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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66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5.12.14 17:13
조회
402
추천
5
글자
8쪽

37화 남염부주지(4)

DUMMY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저 멀리서 불을 토해내고 있는 거대한 산이었다. 산은 풀도 나무도 없이 그저 밋밋한 검은 빛을 띠고 있었는데 그 꼭대기에는 분화구가 있었다. 거기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불기둥은 하늘 끝까지 솟아올라 태양을 대신해 이곳을 밝혀주고 있다. 그 거대한 산 바로 앞에는 철로 이루어진 커다란 성이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우리나라 궁궐과도 닮았지만 나무가 아니라 여러 가지 금속 같은 것으로 만들어졌고 여러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으로부터 성까지 큰 길 하나가 쭉 뻗어져 있었는데 그 길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고풍스러운 검은 지붕의 기와집들이 잘 정렬되어 있었고 오른쪽에는 상대적으로 화려한 느낌의 다양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우리를 풀어주었던 관리가 걸음을 멈추고 무언가를 기다린다. 잠시 뒤 길 저편에서 무언가가 먼지를 날리며 빠른 속도로 달려온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커다란 수레라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앞에서 사람이 이끄는 것도 아니고 짐승이 이끄는 것도 아닌데 수레가 저절로 달려오고 있다. 그 수레에는 아까 설공찬과 싸웠던 문지기가 타고 있었다. 그 문지기는 수레에서 내려 우릴 향해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사과했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공격부터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여기에 갑자기 보내져서 지나치게 흥분했던 모양입니다. 다치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까 맞은 곳은 좀 어떠신가요?”


“이제 다 나아서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럼 편안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문지기는 다시 문을 지키러 돌아갔다. 우리가 관리를 따라서 빈 수레에 올라타자 수레는 갑자기 속도를 내며 달리기 시작했다. 포장된 도로를 달리는 것도 아닌데 흔들림 없이 편안하다. 마치 고급스러운 침대에 앉아있는 기분이다. 한 참을 달리자 왼쪽에는 기와집 대신 컨테이너 박스 같은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건물들에는 각각 작은 창문이 달려있긴 했지만 전부 쇠창살이 달려 있었다. 오른쪽은 계속 각양각색의 집들이 늘여져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점점 성에 가까워질수록 성 뒤에 있는 산이 얼마나 거대한지 깨닫게 된다. 고개를 거의 수직으로 들어도 산꼭대기를 보기 힘들 정도로 굉장히 높고 저 멀리까지 살펴봐도 산의 가장자리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크다. 계속 산 정상을 올려다보니 분화구 끝에서 나오는 불기둥의 색이 아까와 달라진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아까는 새빨간 빛을 내며 하늘 전체를 태우려는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지금은 기둥 안쪽은 샛노랗고 바깥쪽은 조금 차분한 푸른색으로 변해있었다. 불 색이 바뀌어서 그런지 주위도 조금 어둑어둑해진 것 같다. 이 곳도 낮과 밤의 구분이 있는 모양이다.


수레는 어느새 인가 철성 앞에 도착했다. 관리를 따라 수레에서 내리자 수레는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간다. 우리는 관리 뒤를 따라서 문 앞을 지키고 있는 경비원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관리가 어떤 종이를 내밀어 보이자 문을 열어준다.


문 안에 들어가 여러 신하들의 안내를 따라 어떠한 방에 들어갔다. 방 가운데에는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는 긴 나무 탁자가 있었고 바닥에 방석이 2개 깔려 있었다.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자 그 곳에 있던 신하가 차와 과자 그리고 과일을 가져다주었다. 과일은 무슨 종류인지도 모르겠고 시고 딱딱하여 먹기 힘들었지만 차는 향이 굉장히 깊었고 과자는 달콤하여 내 입맛에 맞았다. 안에서 기다리는 동안 앞에 높인 다과 덕에 입이 즐거웠다. 현실과 다르게 배고픔이나 갈증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맛보는 즐거움은 그대로인 것 같다.


