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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77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6.05.07 02:28
조회
413
추천
2
글자
7쪽

85화 진가쟁주 설화(4)

DUMMY

방바닥에는 음료수캔, 빈 도시락 용기, 과자봉지 등등 온갖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집안의 다른 곳과는 이 방만 심각하게 더럽다. 책상에 누군가 엎드려서 자고 있다. 손에는 펜 같은 것이 쥐여져 있고 모니터에는 스케치만 된 만화가 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중학생처럼 보인다.


바닥에 널린 쓰레기를 발로 밀어내면서 그에게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 이상하게 요기가 느껴진다. 겉으로 봐서는 원인을 알 수 없어 직접 손을 대서 그의 기를 읽었다. 그의 혼 구석구석에 벌레가 갉아먹은 것 같은 구멍이 뚫려있다. 그리고 안에 무언가 부정한 것이 돌아다니고 있다.


그다지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되어 침대에 눕히고 부정을 쫓는 부적을 그의 배꼽 밑에 붙였다. 그의 몸에 부적의 기운이 흘러들어갔다. 잠시 뒤 그의 목덜미에서 검은 액체가 조금씩 뿜어져 나오더니 작은 쥐 형상으로 변했다.


쥐는 붉은 눈으로 나를 째려보고는 재빠르게 쓰레기 더미 속으로 숨었다. 이쪽저쪽으로 도망 다니는 놈을 잡기 위해 바람으로 쓰레기 더미를 날려버렸다. 잠시 동안 모습을 드러낸 쥐는 이번에는 침대 밑으로 숨어 버렸다.


표적이 너무 작고 빨라서 내 공격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부적으로 뱀을 소환했다. 환수는 먹이의 냄새를 맡고 침대 밑으로 들어갔다. 안에서 엎치락덮치락하는 소리가 들리고 뱀이 쥐를 물고 나왔다.


뱀에게 쥐를 건네받은 나는 녀석이 도망치지 못하게 꽉 잡고 주먹에 회오리를 감쌌다. 원래 몸집과 요기가 작았던 놈이라 흔적도 남기지 않고 파괴되었다. 피해를 입은 인간을 회복시키기 위해 기를 순환시켜주는 부적과 부정을 정화하는 부적을 더 붙여주고 협회에 보고했다. 이 난장판도 경찰을 이용해 강도가 든 걸로 처리해 줄 것이다.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온 순간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현관문이 열리고 방금 내가 침대에 눕혔던 사람이 들어왔다. 잘못 본 건가 해서 다시 방에 들어가서 얼굴을 확인했다. 이쪽이 조금 더 꼬질꼬질하기는 해도 완벽하게 똑같은 얼굴이다.


다시 방밖으로 나와 녀석을 살펴봤다. 쥐에게서 느꼈던 요기가 느껴진다. 뭔가에 가려져서 잘 안 느껴지지만 더러운 기운이 스멀스멀 새어 나온다. 인간에게서 느낄 수 있는 요기가 아니다. 녀석은 확실하게 요괴다.


어째서 사람 흉내를 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요괴라고 판단된 순간 반드시 죽여야 한다. 손발에 바람을 두르고 빠르게 달려들었다. 머리를 노리고 발따귀를 날렸지만 유연하게 허리를 뒤로 젖혀서 피했다. 놈은 그 상태 그대로 백덤블링을 하면서 발로 내 턱을 찼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제대로 방어도 하지 못하고 뒤로 자빠졌다. 그런 나를 보며 요괴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꼬마야, 보자마자 발길질이라니 버르장머리가 없구나.”


“몰래 사람 혼이나 갉아먹는 요괴새끼가 어디서 훈계 질이야.”


“어허이, 뭔가 잘못 알고 있는 모양인데 이건 엄연한 계약이야. 나는 저 녀석이 마음대로 살 수 있게 해주고 그 대가로 혼을 받는 것뿐이다. 우리는 서로 공생관계야. 게다가 이제 저 꼬마는 내가 없으면 안 될걸?”


“개소리하고 있네.”


“네 놈은 그 더러운 입부터 부셔줘야겠구나.”


