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화_블루문 로즈의 부활
사람이 태어나면 하늘에는 별이 하나 태어나고 땅에는 꽃이 하나 피어난다. 그 별과 꽃의 이야기를 듣는 소녀는 어느 날 슬픈 비밀을 알게 된다.
<80화>
블루문 로즈의 부활
* * * * *
벼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빛을 느끼려고 했다.
벼리는 온힘을 다해 꽃들을 불렀다.
“도와줘. 도와줘.”
이때 지하에선 부활의식이 시작되고 있었다.
벼리는 자신이 빛의 힘을 서둘러 모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성 부장이 도현에게 보고했다.
“이제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곧 의식을 치를 시간입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
도현의 말과 동시에 베르 자르당의 특별실에 일제히 불이 들어왔다.
베르 자르당의 제일 가운데에 있던 도현의 어머니 영애가 블루문 로즈의 꽃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영애가 누워있는 유리 상자가 의식의 가운데로 옮겨졌다.
그 옆으로 벼리의 유리 상자가 옮겨졌다.
그 옆으로 연이의 유리 상자가 옮겨졌다.
모두 세 개의 유리 상자가 놓였다.
“연이의 상자는 왜 나와 있어? 특별의식을 하는데 불필요한 걸 왜 넣고 그래?”
“어머니의 특별의식을 위해 그리고 만약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성 부장이 답했다.
옆에서 재인은 불안한 표정이었다.
모두 의식을 위한 옷을 입었다.
김 교수, 영진, 정우도 있었다.
김 교수가 의식을 위해 연단 앞으로 올라섰다.
의식을 위해 달빛이 모이는 시간이 되었다.
김 교수가 성 부장에게 눈짓했다.
성 부장이 화면을 터치했다.
우물로 통하는 지붕이 걷히는 것 같았다.
달빛이 의식의 가운데로 모여들었다.
영진과 정우가 블루문로즈와 자스민을 각각 유리볼에 담아서 제단으로 왔다.
둘은 커다란 볼에 각각 꽃을 부었다.
두 개의 꽃이 섞였다.
김 교수가 어떤 주문을 외웠다.
달빛이 쏟아져서 꽃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달빛이 꽃으로 쏟아지자 꽃들 사이로 달빛이 닿는가 싶더니 꽃들이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꽃들이 떠오르자 김 교수가 두 손으로 힘을 모아 꽃을 흩뜨렸다.
꽃들이 마구 섞이었다.
순간 꽃들이 달빛에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꽃들의 비명이 들렸다.
한참동안 이어지던 꽃들의 비명이 그치고 꽃들은 공중을 떠돌았다.
꽃들의 자의식은 기절한 것 같았다.
달빛에 휩싸인 꽃들은 김 교수의 손짓에 따라 연이의 위를 휘돌았다.
그 다음 벼리의 위를 휘돌았다.
휘돌던 꽃들은 벼리의 입에서 숨을 몰고 나왔다.
숨은 공중을 휘돌더니 영애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벼리의 입에서 나온 숨은 영애의 입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숨은 다시 벼리의 입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왜 이래? 뭐가 문제야? 어머니의 제물이야. 어머니를 살려. 어머니를 살리라고.”
“이럴 리가 없습니다. 분명 제물이 맞을 텐데.”
“안 돼. 내가 23년 준비한 것이야. 뭐가 문제야? 뭐가 문제냐고?”
“제물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뭐야? 그럼 죽여서라도 써.”
“아, 아닙니다. 그것은.”
“그럼 뭐야? 방법을 생각하란 말야. 방법!”
도현은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만약 어머니를 살려내지 못하면 여기 시설은 바로 폭파하게 될 거야. 모두 소용없어. 성 부장? 김 교수? 설마 나를 이용한 건 아니지?”
김 교수와 성 부장은 당장 엎드렸다.
“저희가 어떻게 감히 회장님을 배신하겠습니까?”
“재인? 그럼 너야?”
“회장님, 제가 어떻게.”
도현은 재인을 걷어찼다.
재인은 바로 넘어졌다.
큰 키도 소용없었다.
거대한 힘을 가진 도현의 패악엔 모두 쓰러지게 되어 있었다.
“방법을 찾아. 방법을 찾으라고.”
“다시 한 번 해보겠습니다.”
“어서 해. 달이 사라진다고.”
김 교수는 서둘러 다시 제물을 향해 주문을 외웠다.
다시 꽃들이 달빛을 받아 공중에서 떠돌았다.
이번엔 연이의 주변을 꽃들이 돌았다.
연이의 숨이 꽃들을 따라 나왔다.
연이의 숨이 꽃들을 따라서 영애의 숨으로 들어갔다.
죽은 것 같았던 영애의 모습이 점점 살아나는 것 같았다.
연이의 모습은 미이라처럼 생명이 빠져간 것처럼 변하고 있었다.
생명 자체가 없는 것 같았다.
