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좀비 킹(3)
67화. 좀비 킹(3)
- 콰콰콰콰쾅!
- 파지지지칙.
바르세르 영주를 뒤따라 뉴캐슬의 귀족들이 계단을 이용해 비밀 통로가 있는 2층을 향해 내
려가는 중 들려오는 굉음의 진원지를 찾아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푸른빛이 가득한 주택단지의 모습이 보였다.
“이...무슨...”
“저...곳은 주택단지가 있는 곳이 아니오? 대체 무슨 일이 벌이지고 있는 것인지...”
“영주님. 어서 가시지요.”
계단을 내려가던 귀족들이 창가에 멈춰 선 체 푸른빛으로 가득찬 주택단지를 바라보고 있을때 비요크 단장이 앞으로 나서며 다시 한 번 길을 재촉했다.
비요크 단장의 재촉에 걸음을 서둘러 도착한 바르세르 영주의 차남의 집무실로 사용하는 방에 놓인 통짜 원목으로 제작된 묵직한 책상을 푸른 늑대 기사 두명을 동원해 옆으로 옮긴 곳으로 성큼 걸어간 비요크 단장이 책상 아래에 숨겨진 발판을 지긋이 밟았다.
- 끼릭. 기기기기끽. 틱.
오랜시간 동안 사용하지 않은 톱니가 돌아가는 기계음이 끝나고 한 쪽 벽면에 유난히 툭 튀어나온 벽난로가 마찰음을 내며 옆으로 밀려나며 숨겨진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 드드드드드...
바르세르 영주가 어두운 통로에 몸을 들이미는 찰나.
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진동에 집무실의 집기들이 하나, 둘 떨어졌다.
“여...영주님. 어서 가시지요.”
“네. 아무래도 분위가 심상치 않습니다.”
“으헉.”
불안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피던 바르세르 영주는 집무실의 창문너머로 높게 치솟은 영주성의 담벼락이 멀쩡한 것을 보며 짧은 숨을 내쉬고 다시 통로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 콰콰콰콰쾅.
- 그오오오어..
하지만,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들이닥친 코센트 강물과 영주성의 담벼락이 충돌하는 충격에 바르세르 영주는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 쿵. 쿵. 퍼퍽.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본 바르세르 영주의 시야에 무너져 내린 담벼락과 하늘 높이 떠오르는 수 많은 좀비들이 무너진 담벼락의 잔해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고, 난데없이 나타난 코센트 강물이 영주성의 안뜰까지 들어찬 광경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좀비가... 도대체 왜 하늘에 떠 있는 것이냐? 그리고 저 많은 물은 또 어디서 나타났단 말이냐?”
“...”
허공에 떠오른 좀비들이 추락하며 연달아 충돌하는 건물의 잔해더미와 좀비들이 영주성 외벽에 부딪히는 충격에 영주성 전체가 흔들리는 현상에 급히 창가로 다가간 비요크와 비르크 두 형제의 얼굴이 흉측하게 구겨졌다.
“거의 다 왔는데...조금만 더...하면...”
비통해하는 재정 담당관 비요크의 두터운 재킷에 불쑥 손을 넣어 붉은 보옥을 빼낸 비르크 단장이 손아귀에 힘을 줘 보옥을 깨트렸다.
“아직...끝난 것은 아니오. 뒷일은 형님께 맡기겠소. 크아악!”
붉은 보옥에서부터 시작된 붉은 빛무리가 자신의 전신을 서서히 잠식하는 것을 보며 비르크 단장의 약속되지 않은 돌발 행동에 당황한 비요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비르크 단장님! 정신 차리십시요! 더 이상 다가오면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비르크 단장의 돌발 행동에 당황한 것도 잠시 바르세르 영주를 호위하던 푸른 늑대 기사단원들이 다급히 앞을 막아서며 검을 뽑았다.
붉은 빛무리에 완전히 뒤덮힌 비르크를 바라보며 굵은 눈물을 흘리는 비요크가 푸른 늑대 기사들 뒤에 숨은 바르세르 영주를 노려보며 살기 어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시끄럽다! 이게 다 바르세르 영주 네놈 때문에 벌어진 일임을 모른단 말이오!”
“비요크! 비르크 단장을 말리지 않고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오!”
“바르세르 영주 당신이 내 딸아이 비욘을 차르도 영주의 개망니 아들놈의 노리개로 보낸 것을 내 모를 줄 알았소!”
“네...가 그걸 어떻...게...알...”
“닥치시오! 뉴캐슬의 모든 시민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비욘을 위한 위령제를 지낼 것이오!”
- 클..클..클.. 형.님.은. 그.만. 물.러.나.세.요.
가래 끊는 목소리로 한 음절씩 뚝. 뚝. 끊어서 말하는 멋들어진 백발을 자랑하던 푸른 늑대 기사단장 비르크가 붉게 변한 머리칼을 사자갈퀴처럼 흩날리며 앞으로 나섰다.