요괴의 손에서 검은 물이 꾸물꾸물 흘러나오더니 기다란 봉으로 변했다. 놈은 그 봉을 내 얼굴을 향해 휘둘렀다. 빠르게 옆으로 굴러서 피하고 바로 일어났다. 요괴는 바닥에 박힌 봉을 빼낸 뒤 다시 내게 휘둘렀다.


몸을 낮게 숙여서 피하고 대나무 조각을 활성화시켜 죽창을 만들었다. 녀석의 배를 향해 찔렀지만 놈은 허리를 옆으로 살짝 튕기면서 내 공격을 피하고 뒤로 물러났다. 서로 무기를 휘두르면서 거리를 쟀다. 녀석의 움직임에는 빈틈이 없다. 게다가 반응속도도 내가 따라가기 힘들다.


나 혼자로는 힘들 것 같아서 아까 불러들인 환수를 다시 소환했다. 뱀은 이리저리 빠르게 움직이면서 요괴에게 다가갔다. 놈은 봉으로 내 환수를 몇 차례 노렸지만 그 때마다 살짝살짝 빗나갔다. 모든 공격을 피한 뱀이 녀석의 발목을 문 순간 빈틈이 생겼다. 그 순간을 노리고 녀석의 가슴을 노리고 창을 던졌다.


녀석은 가슴에 창을 맞기 직전에 뒤로 살짝 피했다. 급소에 맞지는 않았지만 내가 날린 죽창은 놈의 허벅지를 관통했다. 놈은 잠깐 비틀하더니 깊게 박힌 창을 뽑아 바닥에 던지고 양손으로 뱀을 잡아 찢었다. 녀석의 허벅지에 난 구멍에서 보랏빛 기체가 뿜어져 나온다. 연기가 빠져 나오면서 녀석의 얼굴에 금이 갔다.


요괴는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현관으로 향했다. 한걸음 내 걸을 때마다 얼굴이 껍데기처럼 떨어져 나갔다. 사람의 얼굴이 완전히 떨어져 나가고 쥐머리가 드러났다. 마무리하기 위해 손에 회오리를 감고 빠르게 다가갔다.


녀석에게 내 손이 닿기 직전 눈앞에 결계가 펼쳐졌다. 너무 갑작스럽게 생겨 미쳐 대응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부딪쳐 뒤로 밀려났다. 바람을 감은 주먹으로 같은 곳을 반복해서 때려 결계를 부셨지만 이미 요괴는 도망가 버렸다. 다시 쫓아가려고 했지만 바로 앞에 또다시 결계가 생겼다.


“그 놈을 죽이면 안 돼.”


뒤를 돌아보니 아까 구해줬던 학생이 이쪽을 향해 손을 뻗고 서있었다. 그의 손에 박힌 작은 구슬에서 결계와 비슷한 기운이 느껴진다. 나는 땅에 떨어진 창을 주워 그의 손을 뚫고 다시 뽑았다. 구슬과 함께 앞에 결계가 부서졌다. 그 학생은 구멍 뚫린 손을 붙잡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다시 요괴를 쫓으러 가려는데 쓰러진 학생이 내 다리를 잡고 놓아주지를 않는다.


“안 돼요. 저게 없으면 이제 못 살아요.”


요괴를 놓친 것에 화가 난 나는 그의 배를 발로 걷어찼다. 한 대 치면 화가 풀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짜증이 났다. 요괴에 속아서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는 이 아이를 보니 왠지 모르게 속이 끓었다. 열이 뻗친 나는 그의 배를 몇 차례 더 걷어찼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다시 요괴를 잡기 위해 현관으로 향했다. 그러던 중 잠깐 스쳐지나간 거울에 내 얼굴이 비쳤다. 나도 모르게 주먹으로 거울을 부셨다. 갑자기 바닥에 쓰러져 있는 그 아이가 불쌍하게 느껴져 도술로 다친 곳을 회복시켜주고 침대에 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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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8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1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4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3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9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5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3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2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9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1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2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5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5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5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49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1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1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9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6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8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9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4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6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40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3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60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8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8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9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4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3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7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2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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