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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43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6.01.04 02:09
조회
519
추천
5
글자
7쪽

49화 설공찬전(6)

DUMMY

그 뒤로 2주 동안 같은 짓을 반복했다. 하지만 알아낸 것은 거의 없었다. 그 꼬마 귀신이 꽤 오래전부터 최근까지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는 사실 말고는 어떤 단서도 얻지 못했다. 우선은 이 정보를 토대로 내 집 주변부터 시작해서 동네 곳곳을 샅샅이 뒤져봤지만 그들을 찾을 수 없었다. 이미 이 곳을 떠난 것 같아. 다른 단서를 얻기 위해 이 주변의 귀신을 찾아다녔다. 불쾌한 기운에 이끌려 걷다보니 붉은 눈빛을 볼 수 있었다. 다른 녀석들처럼 귀신은 손에 잔뜩 보랏빛 기운을 두르고 내게 달려들었다.


그대로 받아치기엔 다른 귀신들것보다 색이 진하고 불길하게 느껴져서 오른손에 두른 은빛으로 먼저 귀신의 불결한 기운을 흩어내고 허벅지를 발로 찼다. 귀신은 맞은 곳을 양손으로 움켜쥐며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쓰러져 있는 귀신에게 몇 번의 발길질을 더 하고 쭈그려 앉아 귀신에게 그 놈들에 대해 물었다.


“은발에 금빛 눈동자를 하고 푸른 불꽃을 사용하는 여자 귀신과 짙은 보랏빛으로 온 몸을 덮은 아이 귀신 본 적 있냐?”


내 질문에 귀신은 조금 망설이다가 말했다.


“아니요. 없습니다.”


표정을 보니 뭔가 숨기고 있다. 말로 해서는 안 될 것 같아 발로 배를 몇 번 걷어차고 다시 물었다.


“진짜 아무것도 몰라?”


“으........흑 큭 아무것도 모릅니다.”


녀석이 알고 있는 걸 불게 하기 위해서 이번엔 강도를 좀 높여 팔과 어깨 사이의 관절을 밟았다. 귀신은 몸부림치면서도 계속 부정했고 나는 점점 세게 짓밟았다. 하지만 놈은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짜증이 난 나는 어디 하나를 잘라야 순순히 불거라고 생각해서 손의 은빛 기운을 예리하게 만들어 녀석의 손목을 향해 내리쳤다.


내 손이 닿기 전 어디에선가 검은 나비 몇 마리가 날아왔다. 검은 나비들은 내가 내리치려던 귀신의 손목에 닿아 검은 가루가 되어 흩어지면서 녀석의 팔 전체를 검은 얼음으로 뒤덮었다. 내 손날은 그대로 얼음을 내려쳤지만 잘라내지 못하고 튕겨졌다.


나비가 날아온 곳에는 검은 원피스를 입고 검은 부채를 든 여인이 가로등 위에 우아하게 서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그녀의 검은 생머리는 주변을 날아다니는 수십 마리의 검은 나비에 살짝살짝 닿아 부드럽게 흩날렸다. 온통 검은 색으로 뒤덮인 그녀는 달빛 아래에 펼쳐진 한 폭의 수묵화 같았다. 그녀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검은 빛은 귀신들이 뿜어내는 불길한 검은 빛이 아닌 침착하고 조화로운 검은 빛이었다.


여인은 부채를 펴고 밑쪽을 향해 부드럽게 휘둘렀다. 그러자 나비들은 여인을 위해 아래로 내려오는 길을 만들었다. 그녀는 사뿐사뿐 나비들을 밟으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 잠시 동안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시선을 빼앗겼다. 하지만 내가 하려던 일을 막은 자다. 저 귀신과 한 패일 수도 있기 때문에 바로 공격할 수 있는 자세를 잡고 기다렸다. 여인은 그런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내가 하려던 짓에 대해 야단쳤다.


“귀신에 담겨 있는 농도 짙은 부정을 이 세상에 풀어놓으려 하면 어떡합니까? 도대체 생각이 있는 겁니까? 없는 겁니까? 귀신을 처치할 때는 우선 안에 든 부정이 흩어지지 않게 봉인한 다음에 육체를 부수는 건 상식 아닙니까? 제가 하는 거 보여드릴 테니까 잘 보고 배우세요.”


