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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54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6.01.21 03:46
조회
398
추천
3
글자
7쪽

62화 이생규장전(3)

DUMMY

밖으로 나와 사람이 없는 공원으로 왔다. 그리고 부적을 들고 찢을까 말까 망설였다. 사실 아직 차사이기 때문에 다른 집단이 얽혀 있는 문제는 혼자 해결하려 하면 안 되고 무조건 상부에 보고해야 한다. 그래서 원칙대로 보고만 하고 끝낼 것인가 아니면 내가 직접 진상조사를 하느냐로 고민을 조금 했다.


만약 보고만으로 끝낸다면 여인을 죽게 한 범인을 찾기 힘들 것이다. 두 달 전 지귀 사건이 일어난 뒤로 경험이 많은 저승사자들은 지귀를 수색하도록 명령받았다. 그래서 조사가 시작되더라도 뛰어난 저승사자가 이 일을 맡진 않을 것이고 결국 질질 끌리다가 묻힐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내가 하기도 좀 그렇다. 아직 이 일을 시작한지 두 달밖에 안됐기 때문에 경험도 적고 도사에 대한 정보도 별로 없다. 물론 서화담이 들려준 이야기 속에서 도사들은 상당히 재밌고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이 부적으로 부른 도사가 화담이 말했던 자라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이번에 저승에 갔을 때 다른 차사들이 이야기하는 걸 얼핏 들었는데 도사들은 우리에게 상당히 귀찮은 존재라고 한다.


잠시 동안 더 고민해 보다가 그냥 부적을 찢기로 했다. 보고를 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 보다는 그냥 내가 하는 게 마음 편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까 그 신혼부부의 운명을 망친 자는 내 손으로 잡고 싶었다. 비록 차사 원칙에 어긋나긴 하지만 염라대왕 후계자니까 어느 정도 내 선택을 인정해줄 것이다.


뭐가 올지 모르므로 무장을 하고 부적을 찢었다. 두 개로 찢어진 부적조각은 파랗게 빛나면서 갈가리 찢어져 흩날렸다. 잠시 뒤 찢어진 조각들은 다시 한 곳으로 모여 파란 소용돌이를 만들며 어딘가로 날아갔다.


10분 정도 지나자 갑자기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곧 여름이지만 4월에 부는 봄바람처럼 굉장히 부드럽고 생기가 넘쳤다. 공원에 있던 나무들은 바람과 함께 춤을 추며 새롭게 고개를 내민 이파리를 세상에 자랑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람은 점점 거세졌다. 그런데 바람에 따라 나뭇가지들이 크게 흔들리면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이제 막 돋아난 연둣빛 새순들이 빠른 속도로 자라나더니 어느새 이파리로 변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잎들도 눈으로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색이 진해지고 크기가 커졌다. 공원은 어느새 무성한 잎들로 가득 찼다.


조금 뒤 저 멀리서 누군가 걸어왔다. 그가 지나갈 때마다 나무에 걸려있던 수많은 잎들이 자리를 벗어나 그의 주변을 맴돌았다. 열여섯에서 열여덟 정도로 보이는 그는 이쪽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가 내 모습을 가까이서 확인하자마자 그를 맴돌던 잎들은 파란 기운을 머금고 하나씩 내게 날아왔다. 겨우 이파리라고 생각했기에 신경 써서 피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살짝 스친 잎 하나에 어깨를 베이고 나서야 위험하다고 판단돼 사슬로 하나씩 쳐냈다.


하지만 날아오는 수많은 나뭇잎들을 일일이 쳐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방법을 생각해보다가 사슬들을 한 갈래로 뭉쳐 최대한 빠르게 선풍기처럼 돌렸다. 다행히 잎이 날아오는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았기에 사슬에 맞고 다 태워졌다. 한참동안 계속되던 공격은 주변의 나무들을 전부 벌거숭이로 만들고 나서 멈췄다.


더 이상 사용할 나뭇잎이 없어지자 도사는 땅바닥에 손을 짚었다 뗐다. 그가 손댄 부분이 파랗게 빛나면서 그 곳에서 푸른 대나무가 솟아 나왔다. 그는 손날로 밑 부분을 잘라 죽창을 만들어 들고 내게 달려왔다. 날카로운 창끝에 담긴 푸른 기운을 보고 거리를 주면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뒤로 빠지면서 뭉쳐진 사슬을 풀어서 날려 도사를 묶으려고 했다.


