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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42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5.12.18 01:30
조회
371
추천
6
글자
9쪽

39화 남염부주지(6)

DUMMY

거리를 걸으며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다림에 지쳐 있었다. 자기가 기다리고 있는 가족이 언제 올지 알 수 없는데다가 혹시나 기다리던 이가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바로 환생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하고 있었다. 이들은 적게는 1년 많게는 3년까지 여기서 기다리다가 결국 포기하고 환생한다고 한다.


간혹 가족을 기다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승에서의 삶에 염증이 나서 머무르는 자도 있었다.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했던 위쪽세상과 달리 이 곳에서는 굳이 일을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몸 생각 안하고 일만 하다가 과로로 쓰러져 저승으로 오게 된 자들은 대부분 환생을 미루고 이 곳에서 여유를 즐긴다. 하지만 이들도 관리로 뽑히는 사람 말고는 3,4년 이내에 환생하는 것을 택한다고 한다. 비록 일을 안 해도 되긴 하지만 즐길 거리도 없이 긴 시간동안 아무것도 안하는 것은 지루하기 때문이다.


주변이 어두워 질 때까지 계속 마을을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에게 부모님에 대해 물었지만 아는 자가 없었다. 결국 이제 성에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관리의 말에 부모님을 만나는 것을 포기하고 성으로 향했다. 성으로 향하는 도중 귀신이 갇혀 있는 상자가 유독 눈에 띈다. 처음에 오면서 봤을 때는 그렇게 신경 쓰이지 않았는데 안에 귀신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안이 궁금해졌다. 관리에게 허락을 받고 창살 틈으로 안을 들여다봤다. 상자 가운데는 하얀 빛을 내뿜는 구슬이 있었고 한 쪽에 50대 중반 정도의 남성이 앉아있었다. 그의 몸 절반은 보라색의 불길한 기운으로 덮여있었고 눈 한쪽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이쪽으로 다가와 말을 건다.


“이게 얼마 만에 만나는 사람인지 모르겠네요. 반갑습니다. 저는 서화담이라고 합니다. 바쁘지 않으시다면 제 이야기 좀 들어주시겠습니까? 꽤나 재미있는 이야기랍니다.”


나는 관리를 바라봤고 그는 조금만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면 괜찮다고 했다.


“네. 한번 들어보죠.”


그는 자신을 도술을 부리는 도사라고 소개하고 그 증거로 손에 얼음 꽃을 피워보였다. 나는 그의 재능에 감탄하며 그의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이승에는 자신 말고도 많은 도사가 있는데 그들을 이끌며 함께 요괴나 귀신을 퇴치했다고 한다. 그는 호랑이요괴, 여우요괴 등 여러 요괴들을 퇴치하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얼음으로 모형을 만들어 그 때의 상황을 보여주어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다. 요괴 이야기가 끝나고 그는 그의 철부지 제자 이야기를 시작했다. 재능이 보여 제자로 삼았는데 철이 없어서 사고를 치고 다녔다고 한다. 그는 제자를 뛰어난 도사로 만들었지만 훌륭한 인간으로 만들지 못하고 이 곳으로 와서 걱정이 크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은 이제 제자를 볼 수 없으니 혹시나 이곳에서 그를 만나면 안부 인사라도 전해달라고 했다. 나는 도사의 부탁을 받아들이고 그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도사와 헤어지고 성 안에 도착하자 설공찬이 있는 곳으로 안내받았다. 그는 넓은 곳에서 염라대왕에게 검술을 지도 받고 있었다. 긴 목검을 다루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저번에 문지기와 싸울 때보다 훨씬 움직임이 둔해 보인다.


“이게 참 양손을 묶고 싸우는 것 같아 불편하네요. 그렇다고 한손으로 휘두르자니 중심이 안 맞아서 제대로 다룰 수가 없고 아무래도 검은 저랑 안 맞는 거 같아요.”


“검과 자신을 분리하지 말고 몸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휘둘러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그건 오랫동안 검만 잡고 산 사람들이나 되는 거겠죠. 전 이게 몸의 일부는커녕 움직일 때마다 걸리적거리는 장애물처럼 느껴져요.”


“흠......”


염라대왕은 잠시 고민하다가 여러 종류의 무기가 모여 있는 선반에서 20센티미터 정도의 나무로 된 단도 두개를 들고 와서 하나는 자기 손에 쥐고 하나는 설공찬에게 건넸다.


“그렇다면 이건 어떻습니까?”


