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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85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6.05.10 02:20
조회
230
추천
2
글자
7쪽

86화 진가쟁주 설화(5)

DUMMY

밖으로 나와 요괴의 흔적을 찾았다. 녀석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요기를 따라서 계속해서 추격했다. 상처 때문에 멀리 못 갔을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빠르게 도망쳤다. 쫓아가면 쫓아갈수록 흔적이 옅어진다.


요기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도심지에서 꽤 벗어났다. 한산한 도로 양쪽에 허허벌판이 펼쳐져 있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가끔씩 커다란 공장도 보인다. 요괴의 상처가 거의 나았는지 이제는 흔적도 잘 보이지 않는다.


해가 저물어서 주변이 캄캄해졌다. 저 멀리 있는 시내는 불빛들로 가득 차 있지만 이곳은 가끔 지나가는 차의 전조등밖에 안 보인다. 뱀을 소환해 주변을 밝히고 민들레씨앗을 빠르게 퍼트려 요괴를 찾았다.


바람을 타고 빠르게 날아간 홑씨 하나가 요괴를 감지해냈다. 최대한 빨리 그곳으로 이동하여 목표물을 발견했다. 놈은 도로변에서 조금 떨어진 풀숲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다. 뱀은 땅속으로 이동시키고 나는 최대한 기척을 감추고 천천히 다가갔다.


요괴 주변으로 보랏빛 쥐 세 마리가 모여들었다. 요괴는 그 쥐들을 한 마리씩 꼬리를 잡고 들어 한 입에 쏙 넣었다. 마지막 한 마리를 집어삼키기 직전에 내 환수가 땅을 뚫고 튀어나와 놈의 목을 물었다. 요괴는 들고 있던 쥐를 바닥에 내려놓고 뱀을 움켜쥐었다.


요괴가 뱀에 신경 쓰고 있을 때 나는 바닥에 대나무 뿌리조각 여러 개를 한꺼번에 심고 활성화시켰다. 여러 갈래로 뻗어 나온 대나무를 하나씩 잘라 창을 만들어 쉴 새 없이 던지고 바람으로 방향을 조정했다.


날아간 죽창 중 세 개는 빗나갔고 남은 두 개는 녀석의 발목과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요괴는 목에서 뱀을 뜯어내고 도로 위로 도망쳤다. 땅에 박힌 죽창을 양손에 뽑아 들고 요괴를 추격했다.


달려가면서 창을 던졌지만 녀석은 유연하게 몸을 움직이며 전부 피했다. 온 힘을 다해 달려 놈에게 최대한 가까이 붙은 뒤 바람을 감은 주먹으로 등을 세게 쳤다.


요괴는 중심을 잃고 쓰러지면서 앞으로 구르다가 가드레일에 부딪치고 멈췄다. 마무리를 하기 위해 손에 바람을 모았다. 충분히 파괴력을 갖추었다고 판단한 나는 놈의 핵을 뚫기 위해 나가갔다.


바로 코앞까지 갔을 때 축 늘어져 있던 놈이 갑자기 얼굴을 손으로 쓱 닦았다. 그러자 갑자기 쥐의 얼굴이 화담 선생의 얼굴로 바뀌었다. 분명히 머릿속으로는 이게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도저히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눈앞에 괴로운 표정의 화담선생이 쓰러져있다. 손이 부들부들 떨려온다. 지금 이 놈을 처리해야 하는데 머리가 하얘져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심장이 미칠 듯이 뛴다.


요괴는 화담선생의 얼굴을 하고 나를 바라봤다.


“우치야, 많이 보고 싶었다.”


목소리마저 화담선생님과 똑같다. 하지만 이건 가짜다. 그는 이미 죽었다. 나 때문에 큰 상처를 입고 마지막까지 괴로워하다가 죽었다. 그가 저승사자에게 끌려 갈 때도 나는 막지 못했다. 지금 이 곳에 있는 화담은 가짜다. 선생님은 이제 이 세상에 없다.


내가 빈틈을 보이자 녀석은 발로 내 머리를 찼다. 뒤로 넘어지면서 거친 아스팔트에 등을 세게 부딪쳤다. 선생님의 얼굴은 쓰러져 있는 나를 보고 비웃었다.