“뭐...뭣들하느냐! 저 두 놈의 목을 가져오너라!”
“단장님! 저희도 어쩔 수 없음을 이해하십시요!”
- 슈캉! 챙!
- 퍽. 크으윽...
머리칼뿐만 아니라 온 몸의 피부마저 붉게 변해버린 바르세르 영주를 향해 다가오는 비르크 단장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푸른 늑대 기사단원의 번뜩이는 검신을 밖으로 손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검을 부러트린 비르크 단장이 붉게 변한 손을 빠르게 앞으로 뻗어 반으로 부러진 검을 황망하게 바라보는 푸른 늑대 기사단원의 가슴을 꿰뚫었다.
- 비.켜.라!
“그럴수는 없습니다! 모두 한 번에 쳐라!”
맨손으로 검을 부러트리고 강철 갑옷을 꿰뚫는 괴력을 눈앞에서 목격한 푸른 늑대 기사단원들이 재빨리 비르크 단장을 반원형으로 둘러싸고 검을 날렸다.
- 슈팟! 캉!
- 퍼퍼퍽. 쿵! 크아악!
전신을 노리며 다가오는 검을 비르크 단장은 피할 생각이 없는 듯 푸른 늑대 기사단원들의 검이 지척에 다가 올 때까지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검이 목젖에 닿을 정도로 가까워지고 나서야 비르크 단장은 자신의 손으로 가슴을 꿰뚫은 기사단원의 머리통을 부여잡고 우에서 좌로 크게 휘둘렀다.
강철 갑옷을 입은 기사단원의 몸은 그 자체의 무게만으로도 훌륭한 살상무기가 되었다. 사방에서 달려들던 기사단원 넷이 비르크 단장이 휘두른 기사단원의 시체와 부딪혀 집무실의 반대편 벽까지 날아가며 비명과 함께 피를 토했다.
- 클. 클. 클.
여전히 가래 끓는 웃음을 지은 비르크 단장은 한 번의 충돌로 머리통이 부서지고 전신이 기괴한 방향으로 꺾여버린 가슴이 꿰뚫린 기사단원의 시체를 풍차처럼 휘두르며 바르세르 영주를 향해 달려들었다.
“안돼! 막아라!”
- 캉.캉.챙.
- 퍼퍼퍽. 쿠쾅!
푸른 늑대 기사단원의 공격을 기사단원의 시체를 이용해 모두 막아버린 비르크 단장은 이미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시체를 멀리 내던지고, 바닥을 박차며 푸른 늑대 기사단원에게 달려들어 붉게 변한 주먹을 뻗었다.
근거리에서 빠르게 휘두른 비르크의 주먹에 미처 반응하지 못한 푸른 늑대 기사는 비르크 단장의 손에 목을 내어줘야만 했다.
푸른 늑대 기사단원의 목을 거칠게 거머쥐며 짐승의 어금니처럼 날카롭게 돋아난 이빨을 드러내며 섬뜩한 표정을 지어보인 비르크 단장이 기사단원의 몸통을 채찍처럼 휘두르며 가하는 공격을 비좁은 집무실에서 마땅히 피할 곳이 없는 푸른 늑대 기사단원들이 하나, 둘 목숨을 잃었다.
- 콰직. 콰직. 콰쾅!
“크으윽...”
푸른 늑대 기사단과 비르크의 격돌로 인해 집무실은 폐허처럼 변해버렸고, 앞을 가로막는 지난 수년간 자신을 따르던 부하 기사들을 모두 치워버린 비르크는 집무실 바닥에 납작 엎드려 바들바들 떨고 있는 바르세르 영주의 발목을 붙잡았다.
“살...살려주..게...”
- 네.놈.은.살.가.치.가.없.다.
바르세르 영주의 발목을 움켜잡은 비르크는 머리 위로 들어올린 팔을 바닥을 향해 연거푸 내리쳤다.
한 번.
한 번의 충돌로 바르세르 영주는 의식을 잃어버렸다.
두 번.
두 번의 충돌로 집무실 바닥에 커다란 균열을 만들며 바르세르 영주의 전신의 뼈가 모두 부러졌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
세 번의 충돌로 거미줄처럼 균열이 번진 집무실의 바닥이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아래로 무너져 내렸다.
* * *
시진은 메아리치는 경비대원들의 고통스런 비명 속에 익숙하지만 낯선 기운이 느껴졌다.
“투스칸. 저거...맞지?”
- 그래. 트리엘 놈이 뭔가 또 수작을 부린 것이구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망가진 아니 고깃덩이가 되어버린 바르세르 영주를 1층 바닥으로 패대기 친 비르크가 집무실 바닥의 뻥 뚫린 구멍을 통해 1층으로 내려와 주위를 둘러보며 매서운 살기를 내뿜었다.