네 방향으로 빠르게 날아간 사슬들은 도사가 휘두르는 창에 튕겨져 나갔고 사슬이 모두 날아가 빈틈이 만들어진 순간을 이용해 내게 빠르게 접근했다. 그리고 바로 내 앞까지 온 도사는 머리를 노리고 창을 찔렀다. 나는 옆으로 살짝 숙여서 피한 뒤 흩어진 사슬들을 내 소매로 빠르게 들여보내고 다시 빼내어 창을 묶었다.


그는 창을 잡아당기며 사슬에서 빼내려고 했지만 잘 안 되자 창을 포기하고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품에서 부적을 꺼내어 입에 대고 불었다. 그러자 부적 안에서 무언가 꾸물꾸물하고 나오기 시작했다. 비눗방울처럼 그가 불때마다 계속 몸집을 키워나가던 그것은 점점 길쭉하게 늘어났다. 그리고 그 덩어리는 부적에서 완전히 나온 뒤 점점 형태를 갖추어 가더니 거대한 뱀으로 변했다. 뱀의 비늘은 짙은 바다색을 띠고 있었다.


형태가 안정된 뱀은 땅속으로 빠르게 기어들어가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도사는 양 손에 파란 기운을 잔뜩 모아 땅을 한번 세게 내려쳤다. 땅이 파랗게 변하면서 손이 닿은 곳에서 대나무들이 막 솟아 나왔다. 도사는 뻗어 나온 대나무들을 하나씩 잘라 창을 만들었다. 나는 도사를 경계하는 동시에 언제 뱀이 튀어나올지 모르니 발밑을 주의했다. 그는 만들어진 창 다발을 들고 끝에 파란 기운을 담은 뒤 하나씩 내게 날렸다. 죽창들은 포물선을 그리며 빠르게 날아온다.


얼른 피하려고 했으나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밑을 보니 어느새 땅에서 튀어나온 뱀이 내 왼쪽 발목을 감싸고 있었다. 발을 빼려고 하는데 도저히 빠지지 않는다. 뱀을 발로 짓밟아 떼어내 보려고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창이 하나라면 몸을 살짝 비틀어 피할 수 있었겠지만 발이 묶인 채로는 여러 방향에서 날아오는 창들을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으니 직접 사슬로 쳐내야 하지만 내 사슬 다루는 실력으로는 저걸 다 쳐내기 전에 벌집이 될 것이다. 그리고 죽창은 잎과 달라서 사슬을 선풍기처럼 돌린다고 해도 쳐낼 수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주먹으로 쳐내는 수밖에 없다. 이번에 저승에서 훈련을 할 때 대왕님께서 사슬을 잘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만의 싸움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을 해주셨다. 그리고 아버지 재판에서 내가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친 충격만으로 보호 장벽을 금가게 한 걸 보면 그 힘을 싸움에 활용해보는 게 좋다고 하셨다.


그걸 떠올리며 날아오는 것들을 주먹으로 전부 치려고 마음먹었다. 손에 불을 가득 싣고 맨 처음 날아오는 창에 정면으로 주먹을 날렸다. 창은 박살났지만 맨손이라서 그런지 내 손에도 크게 충격이 왔다. 이대로 계속 치는 것은 위험할 것 같아서 얇은 사슬을 권투 글러브 끼기 전에 하는 밴딩처럼 손가락 사이사이와 손등에 두르고 힘을 흘려보냈다. 사슬이 여러 겹으로 둘러졌기 때문에 힘이 집중되어 주먹에 커다란 불이 타올랐다. 그리고 뱀에 묶이지 않은 오른발을 뒤로 빼서 예전에 배운 복싱자세를 잡은 뒤 주먹을 번갈아 가면서 날려 창들을 전부 부쉈다.


작가의말

‘5월 초에 부는 봄바람답게’라는 부분을 ‘곧 여름이지만 4월에 부는 봄바람처럼’이라고 수정했습니다.


날짜를 착각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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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金鰲新話)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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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7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0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3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2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8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4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2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2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9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0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1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5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4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5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49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0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1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9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5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7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9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3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5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39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3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59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7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7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8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3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2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7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1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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