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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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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88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6.02.10 05:24
조회
396
추천
2
글자
10쪽

72화 전우치전(8)

DUMMY

선생님은 한 달에 한 번씩 나를 정기회의에 데려갔다. 시끄러운 아줌마를 보는 것은 별로였지만 항상 회의가 끝나면 고기요리를 잔뜩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 회의에 갔을 때는 낯설었지만 몇 번 더 참석하다보니 친해진 도사도 생겼다. 그는 나보다 일곱 살 많은 형이었는데 도사협회 정기회의에 오는 12명의 최상급 도사 중에서 가장 어렸다. 듣기로는 다섯 살 때부터 도술을 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경험 많은 도사들만큼 능숙했다.


그의 본명은 따로 있었지만 다른 도사들은 모두 그를 우투리라고 불렀다. 어렸을 때 매일 웃통을 까고 나다녀서 그렇게 불린다고 한다. 나도 그들을 따라 계속 우투리 형이라고 부르다보니 어느새 본명을 까먹어버렸다.


세 번째 만났을 때 그는 나에게 같이 요괴를 잡자고 제안을 했다. 화담선생은 나를 믿지 못해 고민을 좀 하다가 그 형을 믿고 보내주기로 했다. 우리는 다음 주에 보기로 하고 헤어졌다.


약속 날 아침 나는 옷을 갈아입고 부적과 대나무뿌리조각을 챙겼다. 선생님께 인사한 뒤 가려고 했지만 바빠 보여서 그냥 결계로 향했다. 힘겹게 결계를 뚫고 밖으로 나갔는데 선생님은 어느새 내 뒤에 서 있었다. 나 혼자서도 충분히 갈 수 있는데 굳이 화담선생은 만나기로 한 곳까지 동행했다. 그리고 저 멀리서 형의 차가 오는 게 보이자 그때서야 안심을 하고 돌아갔다. 우투리 형은 차에서 내려 내게 인사했다.


“잘 지냈어?”


“네. 그럭저럭 이요.”


“얼른 타. 해지기 전에 끝내야지.”


“네.”


우리는 차에 타자마자 바로 출발했다. 그는 가면서 요괴를 잡을 때 주의해야할 점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지금 잡으러 가는 요괴는 두꺼비처럼 생겼는데 혓바닥 끝에 거대한 쇠구슬 같은 게 달려서 한번 잘못 맞으면 골로 갈 수 있어. 그러니까 너는 항상 내 뒤에 있어야 돼.”


“나무에 기를 두르면 충분히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저번에 화담쌤이 날린 얼음조각도 몇 개 막았는데?”


“에이 그건 선생님이 봐준 거겠지. 그리고 너도 도사니까 금극목(金剋木) 정도는 알거 아니야.”


“그거랑 이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네 기가 나무의 성질을 띠잖아. 그렇지?”


“네. 그렇죠.”


“그리고 대부분의 요괴가 그런 것처럼 지금 잡으러 가는 놈도 쇠의 성질을 띠거든.”


“그래요?”


“화담 선생님이 설명 안 해주셨어?”


“그러고 보니 들은 것 같긴 하네요.”


“아무튼 요괴 놈들이 날리는 공격은 네 나무성질의 기로는 막기 힘들어. 그러니까 내 뒤에서 보조를 맡아줘. 알았지?”


“네.”


그 뒤로 그는 주의사항 몇 가지를 더 말하고 화제를 최신 모바일게임으로 바꿨다. 그리고 도착할 때까지 그 게임에 대해서 같이 얘기했다.


한참을 달리다가 차가 멈춘 곳은 어느 시골마을이었다. 우리는 차에서 내려 마을길을 따라 쭉 걸었다. 그늘진 곳에는 저번에 내린 눈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넓은 논 위에는 거대한 마시멜로 같은 것들이 굴러다녔다.


