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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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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56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6.05.21 01:37
조회
240
추천
2
글자
7쪽

87화 용궁부연록(1)

DUMMY

화담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몇 달간 사람의 영혼을 이승에 잡아두는 방법을 혼자서 연구했다. 예전 저녁수업시간 때 대충 흘려들었던 것들을 책을 통해 다시 공부하고 분석했다. 술식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감으로 대충 때려 맞추며 실험하다보니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다.


영혼에 부정이 달라붙지 않게 하는 부적을 찾아내고 부식되어 깎여 나간 영혼을 빠르게 회복시키는 술법을 알아냈다. 그리고 화담선생님의 얼음조형술에서 착안하여 내가 활성화 시킨 나무로 목각인형을 만들었다. 원래 영혼을 담아둘 그릇으로 사용하려고 개발했지만 아직 연구가 부족해서 완벽하게 정착시킬 수 없다.


집에 있는 책과 협회에서 빌린 여러 가지 책을 통해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책에서도 저승에서 영혼을 다시 불러오는 방법은 나와 있지 않았다.



눈앞에서 여인의 영혼이 방황하고 있다. 그녀는 나 때문에 죽었다. 내가 책임져야 한다. 병원 위층에서 저승사자의 기운이 느껴져서 그녀를 데리고 병원을 빠져나왔다. 집까지 데리고 온 뒤 그녀에 관해서 이것저것 물었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그녀는 남편과 이별하게 되어 굉장히 아쉬워하고 있었다. 내 실수가 이 사람의 행복을 빼앗아갔다. 어떻게든 다시 되돌려줘야 한다.


나는 그녀에게 새로 연구한 부적을 건넸다. 부정도 쫓을 수 있고 결계 기능도 가지고 있으니 이 부적을 가지고 있으면 한동안 괜찮을 것이다. 혹시나 영혼의 결계가 약화되면 저승사자에게 발견될 수도 있기 때문에 호출용 부적까지 주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기를 활성화시켜주는 부적을 준비하고 남편 쪽으로 갔다. 그의 눈은 계속 먼 곳을 향해있었다. 그에게 부적을 건네고 저승사자에 관해 충고를 한 뒤 되돌아왔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세 달 동안은 안전할 것이다.



사건으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 주말마다 그들의 생활을 멀리서 관찰했다. 비록 진짜는 아니지만 그들은 행복해보였다.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원래 업무로 돌아갔다.


민들레홑씨를 뿌려놓고 피씨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데 호출용 부적이 찢어진 게 느껴졌다. 신혼부부에게 건넸던 부적이다. 저승사자와의 전투에 대비해서 기를 활성화시키고 부적이 찢어진 장소로 달려갔다.


공원에서 불쾌한 기운이 느껴졌다. 공격당하기 전에 바로 처리하기 위해서 주변 나무에서 나뭇잎을 끌어 모았다. 저승사자가 사정거리에 들어오자마자 내가 할 수 있는 공격은 전부 퍼부었다. 나뭇잎과 죽창 그리고 환수까지 전부 동원했지만 붉은 기운에 상쇄되어 공격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내 푸른 기는 저 불결한 기운과 상성이 안 좋다. 자잘한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크게 한방을 노려야한다.


내가 공격을 멈추니 저승사자는 손에 사슬을 감은 채로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정신을 집중하고 손과 다리에 바람을 둘렀다. 놈의 공격을 피하고 그 빈틈을 이용해 가슴을 밀어 찼다. 꽤 세게 먹혔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갑옷에 있는 붉은 기운 때문에 잘 들어가지는 않았다.


계속 견제를 하면서 기회를 노렸지만 놈은 의외로 잘 버텼다. 더 빠르게 공격을 이어가려고 하는 순간 녀석은 뒤로 빠지면서 사슬로 내 다리를 쳤다. 중심이 앞으로 쏠리면서 넘어지려고 한다. 적은 무방비 상태의 나에게 주먹을 날린다.


하지만 주먹이 날아오면서 견고했던 그의 가드가 없어졌다. 나는 넘어지면서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구르면서 발을 뻗어 뒤꿈치로 놈의 머리를 가격했다. 한 방 크게 얻어맞고 비틀거리는 녀석의 눈을 찌르고 허벅지를 걷어차고 다시 머리를 후려 찼다.


저승사자는 땅에 쓰러져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신혼부부가 무사한지 확인하기 위해서 그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갑자기 뒤쪽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면서 검은 채찍이 내 발을 묶었다. 나는 바로 전투태세를 갖추고 뒤로 돌았다.


방금까지 쓰러져 있던 저승사자가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면서 서 있다. 그의 온 몸에서 진한 검은색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내 발을 묶은 채찍은 그의 손가락 끝에서 뻗어 나와 있다. 그가 손가락을 위로 튕기자 채찍이 요동치면서 나를 그의 앞에 내동댕이쳤다.


저승사자는 초점 없는 붉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가까이서 기운을 느껴보니 절대 내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구미호에게 느꼈던 압박감 이상이다. 어떻게 해서든 도망쳐야 한다.


발밑에 바람을 모아 터뜨려 뒤로 빠르게 빠지려고 했지만 바람에 기를 불어넣은 순간 녀석의 검은 손이 내 발밑을 휘젓고 지나갔다. 그의 손이 스쳐지나간 자리는 깊게 패였다. 저승사자는 나를 향해 다시 손을 휘둘렀다. 조금 스치기만 했는데도 아려왔다.


내가 기를 방출할 때 마다 녀석은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공격자체는 위협적이었지만 정확하게 들어오지는 않았다. 나는 시험 삼아서 기를 한계까지 억제해봤다. 그러자 저승사자는 방향을 잃고 여기저기에 검은 기운을 방출해댔다.


내게 직접 피해가 오지는 않았지만 이대로 놔두면 이 일대가 쑥대밭이 될 것 같았다. 방법을 생각해보다가 지난번에 인터넷에서 본 스페인 투우사가 생각났다. 우선 놈에게서 멀리 떨어진 뒤에 나무 하나를 활성화 시키고 조각하여 목각인형을 만들었다.


목각인형에 담을 수 있을 만큼 기를 불어넣고 녀석의 근처에 보냈다. 그러자 그는 인형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기로 연결해서 조종하기 때문에 내가 움직이는 것보다 빠르게 피할 수 있다. 그래도 적의 속도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조금만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공격을 피하지 못한다.


저승사자의 공격을 수차례 피하는 동안 인형의 한쪽 발이 날아갔다. 그래도 점점 녀석이 지쳐가는 게 느껴졌다. 뿜어져 나오는 기운도 약해졌고 움직임도 느려졌다. 조금만 더 버티면 제풀에 지쳐 쓰러질 것 같았다.


내 집중력이 거의 떨어졌다. 인형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적의 공격도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있다. 인형의 한쪽다리와 몸통 절반이 날아갔다. 더 이상 조종할 수가 없다. 저승사자의 손이 인형의 몸통을 꿰뚫었다. 그 순간 그의 움직임이 멈췄다. 검은 기운이 사라지고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오던 붉은 빛도 사라졌다.


가까이서 확인하고 싶었지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일단 자리를 피했다. 신혼부부의 상태가 걱정되어 그들의 집으로 향했다. 여인의 영혼은 어디에도 없고 그녀의 남편은 침대에서 자고 있다.


허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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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7 0 -
»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1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3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2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8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5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2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2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9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0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1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5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4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5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49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0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1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9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5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7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9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3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5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39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3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59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7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7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8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3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2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7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1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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