둘 사이를 맴돌던 자스민 꽃들은 달빛에 모두 타버렸다.
그리고 자스민 꽃들은 어느 순간 하나씩 소멸되어 사라지고 없었다.
“자스민이었어? 자스민? 엄마의 자스민?”
도현은 자스민 꽃으로 부활하는 영애의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그제서야 어릴 적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엄마가 말씀하셨었다.
“도현아, 엄마의 꽃은 자스민이야. 내 말을 전하는 블루문 장미는 이 아이의 꽃이야. 이 아이를 넌 기억해야 할 거야. 너에게 길을 알려 줄 거야.”
엄마의 꽃은 자스민이었다.
제물이 벼리가 아닌 연이었다니 놀라웠다.
엄마는 벼리를 기억해야 한다고 하셨다.
도현의 엄마는 부활했다.
진정으로 영생을 얻었다.
자신이 제물로 생각했던 벼리는 제물이 아니었다.
재인이 어머니의 영생을 위해 부정 타지 말라고 준비한 제물이 어머니의 영생을 위한 제물로 쓰였다.
생각지 못한 행운이었다.
이제 어머니의 영생과 부활의식은 끝났다.
“벼리는 이제 소용없는 제물이야. 없애는 것이 옳을 것 같아.”
재인은 당황하는 것 같았다.
“어머님의 영생에 부정 탈까봐 준비한 제물이 도움이 된 것처럼 벼리 역시 영생을 도와주는 것이 어떨까 싶은데요.”
“안 돼. 그냥 죽여.”
“회장님, 그냥 영생을 도와주는 것이 어머님의 부활을 위한 축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우가 거들었다.
“회장님, 나쁘지 않은 선택 같습니다. 이번에 벼리와 연이 둘 다 교통사고로 사망했으니 함께 영생으로 두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영진도 거들었다.
“그럼 김 교수 준비해.”
김 교수는 다시 부활의식을 서둘렀다.
달빛이 얼마 남지 않았다.
벼리는 자신에게서 빠져나가던 숨을 기억했다.
숨은 재인의 것이었다.
벼리는 자신의 숨이 빠져나간다면 재인에게 향기를 전해주었으면 했다.
부활의식을 위한 주문이 다시 이어졌다.
꽃잎들이 다시 벼리의 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벼리는 이 순간 빛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민수와 명훈이 붉은 벽돌을 빼서 어두운 달의 빛 뿐 아니라 밝은 달의 빛도 스며들었던 것이었다.
꽃들의 비명도 들을 수 있었다.
벼리는 힘껏 꽃들을 불렀다.
“도와 줘.”
김 교수의 주문에 의해 꽃들이 벼리의 숨을 빼앗아 가려는 순간 벼리의 힘이 우물 위로 쏟아지는 빛에 닿았다.
그러자 벼리의 손목에서 이파리들이 살아났다.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 개의 이파리가 팔락이더니 손목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퐁>
<퐁>
<퐁>
물방울 소리가 들리더니 이파리들에서 새로운 이파리들이 돋았다.
그 이파리들은 꽃잎들 사이를 휘돌더니 금세 하나의 꽃숲을 이루었다.
예전에는 초록숲만 있었다면 이번에는 꽃들이 가득한 숲이었다.
블루문로즈의 향기가 꽃들 속에서 공중을 떠돌았다.
벼리는 있는 힘을 다해 랜디를 불렀다.
랜디가 꽃숲으로 왔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벼리만 볼 수 있는 일이었다.
“랜디, 연이가 위험해요. 연이를 어떻게 살려요?”
“너의 숨을 줘야 해. 대신 네가 죽게 될 거야.”
“저 때문에 죽게 할 수 없어요. 그럼 제 숨을 연이에게 주세요.”
“네가 목숨을 잃게 될 거야.”
“연이를 살려 주세요. 저 때문에 죽게 할 수는 없어요.”
“그럼 너의 숨을 연이에게 줄게. 벼리야, 사랑을 믿어. 사랑이 너를 살려줄 거야.”
랜디의 이파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파리들은 벼리의 숨을 끌어서 연이에게 주었다.
그리고 벼리는 숨이 멎었다.
벼리의 숨이 연이에게 들어가자 연이는 깨어났다.
숨을 쉬기 시작했다.
연이가 깨어나자 연이의 숨을 받았던 영애의 숨은 스르르 빠져나왔다.
영애는 다시 박제처럼 변하고 있었다.
“안 돼. 대체 뭘 한 거야? 너희들 뭐야? 모두 죽여 버리겠어.”
재인은 갑자기 벼리의 숨이 멎어 버리자 벼리에게 달려갔다.
재인과 정우는 벼리와 연이를 모두 냉동으로 처리했다가 살려주려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 벼리는 숨을 쉬지 않았다.
재인은 달려가서 벼리를 껴안았다.
“안 돼. 안 돼. 벼리야, 사랑해. 제발 죽지 마.”
재인은 벼리를 껴안았다.
