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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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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81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5.12.11 21:54
조회
527
추천
5
글자
8쪽

35화 남염부주지(2)

DUMMY

“참 대단한 분이네. 저런 자가 저승사자 일을 해야 되는데 어째서 아무 생각 없이 사슬이나 휘두르는 놈이 뽑힌 건지. 에휴~”


주악은 언제나 그랬듯이 악담을 퍼부었다. 처음에는 조금 불편했는데 한 달 간 계속 듣다보니 이제는 너무 익숙해졌다. 가끔은 그가 악담을 안 하고 넘어가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주선동자도 계속 그를 혼내다가 어느새 포기한 것 같다. 둘이 함께한 세월동안 계속 그의 버릇을 고치려고 노력한 모양이니 이제 지칠 만도 하다.


“그러게 저 형정도의 능력이라면 훈련을 안 받고도 충분히 차사 일을 할 수 있겠다.”


“차사님도 충분히 잘 하고 계십니다. 오늘 하셨던 귀신의 영혼만 빼내는 것도 꽤 까다로운 작업인데 잘 해내셨지 않습니까.”


“아니야. 더 노력해야지. 오늘 일 다 끝났으면 이만 돌아 가봐. 너희도 바쁘잖아.”


“네 그럼 저희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동자들도 돌아갔고 명부의 자료에 나와 있는 오늘 업무도 다 끝났다. 이제 집에 가서 돈가스나 먹으며 공부하려는데 동자들을 따라 아무 생각없이 달려와서 여기가 어디쯤인지도 모르겠다. 휴대폰 지도로 집까지 가는 길을 검색해보니 걸어서는 한 시간 반이나 걸린다. 신체 능력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아까 싸움으로 지치기도 하고 해서 하는 수 없이 버스로 가는 법을 검색해 주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 문득 설공찬과 만났던 저승에서의 날들이 떠올랐다.


3월 7일 아침 어느 교차로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도로에 누워있다. 아니 누워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여기 있는데 왜 저기에도 있는지 모르겠고 왜 사람들이 누워있는 내게 몰려드는 지도 모르겠다. 머리가 점점 멍해지면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됐다. 그저 굉장히 추우니 빨리 따뜻한 이불 속에 들어가 잠들고 싶은 기분만 들었다. 내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도 기억 못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계속 걸어가는데 누군가 내게 다가온다. 그는 내 머리에 손을 얹고 내 이름을 부른다. 따뜻하다. 온 몸이 따뜻해지면서 잠이 쏟아진다.


철썩이는 소리에 깨어보니 어느 바닷가다. 바다 빛깔이 노을을 담은 것처럼 굉장히 붉다. 바닷가의 모래도 붉다. 가만 보니 모래가 아니라 녹이 슨 철가루인 것 같다. 하늘을 바라보니 짙은 황토색이다. 태양도 구름도 달도 별도 없다. 그저 황량한 하늘에 거대한 불기둥만 솟구친다. 분명 꿈일 것이다. 감각이 이토록 생생하지만 꿈일 것이다. 지구상에 이런 이상한 곳이 있을 리가 없다. 설령 있다고 해도 내가 지금 이런 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 분명 꿈이다. 그것도 뭔가 이때까지와는 다른 특별한 꿈이다.


바닷가를 따라 철로 된 거대한 성벽이 세워져 있다. 문득 안은 어떨까 궁금증이 생겼다. 성벽을 따라가다 보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며 계속 걸었다. 꽤 오랫동안 걸었는데도 같은 풍경만 반복되어 지루해 하고 있던 때에 멀리서 사람의 형상이 보인다. 점점 가까워지고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나보다 약간 나이가 많아 보이는 남자다. 남자는 굉장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혼자서 불평을 하며 땅바닥을 발로 차고 있었다.


“이 진짜 멍청한 저승사자 놈 내가 그렇게 아니라고 했는데 듣지도 않고 바로 여기로 보내버리네. 도대체 여기선 일처리를 어떻게 하는데 이딴 일이 생기냐. 나 참 어이가 없네.”


그런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기 혹시 여기가 어딘지 아세요?”


“후우~ 충격먹지 말고 들으세요. 그 쪽은 이미 죽었고 여기는 저승이에요. 혹시 오기 전에 저승사자 같은 거 못 봤어요?”


