지 않아요~ 금방 끝날거예요~”

시진의 손목을 낚아 챈 엘리나는 약지를 단검으로 찔러 흘러나오는 시진의 피를 용병패에 떨어뜨렸다.

피 묻은 시진의 새로운 용병패를 조작하던 엘리나는 앞면에는 E표시가 양각되어 있고, 뒷면에는 시진이라는 이름이 음각된 새로운 구리빛 용병패와 함께 2실버를 접수대에 올렸다.

“응? 2실버? 이건 뭐예요?”

“어멋~ 제가 또 말씀 안 드렸나요? 도용과 범죄에 많이 이용되던 기존의 용병패 대신 마탑과 용병협회가 새롭게 콜라보한 이 용병패로 말할 것 같으면 사용자의 피와 용병패를 마탑과 연동해 신분도용이 불가능하게 보안등급을 개선한 것이라 발급 수수료가 5실버예요.”

“네? 뭐라구요?”

“시진님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만, 이 용병패만 있으면 비엔나 왕국은 물론이고 아켈란 대륙 전역에서도 사용가능한 신분증이라구요. 발급수수료가 비싼 만큼 다음부터는 훼손되지 않게 조심히 다뤄주세요~”

이번에도 얄미운 답변에 자연스레 뒤따르는 초승달처럼 휘어지는 윙크 함께 부드러운 엘리나의 미소가 시진을 향했다. 하지만 시진은 엘리나의 미모보단 정신없이 몰아치는 엘리나의 말에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해 버퍼링이 걸린 것처럼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

내 미소를 보면 제정신을 차리기 힘든 걸 안다는 듯, 얄밉고도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엘리나는 서류 한 장을 꺼내 들며 시진의 앞에 내밀었다.

-차라랑

새로운 용병패와 2실버 받아들고 멍한 정신을 추스리는 시진을 향해 묘한 웃음을 짓던 엘리나는 접수대에 5실버를 더 내려놓았다.

“시진님이 제 부탁하나 들어주면 용병패 발급 수수료는 없던 걸로 해줄 수 있는데 어때요?”

“네? 이번에는 또 무슨 말을 하려고요? 됐어요.”

“일단 얘기나 한 번 들어봐요~ 얘기 듣는다고 손해보는 것도 아니잖아요~”

엘리나는 단호히 거절하는 시진을 손을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으며 의뢰지 한장을 흔들어 보였다.

“몬스터 토벌 의뢰할꺼죠? 아무리 시진님이 스파이럴 숲에서 다이어 울프를 혼자 처치할 정도의 실력자라지만 작금의 숲은 혼자 다니기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아요. 1차 수색대로 나간 십인대가 전멸한 것만 봐도 그렇잖아요.”

“저는 혼자 다녀도 딱히 문제될 것은 없는데. 그래서요?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

왠지 서론이 길어지는 엘리나의 말에 이번에도 또 당할 것 같은 불안감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지만 앞으로 자주 보게 될 용병협회 엘리나의 옅은 미소와 부드러운 손길로 인해 제안을 거부하기 힘들었다.

“시진님만 괜찮다면 함께할 동료를 소개 시켜주려고 그러죠~ 딱보니 주무기가 검인 것 같은데 시진님의 뒤를 받쳐 줄 동료가 있으면 좋겠다~ 싶지 뭐예요~ 어때요?”

- 시진. 제안을 받아 들이거라. 언제까지 혼자 지낼 수는 없지 않느냐. 이참에 다른 사람과 손발을 맞춰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니라.

“뒤를 받쳐 준다면 혹시 활쟁이... 아니 궁수인가요?”

“어멋~! 어떻게 알았어요? 명사수 한명과 창을 기가 막히게 다루는 창수 한명. 이렇게 두 명이예요.”

소개 시켜 주려 하는 동료가 궁수가 아니냐는 시진의 말에 어떻게 그렇게 딱 맞췄냐며 시진의 선견지명을 추켜세우듯 두 손을 마주치며 호들갑을 떠는 엘리나의 과장된 몸짓이 시진은 더욱 수상해 보였다.

“흠... 그런데 왜 저죠? 그렇게 실력이 좋으면 둘이 다녀도 되고 다른 용병들도 많을텐데요.”

“그건 직접 만나보면 알거예요. 어때요? 시진님에게 도움이 되면 됐지 발목 잡는 일은 없을 거예요.”

“흠... 엘리나님이 이렇게까지 얘기한다면 만나는 볼께요. 하지만 이번에 함께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혼자 다닐 거예요. 나중에 또 다른 말하기 없는 거예요.”

“네. 그럼요. 1시간 후 북문에서 기다리라고 전할께요. 잘 부탁드려요~”

이번에도 엘리나의 제안이 못 미더웠지만 리버사이드 타운 용병협회 전매특허라도 된다는 듯 자연스레 뒤따르는 초승달처럼 휘어지는 윙크와 함께 부드러운 엘리나의 미소. 그리고 투스칸의 조언에 따라 일단 오늘 하루만 함께 다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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