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화. 좀비 킹(2)
66화. 좀비 킹(2)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비교적 지반이 약한 주택단지의 입구에 있던 주택들이 갑자기 몰려든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하나, 둘 무너지기 시작했다.
- 콰콰콰콰콰콰쾅!
- 그어어어어어....
투스칸이 뉴캐슬로 이어지는 수로를 막은 둑을 무너트리며 유입된 코센트 강물이 일시에 주택단지로 유입되며 시진을 뒤쫓아 온 좀비들을 단숨에 휩쓸어 버렸다.
삽시간에 불어난 코센트 강물은 좀비들을 휩쓸며 주택단지의 골목을 돌아나와 입구를 향해 내달렸지만, 무너진 건물의 잔해에 막혀버려 빠져나갈 곳이 없어진 코센트 강물은 다시 주택단지로 되돌아 들어왔다.
주택단지의 입구에서 되돌아오던 거친 물살이 코센트 강물에서 유입되어 입구를 향하던 물살을 만나며 생성된 와류에 휩쓸린 수 많은 좀비들이 그자리에서 갈려났다.
- 쾅.쾅.콰직.
- 그어어오...
거센 와류와 함께 부서진 건물의 잔해들이 공성무기처럼 단지안의 주택들과 부딪히며 건물을 무너트렸고, 와류를 피해 지붕으로 몸을 피한 좀비 러너들을 거친 물살 아래로 떨어트렸다.
“시진 오빠! 위험해요.”
“괜찮아. 후...우...”
새하얀 담장 안에 푸른 지붕으로된 본관 건물 양 옆에 위치한 3층으로된 녹색 지붕의 별관 건물 두채가 물에 잠기자 시진과 타르웬은 서둘러 본관 건물 위로 몸을 피했다.
몸을 피한 4층으로 된 푸른 지붕의 본관 건물에도 빠르게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자 조심스레 지붕 끄트머리로 내려간 시진의 새하얀 검신에서 푸른 전격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카도닉 제 6식 테슬라 쇼크!”
- 파치치치직!
심호흡을 한 시진이 심장에서 마력을 한웅큼 뽑아내 만든 푸른 전격은 새하얀 검신에 덧씌워지며 2m가량 높이 치솟았다.
시진은 스킬명을 외치며 푸른 전격이 넘실거리는 검을 거센 물살을 향해 내질렀다.
- 크오오오오...
- 파지지지칙!
시진의 마력을 담은 전격이 거센 와류를 타고 번지며 주택단지 전역이 푸른 전격의 소용돌이가 되어 밝게 빛났다.
“타르웬. 다들 출발한 것 같은데 우리도 그만 가자.”
“네. 오빠.”
시진은 잔해에 부딪혀 뭉개지고, 푸른 전격의 와류에 휘말려 검게 타들어가는 좀비들과 더불어 차곡차곡 차오르는 경험치를 보며 타르웬과 함께 영주성으로 향했다.
* * *
- 타닥.타닥.
“오..빠...”
대부분의 좀비들을 시진이 유인해왔지만, 여전히 많은 수의 좀비들과 격전을 치루고 있을 영주성을 향해 건물의 지붕과 옥상을 내달리던 타르웬이 다급히 시진을 불렀다.
“거의 다왔어. 조금만 더 가면...”
“그게 아니라...물이...강물이 넘쳤다구요!!”
- 타닥!
“뭐? 그게 무슨...”
시진의 시야에 영주성을 둘러싼 좀비들과 전투를 벌이는 경비대와 기사단의 모습이 들어오는 순간.
아직은 주택단지에 생성된 와류를 따라 흐르고 있어야할 코센트 강물이 넘쳤다는 말을 남기고 시진을 스쳐 앞서나간 타르웬의 뒷모습이 빠르게 멀어졌다.
- 콰콰콰콰쾅!
- 파지지지직.
아직도 푸른 전격이 흐르는 거센 물살이 주택단지를 넘어 푸른 파도가 되어 대로를 따라 시진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시진이 전격을 주택단지에 쏟아내는 것을 기점으로 도시의 서쪽 바다로 흐르는 코센트 강을 가로막은 둑을 부수기로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범람을 했는지 의문이 떠오른 찰나 아직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 투스칸이 시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 다들 도착한 것 같은데 네놈은 여기서 멀뚱히 뭐하고 있는 것이냐?
“투스칸! 설마...서쪽 바다로 향하는 코센트 강물을 가로막는 둑을 그대로 두고 온 것은 아니지?”
