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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53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6.01.14 21:29
조회
328
추천
3
글자
7쪽

56화 설공찬전(13)

DUMMY

하얀색이 걷히고 원래대로 돌아온다. 어제처럼 아침이 돼서야 훈련이 끝났다. 옆에는 호랑이가 금색 눈동자를 반짝이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마도 밤새 어디에 갔다가 훈련이 끝날 때 쯤 이 곳에 온 모양이다.


“호랑이님은 제가 훈련하는 동안 어디에 계십니까?”


“나는 이 곳에서 계속 네 훈련을 도와주고 있었다.”


“하지만 제가 하얀 공간 안에 있을 때 호랑이님의 영혼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건 내가 네 몸 주변에 결계를 쳐 놓았기 때문이다. 그 결계에서 너는 바깥의 것을 느낄 수 없고 오감을 포함해 다른 모든 감각도 사용할 수 없어 오직 자수에만 집중할 수 있지.”


“그럼 밤새도록 여기서 제 훈련을 위해 결계를 쳐주신 거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설위에게 받은 것이 있으니 이 정도까지 해주는 것이다. 그러니 감사인사는 나대신 네 증조할아버지에게 하여라.”


“근데 저희 증조할아버지와 호랑이님은 무슨 관계입니까?”


“의형제를 맺은 사이다.”


“인간과 영물이 어떻게 의형제가 된 건가요?”


“그 이야기를 다 하려면 반나절은 걸릴 것이다. 나중에 네가 구미호를 죽이고 오면 그때 날 잡고 말해주마. 나는 내일 훈련을 준비하러 이만 가보겠다.”


“네. 안녕히 가세요.”


호랑이와 헤어지고 산을 내려와 학교에 갔다. 그리고 학교가 끝나면 다시 훈련을 위해 산으로 갔다. 그런 생활패턴이 반복되었다. 평일에는 훈련이 끝나면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들었지만 주말에는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하다가 훈련 하러 갔다. 쉬고 싶었지만 이제 곧 중간고사라서 어쩔 수가 없었다. 배운지 오래돼서 많이 까먹었지만 다시 보니 조금씩 기억이 살아났다. 이번 학기 성적은 어느 정도 책임져줄 수 있을 거 같다.



자수 훈련을 시작한지 3주가 지났다. 시험도 끝났고 이 훈련도 거의 끝 무렵이다. 이제는 능력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감각을 익히고 나니 원할 때 자유롭게 꺼내는 것도 가능하고 다른 감각들과 동시에 사용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자수를 사용할 때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지 않으면 쉽게 풀려버려서 아직은 오래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좀 더 연습을 하면 나아질 것이다.


오늘도 평소처럼 흙바닥에서 몇 시간 동안 누워 있다가 일어났다. 이슬 때문에 옷이 축축해지는 게 싫어서 요새는 방수기능이 있는 등산복을 입고 훈련을 온다. 그래서 비만 안 온다면 뽀송뽀송한 상태로 학교에 갈 수 있어 좋다. 호랑이는 언제나 그랬듯이 훈련이 끝나자 먼저 가버렸다.


나도 학교에 가기 위해 산을 내려왔다. 그리고 오늘은 얼마나 실력이 늘었는지 자수를 한번 개방해봤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하면서 영혼들이 느껴지지만 분명히 눈으로 사물들을 볼 수 있고 소리도 잘 들린다. 예전처럼 아무것도 없이 단절된 것이 아니라 원래 감지할 수 있는 것들에 새로운 정보가 표시되는 것뿐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영혼이 느껴진다. 그들이 가진 색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빨간색, 파란색, 흰색, 검은색 그리고 노란색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밝고 선명하고 또 다른 사람은 어둡고 흐리다. 그런데 똑같이 밝고 선명한 색이라도 사람마다 질감이 다르다. 분명 같은 빨간색이지만 어떤 사람은 파스텔로 칠한 듯이 부드럽고 또 어떤 사람은 페인트로 칠한 듯이 차갑고 딱딱하다.


그들의 안에 있는 음양의 순환도 다양하다. 천천히 시냇물 흐르듯이 도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격류처럼 흐르는 사람도 있었다. 또 가끔씩은 어디 한구석이 막혀서 제대로 안 흐르는 사람도 있었다.


