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_그린섬 지하는 비밀통로가 있다
사람이 태어나면 하늘에는 별이 하나 태어나고 땅에는 꽃이 하나 피어난다. 그 별과 꽃의 이야기를 듣는 소녀는 어느 날 슬픈 비밀을 알게 된다.
<34화>
그린섬 지하는 비밀통로가 있다
* * * * *
연이가 다시 한 번 그린섬에 왔다.
“그럼 우리 지하 쪽으로 한 번 가보자. 아버지도 그곳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고 했잖아.”
벼리와 연이는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에 특별한 시설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많은 전기요금이 나온 것은 뭔가 미심쩍었다.
둘은 민수에게 이런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민수는 정민의 실종과 관련해 아직 어떤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지하로 내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탔다.
다행히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았다.
벼리가 지하로 가기 위해 손가락을 숫자 버튼으로 가져갔다.
이상한 점이 있었다.
엘리베이터에 표시된 숫자는 지하 7층이었다.
버튼도 7층까지 있었다.
그런데 버튼이 활성화된 것은 5층까지였다.
몇 번이고 지하 6층과 7층을 눌렀지만 눌러지지 않았다.
“버튼이 왜 안 눌러지지? 없는 지하층을 엘리베이터에 표시하지는 않았을 텐데?”
“맞아. 그냥 만들진 않았을 텐데? 이거 봐. 눌러지지 않아. 하지만 이렇게 버튼이 있는 건 뭔가 움직이게 하는 장치가 있을 거야. 어떻게 작동하지? 사람들이 가지 못하게 막아놓은 것 같아. 아니면 실제로 없는 층일 수도 있고.”
“음, 건물이 11층이니까 지하6층 이상은 없어도 되지. 그냥 잘못된 표시일 수도 있어. 이것 봐. 뭔지 누른 흔적도 없잖아.”
“그런데 우리가 호텔에 가면 카드가 있어야 작동되는 층이 있잖아. 여기도 아마 카드 있는 사람만 갈 수 있는 층이 아닐까?”
“아,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이 가는 지하층일까?”
둘은 지하 5층에서 내렸다.
지하 5층엔 전기시설이 있는 곳이었다.
과연 무언지 거대한 전기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냉난방 시설처럼 커다란 기계설비가 있을 것이었다.
그런 것들이 이렇게 큰 소리를 내는 것일 수 있었다.
그런데 냉난방 실외기는 대부분 옥상에 설치되었다.
수영장이나 사우나 시설의 경우, 지하에 거대 보일러가 있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린섬은 수영장이나 사우나 시설 등이 없었다.
<위잉 우웅 우웅>
거대한 소리가 묵직하게 들렸다.
둘은 거대한 시설에 압도되었다.
하나의 빌딩이 운영되려면 이 정도의 전기시설이 있어야 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설비의 덩치가 너무 컸다.
다른 건물을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둘은 전기시설의 위용에 놀라 서둘러 그곳을 나왔다.
지하 1. 2. 3. 4층은 주차시설이었다.
이곳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지하5층의 거대한 전기시설은 일반인이 보기에도 과한 시설이었다.
11층에 어울리는 시설은 아니었다.
아버지는 지하 5층에 있는 전기시설 말고 다른 보이지 않는 곳의 전기시설에 대해 걱정했었다.
보이지 않는 어떤 시설은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뭔가 있을 것 같은데 보이지 않는 것은 두려운 법이었다.
연이와 벼리는지하에서 올라왔다.
벼리는 너무 힘들었다.
어떤 나쁜 기운에 노출된 것처럼 힘들었다.
어쩌면 벼리만이 안 좋은 기운에 대해 민감한 것인지 몰랐다.
아니면 벼리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나쁜 기운이 그곳에 있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에 비해 같이 움직였던 연이는 작은 몸집에도 전혀 힘들어하지 않았다.
“벼리, 힘들어 보인다. 우리 꽃달에 가서 꽃을 좀 볼까?”
벼리도 꽃달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뭔가 기력을 찾아야만 했다.
둘이 꽃달에 들어서자 랜디가 손을 흔들었다.
“벼리 씨, 연이 씨.. ”
목소리가 올라가 있었다.
랜디는 뭔가 좋은 일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랜디, 좋은 일 있어요?”
“아니, 벼리를 만날 거니까 미리 기분이 좋은 거야. 난 벼리를 만나려고 꽃들이랑 노래 부르고 있는 중이었어. 그러니까 미리 기분이 좋은 거지.”