- ...
“왜 말이 없어? 에이...아닐거야.”
시진의 질문에 침묵을 유지하던 투스칸이 시진의 시선을 피하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 ... 완전히 부순것은 아니지만, 큼지막한 구멍을 내고 왔으니 얼마안가 자연스레 무너질 것이니라.
“뭐? 이런...개..ㅅ”
- 우리도 얼른 가자구나. 크흠..
마냥 기다리는 것이 지루했던 투스칸이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않고 나타난 것 때문에 화가 난 시진의 말이 체 끝나기도 전에 시진의 시선을 피한 투스칸은 대충 얼버무리며 영주성을 향해 몸을 날렸다.
- 콰콰콰콰콰!
- 퍼석! 쿠쿠쿵!
곧게 뻗은 대로를 따라 해일처럼 밀려들던 거센 물살은 주변 상가 건물을 부수며 속도가 조금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위협적인 기세로 시진을 뒤쫓아 오고 있었다.
“모두 안으로 들어가! 빨리!”
“뭐? 갑자기 뭔 소..? 이익!”
영주성 인근의 지붕 위에서 시진과 타르웬의 합류를 기다리던 기르틴과 에런 그리고 샐리를 향해 멀리서 소리치는 타르웬의 목소리가 들렸다.
좀비들을 무시하고 영주성 안으로 들어가라는 타르웬의 영문모를 외침에 일행 모두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타르웬의 뒤로 대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건물들을 집어 삼키며 다가오는 푸른 전격의 해일을 눈에 담은 일행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수백을 넘어 천단위의 좀비들이 경비대를 뚫어내기위해 돌격을 가하는 영주성을 향해 몸을 날렸다.
- 콰콰콰콰쾅! 철퍽! 쿠쿵!
- 그어어어오..
기르틴을 시작으로 영주성의 담벼락을 뛰어넘어 바닥을 구르듯 착지한 시진 일행은 발밑에 마력방패를 디딤돌 삼아 허공을 박차며 담벼락을 넘어서는 시진의 모습과 그런 시진을 바짝 뒤쫓는 거센 푸른 전격의 파도가 굉음을 내며 영주성의 담벼락과 충돌하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먼 거리를 이동하며 앞을 가로막는 건물들을 집어삼킨 거센 물살의 유속은 잦아들었지만, 많은 수량과 코센트 강물에 삼켜진 좀비들의 사체 그리고 부서진 건물의 잔해 더미가 연달아 영주성을 둘러싼 수 천의 좀비들과 함께 담벼락을 들이박으며 그 충격을 버티지 못한 영주성의 담벼락이 무너져 내렸다.
거센 물살을 막아주던 담벼락과 충돌하며 부서진 푸른 전격의 파도와 함께 허공으로 높이 떠오른 잔해와 좀비들의 파편이 영주성을 향해 추락하는 광경을 본 시진 일행과 경비대원들은 숨 돌릴 틈도 없이 영주성 안으로 다급히 몸을 피해야 했다.
- 철퍽! 후두두둑!
- 퍽. 퍽. 쾅. 쾅. 쾅!
뉴캐슬의 영주성 마저 집어삼킬 기세로 들이닥친 코센트 강물은 단단한 영주성벽에 부딪히고 나서야 기세가 줄어들며 뒤로 물러났지만, 하늘에서 떨어지는 수 많은 좀비들과 잔해들이 영주성에 부딪히며 거미줄 같은 균열이 영주성 외벽을 따라 길게 번졌다.
[띠링!]
[레벨업 했습니다.]
[띠링!]
[레벨업 했습니다.]
[띠링!]
[레벨업 했습니다.]
...
영주성의 담벼락을 무너트리며 성내의 안뜰까지 무서운 기세로 범람한 코센트 강물은 영주성을 코앞에 두고서야 진격을 멈추며 서서히 뒤로 물러났다.
겨우 해일처럼 밀려드는 코센트 강물의 위협에서는 벗어난 시진 일행과 경비대는 두터운 초록색 카페트가 깔린 1층 바닥에 주저앉아 한 숨을 돌렸다.
좀비와 부서진 건물의 잔해가 영주성 외벽에 잇달아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휴식을 취하는 시진의 시야를 가득 메우는 레벨업을 알리는 시스템 알림창에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가는 시진을 보며 투스칸이 입을 열었다.
- 시진. 포식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냐?
“됐어. 딱히 건질 것도 없을 것 같은데 뭐하러.”
