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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51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6.03.12 22:33
조회
308
추천
2
글자
7쪽

77화 전우치전(13)

DUMMY

검은 안개는 공중에서 모이기 시작했다. 작은 알갱이들이 한 곳을 중심으로 회전하면서 거대한 공 모양이 되었다. 그리고 멀리서 검은 도복을 입고 등에 네 개의 지팡이를 맨 화담이 빠르게 다가와 우리 앞에 멈춰 섰다. 그는 누나를 노려보며 등에 맨 지팡이 중 하나를 꺼내 겨눴다.


“전우치, 위험하니까 당장 그놈에게서 떨어지거라.”


내가 옆을 보자. 누나는 내 귀에 속삭였다.


“저사람 말을 들으면 안 돼. 나랑 떨어지는 순간 너부터 공격할 거야. 내 옆에 꼭 붙어있어.”


나는 그녀의 말대로 옆에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화담은 얼굴을 찌푸리면서 소리쳤다.


“더러운 여우 년 내 제자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


“어머? 무슨 짓을 하긴요. 우치 스스로 제 옆에 있는 거예요.”


화담은 그 말을 듣고 화가 났는지 더욱 인상을 쓰며 그녀를 향해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머리 위에 떠다니던 검은 공에서 작은 얼음조각들이 빠르게 날아왔다. 누나는 푸른 화염으로 주변을 둘러 공격을 막았다.


“봐 우치야, 저 사람은 네 안전 같은 건 신경도 쓰지 않고 있어. 저런 사람이 진짜 스승일까?”


아까 누나가 했던 말을 믿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서 아닐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방금 화담선생이 나를 신경 쓰지 않고 날린 공격을 보니 그가 나를 이용하려고 제자로 삼았고 필요 없어지니 한꺼번에 해치우려는 느낌이 들었다.


혼란스럽다. 생각이 많이 달라 서로 삐걱거리긴 했지만 점점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같이 생활하면서 옛날에 할아버지와 지냈던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함께 했던 시간들이 다 거짓이었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멍해졌다.


그는 마음을 정리할 시간도 주지 않고 계속해서 검은 얼음을 날렸다. 날아온 조각은 내게 닿기 직전 누나의 도술로 인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하지만 코앞까지 날아온 날카로운 조각을 봤더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복잡한 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지금은 저 사람을 해치우는 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기를 끌어 모아 주변의 나뭇잎에 담아 화담에게 날렸다. 그는 날아오는 나뭇잎을 검은 얼음벽으로 막고 그 얼음벽을 변형시켜 호랑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위에 떠 있는 공으로는 거대한 매를 만들었다.


얼음 조형술법이 뛰어나다는 것은 다른 도사들에게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정교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화담은 자신의 기로 짠 실을 직접 연결해 호랑이와 매를 조종했다. 그들은 우리를 향해 빠르게 다가왔다. 호랑이는 입을 크게 벌리고 누나에게 달려들었고 매는 날카로운 발톱을 들이밀며 내 쪽으로 날아왔다.


호랑이가 땅을 박차고 뛰어오른 순간 누나의 손이 은빛으로 빛나면서 온 몸에 파란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눈으로 쫓아가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양 손날로 호랑이를 4등분 냈다.


나는 바람으로 매가 날아오는 궤도를 바꾸면서 옆으로 살짝 피했다. 바로 옆에 스쳐지나가는 반투명한 얼음 매를 통해서 잠깐 동안 누나를 봤는데 그녀의 뒤쪽에 문어다리 같은 것들이 흐물거리고 있었다. 화담의 기가 강하게 서려서 그런지 실제로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보였다.


매는 다시 공중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동시에 화담이 복구시킨 얼음 호랑이와 부적으로 소환한 수사슴 환수가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호랑이가 누나에게 뛰어들자 그녀는 옆쪽으로 뛰어 달려오는 호랑이를 피하고 그대로 화담을 향해 달려갔다. 빠르게 접근해서 손을 휘둘렀지만 그녀의 공격은 순식간에 다가온 사슴이 뿔에 막혔다.


