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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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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36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6.02.14 02:46
조회
356
추천
3
글자
8쪽

73화 전우치전(9)

DUMMY

어느덧 2월이 되었다. 우투리 형은 아직도 요괴에게 입은 상처로 치료를 받고 있다. 저번 도사회의에서는 이번 달부터 구미호를 잡기로 했지만 우투리 형이 참여할 수 없게 되서 이번에 그 대책을 강구한다고 했다.


정기회의 날이 오고 나는 화담선생을 따라서 회의장에 갔다. 방안에 있는 열 한명의 도사들의 표정은 별로 좋지 못했다. 회장 아줌마를 포함해 구미호를 잡기로 확정된 다섯 명과 나머지 여섯 명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흘렀다. 평소에는 모두들 밝은 얼굴로 우리를 맞이해줬는데 오늘은 다들 인사만 하고 자리에 앉았다. 회의는 우리가 앉자마자 시작됐다.


“시간이 급한 관계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원래 다음 주 수요일부터 구미호를 사냥하기로 계획 되었는데 현재 우투리의 상태로 인해서 차질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이 날짜를 바꿀 수 없으므로 여기 있는 여섯 명의 도사 분들 중에서 한 분을 더 뽑도록 하겠습니다.”


“그냥 우투리가 다 나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원래 가기로 했던 사람들끼리 갑시다. 겨울이랑 봄이랑 차이가 많이 나는 것도 아니잖소.”


“그건 안 됩니다. 꼭 이번 겨울에 일을 끝내야 합니다. 이번에 기회를 놓치면 여름까지 기다려야하는데 그 사이에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 모릅니다.”


“그래도 계절보다는 어떤 도사가 참여하냐가 중요하지. 우투리가 여기 있는 다른 도사들보다 상호간의 기를 조정하는 능력이 가장 뛰어나잖아. 다수의 도사가 힘을 합쳐서 싸울 때는 그런 도사가 한 명쯤은 있어야 돼.”


“그럼 김한산 도사님이 참여하시면 되겠네요. 한산 도사님도 우투리만큼은 아니지만 조정능력이 뛰어나시잖아요.”


“나는 이번에 맡은 구역이 힘든 지역이잖아. 귀신 처리하는 것도 벅차. 게다가 그 날까지 약속이 다 잡혀 있어서 안 돼.”


“이대로는 누가 할지 결정이 안 될 것 같으니까 그냥 뽑기로 결정하죠.”


“뭔 소리 하는 거야. 날짜를 뒤로 미뤄야 된다니까.”


여기저기서 큰 소리가 오갔다. 양쪽은 전혀 양보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미 사냥하기로 결정된 도사들은 요괴들의 기운이 약해지고 도사들의 기운이 강해지는 겨울이 아니면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가을에는 쇠의 기운이 강해져서 할 수 없었고 다가오는 봄은 나무의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쇠의 기를 가진 요괴가 다시 활동하기 편해진다고 한다. 그렇다고 구미호가 약해지는 여름까지 기다리기에는 평범한 인간들의 희생이 너무 커진다고 주장했다.


나는 그들의 주장이 일리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대편 도사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힘든 일이라서 그런지 다들 꺼리는 모양이다. 그들은 이 문제를 가지고 계속 말다툼을 했고 옆에 앉아있는 선생님의 표정은 점점 심각해졌다.


거의 두 시간 가까이 회의를 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모두 자기주장을 하느라고 남의 말은 듣지 않았다. 내가 밤에 몰래 나가다 걸렸을 때도 평온했던 화담선생 얼굴은 점점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지 책상을 세게 치고 일어나서 말했다.


“짜증나서 못 봐주겠네. 지금 회의장에서 뭣들 하는 겐가!”


“죄송합니다. 선생님.”


화담선생의 호통에 다들 쩔쩔맸다. 나도 처음 보는 화내는 모습에 조금 놀랐다. 선생님은 턱을 매만지며 미간을 찌푸리다가 입을 열었다.


“우투리가 다친 데에는 내 책임도 조금 있으니 이번 토벌은 그냥 내가 참여하겠다.”


“하지만 선생님.......”


“딱히 방법이 있느냐?”


“그래도 회의를 계속하다보면 다른 방법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거 기다리다가는 내가 답답해 죽을 것 같구나. 그냥 내가 가는 걸로 하고 이번 회의는 끝내도록 하자.”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혹시 내가 토벌에 나가 있을 동안 내 제자 좀 봐줄 자가 있는가?”