그는 왼손에 단검을 잡고 잽을 날리듯이 찌르는 동작도 해보고 거꾸로 쥐고 훅을 날리는 것처럼 베는 동작도 해보고 나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가볍고 짧아서 제가 다루기엔 이게 더 편하네요. 양손이 자유로워서 발로도 공격 할 수 있고요.”


“그럼 먼저 잡는 법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염라대왕은 잡는 법부터 해서 몇 가지 동작을 알려주었고 설공찬은 기존의 싸움법과 비슷해서 그런지 알려주는 대로 잘 따라했다. 몇 번 연습을 하고 그들은 겨루기를 했다. 겨루기라고 해도 염라대왕은 공격을 하지 않고 휘두르는 검을 받아 내거나 흘려내며 자세에 대한 조언을 계속했다. 계속해서 휘두르는 데도 공격이 통하지 않자 설공찬은 거리를 조금 벌렸다가 순간적으로 접근해 가슴을 찌르려고 했지만 염라대왕은 살짝 돌아 피하면서 설공찬의 뒤로 돌아 목에 칼을 겨눴다.


“여기까지 하죠. 처음치고는 굉장히 훌륭하십니다.”


그렇게 그들의 훈련은 끝이 났다. 그들은 구경하던 나를 발견하자 반갑게 인사를 했고 함께 어제 차를 마시던 곳으로 갔다. 같이 훈련을 한 뒤여서 그런지 둘의 사이는 훨씬 가까워져 있었다. 어제의 그 불편했던 분위기에 비하면 같이 있기 편안했다. 차를 몇 잔 비우자 설공찬은 피곤하다며 방으로 돌아가고 나와 염라대왕만 남았다.


“선생님께 조언을 구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신하들이나 이 곳의 주민들은 저를 너무 어려워해서 무엇이 문제인지 물어도 쉽게 답해주지 않는데 선생님이라면 객관적으로 보고 답을 알려주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네.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저희 명부는 지금 인력이 부족합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이 곳에 오래 머물다가 자연스럽게 관리로 일하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관리가 되기 전에 환생해버립니다. 그래서 저승사자와 관리들 수가 줄어들어 한 사람당 해야 하는 일이 더 많아져버렸습니다. 이를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간단합니다. 사람들을 이 곳에 오래 머물게 해야 한다면 이 곳을 머물고 싶은 곳으로 만들면 됩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대부분 이 곳에서 머무는 이들은 이승에 남아있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들 중 대부분이 3년을 넘지 못 하고 환생을 선택을 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불안감 때문입니다. 이 곳에 남아 있으면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어 불안감을 없애야 사람들이 떠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믿음을 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보제공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지금 있는 인원만으로 불가능합니다.”


“마을에 많은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들도 자신들을 위한 일이라면 기꺼이 할 것입니다. 먼저 그들을 위한 기관을 만들어 관리자를 뽑고 희망하는 자들에게 정보를 주어 정리를 하게하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이 곳에 머무는 자들은 적어도 가족이 오기 전까진 머물 것이고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면 이전처럼 자연스럽게 관리를 하는 사람이 늘 것입니다.”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제가 계속 이 곳에서 일만 하느라고 바깥의 민심을 잘 살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방법 외에도 인재를 구할 방법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귀신이었던 자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귀신에서 사람이 된 자는 바로 환생시킨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들 중 분명 뛰어난 자가 있습니다. 그들을 관리로 쓰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래도 귀신이었던 자인데 이 곳에서 일을 시키기엔 뭔가 안 좋을 것 같습니다.”


“귀신이 되면 이름이 바로 검은 두루마리로 가기라도 합니까?”


“아닙니다.”


“귀신이 되고 난 뒤 나쁜 짓을 저지른 게 아니라면 다른 이들과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그 건은 내일 다른 신하들과 회의를 하고 적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신중해야 될 문제라서 말이죠.”


“그렇게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는 이만 피곤해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조언 정말 감사합니다.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선생님이라면 장래에 이 곳을 맡겨도 될 정도입니다. 최대한 말씀하신대로 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염라대왕이 날 존중해주는 태도에 기분이 좋아져 웃는 얼굴로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읽던 소설을 들고 침대에 누워 마저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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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0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3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2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7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8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4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2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2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8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0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1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5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4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4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49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0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0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4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8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5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7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7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8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3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5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39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19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3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2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59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7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7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8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7 4 8쪽
»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3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2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7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5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1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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