“네 머릿속에는 이 사람 얼굴이 꽤 깊게 자리 잡고 있더구나. 겨우 얼굴 하나 바꿨는데 이렇게까지 무능력하게 변하다니 참 재밌어.”


한 대 맞고 나니 좀 괜찮아졌다. 감각들이 다시 돌아온다. 이건 적이다. 잘못 하면 내가 당할 수도 있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조금 진정이 됐지만 이미 요괴는 도로를 따라 도망쳐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요괴를 쫓아갔다. 상처를 많이 입은 녀석은 멀리 가지 못 했고 금방 따라 잡았다.


바로 뒤까지 쫓아갔을 때쯤 요괴는 이쪽을 돌아보며 내게 화담선생의 얼굴을 보였다. 조금 망설였지만 마음을 굳게 먹고 바로 주먹을 휘둘렀다. 녀석은 옆으로 돌면서 피하고 무릎으로 내 배를 찍었다.


순간 속에 있는 것들이 올라오려 했지만 꾹 참고 녀석의 다리를 꽉 잡고 앞으로 밀었다. 뒤로 자빠진 놈의 위에 올라타서 주먹으로 얼굴을 갈겼다. 몇 번 얻어맞은 요괴의 얼굴은 원래의 추악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다시 얼굴을 주먹으로 내리치려는데 녀석의 입속에서 작은 쥐 한마리가 튀어나왔다. 쥐는 내 얼굴 바로 앞에서 터지면서 요기를 방출했다. 재빨리 코와 입을 막고 뒤로 피했다. 요괴는 그 틈을 타서 다시 도망쳤다.


정말 쥐새끼처럼 잘도 도망친다. 하지만 이제 저쪽도 한계일 것이다. 이번에 잡히면 바로 죽여 버릴 것이다.


지겨운 술래잡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도로 위를 달리며 계속 놈을 따라갔다. 거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러던 중 반대쪽 차선에서 승용차 한 대가 이쪽 방향으로 달려왔다.


요괴는 갑자기 차 쪽으로 가서 자동차 옆구리를 강하게 발로 차고 도망쳤다. 차는 이리저리 휘청 이다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순간 당황한 나는 기를 가득 담은 바람으로 차의 방향을 옆으로 틀었다.


차는 나를 피해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멈췄다. 안에 있는 사람이 걱정되었지만 우선은 요괴를 쫓는 것만 생각했다. 지금 저 놈을 놓치면 더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기 때문에 계속해서 요괴를 뒤쫓았다.


한참을 달려서 놈을 잡았다. 이번에는 도망치지 못하게 손에 바람을 감고 놈의 다리를 부러뜨렸다. 그리고 바로 손에 바람을 감고 땅에 쓰러진 놈의 심장을 꿰뚫었다. 분명 핵이 있어야할 자린데 아무것도 느껴지는 게 없다. 요괴는 나를 보고 징그럽게 웃었다.


“꼬마야, 다음에 보자.”


어둠 속에서 붉게 빛나던 요괴의 눈빛이 사라졌다. 요기도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마지막 말 때문에 찝찝한 기분이 계속 든다. 단서도 없고 더 조사할 기력이 남아 있지 않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다. 주머니에 넣어뒀던 휴대전화는 싸움도중에 부셔졌다.


돌아가기 전에 아까 사고가 났던 차가 걱정 되서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걸어가던 중 멀리서 앰뷸런스가 울리는 소리가 났다. 앵앵거리는 소리와 붉은 빛이 점점 가까이 오더니 구급차가 내 옆을 빠르게 지나갔다. 불안해진 나는 구급차가 가는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구급대원들이 피투성이가 된 여자를 차로 구급차로 옮기고 있었다. 그녀의 애인처럼 보이는 남자는 창백한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봤다. 남자까지 차에 오르자 구급차는 빠른 속도로 출발했다. 나는 남은 기를 이용해서 그들을 따라갔다.


병원에 도착한 나는 아까 그 여자를 찾아 응급실에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한 남자가 싸늘하게 식은 여인을 붙잡고 울고 있었다. 그녀의 영혼은 이미 육체를 벗어나 응급실 안을 돌아다니고 있다.


전부 내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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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8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1 2 7쪽
»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1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4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3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9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5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3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3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9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1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2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6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5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5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50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1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1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9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6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9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8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9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4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6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40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4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60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8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8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9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4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3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8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2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80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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