차와 과자가 다 떨어질 때 쯤 엄청난 인물이 이 방에 들어왔다. 검은색 도포를 입고 그 위에 붉은 갑옷을 착용한 그는 머리에는 붉은 깃털이 달린 금관을 쓰고 어깨에는 날개 형상의 거대한 화염을 두르고 있었다. 그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진다. 그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나를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가 우리 반대편에 가서 앉자 갑자기 그의 가슴 한가운데가 붉게 빛나기 시작하더니 입고 있던 갑옷과 금관이 불로 변하면서 어깨의 불과 함께 가슴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불이 다 들어가고 붉은 빛이 사라지자 나를 짓누르던 무언가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염부주(炎浮洲)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이 곳을 다스리는 염라대왕이라고 합니다. 먼저 저희 쪽 실수에 의해 이 곳에 데려와서 정말 죄송합니다. 실수한 저승차사와 그 책임자에게 마땅한 벌을 내렸으니 노여움을 푸시기 바랍니다.”


“저는 다른 건 됐고 지금 당장 이승으로 보내주기만 하면 됩니다.”


“죄송하게도 그건 지금 해드릴 수 없습니다. 빨라도 이틀 뒤에나 가능합니다.”


“지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에요. 여기에 강제로 보내지고 감옥에 갇혀진데다가 또 궁에서 기다리기 까지 했는데 당연히 지금 바로 보내주는 게 도리 아니에요?”


“정말 죄송합니다. 하필이면 지금이 감옥을 정비하는 기간이라 이승으로 가는 문을 열 수 없습니다.”


“감옥을 정비하는 거랑 저를 돌려보내는 거랑 도대체 무슨 상관인데요?”


“혹여나 죄수가 감옥을 탈출할 경우 이승으로 도망칠 수도 있습니다. 이 곳에 있으면 삼면이 바다고 뒤에는 거대한 산이라 금방 잡지만 이승에 도망가기라고 하면 그 곳에서 몰래 사악한 짓을 할 수도 있고 찾을 길도 없으니 감옥을 정비할 때는 나가는 경로를 전부 막아놓습니다.”


“어떻게 안 됩니까?”


“죄송합니다. 안전을 위한 조치이오니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대신 이 곳에 계시는 동안 최선을 다해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설공찬은 당장 이승에 갈 수 없다는 사실을 듣고 턱을 괴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렸다. 나는 기왕 염라대왕도 만났으니 부모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하기 전에 궁금한 것 좀 물어봐야겠다.


“저승에서는 죽은 사람이 재판을 받는 다고 들었습니다만 죽은 사람마다 전부 재판을 하는 게 가능한가요?”


“모든 영혼이 이 곳에서 재판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재판을 받는 자는 죽은 뒤 이승에서 큰 잘못을 저지른 자이거나 이 곳에 있는 마을에서 죄를 저지른 자입니다. 그러니 이 곳 만으로도 모든 재판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그럼 살아생전에 죄를 저지른 자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습니까?”


“그 벌은 환생을 할 때 받습니다. 환생을 하는 동안 모든 영혼은 칠 일간 걸어야하는데 같은 칠 일이라도 선인이 걷는 길과 악인이 걷는 길은 다릅니다. 어떤 이가 악행을 저지를 때마다 그자의 길은 점점 부정으로 차오릅니다. 그 부정은 나중에 그 사람이 걸을 때마다 큰 고통을 줍니다. 반대로 선행을 하면 그 부정이 씻겨 집니다. 단, 아무리 착한 일을 해도 씻을 수 없는 부정이 있으니 악한 일은 애초에 안 하는 게 좋은 겁니다.”


“그러면 악한 일을 하고 환생을 안 한다면 벌을 안 받는 거네요.”


“저희는 악인은 이 곳에 못 머무르게 합니다. 그들은 여기에 오자마자 바로 환생하는 곳으로 보내져 죗값을 치르게 합니다.”


“그렇다면 이 곳은 그 사람이 악인인지 선인인지 판단할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까?”


그는 신하를 불러 누군가를 데려오라고 하였다. 신하는 방을 나가더니 각각 횐 옷과 검은 옷을 입은 어린아이 두 명을 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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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金鰲新話)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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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7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1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3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3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8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5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2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2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9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0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2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5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4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5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49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1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1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9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5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7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9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3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6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40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3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60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8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8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8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3 5 7쪽
»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3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7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2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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