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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39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5.12.04 04:59
조회
623
추천
8
글자
7쪽

30화 만복사저포기(25)

DUMMY

새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그녀의 몸은 점점 나아져 갔다. 결석 횟수도 줄어가고 조퇴도 거의 하지 않게 되었다. 전학 오기 전 힘들었던 시간에 비하면 지금은 충분히 행복해 보인다. 비록 아픈 기억 탓에 친구를 많이 사귀진 않았지만 그래도 가까워진 친구 한 명은 생긴 모양이다. 둘은 점점 더 친하게 지내다가 서로 비밀을 털어놓을 만큼 가까워졌다. 그러다 3학년 1학기가 끝나갈 무렵 그녀가 유일하게 친하게 지내던 같은 반 여학생 정미진은 그녀에게 연애에 관련된 고민을 꺼냈다.


“지연아~ 너 양생이랑 친하지? 내가 사실 생이 좋아하는데 좀 도와줄 수 있어? 생이가 너 말고 다른 여자애들이랑은 말 한 마디도 안 하잖아. 그래서 너밖에 부탁할 사람이 없어.”


만약 그녀가 양생을 좋아하는 마음을 확실하게 깨닫고 있었다면 미진의 부탁을 거절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양생에 대해 흔들리고 있던 중이었다. 항상 몸이 좋지 않아 연애하는 건 생각해보지도 못했었는데 이제 몸도 괜찮아지고 자신을 좋아하는 것 같은 남자도 생겼다. 막 사춘기에 접어든 그녀에게 연애감정이 싹틀 수밖에 없었다. 만약 양생이 그녀에게 고백을 했었더라면 벌써 두 사람은 사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양생은 서툴렀고 그녀에게 ‘어쩌면 나 혼자 설레발 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의심의 여지를 제공해 해버렸다. 결국 그녀는 친구의 사랑을 도와주기로 했다.


“그래 내가 너랑 생이랑 가까워지게 해줄게.”


“진짜? 아 정말 고마워.”


다음 학기가 되고 그녀의 도움으로 정미진과 양생은 점점 가까워졌다. 쉬는 시간에도 자주 이야기를 나누더니 방과 후에도 가끔 같이 돌아가기도 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그녀는 그녀 가슴 속에 무언가가 타오르며 답답해지는 감정을 느꼈다. 그 감정은 정미진과 양생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더 강해지는 걸 안 그녀는 이제야 그녀가 양생을 좋아한다고 깨달은 모양이다. 이러한 상황은 정미진이 다시 그녀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까지 계속됐다.


정미진은 아무리 해도 그와 관계가 발전될 가능성이 없다고 불평하고 계속 노력해도 양생은 자신을 친구로밖에 생각을 안 하니까 좋아하지만 이만 마음을 접는다고 했다. 친구의 불행에 그녀는 안타까워하며 위로해주어지만 마음 한 곳에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미진이 양생을 포기했다하더라도 그녀는 양생과 연애하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없었다. 그녀가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은 친구인 정미진이 아직도 양생을 좋아하는데 자신이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시간이 흘러 그들의 3학년 2학기도 끝이 나고 겨울방학이 됐다. 그녀는 깨닫지 못 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몸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무당이 심어놓은 검은 불꽃은 작은 형태를 유지한 채 그녀의 영혼을 조금씩 태우면서 영혼의 힘이 너무 거대해지는 것을 막고 있었는데 어떤 계기에선지 불꽃의 크기가 갑작스레 커져버렸다. 그 결과 힘의 균형이 무너져 그녀의 영혼이 점점 약해져버리다가 주도권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는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입원했다.


그녀의 몸 안에서 그녀의 영혼과 검은 불꽃은 1년간 끊임없이 싸웠다. 힘이 비슷해 도무지 결판이 날 것 같지 않던 이 싸움은 그녀의 육체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할 때까지 가서야 겨우 끝났다. 그녀의 육체가 목숨을 다하자 안에 있던 검은 불꽃은 밖으로 나와 어딘가로 빠르게 떠났고 그녀의 영혼 역시 더 이상 그 육체에 머무를 수 없어 밖으로 나왔다.