“기분이 미리 좋다면 그것도 좋겠어요. 우린 어떤 일에 대해 미리 기뻐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어떻게 기분이 미리 좋아요? 어떻게 기분이 미리 좋아질 수 있어요?”
“당연히 미리 좋아질 수 있지. 사랑하는 사람과 약속을 하면 미리 기분이 좋잖아. 가령, 벼리, 네가 재인과 데이트 약속이 저녁에 있잖아? 그럼 아침부터 기분이 좋을 거야.”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과 저녁에 데이트가 있으면 아침에 뜨는 해도 특별해. 조금 더 반짝이고 조금 더 화사하고 조금 더 예뻐 보일 거야. 그리고 거울을 몇 번이나 들여다보겠지. 먼지가 끼어 있는 거울도 맑아 보이겠지?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일은 그런 거야.”
랜디는 벼리를 기다리기 위해 미리부터 기분이 좋아졌다고 했다.
‘오늘은 특별한 선물이 있어. 이거 봐.“
장미꽃이 웃고 있었다.
“오늘 특별히 사랑스러운 장미가 왔어. 가까이 와서 인사해. 좋은 향기가 행복한 기운을 선물할 거야.”
“안녕, 장미 님...”
“안녕, 벼리 씨... 오늘 기운 없을 거라고 랜디가 우리를 여기로 데려 왔어.”
“내가 기운 없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
“관심을 갖고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면 모두 알 수 있어.”
“둘이 걸어오는데 기운 없어 보여서 걱정했어. 무슨 일 있어?”
“그런 건 아니에요. 어찌 됐든 우리들에게 꽃이 필요한 시간이긴 했어요. 고마워요.”
벼리는 랜디와 장미 곁에서 한참 머물렀다.
장미들은 재잘거렸다.
벼리에게만 들리는 말이었지만 장미들의 재잘거림은 향기로 번져갔다.
꽃달에서는 신비로운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벼리가 랜디와 꽃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민 실장과 자연, 연이는 카페 의자에 앉아 조용히 꽃의 향기를 맡고 있었다.
모두 어떤 신비로운 향기들이 날아다니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벼리에게만 느껴지는 감각이었다.
그런데 랜디가 있는 날은 꽃달에 있는 사람들 역시 벼리가 느끼는 그런 신비로움을 같이 경험하곤 했다.
연이는 랜디가 보여주는 향기의 향연을 아주 좋아했다.
“나는 아마 전생에 나비였을 거야. 꽃이 아닌 나비.”
“왜 이왕이면 예쁜 꽃이었다고 하지, 웬 나비?”
“이거 봐봐. 난 꽃향기 쫓아다니는 걸 좋아하잖아. 이렇게 꽃향기가 좋아서 흔들리는 걸 보면 난 나비였을 거야. 분명해.”
“하하, 연이 씨는 무엇을 하든 당당한 것이 멋이에요. 나비처럼 유연한 연이 씨. 나비처럼 고운 연이 씨.”
랜디가 연이를 칭찬했다.
랜디가 칭찬하자 갑자기 주변으로 초록숲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
초록 향기가 몰려들더니 어느새 연이와 민 실장과 자연 모두 푸른 숲에 있었다.
모두들 경이로운 풍경에 놀라서 탄성을 질렀다.
“와, 랜디, 지금 뭘 어떻게 한 거야? 홀로그램? 요즘 새로운 프로그램이 있어? 입체 체험? 이건 뭐야?”
“꺄아, 이런 멋진 일이 어디 있어? 나 꿈을 꾸는 거야?”
다들 상상도 못한 풍경에 소리를 질렀다.
랜디의 초록 머리카락에서 연두 이파리가 돋아나더니, 다시 초록 이파리가 돋아나더니 마구 자라기 시작했다.
주변은 온통 푸른 숲이었다.
주변이 온통 푸른 숲으로 둘러싸이자 자연의 주변으로 꽃잎이 흩날리는 것 같았다.
모두들 잠시 숲에 둘러싸였다.
꽃달의 사람들은 푸른 숲에서 나와 다시 카페의 꽃들 속에 서 있었다.
그렇게 잠시 꽃달의 사람들은 푸른 숲의 향기와 함께 했다.
이들은 벼리가 꽃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직접 듣지는 못했으나 이렇게 함께 공감하고 있었다.
꽃집에서 벼리는 꽃 곁으로 바짝 붙어서 귀를 기울였다.
민 실장과 연이, 자연은 약간 떨어져 앉아 꽃을 바라보았다.
