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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64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6.01.27 20:06
조회
430
추천
3
글자
7쪽

67화 전우치전(3)

DUMMY

6학년 마지막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이제 졸업식만 남겨두고 있던 때였다. 집에서 놀다가 봉고차가 와서 도장에 다녀온 뒤 언제나처럼 도술을 배우기 위해 여인이 있는 숲으로 들어갔다. 눈 덮인 길을 넘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걸어서 그녀와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했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반겼다.


“어서와 우치야.”


“누나 안녕하세요. 오늘은 뭘 배우나요?”


“글쎄 어제까지 완성한 게 마지막 기술이라서, 더 가르쳐주고 싶어도 더 이상 가르쳐줄게 안 남았는데?”


“네? 그럼 어떡해요?”


“어쩌긴 이제 악당들 잡으러 가야지.”


“그럼 우리도 홍길동처럼 활빈당 만들어서 같이 활동하는 거예요?”


“미안하게도 누나는 다른 볼일이 있어서 같이 못 싸워준단다. 대신 너 혼자서도 잘 해나갈 수 있게 선물을 줄게.”


여인은 품안에서 파랗게 빛나는 구슬 하나를 꺼내서 내 입에 넣어줬다. 사탕인줄 알고 받아 먹었는데 구슬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 없어졌다. 목으로 뜨거운 것이 넘어가는 게 느껴지다가 열이 온 몸으로 퍼져나갔다.


한참동안 온 몸이 후끈후끈 거렸다. 그러다가 열이 서서히 내려갈 때쯤 여인은 내게 파란 불덩이 두 개를 날렸다. 그 불덩이들은 내 두 눈에 하나씩 들어왔고 순식간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서서히 앞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주변이 어디서 많이 본 갈대밭으로 변해 있었다. 갈대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여인을 찾아봤지만 어느 곳에도 없었다. 한참동안 그녀를 찾아 돌아다녔다. 그러다 갑자기 뭔가가 튀어나왔다.


놈은 얼마 전 홍길동전 마지막 회에서 본 요괴와 똑같이 생겼다. 사람 몸에 생쥐의 머리를 하고 삼지창을 들고 있었다. 녀석이 내게 달려들길래 바람을 압축시켜 날렸다. 그러자 놈의 몸이 두부를 뭉갠 것처럼 부서졌다. 그리고 요괴의 잔해는 검은 연기가 되어 날아가 버렸다.


나는 다시 돌아다녔다. 이번에는 소머리를 한 요괴가 나왔고 같은 방식으로 없애버렸다. 그 뒤로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그리고 개머리를 한 요괴들이 차례로 나타났고 전부 다 쉽게 없앨 수 있었다. 녀석들은 모두 만화에서 봤던 놈들인데 얼마 전에 여인에게 설명해준 적이 있다. 11마리의 요괴를 다 없애고 더 헤매다보니 돼지머리를 한 놈이 나타났다. 그 놈까지 해치우자 아까처럼 눈앞이 깜깜해졌다.


천천히 시야가 밝아지면서 주변이 보였다. 나는 원래 있던 숲속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아까와는 조금 달랐다. 마치 이곳에서 싸움이 있었던 것처럼 나무에는 깊은 상처가 나있었고 길에 쌓여있던 눈들이 파여 있었다. 그리고 여인은 보이지 않았다. 숲속을 돌아다니며 여인을 찾아다니다가 해가 저물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 일주일동안 계속 숲속을 찾아다녔지만 여인은 볼 수 없었다.



그녀가 사라지고 두 달이 지났다. 나는 졸업식을 하기 위해 학교로 왔다. 친구가 없는 걸 들키기 싫어서 할아버지께는 절대 오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졸업식이 시작하고 조금 지나자 강당 안으로 할아버지가 들어오셨다. 할아버지는 카메라 가방을 매고 계셨다. 식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 계속 불편했다.