이렇게 자수를 개방하고 있다 보면 귀신을 발견할 수 있다. 귀신은 원래의 색에 거무튀튀한 보랏빛이 묻어 있으며 안쪽에 순환하는 음양도 정상이 아니다. 순환하는 안쪽에 검은 것이 굉장히 많이 끼어있고 이것이 빠르게 돌때는 검은 것들이 다 퍼져 온 영혼을 검게 물들인다.


오늘 발견한 귀신은 원래 가지고 있는 하얀색위에 아주 약간만 보랏빛이 돌고 있고 안에 낀 부정도 거의 없다. 은장도를 이용하면 충분히 사람으로 되돌려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쪽으로 향했다. 귀신이 다른 누군가와 함께 계속 이동하고 있기에 중간 중간에 자수를 개방하고 쫓았다.


귀신이 올 방향에 미리 가서 기다리니 저 멀리서 누가 달려오는 게 보인다. 가까워져서 얼굴을 확인하니 내 동생 설월화다. 이쪽으로 달려오는 월화를 가로막자 정신없이 뛰어오던 그녀는 멈춰서 내 얼굴을 확인한다.


“어? 공침아! 아니 잠깐. 안에 내용물이 공침이가 아니라 우리 오빤데?”


“어 맞아. 나야. 잠깐 몸 좀 빌렸어. 근데 넌 왜 이러고 있냐?”


“아니. 오빠 나도 설명해주고 싶은데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야. 누가 계속 쫓아와서 나를 어떻게 하려고 해. 저기 봐봐 아직도 따라오고 있어. 어떻게 좀 해줘봐.”


월화가 온 방향에서 나무 막대기를 든 남자 한명이 달려온다. 그를 본 월화는 내 등 뒤로 숨는다. 그 남자는 끝에 붉은 보석이 달린 나무막대기로 나를 겨누며 말했다.


“귀신에게서 당장 떨어지십시오.”


“싫습니다. 아니 근데 당신은 도대체 누군데 내 동생을 쫓고 있습니까?”


“저는 도사 김석산입니다. 지금 당신 뒤에 그 영혼은 부정을 타서 곧 귀신이 될 것입니다. 당신이 저 여자의 오빠라면 동생이 귀신이 되어 괴로운 삶을 사는 것을 원치 않겠지요. 그러니 당장 물러나시기 바랍니다.”


“오빠 저 사람 말 믿지 마. 나 죽이려고 했어.”


“아닙니다. 저는 그저 귀신이 되기 전에 부정을 없애려고 했습니다.”


“뻥 치지 마요. 아저씨가 나뭇가지로 제 팔 세게 때렸잖아요.”


“저는 그저 부정이 깊게 자리 잡은 팔을 잘라내려 했을 뿐입니다.”


“오빠 봐봐. 그냥 때리려고 한 것도 아니고 내 팔을 잘라내려고 그랬다고 하잖아. 어떻게 좀 해봐.”


나는 우선 은장도를 꺼내어 도사에게 겨누고 자수를 개방하여 둘의 상태를 확인해보았다. 김석산의 영혼은 수묵화처럼 담백한 검은색을 하고 있었고 내 동생은 은색을 띠고 있었는데 팔에 거뭇거뭇하게 뭔가 묻어 있다. 일단 저 도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저 조금 거친 방법을 써서 완전히 귀신이 되는 걸 막으려 했던 모양이다.


“제가 처리할 테니 그냥 가주세요.”


“그쪽은 도사도 아닌데 뭘 어떻게 하려고 저에게 그냥 가라고 하시는 겁니까?”


설명하는 것보다는 직접 보여주는 게 낫다고 판단되어 월화의 눈을 가리고 팔에 은장도를 찔러 넣고 부정을 빼내었다.


“어? 팔에 느낌이 달라졌다.”


그걸 보고 있던 도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영혼이 진한 은색을 한데다가 도사도 아닌데 그런 힘을 가진걸 보니 너는 인간의 모습을 한 요괴구나. 아니? 가만 보니 몸 안쪽에 인간의 영혼이 하나 있구나. 네 이놈! 감히 인간의 몸을 빼앗다니 아주 질이 나쁜 놈이구나. 당장 그 몸에서 나오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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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7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0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3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2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8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4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2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2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9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0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1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5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4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5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49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0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1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8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5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7 3 7쪽
»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9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3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5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39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3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59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7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7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8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3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2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7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1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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