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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40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6.01.11 17:32
조회
486
추천
7
글자
8쪽

53화 설공찬전(10)

DUMMY

“어떻게 말입니까?”


“네가 지금 왼손에 들고 있는 게 무엇이냐?”


“방금 서방칠수라고 부르지 않으셨습니까.”


“그래 그 은장도에는 서방칠수라 불리는 일곱 가지 백호의 힘이 모두 들어있지만 너는 삼수밖에 사용할 수 없어서 구미호를 잡을 수 없다. 그러니 내가 자수(紫宿)와 필수(畢宿)를 개방하는 훈련을 시켜주마. 갈기를 나타내는 필수는 구미호가 뿜어내는 요기로부터 널 보호해줄 것이고 머리를 나타내는 자수는 구미호가 보여주는 환각 속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알게 해줄 것이다. 자수를 개방하는 훈련은 밤에만 할 수 있으니 밤에 다시 오거라.”


“그럼 지금은 필수를 훈련하면 되지 않습니까?”


“자수를 익혀야만 필수를 훈련할 수 있어서 안 된다. 나는 이 곳에서 준비를 하고 있을 테니 너는 이 산에서 멀리 떨어졌다가 해가 떨어질 때쯤 다시 이곳으로 오거라.”


“네. 알겠습니다.”


호랑이는 어디론가 가버렸고 나는 그의 말대로 등산로를 따라 산 아래로 향했다. 내려와서 시간을 확인해보니 오후 한 시이다. 슬슬 배도 고프고 해서 근처에 있는 돈가스 집에 가서 치즈 돈가스 하나를 시켰다. 혼자 먹으려니까 괜히 심심해서 휴대폰으로 만화를 보면서 먹고 있었는데 문자 하나가 왔다. 공침의 후배가 보낸 문자였다.


‘형 오늘 이후정 교수님 출석체크했는데 저번에 형이 해달란 대로 아파서 병원 갔다고 뻥쳤어요. 조교님이 다음 수업에 와서 진단서 같은 거 내래요. 그리고 과제 사이트에 올라왔어요.’


이 곳에 오는 것만 생각하느라고 오늘 12시 수업을 까먹고 있었다. 그래도 공침이 전에 손을 써놔서 다행이다. 나중에 학교 안에 있는 보건소에 가서 감기 걸린 거 같다고 하고 약을 탄 다음에 서류 받아서 내면 출석 인증 될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해 지려면 아직 멀었으니까 이거 먹고 피시방 가서 과제나 해야겠다.


치즈 돈가스를 다 먹고 가게를 나와 근처 피시방에 들어갔다. 자리에 앉아 휴대폰을 충전기에 꼽았다. 그리고 컴퓨터를 켜고 학교 사이트에 접속해 과목 게시판에 들어갔다. 맨 위에 새로 올라온 과제 글에 들어가니 링크가 나온다. 그 링크를 클릭했더니 어떤 사이트로 들어가지면서 문제가 나왔다. 밑에 보기 중에 답을 선택해서 제출하는 형식이다. 요즘은 과제도 인터넷만으로 끝내는 모양이다.


경제수학 과제라고 해서 한 3시간 정도 걸리는 건줄 알았는데 간단한 미적분 문제들이다. 올라온 문제들을 수학연산사이트를 이용해 10분 만에 끝내고 제출한 뒤 나가려고 했는데 바탕화면에 있는 게임 아이콘에 마우스가 끌려서 나도 모르게 켜버렸다. 조금만 하다가 가기로 하고 게임을 시작했다.


하다가 배고파서 라면하고 핫바를 샀다. 핫바가 전자레인지 안에서 돌아갈 동안 라면에 뜨거운 물 받아서 자리에 갖다놓고 다 데워진 핫바를 가지고 와서 라면이 익을 동안 먹었다. 먹는 동안에도 쉬지 않고 게임을 했다. 한입 베어 먹고 내려놓은 다음 씹으면서 키보드 두드리고 그러다가 다 씹으면 다시 베어 물기를 반복했다. 핫바를 다 먹고 나서는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너무 오래 놔두면 불어 터질까봐 한 번에 많이씩 집어서 먹었다. 라면을 다 먹고 입가심이 필요해서 탄산음료 한 캔 사서 마시고 다시 게임에만 집중했다.


