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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보는 남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백호
작품등록일 :
2016.06.05 11:51
최근연재일 :
2016.10.03 20:04
연재수 :
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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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272
추천수 :
8,675
글자수 :
391,779

작성
16.07.12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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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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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
글자
13쪽

미래를 보는 남자(2)

DUMMY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2005년 4월 13일 대한 은행은 대규모 정리해고를 실행했고, 그 바람에 나를 포함해서 총 798명이 지난 세월 몸담았던 대한 은행을 떠나야 했다.

정창수 등 직원들이 송별회를 해 준다고 했지만, 욕을 바가지로 해준 다음 조용히 다시 공덕동 그 주택가로 가서 한동안 서성거리다가 근처 족발집으로 가서 홀로 술을 마셨다.


‘정아, 우리도 언젠가 이곳에서 술을 마셨는데, 이제는 나 혼자 마시는구나.’


그렇게 홀로 술을 마셨다.

술이 술을 마시고, 나도 마실 즈음이 되어서 보니 소주 7병이 비어있었다.

그러니 해고당한 것에 대한 울화가 치미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슬픔이 몰려왔다.

지난 6개월은 내 인생에서 가장 최악의 시간이었는데, 이제 은행에서 해고까지 당했다.


“개새끼! 그런 것도 선배라고. 그래, 어디 두고 보자. 이 새끼야. 강백호는 그렇게 쉽게 죽지는 않는다. 이 강백호는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다.”


몰려오는 슬픔을 울화를 터트리는 방법으로 삭였으나 그 울화 때문에 오히려 치미는 것이 있었다. 그러니 생각하면 할수록 정창수라는 놈은 최악의 인간 같았다.

하나 이제 볼일도 없을 것 같아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다시 그 주택가로 발걸음을 터벅터벅 옮겨 놨다.

그때였다.


“쿵!”


소주 7병을 마셨어도 그 고통은 또렷하게 뇌리를 파고들었고, 그러면 그럴수록 더한 고통도 안겨주었으며, 차츰 정신도 잃게 하였다.

그러니 오히려 아늑했고,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는 것을 비롯한 알 수 없는 이상한 일과 숫자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도 보였으나 그런 환상적인 느낌도 잠시 극심한 통증이 다시 몰려오기에 창피하게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는 벌떡 일어났다.


“오빠, 괜찮아?”

“백호야!”


그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은 이렇게 묻는 여동생 수진과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는 엄마였다. 그리고 고통이 조금 가시자 그곳이 병원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강수진! 오빠가 어떻게 여기 있는 거야?”

“어떻게 여기 있기는 차에 치여서 여기 실려 왔지. 그러게 거기는 왜 가고, 차에는 또 왜 치었어?”


여동생 수진의 말을 듣고 보니 어렴풋이 차에 치인 기억이 났다.

소주 7병을 마시고 비틀비틀 거리를 걷다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치인 기억이 말이다. 그러니 이렇게 병원에 실려 왔을 것이고, 가족에게도 연락되었으리라.


“아버지는?”

“밤새도록 있다가 아침에 회의가 있어서 갔어.”

“회의에 갔다고?”

“그래, 지난 3일 동안 아빠가 여기서 밤을 새웠어.”

“3일이나 지났다는 말이야?”


그때 의사와 간호사가 들어오는 바람에 대화는 중단되고 말았다.

그런데 그 의사가 하는 말이 걸작이었다.


“머리가 터져서 꿰맨 부위와 팔이 찢어져서 꿰맨 부위는 며칠만 지나면 괜찮아질 것입니다. 술을 많이 마신 것이 이럴 때는 도움이 되었군요. 그런데 신체 다른 부위에 손상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찍은 CT와 MRI 상으로는 교통사고로 말미암은 다른 곳의 이상은 없었습니다. 다만 뇌에서 저도 처음 보는 이상한 종양이 발견되었습니다.”

“뭐라고요?”

“강백호 님 뇌에서 처음 보는 이상한 종양을 발견했으니 빨리 수술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처음 보는 종양이라니. 그럼 제가 처음 보는 이상한 암에라도 걸렸다는 말인가요?”