누나가 화담의 환수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그 잠깐 동안 화담은 얼음 호랑이를 수백 개의 작은 조각으로 쪼개어 날렸다. 주변에 푸른 화염을 둘렀지만 그 틈을 비집고 몇 개의 얼음조각이 파고들어 그녀의 한쪽 다리를 얼렸다.


나는 화담의 신경이 온통 누나에게 가 있는 틈을 타서 뱀을 소환하고 대나무를 성장시켜 죽창을 만들었다. 땅을 파고든 뱀은 사슴 쪽으로 보내고 창에는 날카롭게 다듬은 기를 실어 매를 노렸다.


창은 매의 날개를 꿰뚫었고 균형이 흐트러진 매는 땅에 내려앉았다. 그와 동시에 나는 손과 발에 날카로운 바람을 두르고 화담을 향해 달려갔다.


화담이 얼음 창으로 누나를 찌르기 바로 전 나는 둘 사이를 파고들었다. 바람을 일으켜 그녀를 뒤쪽으로 밀치면서 회오리를 두른 발로 얼음 창을 쳐냈다.


멀리 떨어진 누나에게 수사슴이 달려갔지만 땅에서 튀어나온 뱀이 사슴의 다리를 묶어 못 움직이게 했다. 그 덕에 그녀는 뒤쪽에서 얼어붙은 곳을 녹일 수 있게 되었다.


화담은 내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내 뒤쪽에 거대한 얼음벽을 세웠다. 어차피 뒤로 물러날 생각은 없었기에 앞으로 나아가며 발차기를 날렸다. 그는 뒤로 슬쩍슬쩍 피하다가 거리를 확 벌리고 지팡이 하나를 더 꺼냈다.


양쪽 지팡이가 모두 검은 빛으로 빛나면서 땅에 떨어져 있던 매가 얼음가루로 변하여 화담 쪽으로 와서 검은 공으로 돌아왔다.


그 공에서 수백 개의 얼음조각들이 동시에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그 조각들은 나를 향하지 않고 벽 너머로 날아갔다. 얼음이 향한 곳은 누나가 얼어붙은 다리를 녹이고 있던 곳이었다. 수많은 조각들이 그곳에 부딪치면서 검은 안개 같은 것이 퍼져서 잘 안 보이게 됐다.


그 안개를 뚫고 파란 불꽃이 빠져 나왔다. 그 불꽃 속에서 몸 곳곳이 조금씩 얼어있는 누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벽을 빙 돌아 빠르게 이쪽으로 다가왔다.


오는 도중에 계속 얼음이 날아갔지만 내가 바람으로 궤도를 바꾸고 누나가 직접 쳐내면서 이쪽으로 왔다. 나는 그녀가 오면 함께 화담을 공격할 생각으로 손발에 회오리를 두르고 기다렸다.


화담은 큰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고 나는 바람을 다듬어 날카롭게 만들었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화담의 표정은 심각해 졌다. 그러다가 머리 위에 있는 검은 공 전체를 변형시켜 거대한 창을 만들었다.


검은 창은 내 쪽으로 날아왔다. 갑자기 빠른 속도로 날아왔기 때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다행히도 창은 내 옆을 스쳐갔고 어깨만 살짝 베였다. 하지만 갑자기 내 오른쪽 옆구리에서 은빛이 맴도는 손이 뚫고 나왔다.


그 손에는 파란 빛을 뿜어내는 구슬이 쥐여져 있었다. 그 구슬은 손에 흡수되었고 손은 뒤쪽으로 빠졌다. 구멍 뚫린 곳이 굉장히 시려 오면서 따뜻한 것이 뿜어져 나왔다. 나는 상처를 강하게 움켜쥐면서 뒤를 돌아봤다.


창에 오른쪽 다리가 꿰뚫린 그녀는 씩 웃으면서 말했다.


“좀 이용하다가 천천히 빼려고 했는데 상대가 너무 강하네. 아무튼 그동안 수고했어”


그녀에게서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요기가 느껴지면서 뒤쪽에 아홉 개의 꼬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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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金鰲新話)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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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7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0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3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2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8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4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2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2 2 8쪽
»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9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0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1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5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4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4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49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0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1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8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5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7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8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3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5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39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3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59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7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7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8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3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2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7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1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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