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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59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5.12.28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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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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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9쪽

45화 설공찬전(2)

DUMMY

오늘도 자기소개서에 무엇을 써야하나 고민하며 시간을 보냈다. 대학교 이름도 나름 괜찮고 학점도 잘 나왔지만 인턴경력 1년 말고는 딱히 쓸거리가 없다. 최근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벼락치기로 공부해서 자격증을 얻긴 했지만 영어 시험점수도 평범하고 다른 어학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공모전에서 받은 상도 없다. 생활체육 킥복싱대회에서 딴 메달에 대해서 적어볼까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뺐다. 결국 스토리로 승부를 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있는 얘기 없는 얘기 다 지어내서 쓴 다음 영어공부 좀 하다가 피곤해서 불 끄고 침대에 누웠다.


한참 잘 자고 있었는데 무언가에 짓눌린 것 같은 답답한 느낌이 들어 눈을 떴다. 눈앞에는 온 몸을 짙은 보랏빛으로 덮어 형체를 파악할 수 없는 무언가가 내 가슴 위에서 나를 밟고 서있었다. 눈이 어둠에 조금 익숙해지니 8살 먹은 아이처럼 보이는 귀신이 붉은 눈을 번쩍이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몸을 일으켜 귀신을 치우려고 했지만 움직일 수가 없다. 마치 내 몸의 주도권을 뺏긴 것처럼 머릿속에서는 움직였다고 생각하는데도 몸은 그대로 멈춰있다. 귀신은 쭈그려 앉아 나를 가까이서 보며 장난감을 보는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즐거워 보이지만 그 웃음은 소름끼치게 불길했다.


아이 귀신은 키득키득 거리면서 내 팔을 집어 올렸다 내렸다하거나 내 몸 위에서 폴짝폴짝 뛰면서 놀았다. 한참 내 몸을 가지고 놀다가 이제 질렸는지 내 몸을 깔고 누워 발을 동동 굴린다. 그리고 잠시 뒤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오자 다시 신난 표정을 지으며 일어나 마중 나간다. 발소리가 나면서 그들이 이쪽으로 오는 게 느껴진다. 아이 귀신과 함께 하얀 소복을 입은 젊은 여인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분명 느낌은 귀신이지만 지금까지 봐왔던 존재와는 조금 다르다. 그녀의 길게 늘어트린 머리카락은 불길한 은색을 띠고 있고 그녀의 눈동자는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주위에 두르고 있는 기운은 하늘색이었지만 약한 귀신이 두르고 있던 하늘색과는 그 압박감이 차원이 다르다.


그 여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내 얼굴을 손으로 움켜쥐고 그대로 들어 올려 방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나는 방바닥에 등을 세게 부딪쳤고 손으로 아픈 곳을 붙잡으며 몸을 배배 꼬았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건 안 되지만 그래도 천천히 움직일 수 있게 됐다. 내가 끙끙대면서 겨우 일어나고 있는데 여인과 아이귀신은 이쪽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침대 위에 있는 무언가를 쳐다보고 있다. 나도 그들을 따라 침대 위에 무언가를 보았다.


침대 위에는 매일 아침 거울 속에 있던 자가 누워있다. 나는 분명 여기에 서있는데 저 쪽에 내가 있다. 그러고 보니 지금의 나는 평소의 내가 아닌 느낌이다. 그리고 한기가 느껴진다. 아무래도 몸에서 쫓겨난 것 같다. 여인은 이쪽에 있는 나에게는 관심이 없는 듯 쳐다보지 않았고 침대에 누워있는 나에게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 여인은 자신의 손바닥 위에 하늘색 불덩이를 피어 올렸고 그 불덩이가 좀 더 커지자 내 가슴 위에 올려놓았다. 나는 여인이 하려는 짓이 뭔지는 모르지만 안 좋은 것이라고 판단되어 막으려 했지만 두 걸음 더 내밀고 힘이 빠져 움직일 수 없었다. 불덩이가 물에 잠기듯이 내 몸 안에 스며들어 들어가기 시작한다. 결국 나는 불덩이가 내 몸에 완전히 잠길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 했고 내 몸이 푸른빛을 내기 시작하자 여인은 몸에 나와 있는 내 쪽으로 다가와 이마에 검지를 찍었다.


“이제 여자 쪽으로 가자꾸나.”


그렇게 말하고 여인은 아이와 함께 떠났다.


여자 쪽이라고 하는 걸 보니 분명 다른 사람에게도 나에게 했던 짓을 하려는 모양이다. 얼른 쫓아가서 막으려고 하지만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힘도 들어가지 않고 추워서 그 자리에서 계속 앉아있었는데 태양이 떠오르면서 상태가 괜찮아졌다. 나는 우선 침대에 누워있는 나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다가갔다. 여전히 푸른빛을 띠고 있다. 다시 들어가기 위해 노력해봤지만 내 몸은 너무 뜨거워서 손을 댈 수 없었다. 몇 번의 실패를 더하고 나서 상태가 괜찮아지면 다시 하기로 하고 우선 화장실로 가서 거울을 봤다. 하지만 나의 모습은 거울에 비춰지지 않는다. 지금 내가 영혼이라는 게 조금은 실감이 난다. 점점 상황을 파악해 갈수록 심각하다는 느낌이 들어 계속 몸으로 들어가려고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다.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벽에 기대어 앉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데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검은 도포에 붉은 갑옷으로 무장한 걸 보니 저승사자인 것 같다. 그는 침대에 누워 있는 내 몸을 슬쩍 보고나서 이쪽으로 다가왔다.