이때 재인의 가슴에 있던 블루문로즈의 꽃이 벼리에게로 날아갔다.
재인이 진정으로 벼리를 살리려고 하자 재인의 가슴에서 꽃이 벼리에게로 날아간 것이었다.
벼리에게로 블루문로즈의 꽃잎이 날아가 스며들자 벼리에게 다시 숨이 찾아왔다.
하지만 재인은 숨도 없었고 꽃도 없었다.
결국 재인은 쓰러지고 말았다.
숨이 멎고 말았다.
어릴 적 재인의 숨이 끝났을 때 벼리의 블루문로즈가 재인을 살린 것처럼 재인의 가슴에 있던 블루문로즈가 벼리의 숨을 살린 것이었다.
하지만 재인은 블루문로즈도 숨도 없었다.
벼리는 크게 숨을 쉬었다.
이때 벼리의 심장에서 살아난 블루문 로즈의 힘은 랜디를 불렀다.
랜디의 힘은 벼리에게로 스며들었다.
랜디가 벼리에게 말했다.
“벼리야, 이파리에는 세 가지가 담겨 있어. 벼리 너의 숨과 재인의 블루문 로즈의 꽃, 재인의 어머니 윤희의 구골나무꽃이 담겨 있어. 이 세 가지를 네가 쓸 수 있을 거야.”
“먼저 너의 숨을 돌려줄게,”
.
랜디는 이파리에서 벼리의 숨을 다시 벼리에게 돌려줬다.
이파리는 이제 2개가 되었다.
“넌 이제 완전한 꽃의 정령으로서의 힘을 갖게 된 거야.”
벼리는 블루문로즈 꽃과 자신의 블루문로즈 숨을 찾게 되었다.
랜디는 영애에게서 받은 자스민의 숨을 이파리에 다시 담아 주었다.
이제 이파리는 다시 3개의 힘이 있었다.
이파리는 이제 처음 재인에게서 가져온 블루문로즈의 꽃과 구골나무의 꽃, 연이의 자스민꽃이 있었다.
도현은 갑자기 벌어지는 이런 상황에서 어머니의 부활 작전이 실패하자 갑자기 총을 꺼내 들었다.
“벼리, 너를 죽여 버리겠어.”
도현은 벼리에게 총을 쏘려는데 정우가 달려들었다.
정우가 대신 총을 맞고 쓰러지고 말았다.
도현은 정우가 쓰러지자 정우를 붙잡았다.
“정우야, 안 돼. 널 죽이고 싶지 않아. 안 돼.”
“도현아, 사랑해. 네가 죄를 짓는 걸 원치 않아. 넌 착한 아이였어.”
“정우야, 정우야, 안 돼. 너, 알잖아? 너도 알잖아. 내가 널 사랑하는 줄.”
“아악.....”
총소리가 울리자 지하에 잠입한 민수와 명훈은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총성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도현은 자신이 저지른 일을 참을 수 없었다.
도현은 자신의 심장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총을 쏘고 말았다.
도현 역시 죽고 말았다.
이때 죽었던 영애의 숨이 지상에 있던 자스민의 숨을 끌어왔다.
죽었던 영애는 지상의 자스민 숨을 데려와서 잠시 지상에 머물렀다.
“벼리야, 연이의 자스민꽃을 도현에게 줘.”
“하지만 이 자스민꽃은 연이에게 돌려줘야 해요.”
“벼리야, 연이는 너의 블루문로즈를 받았잖아. 너의 사랑을 지킬 수 있을 거야. 가엾은 도현을 살려줘.”
벼리는 랜디에게서 받은 연이의 자스민꽃을 바라봤다.
벼리의 손바닥에서 자스민 꽃이 향기를 뿜으며 나비처럼 팔락였다.
벼리는 자스민 꽃을 도현에게 주었다.
도현은 숨을 쉬게 되었다.
“도현아, 내 사랑하는 아들아.”
“엄마, 엄마가 잊지 말라고 했는데, 엄마의 꽃은 자스민이라고. 그런데 잊었어요. 엄마, 나의 엄마.”
“아가, 나의 아가야. 내가 날 기억하라고 했던 것은 엄마가 널 사랑했던 마음을 잊지 말라는 것이었단다. 네가 엄마를 기억하면 사는 동안 힘들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 엄마는 늘, 늘 네 곁에서 너를 지키고 있었단다.”
“엄마, 힘들 때마다 어디선가 자스민 향기가 있었어요. 그건 엄마의 향기였어요.”
“아가, 엄마는 이제 하늘의 별이 될 거란다. 슬퍼하지 마라. 사랑한다.”
“엄마.”
도현의 엄마는 보이지 않았다.
도현은 살아났다.
재인은 블루문로즈를 벼리에게 주고 숨이 멎었다.
재인은 정말 죽게 된 것이었다.
정우도 죽고 만 것이었다.
소멸하고 싶지 않은 자와 소멸이 되고 싶은 자의 이야기
Commen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