“쌤, 저는 그냥 집에 혼자 있어도 되는데.”


“네가 무슨 사고를 칠 줄 알고 혼자 놔두겠느냐.”


“제가 데리고 있겠습니다.”


“우풍헌 자네가 수고 좀 해주게나. 말 안 들으면 마음껏 혼내도 된다네.”


“그럼 화요일 저녁에 데리러 가겠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모두 식당으로 이동했다. 분위기가 좋지는 않았지만 나는 고기만 있으면 상관없었다. 한쪽 구석에서 실컷 먹고 있었는데 화담선생이 가자고 했다. 더 먹고 싶었지만 어쩔 수없이 따라 나가야했다.


다음날 아침부터 화담선생은 토벌을 준비하느라 여기저기 바쁘게 움직였다. 그래서 나는 혼자서 수련을 해야 했다. 이제 기초적인 것은 다 배워서 같이 새로운 술법을 연구해 나가는 과정이었는데 선생님이 없으니 그냥 기초만 반복했다.


화요일 저녁 우풍헌 아저씨가 나를 데리러 왔다. 포동포동한 볼을 가진 그는 겉으로 보기에는 30대 초반 같지만 실제로는 40대 중반이라고 한다. 아마 잔주름들이 살에 가려진 것 같다. 나는 그의 차에 타고 같이 그의 집으로 향했다.


어디 산으로 들어갈 줄 알았지만 차는 도심 한 가운데 있는 고급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 차에서 내린 우리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얼핏 보기에도 40평은 넘어보였다. 그의 아내는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그리고 곧바로 저녁을 차려주었다. 같이 밥을 먹으면서 얘기하다보니 그녀 역시 도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풍헌 아저씨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수준이 높다고 한다.


다음날 일어나보니 아저씨는 일을 나가고 아주머니 혼자 집에 계셨다. 그녀는 자신이 키우는 화분이 상태가 좋지 않으니 조금만 도와달라고 했다. 난초 종류에 술법을 거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별로 어렵지는 않았다. 화분 몇 개를 치료해주니 아주머니께서 점심으로 소고기를 구워주셨다.


점심때가 한참 지나자 아저씨가 오셨다. 아저씨가 가져온 아이스박스에는 도라지 같은 것들이 잔뜩 있었다. 그는 고급스러운 나무상자에 이끼를 깔고 흙 묻은 뿌리들을 넣어 포장했다. 상자를 보자기로 감싸는 걸로 포장을 마무리하고 아저씨는 차를 마시면서 쉬었다.


저녁을 먹고 아저씨 아줌마와 함께 동네에 있는 조그만 공터로 왔다. 추워서 그런지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주변에 피해가 안가도록 가벼운 결계를 치고 도술훈련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전부 보여줬다. 그리고 세 명이서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의견을 나누고 직접 실험을 해봤다.


매일매일 그렇게 연구하던 중 나뭇잎에 내 기를 불어넣은 뒤 날카롭게 다듬어 바람에 실어 날리는 기술을 완성시켰다. 구상은 화담선생과 했지만 계속 기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그걸 우풍헌 아저씨가 사물에 담긴 기를 변형시키는 요령을 알려주셔서 해결할 수 있었다.


그 뒤로 며칠간은 아저씨와 함께 예전에 화담선생을 만나기 전에 사용하던 바람 칼날을 다시 이용할 방법을 찾아봤다. 자꾸 바람을 압축시켜 날카롭게 하려하면 주변의 부정을 끌어들이려고 했는데 그걸 막기 위해서 손에 정화부적을 착용하고 연습을 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압축이 잘 안 됐다. 결국 이 기술은 화담선생과 연구하기로 하고 아줌마 아저씨와는 여러 명이서 호흡을 맞춰 싸우는 법을 훈련했다.


2월 말이 되었을 때 화담선생이 나를 데리러 왔다. 그의 머리에는 흰머리가 눈에 띄게 늘어 있었다. 그리고 눈 밑 다크서클도 굉장히 진해졌다. 함께 집으로 오고 나서 일주일 간 화담선생은 푹 쉬었다. 훈련도 거의 하지 않고 밥도 밖에서 사오는 것으로 해결했다.


한동안 휴식을 취하고 나니 그의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우리는 다시 평소처럼 생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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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7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0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3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2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7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8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4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2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2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8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0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1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5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3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4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4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49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0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0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4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8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5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7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7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8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3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6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5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39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19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3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2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59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7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0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7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8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7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1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3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2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7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7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5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1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3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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