좁은 길을 따라 이십분 정도 걷자 작은 저수지가 나왔다. 우투리 형은 품에서 부적을 꺼낸 뒤 그 부적으로 작은 배를 접어 물 위에 가만히 놓았다. 작은 배가 천천히 저수지 중앙으로 가고 있는 동안 그는 위에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 코트도 벗고 니트도 벗고 안에 입은 흰 셔츠마저도 전부 벗었다. 그렇게 우락부락하지는 않지만 그의 몸 구석구석에는 탄탄한 근육이 자리 잡혀 있었다.


종이배가 중앙까지 가자 갑자기 밑으로 가라앉았다. 천천히 그 지점에서부터 저수지가 검게 물들어 갔다. 물 전체는 검게 변했고 형의 양 날개뼈 부근에서부터 얼음이 뻗어져 나왔다. 얼음은 독수리 날개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이제 곧 나올 거니까 너도 준비하고 있어.”


“네”


나는 부적으로 뱀 환수를 소환해 땅 속에 풀어두고 품에서 대나무 조각을 몇 개 꺼냈다. 그리고 몸 안의 기를 활성화시켜 언제든지 도술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두었다.


잠시 뒤 저수지 표면에서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오기 시작했다. 점점 더 큰 기포가 올라오더니 갑자기 커다란 물기둥이 솟구쳤다. 물이 다시 내려오면서 물기둥에 가려졌던 거대한 것이 보였다. 물 위에는 승합차정도 크기를 한 두꺼비가 떠있었다. 놈은 뒷다리로 수면을 박차고 이쪽으로 달려들었다.


우리는 빠르게 날아오는 두꺼비를 피해 뒤로 물러났다. 놈이 우리가 서있던 자리에 착지하면서 큰 소리가 났다. 그리고 땅에 내려오자마자 우리 쪽으로 혓바닥을 날렸는데 혀끝에 축구공만한 쇳덩어리가 달려있었다.


형은 한쪽날개로 자신을 덮어 혓바닥을 튕겨내고 다른 쪽 날개 끝을 두꺼비를 향하게 했다. 그의 날개 끝에서부터 얼음조각이 빠른 속도로 날아가 놈의 다리를 얼렸다. 녀석은 괴상한 소리를 내며 버둥거리다가 온 몸에서 하얀 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형은 양쪽 날개로 계속 얼음을 날렸으나 두꺼비의 혀가 이쪽저쪽으로 움직이면서 다 쳐냈다. 하얀 기가 놈의 주변을 돌면 돌수록 우둘투둘한 피부에서 점점 광택이 나기 시작했다. 색깔도 짙은 회색에서 점점 은빛으로 변했다.


그 상태에서 두꺼비가 몇 번 더 난동을 부리자 얼음은 쉽게 깨졌다. 자유롭게 된 놈은 변하기 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이쪽을 향해 돌진했다. 당황한 나와 달리 우투리 형은 침착하게 커다란 얼음벽을 세워 놈의 공격을 막았다. 얼음은 산산조각 났고 머리를 세게 부딪친 두꺼비는 잠시 비틀거렸다. 그 틈을 타 나는 미리 땅 밑에 풀어놓았던 뱀을 올라오게 해서 놈의 다리를 묶었다. 그리고 가져온 대나무조각을 성장시켜 죽창을 만든 뒤 끝에 기를 두르고 던졌다.


내가 날린 창은 두꺼비 피부에 작은 흠집만 내고 튕겨져 나갔다. 놈은 이번엔 내 쪽을 노려보더니 내가 소환한 환수를 뽑아서 한 쪽에 던져버리고 이 쪽으로 혀를 날렸다. 얼른 대나무 세 그루를 성장시켜 기를 둘렀지만 쇳덩어리가 부딪치자마자 산산조각 났다. 쇠공은 대나무를 뚫고 그대로 계속 나를 향해 날아왔다.


놈의 혀가 내게 닿기 직전 내 앞에 얼음벽이 생겼다. 벽은 나를 안전하게 지켜줬다. 잘못하면 큰 일 날 수도 있었기에 나는 아까 우투리 형이 말했던 대로 다시 그의 뒤에 자리 잡았다.


