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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38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5.12.12 18:02
조회
277
추천
5
글자
7쪽

36화 남염부주지(3)

DUMMY

“네 놈 정체가 뭐냐?”


“전 그냥 억울하게 저승으로 온 불쌍한 사람입니다. 제가 원하는 건 그저 윗사람이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입니다.”


“거짓말하지마라. 네 놈의 기술을 보니 바다 건너의 무리가 분명하다. 네놈 소원대로 높은 분을 만나게 해주지 네놈의 처벌을 논하는 재판에서 말이다.”


문지기는 사슬을 집어넣고 두 손으로 창을 잡고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설공찬의 다리를 노리고 빠르게 찔렀다. 그는 옆으로 살짝 돌아 스치듯이 창을 피했고 창은 철가루에 박혔다. 그 틈을 타 설공찬은 땅에 박혀 고정된 창대를 발판 삼아 뛰어올라 그의 키보다 20센티미터는 커 보이는 문지기의 얼굴을 후려 찼다. 문지기는 창을 내버려두고 맞은 곳을 손으로 감싸며 뒤로 물러나 몽둥이를 집어 들며 말했다.


“네 이놈 사지 멀쩡히 돌아갈 생각은 하지 말거라.”


문지기는 사슬을 꺼내어 몽둥이의 손잡이 부분에 감고 빙글빙글 돌리다가 설공찬을 향해 날린다. 그가 피하긴 했지만 굉음과 함께 몽둥이가 충돌한 땅에 큰 구덩이가 생긴다. 한 대라도 맞았다간 뼈가 산산조각 날 것이다. 사슬이 길게 잡아 당겼다가 놓은 줄자처럼 소매 안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몽둥이가 다시 문지기의 손에 들어온다. 그리고 다시 사슬을 길게 내빼어 잡고 빙글빙글 돌리며 설공찬을 노린다. 이번에 그는 날아오는 몽둥이를 피하며 문지기 쪽으로 깊게 파고들려 한다.


하지만 몽둥이가 돌아오는 속도가 더 빨랐다. 그가 공격하기 전 몽둥이는 이미 문지기 손에 있었고 휘두르는 몽둥이를 피해 거리를 벌리며 창이 꽂혀있는 곳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또 다시 몽둥이가 날아온다. 이번에 그는 다른 곳으로 피하지 않고 파묻힌 창을 뽑아 몽둥이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살짝 숙여 피하고 창대로 사슬을 강하게 쳤다. 그러자 직선으로 운동하던 몽둥이가 창대를 기준으로 회전하면서 사슬이 창대에 감기게 된다. 그 창대를 지면에 밖아 넣고 그는 문지기를 향해 달려든다. 문지기는 사슬을 없애고 오른손 주먹을 뻗었으나 설공찬은 상체를 낮추며 앞에 놓은 왼발을 축으로 시계방향으로 돌아 주먹을 피하면서 오른팔 팔꿈치로 문지기의 옆구리를 가격한다. 문지기는 옆구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하다가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 불꽃을 쏘고는 쓰러진다.


잠시 뒤 성문이 열리고 열댓 명의 병사들이 나와 쓰러진 문지기를 발견하고 나까지 같이 빙 둘러 에워싸고 창을 겨눈다. 우린 그대로 포박 당하고 눈이 가려진 채 어딘가로 끌려간다.


“저기 저는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나가기만 하던 중이었는데.”


항의를 해도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저 그들은 우리를 어딘가로 끌고 간다. 한 참을 어딘가의 계단을 올라가고 나서 눈에 감긴 천을 풀어주고 철장 안에 가뒀다. 옆의 설공찬은 계속 분을 삭이지 못 하고 있었고 나는 꿈 한 번 요란하다고 감탄하고 있었다. 그 곳에서 갇히고 시간이 좀 지나자 그의 표정이 점점 풀렸다. 이제 진정이 좀 됐는지 그는 내게 사과했다.