의사는 말이 없었다.

그러나 엄마는 그 말을 듣고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참 빌어먹을 타이밍이었다.

은행에서 해고당한 날 교통사고를 당하더니 이제는 처음 보는 이상한 암이란다.

무슨 이런 공교로운 일이 다 있을까.

기가 막혀서 말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 나이에 죽을 수는 없어서 그러자고 했다. 그러니 몇 가지 검사를 더 하더니 기어이 나를 수술대에 올려놨다.


“강백호님, 수술은 잘 되었습니다.”

“죽지는 않겠죠?”

“젊은 나이에 죽으면 안 되죠.”


처음 보는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병원에서 경과를 보면서 치료를 받고 지낸 지 두 달이 지나서 2005년 6월이 왔다.

그사이에 내 종양은 학계에 보고됐고, 별 이상한 놈들이 다 와서 나를 동물원 원숭이 취급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지랄 같은 일이 또 있었으니 그것은 보험사에서 약관에 없는 종양이라면서 암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것이었다.

그래서 약관을 아주 자세하게 읽어 보았으나 의사가 진단한 종양은 그 약관에는 없었다.


“빌어먹을!”


그 바람에 암 진단비와 수술비는 받지도 못했다.

하나 실손 의료비는 보장해 준다니 그나마 다행이었고, 교통사고로 받은 합의금과 보험금 등이 있었으니 생돈은 들지 않았다.


“이제 뭐 할 거야?”

“인마, 오라버니 죽다가 살아났는데, 그런 것부터 물어서 되겠어?”

“그래도 뭘 해야지 않겠어.”


두 달 병원에 있다가 퇴원하고 집에서 사흘을 노니 여동생 수진이 이렇게 물었다.

그러나 정말 할 일이라고는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날 대한 은행에서 대출금을 갚으라는 독촉장이 날아왔다.

이게 무슨 개풀 뜯어 먹는 소리인가 싶어서 지점으로 달려가니 담당자 최 대리 놈이 이러는 것이었다.


“대출금 만기 됐잖아. 그러니 갚아야지.”

“야 이 새끼야. 아직 기간이 안됐잖아!”

“내일모레가 만기야.”

“이자 낼 테니까 기한 연장해라.”

“그건 좀 곤란한데···,”

“정창수 저 새끼가 그러라고 시켰어?”


최 대리 놈이 말을 안 하는 것으로 봐서는 그런 것 같았다.

그래서 지점장실로 들어가서 놈의 멱살을 잡은 다음 죽도록 패버리려다가 겨우 참고는 이렇게 말했다.


“너는 진짜 쓰레기다. 쓰레기. 지난 두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나오니 대출금 갚으라고. 그래, 갚겠다. 갚으면 될 것 아냐. 이 개새끼야. 그리고 또 말하지만, 너는 이제부터 진짜 뭐도 아니다. 그러니 밤길 조심해라. 너도 알다시피 이 강백호가 과거에 어떤 놈이었는지 앞으로 똑똑히 가르쳐주겠으니 말이다.”


그 말에 새파랗게 질리는 것을 보니 더럽게 겁이 나기는 나는 모양이었다.

그럴 것이다.

나는 싸움을 아주 잘해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학교에서 늘 짱을 했고, 그 고등학교 때는 서울 최고의 고등학생 주먹 즉 서울 통합 짱을 했다. 거기에 더해서 전국 통합 짱도 했다.

그러니 동네 양아치들은 나만 보면 도망 다녔으며, 깡패들도 한 수는 양보해 주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은행원 생활을 하면서는 거의 주먹을 쓰지 않았으나 아주 가끔 참을 수 없는 상황에서는 주먹을 섰고, 그 사실은 정창수 놈도 잘 알았으니 이럴 것이다.


“······,”

“내 말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라. 이 새끼야.”


이렇게 말한 다음 집으로 와서 통장을 가지고 다시 은행으로 갔다.

그리고 교통사고로 받은 합의금과 보험금 등과 얼마 되지 않는 퇴직금을 털어서 결혼 자금으로 대출한 2억 중에서 8,000만 원부터 일단 갚았다. 그러면서 이렇게 또 큰소리를 치고 은행을 나섰다.