놈은 혀를 입 안에 집어넣고 우물우물 거리다가 우리를 향해 날렸다. 우투리 형은 아까처럼 날개로 몸을 감쌌다. 당연히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혀끝에 달린 쇠모양이 달랐다. 연필 끝부분 모양을 한 쇳덩어리는 날개를 뚫고 형의 겨드랑이 밑 부분에 박혔다. 그는 얼음으로 손을 감싸고 쇳덩이를 뽑아냈다. 그러자 상처부위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나는 그를 데리고 일단 풀이 우거진 곳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풀들을 성장시켜 우리를 가렸다.


“아, 너무 방심했다. 아파 죽겠네.”


“형 좀만 기다리세요. 바로 치료해드릴게요.”


“데려와 놓고 내가 이렇게 다쳐버려서 미안하다.”


“괜찮아요.”


상처부위 주변에 정화부적을 붙여 계속 부정을 빨아들이면서 다친 곳에 내 기를 불어넣어 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상처가 커서 그런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한참을 치료하던 도중 우리 주변에 만들어 뒀던 덤불이 바스락 거리더니 갑자기 두꺼비의 혓바닥이 날아왔다. 다행히 치료 받는 도중에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던 우투리 형은 두꺼운 얼음벽으로 공격을 막았다. 그를 데리고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려 했는데 그가 갑자기 멈춰 섰다.


“잠깐만 그걸 한 번 해보자.”


“뭘요?”


“지금 내가 이 일대 수증기에 담아놓았던 내 기를 전부 방출시킬 거거든 그럼 너는 그 순간에 저 놈 주변을 네 기를 실은 바람으로 감싸면 돼.”


“그럼 어떻게 되는 대요?”


“지금은 설명할 시간이 없으니까, 일단 내가 신호를 주면 바로 해.”


“네.”


그는 눈을 감고 집중을 하다가 손가락을 튕겨 딱 소리를 냈다. 그러자 두꺼비 주변에 검은 안개가 꼈다. 그 순간 나는 그 주변에 푸른 바람을 일으켰다. 그의 기가 바람에 섞여 들어오면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거세졌다. 내 바람은 회오리가 되어 놈을 감쌌다. 검푸른 기운에 가려져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 비명소리도 더 거세진 바람소리에 덮여 들리지 않게 됐다.


하늘까지 솟아오른 회오리는 한참동안 계속 휘몰아쳤다. 그리고 천천히 약해지면서 안에 갇혔던 두꺼비의 모습이 드러났다. 녀석의 피부는 다 닳아져 있었고 다리가 모두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있었다. 나는 형에게 부적을 받아 놈의 몸에 붙였다. 그러자 부적에서 검은 사슬들이 나와 두꺼비를 묶었다.


형은 어딘가에 전화를 걸고 나에게 치료를 받았다. 치료하는 동안 방금 했던 게 무엇인지 설명해주었다.


“수생목(水生木)에 의하면 물의 기운이 나무의 기운을 강하게 해주잖아. 그래서 내 기로 네 힘을 증폭시킨 거야.”


“처음부터 이렇게 했으면 됐잖아요.”


“그게 나도 처음 해보는 거라서 이론대로 잘 될지 확신이 안 섰어. 그리고 나무에 물을 과하게 주면 뿌리가 썩듯이 내 기를 적당하게 조절하지 못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으니까 안했던 거야.”


“그래도 잘 돼서 다행이네요.”


“그러게 우리가 호흡이 잘 맞아서 다행이었지.”


한참이 지나자 다른 도사 일행이 도착했다. 몇몇은 두꺼비를 다른 곳으로 가져가고 다른 이들은 형을 치료소로 데려가 치료를 계속 했다. 나는 일을 마무리하고 화담 선생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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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1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1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4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3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9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5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3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3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9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1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2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2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7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6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5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5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50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1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8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1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9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6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9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8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9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4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6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40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4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60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8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8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9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4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3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8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2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80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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