이곳이 저승이라고 하는 걸 보니 꿈이란 확신이 든다. 내가 이 젊은 나이에 벌써 죽었을 리도 없고 죽었다고 하더라도 저승 같은 게 이 세상에 존재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 의하면 꿈은 내 무의식 속 소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한다는데 아마 어린 시절에 돌아가신 부모님을 만나고 싶어 하던 마음이 무의식 속에서 이런 꿈으로 표현된 모양이다. 어쩌면 나 자신을 더 알게 될 기회가 될지도 모르니 꿈속을 자세히 살펴보다 깨야겠다.


“그러고 보니 본 거 같기도 하네요. 그런데 저승인데 이 벽 말고는 아무것도 안 보이네요. 혹시 안으로 어떻게 들어가는지 아세요?”


“저도 지금 찾으려고 하는데 같이 가죠.”


함께 벽을 따라 걸으면서 서로 통성명을 했다.


“저는 설공찬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아 전 박생입니다.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스물일곱입니다.”


“저보다 형이시네요. 그냥 말 편하게 하세요.”


“그럼 말 놓을게. 생아 여기 오기 전엔 무슨 일 하고 있었어?”


“전 사법고시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래? 머리 좋나보네.”


“아니요. 머리가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꿈이어서요. 형은 뭐하다가 오셨어요?”


“나야 뭐 취업준비하면서 취미로 가끔씩 귀신같은 거 퇴치하거나 했지. 원래 다른 사람한테는 말해도 안 믿을 거 같아서 비밀로 해왔는데 여기서 말하는데 믿겠지.”


“귀신이요? 그런 게 실제로 있어요?”


“저승사자도 있고 저승도 있는데 귀신이라고 없겠어? 몸이랑 영혼이랑 분리된 것도 귀신이 습격해서 그런 건데 계속 말해도 저승사자 놈이 듣지를 않고 다짜고짜 이리로 보냈다니까. 저항하려고 해도 힘이 안 들어가서 그냥 이리로 보내졌다만 염라대왕이라도 만나서 따져야겠다.”


이야기하면서 걷다보니 커다란 성문이 보인다. 굳게 닫힌 성문 앞에는 창과 쇠몽둥이를 든 험악하게 생긴 문지기가 있었다. 우리는 그에게 다가갔다.


“이것 참 성 밖으로 잘못 떨어진 영혼들인가 보네. 너희들 환생할 거냐 아니면 안에서 가족이라도 기다릴 거냐? 이 곳은 저승사자 분들이 지나가는 문이니 바로 환생할거면 여기서 더 가서 나오는 첫 번째 문으로 들어가고 마을에 머물 거면 첫 번째 문에서 좀 더 가서 나오는 다른 문으로 들어가는 게 좋을 거다.”


여기서 환생을 택하면 무의식 속에서 내가 되고 싶었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 같고 마을을 택하면 기억 속의 부모님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두 선택 중 그리웠던 부모님을 보는 쪽이 더 마음에 와 닿아 두번 째 문으로 이동하려는데 옆에 있던 설공찬이 문지기에게 항의한다.


“그게 아니라. 저는 제 몸이 살아 있는데도 어떤 저승사자의 실수로 이 곳에 보내졌습니다. 그러니 다시 이승으로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허허 이런 놈들이 꼭 있지. 자네는 죽었으니 여기로 온 거야. 언제까지 현실을 부정할거냐?”


“진짜입니다. 믿어주세요. 의심이 가신다면 가서 확인이라도 해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그럼 마을로 가서 기다렸다가 적절한 절차를 밟고 담당기관에서 확인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라.”


“이승에서 빨리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바로 담당자를 좀 만날 수 있습니까?”


“안 돼. 어서 다른 문으로 가봐.”


“제발 좀 부탁드립니다.”


“어허 이 놈이 안 된다니까.”


“저승사자 잘못으로 억울하게 끌려온 사람의 부탁도 못 들어줍니까?”


“이 놈이 이거 이제 말로는 안 되겠네.”


설공찬의 계속되는 부탁에 귀찮았는지 문지기는 몽둥이를 내려 두고 소매에서 쇠사슬을 내보내어 그를 묶으려고 한다. 그가 문지기에게 끌려가면 짧은 만남도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손날이 은빛으로 빛나면서 날아오는 쇠사슬을 잘라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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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金鰲新話)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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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8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1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4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3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9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5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3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3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9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1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2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5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5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5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50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1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1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9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6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8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9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4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6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40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4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60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8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8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9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4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3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8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2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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