“나머지도 곧 갚는다. 알았어?”

“그래, 곧 갚아라. 안 그러면···,”

“최 대리 이 새끼 너도 밤길 조심해야겠다.”


은행은 그렇게 나섰으나 대출 잔액 1억 2,000만 원을 상환할 돈은 수중에 없었다. 대출금 8,000만 원을 상환하고 남은 통장 잔액은 378만 원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니 결국 그 돈을 갚으려면 아버지에게 손을 벌려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으나 차마 그 이야기는 못 할 것 같았다.

이 해에만 해도 부모님 가슴에 못을 박은 일이 벌써 3번이나 있었으니 말이다.


“강백호라고 하는데, 합격 여부를 알아보려고 전화 드렸습니다.”

“수험 번호가 몇 번이셨죠?”

“213번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또 불합격이었으니 벌써 22번째 불합격이었다.

이즈음 경력 사원을 뽑는 거의 모든 곳에 지원했지만, 결과는 늘 불합격이었다.

그런데 대한 은행에서는 대출금을 상환하라는 독촉이 점점 잦아졌다.

그러니 이제 아버지에게 이야기하거나 사채라도 얻어야 할 판이었다.

그런데 누가 직업도 없는 나 같은 백수에게 1억 2,000만 원의 사채를 빌려주겠는가. 하니 아버지에게 말할 수밖에는 없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결혼하면서 전세금으로 빌린 돈은 전세를 빼서 갚았다는 그것이었다. 그 전세금까지 갚지 않았다면 진짜 곤란한 처지에 빠졌을 것인데, 천만다행으로 전세금은 갚은 이후였다.


‘그러고 보니 전세금을 제외하고도 2억이나 빌렸으니 결혼 자금이 많이 들기는 들었네. 그런데 지금은...제기랄!’


그날 저녁 아버지와 마주 앉았지만, 결국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돈 이야기는 꺼내지 못하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 날은 다시 취직자리를 구하러 돌아다녔지만, 또 구하지 못하고 말았다.

그 바람에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다가 사채라는 간판이 붙은 사무실로 들어가서 대출 문의를 했다. 그러니 단박에 해주겠다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조건이 담보 제공에 선이자를 떼고, 연리 40%라는 것이었다.


‘날강도 같은 놈들! 선이자도 모자라서 연리 40%라니.’


사채가 그러니 이제 정말 방법은 아버지에게 이야기해서 돈을 빌리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아서 다시 집으로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겨 놨다.

그때 종양 수술을 한 부위가 깨어질 듯 아프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씻은 듯이 고통이 사라지고, 그때부터 뇌리를 스쳐 지나는 숫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무슨 숫자인지는 몰라도 자꾸만 뇌리에서 떠오르는지라 스스로 떨쳐버릴 수도 없는 그런 숫자였다.

그리고 마치 어떤 기시감도 들었다.

그러나 그런 숫자에 대한 기억은 없었으니 딱히 기시감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로또 복권을 파는 가게가 눈앞에 보이는 것이 아닌가.


‘숫자 6개라면 혹시 저것!’


뇌리를 스쳐 지나는 숫자는 6개였으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곧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로또 파는 가게를 그냥 지나치는데, 누군가 자꾸만 발길을 잡아끄는 것 같았다. 그러니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해서 결국 밑져야 5,000원이라는 생각에 그 번호 6개로만 5게임 즉 5,000원어치를 샀다. 그러니 혹시 1등이라도 맞으면 다섯 게임을 다 맞는 것이고, 틀리면 말짱 꽝이 되는 그런 것이었다.


“우리 오라버니 얼굴을 보니 오늘도 직장 못 구했네. 그래서 말인데, 이 사랑스럽고 예쁜 동생이 용돈 좀 줄까? 아니, 그동안 내가 모은 돈 전부 줄 테니까 나중에 돈 벌어서 천천히 갚아.”

