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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71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6.01.13 22:30
조회
483
추천
5
글자
7쪽

55화 설공찬전(12)

DUMMY

위층에 올라가서 수상한 것이 있던 곳으로 향했다. 분명 위치상 이 동아리 방 안에 있다. 노크를 하고 문을 여니 안에서 회의를 하고 있던 여러 사람들이 전부 나를 쳐다본다. 그 중 어떤 남자의 어깨에는 진한 기운을 두른 여자 귀신이 기대고 있었다. 그 귀신은 나를 발견하자마자 눈에 빨간 불을 켜고 달려든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회의를 방해한 것에 대해 사과도 하지 못하고 바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귀신은 계속해서 쫓아온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싸울 수는 없으니 최대한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갔다.


사람이 없는 건물 뒤로 가서 싸움을 시작했다. 왼손에는 은장도를 들고 오른손에는 삼수를 개방하고 자세를 갖췄다. 귀신이 부정 가득 찬 손을 휘두르기에 오른손으로 잡고 팔목을 꺾은 뒤 세 차례 정도 손목을 그었다. 괴로워하던 귀신은 팔이 꺾인 상태에서 뛰어 올라 내 머리를 노리고 발차기를 날렸다. 팔로 막기는 했지만 충격 때문에 잡고 있던 귀신의 손을 놔버렸다. 귀신은 다시 자유로워진 손에 보랏빛기운을 가득 담고 빠르게 휘두른다.


몇 번 피하면서 패턴을 익힌 뒤 휘두르는 타이밍에 맞춰 은장도를 대고 있자 귀신이 알아서 손을 꽂아준다. 칼을 빼지 못하게 오른손으로 은장도가 꽂힌 팔을 잡고 더 깊게 찔러 넣었다. 귀신은 발버둥 치며 계속 은장도를 빼내려 했다. 그래서 팔을 내 쪽으로 잡아당기면서 발을 걸어 넘어트리는 동시에 잡고 있던 팔을 뒤로 꺾었다. 그 다음 한쪽 무릎으로는 등을 누르고 다른 한쪽 무릎으로는 남은 팔을 눌러 못 움직이게 했다.


완전히 제압하고 나자 한번 은장도의 힘을 실험해보고 싶어졌다. 할아버지가 내게 해주셨던 것처럼 깊이 박힌 은장도에 천천히 힘을 불어넣었다. 칼날에서 푸른 은빛이 뿜어 나온 다음 칼을 뽑자 칼에는 검은 덩어리들이 함께 묻어져 나온다. 이걸 털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유로워진 귀신은 서서히 몸을 일으키고 애처로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귀신의 눈은 거의 흰색에 가까웠고 주위의 기운도 보라색보다는 파란색에 가까워 졌다. 귀신은 계속 나를 쳐다보다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저 좀 구해주세요.”


그 말을 하고 나서 조금 뒤 귀신의 표정은 점점 딱딱해졌다. 그러다 갑자기 눈이 붉게 변하고 두르고 있던 기운도 처음 봤을 때처럼 진해지더니 다시 내게 덤벼들었다. 이미 부정이 쌓인 지 오래돼서 이 은장도로는 원래대로 할 수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다시 해보면 될 지도 몰라 한 번 더 제압하고 같은 방식을 반복했다. 연해진 그녀의 눈 색과 기운은 잠시 뒤 다시 진해졌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몇 번을 더 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하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나아지는 것은 잠시뿐 언제나 같은 상태로 돌아갔다. 평소 같았으면 부정을 뽑아내는 힘이 있더라도 바로 핵을 부수어 존재를 지웠겠지만 그녀가 부탁할 때의 그 눈빛이 잊히지 않아서 다시 달려드는 그녀에게 또다시 같은 짓을 반복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변화가 없었다. 나는 그녀를 구할 수 없다. 이제 슬슬 지쳐간다. 어쩌면 계속 귀신으로 내버려두는 것보다 그냥 없애주는 게 그녀 입장에서 더 나을지도 모른다. 완전히 소멸시킬 생각으로 또 다시 달려오는 그녀의 심장부분을 노렸다. 그 순간 어딘가에서 사슬이 날아와 그녀를 묶었다.