이들의 풍경은 약간 달랐지만 꽃들을 사랑하는 시선인 것은 같았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벼리는 꽃 곁에 바짝 붙어서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찾는 것이 맞다면 그러했다.
“벼리, 색다른 소식이 있니?”
“아니, 그냥 일상적인 일이야. 누군가의 사랑을 전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했어. 난 들어주고 있었고. 사실 나에게 사랑을 전하는 일이 중요하지 않냐며, 자신의 페로몬을 모아두었다고 몰래 전해준다고 했어. 그것이 있으면 누구든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했어.”
“그런 거 있으면 나부터 좀 나눠줘. 이 욕심쟁이.”
랜디는 벼리에게 어떤 특별한 말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랜디는 벼리가 힘들 때는 꼭 나타났다.
나무들이 힘을 얻으려면 광합성을 해야 했다.
광합성을 위해선 빛이 필요했다.
벼리에게 광합성이 필요할 때가 있으면 랜디는 언제나 빛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것도 벼리를 찾아와 비추는 빛이었다.
랜디는 벼리에게 조심스런 말을 건넸었다.
“벼리, 푸른 달을 조심해. 잊지 마. 푸른 달을 조심해.”
랜디는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다만 푸른 달을 조심하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만 남겼다.
벼리는 푸른 달은 어디선가 본 것 같았다.
가까이서 본 것 같았다.
연이와 벼리는 꽃달에서 나와 벼리의 집으로 올라갔다.
오늘은 재인이 없는 날이다.
연이가 와서 같이 자기로 했다.
벼리의 펜트하우스는 푸른 색 톤이었다.
의외의 색이긴 하지만 세련됨이 있었다.
재인의 방은 달 모양의 조각품이 걸려있었다.
거실에도 같은 패턴의 조각이 있었다.
그것은 그린섬 정원의 연못도 같은 모양이었다.
“벼리, 멋진 달이 떴어. 달밤의 느낌이야. 재인 씨 취향이 푸른 달인가 봐.”
벼리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는데 가만 생각하니 푸른 달의 느낌은 그린섬의 디자인이었다.
“재인 씨는 분명 달을 좋아해. 보름달은 아니고 그믐달을 좋아하는 것 같아. 아닌가?"
"맞아. 달을 좋아하는 것 같아.”
“현대인들에게 달은 좀 먼 존재 아니니? 특히 도시에선 달이 잘 보이지 않아. 빌딩숲에서 어떻게 달이 보이겠니? 월급쟁이들에게는 한 달에 한 번 월급이 있으니 월급날이 되면 달이 두둥실 떠다닐까?”
“그런 의미가 아니라도 달은 양력 날짜와 다르잖아. 그래서 요즘 시대는 달이 크고 작아지는 것에 관심 갖는 사람들은 별로 없어. 빌딩숲의 조명은 달의 조명을 가리기에 충분하기도 하고.”
“그렇지. 달의 기운은 특히 남자가 아닌 여자들에게나 의미가 있지. 남자들에게 달의 기운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
“나도 그래서 재인 씨가 달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것이 이상해.”
“어느 정도인데?”
“그믐이 가까우면 기분이 매우 저조해. 그래서 그런지 그때 즈음엔 성 부장이 재인 씨를 그림자처럼 따라 다녀. 나는 말을 붙이기도 힘들어. 그런데 달이 거의 지려고 할 때면 언제나 외박을 해.”
“외박을?”
“응, 나도 그믐 즈음에 주기적으로 외박을 한다는 사실을 몰랐는데 우연히 달 이야기를 하다가 알게 된 사실이야. 내 생일이 음력으로 보름이잖아. 난 보름달을 좋아하거든.”
“............”
“재인 씨가 그러더라. 보름달은 믿을 수 없다고. 서양에서는 보름달이 뜨는 날에 생일이 걸리면 그런 날은 밤에 세상이 뒤바뀐다는 거야. 동물원의 경우, 우리에 있던 동물이 밖으로 나오고 무섭던 사자가 힘없는 토끼에게 꼼짝 못한다는 거지. 보름달은 거짓과 관련이 있다고 했어. 자기는 보름달이 지나고 나면 그때부터 불안하대. 그런 말을 하고 며칠 있다가 엄청 어두운 날이었는데, 사실 도시에서는 달이 어둡다고 해서 어두운 것을 모르는데 이곳 그린섬에선 이상하게 그런 어둠이 잘 느껴지거든. 그렇게 어두워서 좀 무서운 날이었는데 재인 씨가 외박을 했어.”
“왜 불안하다면서 외박을 해?”