“사랑스럽고 예쁘고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내 동생 수진아. 그런데 말이다. 이 오빠는 죽었으면 죽었지 너에게는 용돈 안 받는다. 그러니 그런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말고, 오빠 너무 힘드니까 따듯하게 한 번만 안아줘.”

“그러지 말고 여기 있으니까 받아. 그리고 나는 은정이가 아니에요. 오빠 애인도 아니고요.”

“죽어도 네가 주는 용돈은 안 받는다. 그러고 은정이가 아니라 아직은 새언니다. 또 네가 애인이 아니라서 안아 달리는 거지. 애인이었으면 말 안 해도 알지? 그러니 이리 와서 오빠 힘드니까 따뜻하게 한 번만 안아줘. 그 돈 봉투는 집어넣고.”

“이거 2,000만 원이야. 그러니 받아서 용돈 하고, 취직하면 갚아! 안 갚아도 뭐라고 하지는 않을게. 그러니 받아요. 오라버니!”

“네 돈은 2,000만 원이 아니라 2,000원도 안 받는다. 그러고 인마, 용돈은 오빠가 너에게 주는 것이지. 네가 이 오빠에게 주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어서 집어넣어. 비록 오빠가 지금은 이렇지만, 곧 너에게 용돈 2,000만 원이 아니라 20억을 주는 날이 올 것이니까. 알았어?”


강수진,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 초등학교 교사로 있었다.

그러니 2,000만 원을 이 하늘 같은 오라버니인 나에게 용돈으로 준다는 건방진 말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하는 짓은 늘 귀여웠고, 나도 그런 동생이 좋아서 우리는 제법 우애가 깊은 남매였다.


“우리 수진이 품이 이렇게 따뜻했다니. 오빠에게 시집올래?”

“유부남은 사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오빠는 법적으로 아직 유부남이구나. 어떻든 고맙다. 안 그래도 오빠 힘들었는데.”

“힘내. 그러고 곧 직장도 다시 구하고, 새언니와도···,”

“알았어. 그리고 이렇게 안아 준 김에 뽀뽀도 한번 해줘?”


질색하는 것을 보니 안아는 줘도 뽀뽀해주기는 싫은 것 같았다.

그래도 오빠 힘들다고 안아주는 것만도 어디인가.

그런데 품에서 떼어 놓으면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고 말았으니 그건 바로 이 말이었다.


“그런데 수진아. 가슴이 언제 이렇게 커졌기에 물컹물컹해?”

“지금 그 말이 여동생에게 할 말이야!”

“그러고 보니 아닌 것 같다. 미안! 그런데 나는 예전에 엄마랑 네가 브래지어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그런 이야기 할 때의 그 귀엽던 네 가슴이 지금은 이렇게···,”

“그때 내 가슴 봤어?”

“보고 싶어서 본 것이 아니라 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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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미래를 보는 남자(58) +8 16.09.30 4,861 101 13쪽
57 미래를 보는 남자(57) +8 16.09.29 4,923 10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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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미래를 보는 남자(54) +11 16.09.26 5,352 104 14쪽
53 미래를 보는 남자(53) +6 16.09.23 5,346 113 14쪽
52 미래를 보는 남자(52) +6 16.09.22 5,610 103 13쪽
51 미래를 보는 남자(51) +8 16.09.21 5,389 113 14쪽
50 미래를 보는 남자(50) +14 16.09.19 5,727 117 15쪽
49 미래를 보는 남자(49) +10 16.09.13 5,752 110 16쪽
48 미래를 보는 남자(48) +6 16.09.12 5,879 110 18쪽
47 미래를 보는 남자(47) +6 16.09.09 5,955 105 15쪽
46 미래를 보는 남자(46) +5 16.09.08 5,708 111 15쪽
45 미래를 보는 남자(45) +5 16.09.07 5,823 108 17쪽
44 미래를 보는 남자(44) +10 16.09.06 5,831 119 16쪽
43 미래를 보는 남자(43) +9 16.09.05 5,917 110 14쪽
42 미래를 보는 남자(42) +8 16.09.02 6,137 11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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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미래를 보는 남자(40) +4 16.08.31 6,965 114 16쪽
39 미래를 보는 남자(39) +6 16.08.30 6,390 12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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