한참동안 게임을 하다가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게 느껴져 확인을 해보니 벌써 여섯시 반이다. 계산하고 밖으로 나오니 주변이 조금 어둑어둑해졌다. 완전히 어두워져 버리면 아까 그 곳을 찾아가기 힘들 것 같아서 서둘러 산으로 향했다.


산에 와서 아까 그곳을 향해 올라가는데 점점 어두워지다가 완전히 깜깜해졌다. 휴대폰 플래시로 길을 밝히며 겨우겨우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했다. 조금 기다리니 호랑이가 왔다. 그는 환하게 빛을 내며 주변을 밝혔다.


“갈 길이 머니 바로 훈련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먼저 은장도를 네 미간에 깊이 찔러 넣어라.”


“네?”


“은장도로 찔러야 훈련이 시작된다. 어서 해라.”


시키는 대로 은장도를 꺼내들고 가까이 댔지만 손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놈들을 없앨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칼날이 바로 눈앞에 있으니 손이 떨려온다. 눈을 뜬 채로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두 눈을 감아 마음을 좀 가라앉히고 빠르게 찔러 넣었다. 아프진 않았지만 갑자기 1~2초 동안 머릿속이 핑 도는 느낌이 들면서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눈을 떠보니 온 세상이 하얗게 보인다. 분명히 깜깜한 밤인데 주변이 온 통 눈부시게 하얗다. 하얀색 말고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눈을 감아도 어두워지지 않고 계속 하얗게만 보인다. 주변이 조용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방금 전까지 들려오던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도 벌레우는 소리도 내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저 내 귓속에서 윙윙거리는 잡음만 끝없이 맴돈다. 냄새도 사라졌다. 밤공기 냄새도 흙냄새도 전부 사라져버렸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게 됐다.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겠다. 분명 넘어지면서 등이 땅에 닿은 감촉이 느껴졌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중력도 느낄 수 없다. 그저 어딘가에 붕 떠있는 느낌이다. 점점 이 상황이 두려워진다. 아무것도 알 수 없어 불안하다. 심지어 시간이 흐르는 것조차 잘 느껴지지 않는다. 이렇게 된지 굉장히 오래된 것 같으면서도 방금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주변을 다시 둘러봤지만 아무것도 없다. 말을 해보려고 했으나 입 밖으로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점점 더 불안해진다.


시간이 흘렀다. 얼마나 흐른 건지는 잘 모르겠다. 1초밖에 안 지났을 수도 있고 1년이 지났을 수도 있다. 뭔가 조금 바뀐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주변은 여전히 하얗다. 내 몸도 쳐다봤는데 전부 하얀색으로만 보인다. 기분이 이상해서 계속 쳐다보다가 흰색이 아닌 곳을 찾았다. 온 세상이 전부 흰색일 때 내 왼손 팔목부분까지는 약간 회색빛을 띄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회색이 아니라, 흰색에 약간 거뭇거뭇한 작은 입자들이 고르게 분포되어 멀리서 볼 때 회색처럼 보였던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났다. 잘은 모르겠지만 시간이 흘렀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주변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내 몸도 점점 형태를 찾아간다. 맨 먼저 오른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른손은 흰색보다 더 눈부신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부분들도 처음에는 흐릿하게 보이다가 점점 원래 모습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주변에도 서서히 흰색이 걷혀간다. 맨 먼저 흐릿한 호랑이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고 그것이 점점 뚜렷해지면서 주변도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모든 감각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간다.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비춰지는 파란 하늘도 보이고 새 지저귀는 소리도 들린다. 산에서 나는 풀냄새도 나고 등에 축축하고 차가운 흙이 닿아 있다는 것도 느껴진다. 나는 이 곳에 누워있다. 어두웠던 산은 우거진 잎사귀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에 의해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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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金鰲新話)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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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7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0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3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2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7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8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4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2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2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8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0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1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5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3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4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4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49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0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0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4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8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5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7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7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8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3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5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39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19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3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2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59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7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7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8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7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1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3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2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7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5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1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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