“응, 외박을 다른 곳에서 하는 것은 아니고 여기 펜트하우스 아래층에 재인 씨 작업실이 있는 거 알지?”
“아, 작업실이 바로 아래 있었지? 거기에서 가끔 파리에서 만났던 친구들 모임을 한다고.”
“참 이상하지. 뭔가 정기적 모임이 있는 것은 같은데 잘 모르겠더라고. 그러다 알게 되었어. 재인 씨가 외박하는 날은 그 사람들하고 회합이 있는 날이었어.”
“무슨 모임을 밤새 한다는 거야?”
“모르겠어. 그리고 그 다음 날은 재인 씨가 쓰러져서 잠을 자곤 했으니까.”
“우리 재인 씨 작업실에 내려가 보자.”
“재인 씨 없을 때 작업실에 내려가 본 적 없어.”
“뭐 어때. 아내가 남편 작업실 가는 것이 이상할 리가 없잖아. 마침 성 부장도 없으니 가보면 좋을 것 같아.”
벼리와 연이는 재인의 작업실로 내려갔다.
하지만 그곳은 잠겨 있었다.
벼리는 그곳에 혼자 가본 적이 없었다.
벼리는 다시 펜트하우스로 올라와 재인의 방 책상 서랍을 열었다.
여기저기 열어보는데 오른 쪽 맨 아래 서랍은 열리지 않았다.
무엇이 있길래 잠가놓은 걸까 궁금했다.
작업실 문 여는 카드는 찾지 못했다.
그러다 재인의 방에서 그린섬 정원을 바라보았다.
재인의 방에선 정원이 잘 보였다.
바로 눈 아래로 보였다.
정원이 잘 보이도록 방향을 아주 잘 잡은 방이었다.
“어? 벼리야. 이걸 좀 봐. 연못에 달이 떴어.”
“달이 떠?”
그린섬 정원에 있는 연못의 모양은 재인의 방에 있는 달과 모양이 똑같았다.
그리고 연못 안에 있는 동그라미에 하늘의 달이 잠겨 보였다.
“달이 연못에 잠겼어. 이거 뭔가 있는 것 같지 않니?”
벼리와 연이는 재인과 달이 어떤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린섬의 달의 문양, 정원에 있는 연못의 문양, 그곳에 잠긴 달의 문양이 뭔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두렵고 놀라움에 말을 잃었다.
둘은 다시 한 번 재인의 방에 있는 달의 문양을 찬찬히 보게 되었다.
달은 사파이어로 만들어져 있었다.
푸른 색 계열의 방과 너무 잘 어울리는 배치였다.
어쩌면 하나의 세계처럼 자리 잡은 조형물이었다.
그린섬 정원에 뜬 달은 시간이 지나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달이 잠겼던 연못의 빛깔을 잊을 수가 없었다.
착각일 수 있었는데 그때의 연못은 온통 푸른빛이었다.
어떤 착시현상이었을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 연못은 푸른빛이었고 주변의 나무들은 은빛이 되었다.
나무에 조명을 설치한 것처럼, 어쩌면 나무들이 자체 발광의 힘을 갖고 스스로 빛을 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었다.
“아, 저거 뭐야?”
연이가 깜짝 놀라며 소리 질렀다.
“무슨 일이야, 왜?”
연이의 소리에 벼리가 놀라며 물었다.
“저기 봐. 저기 불빛.”
처음에 벼리는 그 불빛이 연못과 나무의 빛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줄 알았다.
연못과 나무의 빛이 보여주는 신비로운 현상에 말을 잃고 있었던 터였다.
굳이 중간에 소리 지를 일은 아니었다.
벼리는 연이의 손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달보다는 조금 먼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곳은 그린섬 빌딩 너머의 도로였다.
다른 곳에 비해 빌딩이 없는 곳이었다.
정원 옆으로 차들의 통행이 한 눈에 들어왔다.
높은 건물이 없어서 잘 보였다.
그런데 그곳에 자동차 불빛이 비쳤다.
시간은 이미 새벽 2시였다.
차들이 통행할 시간은 아니었지만 도시에서 차량의 불빛은 어느 시간이든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둘이 놀란 것은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자동차 불빛 때문이었다.
그린섬 정원을 휘돌아서 차량이 갑자기 어디선가 불쑥 나타났다.
마술의 시간도 아닌데 차량 불빛이 난데없는 곳에서 갑자기 나타났다.
불쑥,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갑자기 나타난 차량 불빛이었다.
이상한 순간이었다.
소멸하고 싶지 않은 자와 소멸이 되고 싶은 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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