그때부터 그녀의 영혼은 힘든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따뜻하게 쉴 육체가 없는 인간의 영혼에게 이승은 너무나도 추웠고 수명이 아직도 3년이나 남아있었기에 저승사자가 찾아와 그녀를 저승으로 데려가 주길 바랄 수도 없었다. 아무도 그녀를 보지 못하고 아무도 그녀의 이야기를 듣지 못해 외로움은 커져갔다. 죽은 자신의 육체를 보며 슬퍼하는 부모님의 모습도 그녀를 마음 아프게 했다.


그 후 3년간 그녀는 계속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 추위에 떨며 외로움에 떨며 누군가 이 상황에서 자신을 구해줄때까지 계속 기다렸다. 그러다 그녀가 원래 죽기로 한 날이 오고 저승사자가 찾아 왔다. 저승사자는 내가 한 대로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고 저승으로 보내는 문을 열려고 한다. 이름이 2번 불리고 3번째 불리려던 때 갑작스럽게 검은 불꽃이 다시 나타나 저승사자를 공격한다. 큰 상처를 입은 저승사자는 도망쳤고 검은 불꽃은 다시 어딘가로 사라졌다.


다시 홀로 남겨진 그녀는 그 자리를 떠나 떠돌기 시작한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는데도 그녀는 계속 떠돈다. 그러다 3월 24일 밤이 왔다. 갑자기 그녀의 주변에 검은 나비 한마리가 빛을 내며 맴돌다 어딘가로 날아간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 나비를 쫓아가다가 만복사의 입구를 지나 절 안으로 도착하게 되고 나비는 목적을 달성한 듯 사라져버렸다. 원래 그녀는 죽은 이후로 입구에 커다란 문과 4개의 목상이 있는 절 안에 들어갈 수 없었다. 절 안에 들어가려 할 때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막히곤 했었는데 신기하게도 이번엔 그냥 들어오게 되었다. 등불축제를 하던 만복사에서는 따뜻한 불빛들이 뿜어져 나왔기 때문에 그녀는 안에 들어가면 몸을 녹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안쪽으로 들어가다가 양생을 본다.


다른 사람들처럼 당연히 그녀를 보지 못 할 거라고 생각한 그녀는 섣부른 기대감을 일찌감치 버리고 원래 향하던 곳으로 간다. 하지만 거리가 가까워지자 양생은 그녀를 알아본다. 반가운 마음에 악수를 하기 위해 손을 잡는데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안겨 오랜만에 느끼는 따뜻함에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양생이 제안하는 대로 그와 어울린다.


그 뒤로는 오늘 낮 양생에게 들은 대로 그들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를 속이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그녀는 사실을 말하지 못한다.


계속 사실을 말할까 망설이다가 결국 그의 고백도 받아들이고 그와 입맞춤까지 한다. 하지만 그녀의 행복은 가장 높은 곳에 올라왔을 때 끝없이 추락해 버리고 만다. 그는 더 이상 그녀를 볼 수 없게 되었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그를 보며 그녀는 절망에 빠졌다. 계속 그의 옆에 맴돌지만 그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여전히 그녀를 찾다 지쳐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한다.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가 죽는 걸 막기 위해 도움을 구하러 돌아다니다가 나를 만난다. 개인적으로는 저 과거의 내가 부탁을 거절하길 바라지만 이미 과거의 나는 그녀를 따라가서 양생을 구한다. 그리고 두 동자가 등장해 양생이 그녀를 다시 볼 수 있게 해줘서 짧은 이별을 한 뒤 내가 그녀를 저승으로 보내기 위해 문을 열지만 검은 불꽃에 뒤덮인 하얀 재가 방해한다. 이 후 동자들이 그녀를 저승으로 데려오는 것을 보고나자 나는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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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7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0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3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2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7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8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4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2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2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8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0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1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5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3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4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4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49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0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0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4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8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5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7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7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8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3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6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5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39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19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3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2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59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7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7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8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7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1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3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2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7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5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1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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