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화_내 것은 건들지 말라고 했을 텐데
사람이 태어나면 하늘에는 별이 하나 태어나고 땅에는 꽃이 하나 피어난다. 그 별과 꽃의 이야기를 듣는 소녀는 어느 날 슬픈 비밀을 알게 된다.
<63화>
내 것은 건들지 말라고 했을 텐데
* * * * *
벼리는 윤지의 실종이 갑자기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자 자신이 사건의 중심으로 점점 가까이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민수는 그동안 조용히 진행했던 수사를 공개적으로 전환하면서 수사에 힘을 입어 윤지의 행적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파헤칠 수 있었다.
먼저 윤지가 가기로 한 일본 현지의 담당자와 통화했다.
하지만 윤지가 비행기 표를 끊고 출국하지 않은 이유는 찾을 수 없었다.
사유의 죽음에 대한 슬픔 때문이었다면 김 교수에게 어떤 이야기라도 남겼을 것이었다.
적어도 김 교수는 윤지의 보호자 역할을 했었던 관계였다.
윤지는 김 교수와 어떠한 연락도 없이 증발한 것이었다.
윤지의 실종이 치자꽃 설화와 의문의 실종이란 이름으로 기사가 올라가자 사람들은 치자꽃 설화에 대한 제목에 끌려 너도나도 클릭했다.
여전히 사람들은 사유의 부활을 바라며 하얀색 치자꽃을 머리와 옷과 가방에 달고 다녔다.
어느 순간 사유의 부활과는 관계없이 어떤 소망을 소원하는 이유로 치자꽃을 달고 다니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렇게 치자꽃이 사람들의 가슴에서 머리에서 옷에서 지지도 않았는데 어떤 이의 실종이라니,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금세 실종된 윤지에 대한 온갖 추측성 기사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사유가 살아생전 유난히 아꼈던 윤지가 실종된 것은 사유가 데려간 것이다.>
<윤지는 사유를 따라서 어딘가에서 자살했을 것이다.>
<윤지는 사유의 부재를 견디지 못하고 자발적으로 은둔에 들어갔을 것이다.>
<윤지는 치자꽃 설화로 살해당했을 것이다.>
<사유의 부활을 위해 제물로 쓰였을 것이다.>
<사유와 윤지는 사랑하는 사이였을 것이다.>
등등 어쩌면 그럴싸하게 구체적인 이야기였고, 조금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의 기사와 댓글이 이어졌다.
아예 치자꽃 설화와 의문의 실종이라는 글이 블로그나 카페에서 팬픽이 되어 쏟아지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치자꽃 설화가 이상기류처럼 휘돌더니 어느 순간 모든 관심을 잠식한 것처럼 윤지의 실종도 사람들의 관심 속으로 너무 깊게 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이상하게도 윤지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경찰도 사람들의 관심이 너무 깊어지는 것이 부담돼 실종사건에 더욱 열을 올렸지만 진척은 없었다.
윤지의 실종은 분명 그린섬 정원의 아카시아나무와 관련이 있었다.
이를 밝히기 위해선 지하에 가봐야 했다.
그런데 민수와 명훈이 그린섬 지하에 다시 엘리베이터로 진입하려고 했으나 보안장치가 강화돼서 엘리베이터 작동키는 먹히지 않았다.
아직 잠입 통로는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윤지에 대해서는 어떻든 민 실장이 단서를 갖고 있을 것이었다.
벼리는 꽃달로 내려갔다.
민 실장은 장미 손질을 하고 있었다.
“어서 와. 역시 꽃은 장미가 좋지? 오늘 정말 좋은 장미가 들어왔어. 이 고운 빛깔들을 봐. 어쩜 이렇게 고운 빛깔들이 있는 거지? 오묘하게 매력적으로 섹시한 꽃이지?”
“장미는 꽃의 여왕이 맞는 것 같아요. 매번 아름다움에 놀라요. 오늘 장미는 품종이 뭐예요? 빛깔도 좋지만 유난히 향기가 좋아요.”
벼리는 지난 번 축제에서 만났던 장미들의 향연이 떠올랐다.
장미와 함께 재인이 겹쳐졌다.
별안간 벼리의 가슴에 아픈 자기장이 만들어지면서 온몸을 전기처럼 자극했다.
가슴에서 시작된 시큰거림이 온몸으로 번져갔다.
아름다운 추억인데도 아픈 것은 무엇인지 잘 모를 일이었다.