비록 도시를 이지경으로 만든 좀비들이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도시의 평범한 시민들이었을 것을 떠올린 시진은 포식을 사용하지 않고, 바닥에 드러누워 버렸다.
“그럼 이제 다 끝난거야?”
“이익! 샐리 누나! 빨리 취소해요!”
“응? 취소? 뭐를 취소해?”
“방금 한 말 취소하라구요. 당장!”
뜻없는 말을 내뱉는 샐리에게 득달같이 달려와 당장 취소하라는 기르틴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당황한 표정으로 설명을 요구하듯 타르웬을 바라보는 순간.
- 드드드드드. 쿵. 쿵.
“하아...거봐요! 빨리 취소하라니까!”
“내가...뭘...”
시진 일행과 경비대가 몸을 피한 1층 천장이 격렬하게 진동하며 천장 높이 매달린 샹들리에와 실링팬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 쿠콰앙!
“피...피해!”
“으아악! 살려줘...!”
급기야 굉음과 함께 천장이 무너지며 떨어지는 잔해를 미처 피하지 못한 경비대원들의 비명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 * *
[영주성 6층]
뉴캐슬의 최고위층이라 할 수 있는 귀족들이 모두 모인 영주성의 최상층 응접실의 창밖으로 들리는 좀비들의 괴성에 푸른 늑대의 문양이 양각된 갑옷을 입은 백발의 노년 기사 비르크가 굳게 다문 입을 열었다.
“영주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성을 버리고 일단 몸을 피하는 것이...”
“피하다니? 어디로 피하란 말이냐! 과연 저 많은 놈들을 뚫고 무사히 빠져 나갈 수나 있겠느냐!”
“하오나. 도시의 대부분이 좀비들 수중에 들어갔습니다. 이대로라면 얼마못가 영주성 마저 함락 당할 것입니다.”
“비르크 단장의 뜻에 따르시지요. 지하 금고는 단단히 걸어 잠궜으니 설령 저놈들이 성을 함락한다해도 다시 복구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으음...”
뉴캐슬의 재정 담당관 비요크와 푸른 늑대 기사단장 비르크는 내성벽을 따라 늘어선 수 많은 좀비들을 피해 성을 버리고 후일을 도모할 것을 바르세르 영주에게 거듭 요청했다.
“어...? 여...영주님! 노...놈들이 물러가고 있습니다!”
“뭐? 갑자기 왜?”
2차 변이된 좀비 러너, 좀비 점퍼에 이어 좀비 구울까지 등장한 상황에서 내성벽에 의지한체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는 방어선마저도 곧 뚫릴 것이라는 모두의 예측과는 다르게 썰물 빠지듯 놈들이 빠르게 물러나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한 응접실에 모인 모두가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빌어먹을...’
나지막히 욕설을 내뱉는 재정 담당관 비요크와 인상을 찌푸린 푸른 늑대 기사단장 비르크의 시선이 마주치고 내성에서 물러나는 좀비들을 바라보는 무리에서 조용히 몸을 빼낸 비요크가 두터운 재킷에 손을 넣어 붉은 보옥을 만졌다.
‘제녹스. 리텐. 마인’
혹여나 재킷 안의 보옥에서 뿜어내는 붉은 빛무리가 새어나올까 조심스레 몸을 돌려 주문을 외운 비요크.
“어...어? 놈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습니다.”
“대체...이게...무슨...”
시진을 뒤쫓던 좀비 무리의 일부가 붉게 변한 눈을 빛내며 몸을 돌려 내성으로 되돌아왔다.
‘제녹스. 리텐. 마인’
썰물처럼 빠져나간 좀비들 중 일부만이 내성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지켜보는 비르크의 일그러진 얼굴을 확인한 비요크는 다급히 붉은 보옥을 더욱 강하게 움켜쥐며 주문을 읊었지만, 이미 시진을 쫓아 주택단지로 접어든 좀비들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영주님.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포위가 느슨해진 지금이야말로 성을 빠져나갈 기회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어서 서두르시지요.”
“으음...”
“영주님! 지금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혹여나 놈들이 다시 몰려들기라도 한다면...”
“좋다! 모두 성을 빠져나간다. 비르크 단장! 앞장 서시오!”
“네! 2층의 통로를 이용할 것이다. 모두 영주님을 모셔라!”
성을 버리고 탈출한다는 바르세르 영주의 결정이 내려지자 비르크 단장은 응접실 복도에서 대기중인 푸른 늑대 기사단을 불러 지시를 내리며 아무도 모르게 비요크와 눈빛을 주고받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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