그녀의 기에 억눌려 나는 대꾸하지도 못하고 여인이 하는 짓을 그저 바라봤다. 여인은 귀신을 향해 부채를 휘둘렀다. 그러자 여인 주위를 맴돌던 나비들은 누워 있는 귀신을 향해 날아가 귀신의 몸 전체에 내려앉았고 날개 짓을 하며 귀신의 몸을 일으킨 다음 여인 앞에 서게 했다. 여인이 귀신을 향해 살랑살랑 부채를 흔들자 나비들은 일제히 검은 가루가 되어 사라졌고 귀신의 몸은 검은 얼음으로 뒤덮였다. 여인은 부채를 접은 뒤 부채의 끝을 귀신의 가슴 한 가운데에 댔다. 그리고 서서히 부채를 당기자 귀신의 가슴 한가운데에서부터 검은 것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가슴 바로 위를 덮고 있던 얼음은 비눗방울을 부는 것처럼 점점 부풀어 오르며 귀신에서 나온 검은 것을 안에 채웠다. 얼음방울이 축구공정도 크기로 부풀어 오르자 귀신의 몸에서 분리 되어 나왔다. 여인은 품에서 부적을 꺼내어 분리되어 나온 얼음방울 위에 붙인 뒤 아래에 내려두고 다시 부채를 펴서 귀신을 향해 세게 휘둘렀다. 부채로부터 나온 세찬 바람은 여인에게서 나오는 검은 기운을 싣고 귀신에게 날아갔다. 얼어 있는 귀신은 바람에 휩쓸려 얼음 째로 산산조각이 났다. 그리고 잘게 부서진 얼음 조각들은 모두 수증기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귀신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여인이 입고 있던 옷과 여인의 긴 머리로부터 검은 나비들이 빠져나왔다. 그러자 온몸을 검은 빛으로 가득 채운 아름다운 여성은 사라지고 갈색 단발머리를 하고 회색 니트와 청바지를 입은 평범한 여인이 나타났다. 빠져나온 나비들은 바깥에서 날아다니는 나비와 함께 여인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봤죠? 이렇게 세심한 과정을 거쳐야 부정이 쏟아져 나오지 않아요. 도대체 어떤 도사를 스승으로 뒀길래 이런 것도 안 알려줘요?”


“도사요?”


“어? 가만 보니까 도사도 아니고 살아있는 사람도 아니네? 죽은 사람이 이런데서 뭐하고 있어요?”


“저 그게”


“얌전히 저승사자나 기다리지 왜 귀신이랑 싸우는 위험한 짓을 하고 그래요.”


“그러니까.”


“아, 저승사자를 기다리던 중에 귀신한테 습격당한 거구나. 근데 귀신을 제압할 정도면 꽤 재능이 있나보네. 살아있을 때 나랑 만났으면 도사가 돼보라고 권유했을 텐데 좀 아쉽네요. 아 참 혹시나 귀신이 또 덤비면 맞서 싸우지 말고 여기....... 어? 어디 있지? 아, 찾았다. 이 구슬 가지고 있다가 깨버려요. 그러면 내가 그 쪽 있는 데로 금방 도와주러 갈게요. 알았죠? 저는 저녁 만들러 가야돼서 먼저 가볼게요.”


여인은 나비가 그려진 구슬을 내게 건네준 뒤 바로 뒤돌아서 밑에 놓인 얼음방울을 주은 다음에 빠르게 달려갔다.


“아니. 저기요.”


“아 그리고 저승사자 만나더라도 도사이야기는 꺼내지 마세요. 걔들은 저희 별로 안 좋아해서요.”


여인은 잠깐 뒤돌아서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뛰어가던 쪽으로 계속 뛰어갔다. 참 사람 말을 안 듣는 여자다. 그러고 보니 여자가 하던 일에 정신이 팔려서 귀신이 얼음조각이 될 동안 가만히 있었다. 모처럼 단서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저 여자가 날려버렸다. 짜증나는 여자다. 나중에 위험할 때 불러서 고생이나 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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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金鰲新話)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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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7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0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3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2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7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8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4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2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2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8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0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1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5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4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4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49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0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0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4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8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5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7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7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8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3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5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39 4 8쪽
»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3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2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59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7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7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8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7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3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2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7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5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1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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