“미안하다. 괜히 나 때문에 말려들어서”


“괜찮아요. 뭐 저 쪽에서도 알아보고 해결해주겠죠.”


그렇게 한 참을 지루한 시간이 계속되자 그도 심심했는지 어떻게 해서 귀신을 잡기 시작했는지 이야기 해주었다.


“내가 영기가 강했던 모양인지 어렸을 때부터 귀신이 보이기 시작했어. 그런데 내가 아무리 귀신이 보인다고 해도 어른들이 안 믿어줘서 아 내가 좀 다른가보다 생각하고 귀신을 무시했지. 그러다가 중학교 3학년 때 추석이라서 시골 할아버지 집에 내려갔는데 그 때부터 뭔가 달라졌어. 그날 어린 사촌동생들의 놀아달라고 계속 졸라대 길래 같이 숨바꼭질을 시작했다. 술래가 돼서 애들을 찾다가 할아버지 방에서 장롱을 열어봤는데 거기서 요상한 빛이 맴도는 은장도가 있었어. 그래서 이게 뭔가 해서 오른손으로 잡았더니 은장도가 막 떨리다가 갑자기 하얀 빛을 핑 하고 뿜어내는 거야. 그 빛 때문에 잠시 동안 온 세상이 하얀색으로만 보이다가 눈앞에 이상한 것들이 막 지나간 다음에 원래대로 돌아왔어. 은장도를 제자리에 두고 얘들 다 찾고 나서 심부름하러 마당에 나왔는데 평소라면 서로 무시하고 넘어갈 귀신이 갑자기 나한테 달려드는 거야. 그래서 나도 모르게 오른 손을 휘둘렀는데 손에 이런 게 생기더라고.”


그가 내게 손을 내밀자 그의 손이 은색 빛으로 빛나면서 호랑이 무늬가 나타난다. 그리고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렸다.


“어때 신기하지. 이걸로 그 귀신을 쫓아내고 나서 하던 심부름을 마저 하고 다시 할아버지 방에 갔는데 장롱을 잠그셨더라고 그래서 그게 뭐였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 아무튼 그날부터 가끔 귀신이 덤벼 오 길래 격투기도 익히고 했지.”


“혹시 무에타이 배우셨어요? 아까 싸울 때 팔꿈치로 찍는 거 보니까 무에타이 배우신거 같은데”


“무에타이랑 같이 킥복싱도 한 5년 정도 했어.”


“저도 고등학교 때 체력 좀 기르려고 복싱 체육관 다녔었는데 격투기 종류는 계속하기 엄청 힘들더라고요. 오랫동안 하신거 보면 대단하시네요.”


“처음에만 좀 힘들었지 하다보니까 익숙해졌어.”


우리는 그 뒤로 계속 격투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UFC 선수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어떤 격투기가 실전에서 제일 강한가에 대해 토론하기도 하고 몇 개월 전에 있었던 실망스러운 두 복싱선수의 대결에 대해서 불평을 늘어놓기도 하면서 가까워졌다. 몇 시간동안 계속 그런 이야기를 하던 중 꽤 직위가 있어 보이는 사람이 우리를 방문해서 문을 열어주고 포박을 풀어준 뒤 사과한다.


“부하의 무례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요새 흉흉한 사건이 있어서 그랬던 모양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두 분 모두 원래 지금 이승에 계셔야하는데 이 곳으로 잘못 보내졌습니다. 이런 일은 드물어서 저희 쪽에서도 상황 파악하는 게 늦어졌습니다. 염라대왕님께서도 직접 사과하시고 싶으시다니 성으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그를 따라 감옥을 나와 계단을 내려왔다. 그리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우리가 성벽 내부의 감옥에 갇혀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성벽 안 쪽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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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金鰲新話)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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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7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0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3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2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7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8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4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2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2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8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0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1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5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3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4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4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49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0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0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4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8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5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7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7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8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3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6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5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39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19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3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2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59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7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7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8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7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1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3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2 5 8쪽
»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7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5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1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3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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