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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61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6.01.06 00:30
조회
439
추천
4
글자
8쪽

50화 설공찬전(7)

DUMMY

나비를 다루던 여인과 헤어진 후 정보 수집을 다시 시작했다. 여인은 귀신을 처치할 때 부정을 봉인하고 육체를 부숴야 한다고 했지만 나에게 그런 재능은 없기 때문에 이전의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기로 했다. 짓밟고 부숴서 존재 자체를 위협한 다음 정보를 캐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밤이 끝나기 전 하나라도 더 많은 귀신을 만나기 위해 불길함을 향해 계속 걸었다.


가장 불길한 장소에 도착하자 귀신 넷이 한꺼번에 나타났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귀신을 봐왔지만 이렇게 여럿이서 행동하는 귀신들은 처음이다. 게다가 약한 귀신들이 아니다. 가장 강해보이는 놈은 그 때 그 아이귀신보다는 덜하지만 상당히 짙은 색을 가득 품고 있다.


우선은 이렇게 넓은 곳에서 싸우면 놈들에게 둘러싸여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 같아서 뒤돌아서 도망쳤다. 녀석들이 계속 쫓아온다. 이대로 가다간 무조건 따라잡힐 것 같아 내가 싸우기 유리한 장소를 탐색했다. 그러던 중 근처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 아파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원래는 복도에서 싸울 생각이었지만 위쪽에 자리 잡는 것이 좋다고 판단해 계단을 올라가 위층에서 기다렸다. 놈들은 나를 쫓아 계단을 올라온다. 수적으로 불리하다. 하지만 이 곳은 좁고 나는 놈들보다 안정적인 장소에 있다.


먼저 맨 앞에 올라오는 귀신의 머리가 보여서 발로 후려 찼다. 놈의 머리는 계단난간에 부딪치고 그 자리에 쓰려졌다. 뒤에 있던 다른 귀신이 쓰러지는 놈을 피하며 손에 부정한 기운을 가득 담고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양손으로 놈의 두 손목을 잡고 놈이 올라오지 못하게 버텼다. 오른 손은 그의 부정한 기운에 계속 닿아 있어도 멀쩡했지만 왼손은 신경을 건드는 것처럼 조금씩 시려오기 시작했다. 더 잡고 있으면 위험하다고 판단돼 발로 명치를 차서 놈을 떨어트렸다. 발차기를 하고 발을 내려놓는데 바로 밑에가 계단이라 넘어질 뻔 했다. 다행히 옆의 난간을 잡고 다시 중심을 잡았지만 그 휘청한 잠깐의 순간에 뒤에 있던 다른 귀신이 쓰러진 놈들을 밟고 올라와 내게 주먹을 날렸다. 날아온 주먹은 내 이마에 맞았고 충격에 잠깐 동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사이 녀석에게 잡혔다. 떨쳐내기 위해 우선 하체를 뒤로 뺀 다음 순간적으로 무릎을 날려 갈비뼈를 가격하고 느슨해진 녀석의 손을 뿌리치고 남은 녀석까지 올라오기 전에 2층 복도로 물러섰다. 내 무릎에 맞은 녀석은 맞은 부위를 움켜쥐고 다른 한 놈과 같이 나를 쫓아왔다.


복도는 계단보다 넓기 때문에 한꺼번에 공격당할 가능성이 있다. 먼저 공격당하기 전에 부상을 입은 더 약한 녀석부터 처리해야 한다. 두 놈이 거리를 좁히기 전에 내가 먼저 달려들어 방금 무릎으로 찍은 부분을 한 번 더 발로 차고 다시 거리를 좁혀 주먹으로 다시 짧게 끊어 쳤다. 놈은 연속으로 세 번 맞은 부위를 움켜쥔 채 더 이상 일어나지 못 한다. 하지만 이 놈에게 정신을 팔린 사이 다른 놈은 내 뒤로 와서 헤드락을 걸었다. 크게 답답함을 느껴 빨리 벗어나기 위해 내 뒤통수로 뒤에 있는 놈의 얼굴을 치고 발뒤꿈치로 허벅지 옆쪽을 찍었다. 조르기가 느슨해진 틈을 타 오른손에 은빛을 두르고 녀석의 팔을 베어 헤드락을 풀고 그대로 뒤돌아서 가슴을 찔렀다. 그러자 놈의 몸이 가루가 되어 사라지면서 안에 있던 검은 덩어리에서 보랏빛 불길한 기운이 퍼져나간다. 다른 귀신 놈들도 지금 제거해 놓지 않으면 나중에 습격당할 것 같아서 차례로 쓰러져 있는 놈들의 가슴을 꿰뚫었다. 놈들의 몸도 가루가 되어 사라졌고 부정은 좁은 계단을 가득 채우고 나서 서서히 다른 곳으로 퍼져 나갔다.