“귀신으로 변하기 전에 얼른 보내주마. 그 곳은 이 곳보다 훨씬 따뜻할 것이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내 머리에 손을 대고 내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내 밑에 원이 그려지면서 무언가 생긴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산 채로 저승에 보내질 것 같아 저승사자의 손을 뿌리치고 문 밖으로 도망치려 했다. 그러자 그의 소매에서 네 갈래의 쇠사슬이 나와 나를 묶었다.


“다 널 위해서 그러는 거다. 이만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저승으로 가거라.”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제 몸은 저기에 제대로 살아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영혼만 분리되어 있는 것도 귀신이 갑자기 습격해서 그런 겁니다.”


“네 영혼에서 나오는 기운은 몸이 죽은 다음 빠져나온 혼이 내뿜는 기운이다. 잠시 밖에 나온 생령이었다면 내가 너를 찾아 이 곳까지 오지도 않았을 거다. 그러니 헛소리하지 말고 얌전히 저승으로 가거라.”


“아 진짜 아니라니까요. 좀 믿어주세요.”


나는 필사적으로 저항하면서 계속 아니라고 했지만 저승사자는 믿어주지 않았고 결국 묶인 채로 이름이 세 번 연속으로 불려 불에 휩싸이면서 어딘가로 흘러갔다.


한참의 시간이 흘러간 게 느껴졌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나는 난생 처음 와보는 곳에 누워있다. 이 곳이 저승인가보다. 몸은 이제 완벽하게 귀신을 만나기 이전 상태로 돌아온 것 같고 오른 손의 능력도 그대로다. 그런데 이미 난 저승으로 와버렸다. 그 저승사자 놈 때문에 화가 나서 괜히 땅바닥에 분풀이를 하면서 욕했다. 그 놈 얼굴이라고 생각하면서 사정없이 땅바닥을 발로 후려갈기고 있는데 누군가 와서 이곳이 어디냐고 물어 본다.


자기가 죽은 지도 모르고 이 곳에 보내진 불쌍한 영혼인가보다. 나는 그에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알려주었다. 조금 정도는 충격을 먹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의외로 덤덤하다. 우리는 같이 안쪽으로 들어가는 문을 찾기 위해 성벽을 따라 걸으며 통성명을 했다. 그의 이름은 박생이고 나이는 나보다 한 살 어리고 사법고시를 준비하다가 이 곳으로 왔다고 한다. 나도 나에 대해 설명을 마치고 서로 사는 이야기를 하며 걸었다. 그러다가 커다란 성문과 그 문을 지키는 문지기를 발견했다. 성문 앞의 문지기에게 가서 나의 사정을 설명하고 도와주라고 부탁했지만 계속 딴소리만 한다. 아까 저승사자 때문에 안그래도 화가 나있던 상태라서 그와 대화를 하면 할수록 언성이 높아졌다. 그러다가 문지기가 쇠사슬을 날려 나를 묶으려고 했고 나는 반사적으로 오른손을 이용해 쳐냈다. 그러자 문지기가 무기를 들고 나에게 달려든다. 나도 짜증나서 진심으로 맞받아쳤다.


링 위에서라면 스포츠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어서 흥분을 거의 안 했지만 지금은 상대가 이성을 잃고 나를 죽이려고 달려들어서 나도 잔뜩 흥분한 상태로 죽일 각오로 놈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가격했다. 문지기는 쓰러지면서 불을 위로 쏘아 올렸고 잠시 뒤 몰려온 지원군에게 잡혀서 감옥에 갇혔다. 한 참 뒤 관리 한명이 와서 사과하며 우리를 철성에 데려다 주었고 조금 기다리니 염라대왕을 만날 수 있었다. 염라대왕에게 열심히 따졌지만 결국 지옥 정비 때문에 못 간다고 한다. 그 소리를 듣고 기분이 나빠져 염라대왕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고 다른 곳만 쳐다봤다. 중간에 이름색깔 이야기를 하기에 내 이름 색만 확인하고 다시 다른 곳을 보다가 시간이 늦어져 방으로 갔다.


잠이 안와서 계속 킥복싱 기술 연습을 하다가 힘들어서 침대에 뒹굴 거렸다. 꽤 시간이 흐르자 밖이 밝아지고 신하 한명이 와서 마을을 둘러보자고 했는데 재미없어서 안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일어나서 다시 기술 연습을 하는데 누가 와서 저승사자들이 훈련하는 걸 구경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어봤다. 그건 좀 재밌을 거 같아서 따라갔다.


작가의말

링크가 안 되네요. 동영상 보시고 싶으신 분은 제 서재에  있으니 오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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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金鰲新話)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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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7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1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3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2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8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5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2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2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9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0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1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5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4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5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49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0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1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9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5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7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9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3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5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39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3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60 3 9쪽
»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8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8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8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3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2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7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1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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