- 저벅. 저벅.
붉게 변색된 피부, 사자 갈퀴처럼 풀어헤쳐진 붉은 머리칼 사이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비르크가 시진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 네.놈.이.로.구.나.
“...”
- 일.이.틀.어.진.값.은.네.놈.의.목.숨.으.로.받.겠.다.
“뭐래? 빨갱이 새끼가!”
비르크의 허벅지에서 붉은 마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무릎을 굽혀 몸을 움츠린 놈이 바닥을 박차며 시진을 향해 몸을 날렸다.
- 콰앙!
붉은 대포알이 쏘아지듯 바닥의 매끄러운 판석을 깨부수며 빠르게 가까워지는 비르크의 주먹을 감싼 붉은 마기를 감지한 시진은 마르쿠탄의 신성력을 끌어 올렸다.
“레인보우 쉴드!”
- 쾅! 터탱.
전신에 들끓는 붉은 마기를 두른 이 주먹 한방이라면 자신을 빨갱이라 부르며 비아냥거리는 놈의 머리통을 한 줌의 핏물로 만들어 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은 비르크의 생각은 놈의 손에서 돋아나듯 나타난 오색빛 쉴드와 부딪히며 그 반탄력을 버티지 못해 뒤로 두어걸음 밀려나고 나서야 깨어졌다.
- ...!!
당황한 눈으로 자신의 주먹에 맺힌 출렁거리는 붉은 마기와 오색빛 쉴드를 번갈아 쳐다보던 비르크는 오랜기간 겪어 온 몸의 감각이 보내는 위험신호를 감지하며 다급히 팔을 X자로 교차시켜 가드를 만들며 몸을 비틀었다.
- 슈팟!
“음...조금 얕았나?”
레인보우 쉴드에 튕겨나는 놈을 쫓아 몸을 날린 시진은 놈이 당황한 틈을 이용해 단숨에 목을 베어낼 기세로 검을 내리그었지만, 새하얀 검신이 놈의 목젖에 닿기 직전 몸을 비틀며 올린 가드에 가로막혀 놈의 강철 암워머를 베어내는 것에 그쳤다.
- 크.와.악!
“쌰발라~!!”
길게 베어진 강철 암워머의 틈으로 걸죽한 검붉은 피가 흐르는 것을 본 비르크가 괴성을 지르며 허리에 매어둔 강철검을 뽑아들어 붉은 마기를 두르고 시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시진 또한 함성을 지르며 바람 칼날을 덧씌운 새하얀 검을 놈의 붉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검과 맞부딪혔다.
- 채챙. 카카캉.
시진의 가슴을 노리며 뻗어오는 놈의 검봉을 사선으로 쳐올리며 걷어낸 시진이 놈의 간격 안으로 파고들며 새하얀 검신을 놈의 목덜미에 찔렀다.
- 티티딕.
바깥으로 튕겨나는 검을 회수하기에는 늦었다는 것을 직감한 비르크는 몸을 비틀어 가시가 돋아난 왼쪽 견갑으로 시진의 검을 비껴냈다.
- 퍽.
- 크으윽...
시진은 목덜미 대신 놈의 견갑의 가시를 베어내며 후두둑 떨어지는 가시 하나를 붙잡아 놈의 암워머가 보호해주지 못하는 팔뚝에 박아 넣었다.
비르크는 강철 가시가 살과 근육을 뚫고 들어오는 고통속에서도 무릎을 차올려 시진의 후속 공격을 견제하며 뒤로 몸을 날려 간격을 벌리고 시진의 정수리를 향해 검을 내리찍었다.
[띠링!]
[위기감지(C)가 활성화 됩니다.]
놈의 무릎을 상체만 비틀어 피해낸 시진이 놈의 하체를 향해 검을 찌르려는 찰나. 발동되는 위기감지 스킬의 알림음이 머릿속에 울리는 즉시 바닥을 굴러 비르크의 검을 피해냈다.
비르크는 시진이 벗어난 바닥을 깊게 파고든 검을 뽑아내 시진을 향해 붉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마나 블레이드를 쏘아 보냈다.
- 챠아악! 카캉!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붉은 마나 블레이드를 스킬 참격을 마주 날려보내 상쇄시키고, 시진의 검과 비르크의 검이 다시 한 번 부딪히며 붉은 불똥을 튀겼다.
비르크의 검을 사슬갑옷으로 흘려낸 시진이 놈의 발등을 향해 내리찍는 검을 비르크는 피하거나 물러서지 않고, 검의 폼멜로 시진의 손목을 찍는 것만으로 검의 방향을 틀어버렸다.
- 시진! 더 이상 볼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이제 그만 끝내거라.
“... 칫. 눈치 챈거야? 한참 흥이 오르던 참이었는데...알았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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