“연한 분홍과 오렌지색의 배합으로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독특한 장미 디얼런록위즈 영국 장미야. 곱지? 나는 이 장미가 조금 더 예뻐. 향기도 깊거든. 삼색의 신비로운 꽃색으로 정원을 호화롭게 만드는 레이디샤롯, 신부의 아름다운 부케를 연상하게 하는 클레어오스틴도 새롭게 들여왔어. 장미는 만날 때마다 신기해. 그리고 이것.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미야. 티칭조지아와 스피릿오브프리덤.”
“저희집에도 영국장미인 티칭조지아와 스피릿오브프리덤이 있어요. 노랑장미 중에선 티칭조지아가 제일인 것 같아요. 스피릿오브프리덤은 약간 신비로운 느낌의 향기가 있어요. 꽃을 피울 때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늘 감추려고 하는 게 새침해 보여요. 그래서 이 장미를 보려면 꽃을 세워줘야 하는데 가시가 장난 아니게 날카로워요. 함부로 만지지 말란 뜻이겠죠? 도도한 꽃이에요. 가시 돋친 장미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장미인 것 같아요. 봉오리였을 때는 좀 헐렁하게 피지 않을까 싶은데 속살이 드러나면 완전 딴판으로 완벽하게 속이 꽉 찬 아름다움을 보여주잖아요. 저의 최애 장미에요. 정말 너무 고와요. 장미 향기를 맡고 있으면 무거운 고민들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벼리는 꽃에 대해 모르는 것도 없어. 랜디가 늘 꽃의 요정이라고 말하는데 맞는 것 같아.”
“꽃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적어도 이름을 불러줄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죠.”
“맞아. 꽃의 이름 정도는 불러줄 수 있어야 하지. 그런데 벼리 씨, 윤지 씨 소식 들었지? 윤지가 실종된 게 사실인가 봐. 그렇잖아도 불안했었어.”
“윤지와 사유 선생님과의 관계는 어땠어요?”
“사유 선생님은 윤지를 딸처럼 아꼈어. 윤지가 일찍 부모 없이 자란 것은 알지? 이모가 키우고 있었는데 이모부라는 사람이 폭력적이라 윤지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어. 그 이모의 친구가 사유 선생님이었다는 것 같아. 그래서 사유 선생님이 마침 자식도 없으니 자신이 데려다 키우겠다고 해서 데리고 있었어. 윤지도 오갈 데 없는 자신을 받아준 사유 선생님을 어머니처럼 따랐어. 더군다나 윤지는 착실하고 머리가 좋아서 공부도 곧잘 했어. 김 교수와 사유는 윤지를 공부시키고 싶어 했는데 윤지는 꽃이 좋다면서 플로리스트의 길을 가겠다고 했어. 마침 사유 선생님이 하는 일이기도 해서 그 일을 돕기 시작했지.”
“일찍 일을 시작했나 봐요.”
“그건 아냐. 대학을 다니는 동안에도 윤지가 좋아하니까 사유 선생님이 꽃 관련 일들을 윤지에게 거의 맡겼어. 윤지는 감각도 뛰어났고 워낙 바지런하니 꽃들을 다루는 솜씨가 탁월했어. 그래서 윤지는 사유의 딸이 아니면서도 거의 딸이나 마찬가지였어.”
“윤지 씨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무슨 일이 없어야 할 텐데 자꾸만 안 좋은 생각이 들어요.”
“실종되었으니 당연하지. 불안해. 나도 너무 불안해서 일이 손에 안 잡혀. 그래서 이렇게 장미를 오랫동안 천천히 손질하고 있는 거야.”
벼리는 그젯밤 아카시아나무가 울었던 것을 떠올렸다.
다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혹시 윤지 씨가 아카시아나무 좋아했던 것은 아시죠? 여기 그린섬 정원에 아카시아나무가 심겼어요.”
“아카시아나무? 그런 나무는 정원수로 잘 쓰지 않는데? 왜 아카시아나무를 심었을까?”
“저도 이상했어요. 왜 이곳에 심었을까요?”
“윤지가 아카시아나무를 좋아한다고 여러 번 말했었어. 윤지의 고향이 단풍이 고운 내장산이 있는 동네였대. 단풍나무가 많은 곳이라서 가을나무로 단풍이 정말 예뻤다고 해. 단풍이 들 때 코스모스도 많았다는데 윤지는 봄꽃을 좋아했대. 가을꽃은 추울 것이 먼저 걱정되어서 제대로 못 즐겼대. 곧 추워질 테니까.”
“아, 추운 것을 싫어했네요.”