사슬이 날아온 곳에는 무장을 한 저승사자가 있었다. 저승사자는 사슬에 불을 흘려보내 귀신의 자색 기운을 누그러뜨리고 이쪽으로 와서 귀신의 밑에 네모난 철문을 만들어냈다. 저승사자가 철문위에 불을 흘려 넣자 문이 열리면서 밑에서 붉은 밧줄이 올라와 귀신을 묶었다. 저승사자는 사슬을 집어넣고 품에서 붉은 종이와 붓을 꺼내 무언가 적은 다음 귀신의 이마에 붙였다. 그러자 귀신은 천천히 밑으로 끌려 내려간다. 귀신이 완전히 내려가자 저승사자는 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한다.


“오랜만입니다. 설공찬 공”


“누구세요?”


“저번에 저승에서 두 번이나 같이 겨루기를 같이 한 이덕춘 차사입니다.”


“아, 기억났어요. 반가워요.”


“귀신에게 습격당하셨는데 괜찮으신가요?”


“뭐 매일 있는 일인데 걱정 안하셔도 돼요.”


“죄송합니다. 원래 이 정도로 부정을 많이 탄 귀신들은 얼른 찾아서 저승으로 끌고 가는데 요새 일직사자 분들께서 지귀라는 귀신 때문에 굉장히 바쁘셔서 다른 귀신들은 전부 저 같은 차사들이 처리하게 됐습니다. 저를 포함한 다른 차사들이 열심히 노력하겠지만 한 동안은 평소보다 귀신이 많을 겁니다. 부디 몸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저는 일이 밀려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가보세요.”


저승사자는 서둘러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저번에 단도로 붙었을 때는 이기지 못해서 살짝 분해하고 있었는데 역시 훌륭한 차사라서 그런지 좋은 타이밍에 와줬다. 정말 다행이다. 그가 조금만 더 늦게 왔다면 나는 그녀를 부쉈을 것이다.


차사와 헤어지고 나서 오후수업을 다 들은 뒤 방으로 돌아왔다. 저녁은 그냥 있는 밥에다가 계란프라이를 얹은 뒤 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비벼 먹고 산으로 가는 지하철역에 갔다. 마침 도착한 지하철에 올라타고 한 시간정도 가서 산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슬슬 어두워지려 해서 서둘러 산을 올랐다. 다행이도 약속장소에 도착할 때까지는 주변이 보였다. 도착하고 조금 지나니 호랑이가 왔다.


“자 바로 시작하자.”


“그 전에 몇 가지 물어봐도 되나요?”


“그래 얼마든지 물어보려무나.”


“아까 오전에 한 번 그리고 점심 때 한 번 온 세상이 백색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때는 훈련을 할 때와는 달리 사람들의 영혼이 어렴풋이 보이더군요. 어제 한 훈련의 결과로 이렇게 된 것 같은데 만약 훈련을 다 끝내고 자수를 완전히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어느 수준까지 가능하나요?”


“지금은 약간 흐릿한 상태로 보이겠지만 일단 자수를 개방하게 되면 영혼의 본질을 볼 수 있지. 영혼의 성질, 세기, 음양의 흐름 그리고 부정 등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나올 때 마다 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데 싸움에 도움이 될까요?”


“걱정하지 말거라. 지금은 너의 나머지 감각과 따로 작동하지만 네가 자수를 완벽하게 다룰 줄 알게 되면 다른 오감과 동시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물어볼게 없으면 이만 훈련을 시작하겠다.”


“네.”


은장도를 들고 미간을 찌르니 다시 어제처럼 머리가 핑 돌면서 쓰러졌다.


다시 하얀 세상이 펼쳐진다.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밖과 이 곳은 완전히 차단된 것 같다. 분명 이 주변에 호랑이의 영혼이 보여야 하는데 호랑이의 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없다. 그저 짧은지 긴지 모를 시간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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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金鰲新話)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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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7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1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3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3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8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5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3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2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9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0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2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5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4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5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49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1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1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9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6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7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9 3 7쪽
»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4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6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40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3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60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8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8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9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3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3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7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2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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