졸업식이 끝나고 다른 애들은 친한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사진을 찍었다. 역시 아무도 내게 사진을 찍자고 하지 않았다. 나는 할아버지의 소매를 잡고 빨리 학교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할아버지는 그래도 졸업식인데 사진 한 장만 찍고 나가자고 했지만 내가 짜증 섞인 목소리가 그냥 가자고 하자 내말대로 해주셨다.


우리는 학교 밖으로 나온 뒤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을 시켜먹었다. 먹는 내내 나는 왜 왔냐고 불평을 했고 할아버지는 그저 미안하다고만 하셨다. 그 뒤로 나와 할아버지의 사이는 조금 멀어졌다. 전부 내 잘못이었다. 괜히 그날 짜증부린 게 죄송해서 계속 피했다.



시간이 흘러 중학교에 입학할 때가 되었다. 입학식 전날 시내로 나가 내 몸보다 조금 큰 교복을 맞추고 새로운 가방을 샀다. 그리고 다음날 혼자서 버스를 타고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중학교 입학식에 참여했다. 할아버지는 몸이 별로 좋지 않다고 오지 않으셨다.


입학식이 끝나고 새로운 반에 들어가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었다. 처음에는 같은 반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어색했지만 만화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앞으로는 학교에서도 외롭지 않을 것 같아 즐거웠다.


학교가 끝나고 굉장히 기분 좋은 채로 집으로 향했다. 가면서 오늘은 용기내서 할아버지께 사과드리기로 결심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버스에서 내려 집까지 빠르게 걸어갔다. 그리고 집으로 들어와 할아버지를 찾았다.


할아버지는 아침과 마찬가지로 방안에 누워계셨다. 낮잠을 주무시고 계신 거라고 생각했지만 뭔가 이상했다. 방안이 지나치게 조용했다. 그리고 낯빛도 굉장히 창백했다. 불길한 기분이 들어 가까이 다가가서 할아버지를 흔들어 깨웠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빨리 119에 전화해서 구급차를 불렀다. 기다리는 동안 굉장히 초조했다. 모든 게 내 잘못인 것 같았다.


방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붉은 것이 들어왔다. 뚜렷한 형체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대충 사람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리면서 할아버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뭔지 몰라도 불길한 기분이 들어 그것과 할아버지 사이를 가로막았다.


그러자 그 붉은 형상이 나를 옆으로 밀어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밀리지 않게 버티다가 점점 더 세게 밀길래 형상의 머리 부분을 후려 찼다. 발차기가 제대로 들어간 감각이 들면서 형체가 옆으로 쓰러졌다. 확실하게 제거하기 위해 쓰러진 놈을 향해 바람을 모아 예리하게 다듬어 날렸지만 놈에게 닿기 바로 직전에 흩어졌다. 그리고 그 형체로부터 붉은 밧줄 같은 것이 날아와 나를 감았다. 꽁꽁 묶인 상태에서 발버둥을 치는데 뚜렷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여간 도사 놈들이란, 어린놈이나 나이든 놈이나 할 것 없이 우리만 보면 달려드네. 좀 갈 사람은 편히 보내주지, 왜 굳이 막아서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네.”


그렇게 말하고 놈은 할아버지가 누워계신 자리 옆으로 가서 손을 뻗은 자세를 했다. 아까는 방안에 아무것도 없었는데 녀석의 손끝에 뭔가 인간형상을 한 흐릿한 게 생겼다.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투명한 무언가가 조금씩 흐릿하게 보였다. 놈은 그 형상의 머리위에 손을 얹고 우리 할아버지 성함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꼭 할아버지를 데려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걸 막기 위해서 붉은 형상에 몸을 날렸지만 발로 차여 날아갔다. 그리고 몸을 묶은 밧줄이 위로 서서히 기어 올라와 내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나의 의식은 서서히 희미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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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7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1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3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3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8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5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2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2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9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0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2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5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4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5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49 3 9쪽
»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1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1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9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5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7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9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3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5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40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3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60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8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8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8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3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2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7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2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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