“그랬대. 그래서 벚꽃도 다 진 5월에 아카시아가 피면 그렇게 좋았다는 거야. 봄이라는 것이 꽃샘추위가 있어서 중간중간 추위가 찾아오잖아. 아카시아가 피는 5월이면 정말 겨울이 끝났다는 생각에 안도감마저 들었대. 그리고 어쨌든 강인하잖아. 상처도 받지 않고. 자기와는 다른 성격이어서 더 좋아한다고 아카시아 이야기를 몇 번이나 했어.”
“윤지 씨가 아카시아나무를 정말 좋아했네요.”
“응 그래서 사유 선생님이 마당에 아카시아나무를 심었잖아. 꽃이 필 때면 마당에 상큼하고 달달한 냄새가 진동한다고 좋아했었어.”
“인터넷 기사 보셨지요? 사유 선생님과 윤지 씨가 서로 좋아했었다는 이야기까지 있었어요.”
“사실 사유와 윤지는 조금 특별한 관계이긴 했어.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어. 사랑하는 연인이었어도 그리 오래 안 떨어지기는 쉽지 않았을 거야. 오죽하면 자기가 죽게 된다면 윤지가 숲에 유골을 뿌려주길 바랐어. 소멸의 순간에 윤지가 함께 해주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나에게 한 적이 있었어. 그때 윤지도 옆에 있었는데 윤지가 기겁했었어.”
“사유 선생님과 윤지 씨는 정말 특별한 관계였던 것 같아요.”
“무슨 일이 없어야 할 텐데....”
“랜디는 안 왔어요?”
“랜디는 아침 일찍 다녀갔어. 벼리랑 할 이야기가 있으니 곧 온다고 했어.”
벼리는 지난 번 랜디의 이파리로 그린섬 정원의 나무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한 번 더 들러서 나무들의 비밀을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펜트하우스에 올라갔다.
연이에게 전화하려는데 재인이 들어왔다.
들어올 시간이 아닌데 무슨 일인지 물어보려고 하는데 재인이 들어오며 벼리에게 키스를 했다.
집에 들어오며 키스 같은 것은 없던 사이였다.
벼리는 재인의 스킨십이 있는 날이면 다른 모든 일들이 자동적으로 지워지는 것 같았다.
불안도 어느 순간 사라지는 것 같았다.
벼리는 재인에게 윤지의 이야기를 물어보려다 그만 두었다.
재인의 얼굴은 지쳐 보였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됐다.
“무슨 일 있어요? 좀 피곤해 보여요.”
“하하, 드뎌 내 와이프 필이야. 나를 걱정도 다 하고. 바람직해요. 요, 귀염둥이.”
재인은 과장스럽게 벼리의 볼을 쓰다듬었다.
낯설었다.
불안을 감추려는 것일 수 있었다.
벼리는 재인의 불안이 불안했다.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죠? 걱정돼요.”
“걱정하지 마세요. 귀염둥이 신부님, 우리 신부님이나 걱정하세요. 난 아무런 일도 없답니다. 해결해야 할 일이 하나 생기긴 했지만.”
“해결해야 할 일요?”
“아, 아니야. 걱정 마. 아무 것도 아냐. 오늘은 내 작업실에 한 번 가볼까? 작업실에 가서 차라도 한 잔 마셔보자.”
재인이 자신의 작업실을 아무 일도 없이 가자고 한 것은 처음이었다.
불안을 감추기 위한 것일 수 있었다.
아니면 단순히 어제에 이어 벼리가 사랑스러운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벼리는 후자이길 바랐다.
둘은 재인의 작업실에 갔다.
작업실은 지난번과 다르게 뭔가 다르게 비어 있는 느낌이었다.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는 없었다.
벼리는 자신의 무덤덤함이 이럴 땐 좋았다.
디테일하게 기억하는 벼리라면 이런 변화가 불안했을 것이다.
재인은 벼리를 위해 커피를 내렸다.
커피향이 좋았다.
재인이 커피를 내려주는 것은 처음 일이었다.
“제가 도와드려요?”
“괜찮아. 혼자 할 수 있어. 잠시만 기다려봐.”
재인은 티라미수와 커피를 간단히 들고 나왔다.
벼리는 커피향을 음미하며 한 모금 마셨다.
깊은 맛이라는 게 커피를 내리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 것 같았다.
깊은 맛과 달콤한 맛과 부드러움이 차례로 느껴졌다.
“재인 씨, 바리스타해도 되겠어요.”
“몰랐어? 내가 파리에서 바리스타로 이름 날린 걸.”
“파리지앵 바리스타?”
“하하, 파리지앵까지는 아니고.”
“커피의 깊은 맛이 이런 건가 싶어요. 크림도 예사롭지.....”
이야기하는 벼리의 옆으로 재인이 성큼 다가왔다.
