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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67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6.01.20 03:40
조회
395
추천
5
글자
7쪽

61화 이생규장전(2)

DUMMY

남자는 말을 마치고 다시 한 번 긴 한숨을 내쉬었고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내의 눈가에는 눈물이 조금 고여 있었다. 그는 아내가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했지만 사고로 인한 죽음이 수명에 반영 안 됐을 리가 없다. 누군가 그녀의 운명에 개입한 것이 분명하다. 저승사자가 윤회의 고리에 어긋나는 짓을 할 리는 없고 아마 귀신이나 요괴에 의한 죽음일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이 남자에게 부적을 준 자가 제일 의심스럽다.


“혹시 아내 분께서는 남편에게 부적을 준 남자를 만난 적이 있나요?”


“네. 저는 사고가 일어났던 날에 만났어요.”


“그때 상황을 자세히 말해주실 수 있나요?”


“음, 그러니까요. 병원에 도착했을 때까지는 의식이 없었는데 어느새 보니 육체에서 빠져나왔더라고요. 침대 위에서 싸늘하게 식어있는 제 몸을 보면서 이제 내 인생도 다 끝이구나 하고 생각했죠. 좀 허무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는데 어차피 되돌릴 수 없으니 체념했습니다. 그런데 옆에서 울고 있는 그이를 보니까 너무 슬프고 미안한 거예요. 이제 겨우 결혼해서 같이 살게 됐는데 바로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속상해서 울고 있었습니다.


그 때 남편이 말했던 남자애가 찾아왔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저를 보지 못하는데 그 애는 저를 보고 갑자기 병원 밖으로 끌고 나오더군요. 병원은 죽은 자들이 많아 저승사자들이 자주 온다면서 일단은 자기 집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그냥 하자는 대로 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 그는 항상 가지고 다니라고 말하면서 저에게 부적을 줬습니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적을 가지고 있으니 참 따뜻하더라고요.


그리고 그는 자기를 도사라고 소개한 다음 저에 대해서 몇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나이, 사는 곳, 가족 관계 그리고 사고 당시의 상황까지요. 조금 의심스럽긴 했지만 부적을 쓰는 것을 보고 도사가 맞는 것 같아서 아는 건 다 말해주었습니다. 제 대답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저에게 남편과 같이 지내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그러고 싶다고 했죠. 그러자 그는 자기가 도와주겠답니다. 그는 남편이 올 때까지 집에 들어가서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오면 바로 잠을 잘 건데 자고 일어나면 평소처럼 대하면 된다더군요. 대신 반드시 자기가 준 부적을 들고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3일정도 집에서 기다리다 보니 그이가 왔습니다. 처음에는 저를 보지 못했지만 자고 일어나니 옆에 누워 있던 저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짓더군요. 그리고 저희는 살아있을 때처럼 생활했습니다. 둘 다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아닌 척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지금 그쪽께서 온 겁니다.


그 때 그 도사는 저승사자가 찾아오면 자기가 준 부적을 찢으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자기가 알아채고 이쪽으로 와서 도망치게 해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제 괜찮습니다. 남편과 같이 사는 한 달 동안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물론 헤어지고 싶지 않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죠. 죽은 저에게 얽매이게 할 수는 없습니다.”


“혹시 그 부적을 제게 주실 수 있나요?”


“네. 여기요.”


“감사합니다.”


여자는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도사가 자신들을 다시 만나게 해줬다고 한다. 도사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예전에 저승에 처음 갔을 때 서화담이라는 도사에게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들은 주로 요괴나 귀신을 잡는다고 했는데 가끔씩 자기 제자처럼 사고치고 다니는 도사들도 있다고 했다. 이들을 다시 만나게 해준 도사는 좋은 의도에서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어린 나머지 자신이 한 짓이 하늘의 규칙을 어긴다는 것을 몰랐던 모양이다.


대충 상황을 파악했으니 자세한건 도사에게 듣기로 하고 여자를 저승에 보내려고 했다. 그녀는 이미 마음을 정리한 듯 보인다. 하지만 남자의 표정에는 미련이 많이 남아있다. 그들에게 시간이 조금 필요한 것 같다.


“아내 분을 저승으로 보내기 전에 이별할 시간을 조금 드리고 싶습니다. 그 동안 저는 저쪽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나는 거실 한구석에 가서 조용히 앉았다. 그들은 지난날들을 회상하며 이별을 아쉬워한다. 엿들으려고 한건 아니었지만 그들의 대화가 전부 들려왔다.


“최랑아,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당연히 기억하지. 그날 내가 마당에서 노래 부르고 있었는데 오빠가 담 너머로 엿보고 있었잖아. 그러다가 눈이 마주쳐서 그쪽으로 갔더니 오빠가 뭐랬는지 알아?”


“내가 뭐라고 했는데?”


“첫눈에 반했습니다. 혹시 번호 좀 주실 수 있나요? 라고 했잖아. 나도 참 그때는 순수했지 그런 흔한 작업 멘트에 번호를 줬으니까.”


“아니야. 그거 진짜였어. 작업 멘트가 아니라 진짜로 보자마자 반했다니까. 내가 물어볼까 말까하고 얼마나 망설였는지 알아?”


“알았어. 믿어줄게. 근데 왜 그날 바로 연락 안하고 이틀 뒤에 문자 보낸 거야?”


“사실 여자한테 번호 받은 게 처음이라 만나자는 약속을 어떻게 잡아야할지 몰라서 계속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다가 늦어졌어.”


“근데 우리가 처음에 어디서 만났었지?”


“그 어디였더라, 너희 동네에 있던 작은 카페였는데”


“아, 그 다사랑 커피 집인가 거기서 만났었다. 그리고 커피 마신 다음에 같이 저녁으로 돈가스 먹고 만난 첫날에 호프집에 맥주도 마시러 갔었어. 그 때 늦게 들어가서 아빠한테 엄청 혼났었는데”


“맞아. 그러고 나서 한 달 정도 만나다가 내가 용기내서 고백하고 사귀기 시작했잖아.”


“아니지. 그거는 오빠가 고백한 게 아니라 내가 하도 답답해서 고백하게 유도한 거야.”


“뭐? 아니야, 내가 분위기 타서 고백한 거야.”


“그 분위기를 내가 만든 거야.”


“뭐야? 그런 거였어? 어째 뭔가 일이 잘 풀려간다고 생각했어.”


“오빠가 너무 망설여서 내가 좀 적극적으로 나섰지.”


“그 후로 우리가 삼년정도 사귀다가 결혼하기로 했잖아.”


“응. 그런데 아버님이 엄청나게 반대를 하셔서 우리 둘 다 설득하느라고 고생 좀 했었어.”


“그래. 그렇게 힘들게 결혼허락 받고 이제야 겨우 같이 살게 됐는데, 널 보내야 한다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미안해.......”


“아니야. 내가 미안해. 내가 지켜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


그들은 말없이 서로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잠시 뒤 이별할 준비를 마친 듯 나를 불렀다


“이제 됐습니다. 시간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의 눈은 눈물을 한 움큼 물고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여인을 저승으로 보냈다. 그리고 더 이상 그에게 죽은 자들이 보이면 안 되기 때문에 목에 붙어 있는 부적을 뗐다. 그러자 남자는 갑자기 잠에 빠졌다. 나는 그를 침대에 눕히고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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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金鰲新話)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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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7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1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3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3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8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5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2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2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9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0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2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5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4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5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49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1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1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9 3 7쪽
»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6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7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9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3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6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40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3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60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8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8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8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3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3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7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2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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