아파트를 나와 쉴 곳을 찾아 걷다가 아파트 근처에 있는 공원에 가서 벤치에 앉았다. 조금만 실수해도 당할 수 있었기에 싸우는 동안 계속 극도로 긴장했었다. 그 탓에 싸움이 끝난 지금은 몸 전체가 축 처진다. 그리고 아까 귀신의 부정에 오래 닿았던 부분들이 시려 온다. 특히나 보라색 기운에 가장 오래 닿아 있었던 왼손의 감각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가로등 불빛에 비춰 자세히 살펴보니 손 전체에 거뭇거뭇하게 부정이 묻어있다. 부정은 꿈틀거리면서 점점 더 퍼져나가며 귀신들이 뿜어내던 보랏빛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이것이 더 퍼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오른손 손톱 끝에 은빛을 집중시켜 부정을 긁어냈다. 하지만 부정이 뿜어내는 보랏빛 기운만 긁혀 떨어지고 부정 그 자체는 속까지 깊이 자리 잡아 벗겨지지 않는다. 부정이 번지는 것이라도 막기 위해 은색 기운을 손날에 모아 예리하게 한 뒤 왼손 손목을 빙 둘러 그어 경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너무 피곤했기에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쉬고 나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동쪽하늘로부터 태양이 솟아올라 세상을 밝혔다. 하지만 이 곳은 별로 밝아지지 않았다. 태양이 떠올랐음에도 이 주변은 안개가 낀 것처럼 부정으로 덮여 전혀 밝아진 게 느껴지지 않는다. 평소 같았으면 부정은 햇빛을 피해 음지로 숨었겠지만 요 며칠사이 이 주변의 부정은 태양도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로 진해져버렸다. 확실히 밤에 만나는 귀신도 점점 많아졌다. 이 곳에 더 이상 머무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농도 짙은 부정이 태양을 피하기 위해 내 왼팔에 있는 부정에 들어오려 한다. 은빛으로 휘저어 흩어내려 했지만 부정은 또 다른 부정을 불러 모아 나를 삼키려 한다. 이 곳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공원을 떠나 몇 시간 동안 정처 없이 돌아다녔다. 부정의 안개에서 벗어나 햇볕이 잘 드는 곳으로 왔다고 생각했지만 왼팔에 박힌 부정은 계속해서 또 다른 부정을 불러왔다. 이렇게 계속 도망 다니기만 하다가는 그 놈들을 찾아내지 못한다. 인간의 육체가 필요하다.


부정에 쫓겨 이리저리 헤매던 중 사촌동생인 설공침이 살고 있는 곳으로 왔다. 나보다 4살 어린 그는 학교가 집에서 멀어 이 근처 원룸에서 따로 살고 있다. 우리 집에 가까이 있어서 평소에 자주 놀러갔기 때문에 현관 비밀번호도 알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거리에 있는 아무에게나 들어가 바로 부정을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무작정 타인의 몸에 들어갔다가는 자칫 그 사람의 생활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에 생활패턴을 알고 있는 설공침의 몸에 들어가기로 하고 그의 방에 들어갔다.


아침 10시인데도 그는 자고 있다. 영혼이 무의식 속에 잠겨 있기 때문에 쉽게 침투하여 몸의 주도권을 빼앗을 수 있었다. 그의 영혼이 깨어나 다시 몸을 차지하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에 힘으로 눌러 무의식 속 깊은 곳에 몰아붙인 뒤 집중하여 은빛을 최대한 예리하게 하고 경계를 그었다. 아마 한 동안은 깨어나지 못 할 것이다. 처음 이 힘을 얻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알게 된 능력이지만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기에 실제로 쓸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비록 몸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내 사정 때문에 앞으로의 그의 생활을 망칠 수는 없다. 그래서 해가 떠 있을 때는 설공침의 대학생활을 대신 해주고 저녁에는 귀신을 쫓는 일을 하기로 했다. 전공도 나와 같기 때문에 쉽게 대신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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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金鰲新話)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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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7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1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3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2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8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5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2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2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9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0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1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5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4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5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49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0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1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9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5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7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9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3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5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 50화 설공찬전(7) 16.01.06 440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3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60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8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8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8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3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2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7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2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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