커피 크림이 묻은 입술에 재인의 입술이 닿았다.
그리고 조금 더 깊고 다정한 키스가 이어졌다.
벼리는 자신도 모르게 재인의 허리를 껴안았다.
눈이 감겨지고 몸의 세포들이 아득한 심연으로 떨어지는 듯 떠오르는 듯 혼란스러웠다.
이때 갑자기 문이 열렸다.
도현이 들어왔다.
아까 분명히 문을 닫은 것 같았는데 처음부터 열려있었던 문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벼리와 재인은 깜짝 놀랐다.
도현도 놀라며 들어오려는 발길을 주춤했다.
“미, 미안, 둘이 있는 줄 몰랐어. 나, 나갈까?”
“왜 왔어?”
“하하, 둘의 사이를 방해했기로 왜 왔어, 가 뭐야. 친구 사이에.”
“안 쫓아내고 이 정도인 걸 감사히 생각해. 근데 이 시간에 웬일이야? 무슨 일 있어?”
“아니, 오늘은 그냥 쓸쓸해서 왔어. 쓸쓸하니 벼리 씨 생각도 나고. 벼리 씨 보러 왔어.”
“농담은 그만 하고. 들어 와. 커피 줄까?”
재인은 커피를 내리러 갔지만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을 지었다.
벼리는 난감해졌다.
“하하, 이런. 사랑이 우선이란 말이오? 키스 좀 못 했다고 나와의 우정을 그렇게 헌신짝처럼 버린 데서야 어찌 우정이라고 할 수 있단 말이오?”
도현은 사극배우처럼 장난을 했다.
“우정 다 필요 없네. 사랑에 우정 따위가 무슨 소용이란 말이오. 오늘은 날이 아닌 듯하니 이만 헤어지는 것이 어떠하오?”
“아니 되오. 아니 되고말고. 자네의 애정행각에 나의 우정을 묻을 수는 없네. 포기는 더더욱 아니 되고말고. 그래서, 그래서 난 이대로 있을 참일세.”
“어허, 이런 억지스런 친구를 봤나.”
도현은 한참 웃다가 벼리에게 하소연하듯 말했다.
“벼리 씨, 재인이가 찾아온 친구를 이렇게 박대해도 될까요? 우리 벼리 씨가 한 마디 해주십시오. 내가 곧 쫓겨나겠습니다.”
“재인 씨, 농담 그만 해요. 이러다 도현 씨 가겠어요.”
“벼리 씨가 도현이를 몰라서 그래요. 저 시커먼 속을 안다면 절대 친절하게 대하진 못할 걸요.”
“하하, 내가 미안. 정말 한 번만 더 둘의 사이를 방해했다가는 발도 못 붙이겠다. 하여튼 벼리 씨 보고 싶어서 왔어.”
도현은 다시 벼리가 보고 싶어 왔다고 말하면서 진심인 것처럼 벼리를 지긋이 바라봤다.
도현의 말과 눈빛에 재인은 얼굴이 하얘졌다.
벼리도 도현이의 농담이 지나친 것 같아 일어섰다.
“재인 씨, 도현 씨가 오늘 심심한가 봐요. 잘 놀아주세요. 오늘은 재인 씨를 제가 양보해야겠네요.”
“그래요, 벼리 씨. 도현이 보내고 곧 올라갈게요. 먼저 쉬고 있어요.”
벼리가 나가려는데 김 교수가 왔다.
간단히 인사하고 펜트하우스로 올라갔다.
벼리는 재인이 했던 키스 감각이 다시 떠올랐다.
생각만으로도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거울을 봤다.
복숭아빛 얼굴이 발그레했다.
벼리는 커피 거품이 묻어 있는 입술에 키스하던 재인을 떠올리며 입술을 조금 내밀어 봤다.
재인의 입술이 다시 닿을 것만 같았다.
벼리는 재인이 자신을 둥글게 껴안던 느낌을 상기해 봤다.
다시 한 번 거울을 보며 입술을 내밀고 눈을 감았다.
그러다 불현 듯 불안했던 재인이 떠올랐다.
도현이 왔을 때 재인은 기분이 나쁜 것처럼 행동했지만 불안해 보였다.
재인은 무언가 불안해했었다.
벼리는 화장대 의자에 오래도록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달콤했던 기억 위로 불안했던 재인의 표정이 걱정으로 내려앉고 있었다.
벼리가 펜트하우스로 올라갔다.
재인은 조금 긴장된 표정이 되었다.
“재인, 내 것은 건들지 말라고 했을 텐데!”
소멸하고 싶지 않은 자와 소멸이 되고 싶은 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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