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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62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6.05.03 21:25
조회
242
추천
3
글자
7쪽

84화 진가쟁주 설화(3)

DUMMY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한참 잘 자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벨소리가 듣기 좋아서 계속 듣고 있다가 침대 옆 탁상을 더듬어 휴대폰을 집었다.


“여보세요.”


“전우치 도사님 안녕하세요. 접니다.”


“네. 알아요.”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우투리 도사님의 담당 구역이 조금 바뀌면서 전우치 도사님이 토벌할 지역도 조금 바뀌었습니다. 원래 4번 구역에서 5번 구역까지를 담당하셨는데”


“아, 그냥 지도로 찍어서 보내주세요.”


“네. 그럼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지도가 첨부된 문자가 왔다. 사진을 저장하고 확대해서 살펴봤다. 변경된 범위를 보니 벌써부터 짜증난다. 원래는 원룸 주변 지역이라서 조금만 돌아다니면 됐는데 이제는 옆 동네까지 가야한다. 걸어 다니기엔 조금 멀고 버스를 타기에는 두 정거장밖에 안돼서 애매하다.


커튼을 걷고 창밖을 바라봤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우중충한 날씨다. 공기가 축 쳐져서 그런지 내 몸도 축 쳐진다. 씻기 귀찮아서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방 근처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으로 향했다.


우산이 없어도 바람으로 비를 막으면 된다. 하지만 빗속에서 느긋하게 걷고 있으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본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 시선이 신경 쓰여서 우산을 들고 다녔는데 요새는 그냥 무시한다. 이전에는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게 눈치 보여서 편의점이나 분식집에서 먹었는데 요새는 아무데나 가서 혼자 먹는다.


길가에 벚꽃들이 활짝 펴있었는데 비 때문에 다 떨어져버렸다. 바닥에 지저분하게 널브러진 꽃잎들을 보니 지금 벨소리를 다른 노래로 바꾸고 싶어졌다. 음악 사이트 차트를 보고 대충 순위 높은 노래로 벨소리를 바꿨다.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니 점원이 웃으며 인사를 한다.


“안녕하십니까. 주문 이쪽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세트 에이로 주세요.”


“카드 결제는 본인이 직접 긁어야 합니다. 사인해주시고요. 옆쪽에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때 이후로는 사람을 안 만나다보니 얼굴보고 대화하는 건 이렇게 음식 주문할 때 밖에 없다. 가끔씩 정말 외로울 때가 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무덤덤해지니 괜찮다.


주문한 음식을 가지고 구석진 자리에 가서 앉았다. 혼자 밥 먹는 게 심심해서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면서 먹는다. 주사위 한번 굴리고 햄버거 한 입 베어 먹는 식으로 하면 별로 심심하지는 않다.


밥을 다 먹고 밖으로 나왔다. 첨부된 지도를 보며 새로 일할 동네로 향했다. 한참 동안 아무생각 없이 걸어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길가에 하얗게 핀 민들레 몇 송이를 꺾었다. 솜털처럼 생긴 홀씨에 내 기를 담고 후우하고 불자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비가 내리긴 하지만 평소보다 기를 더 많이 담았으니 괜찮을 것이다.


홀씨가 부정적인 존재를 찾기를 기다리며 동네 오락실에 들어갔다. 천 원짜리를 전부 백 원짜리 동전으로 바꾸고 오락기 위에 올려놨다. 예전에 문방구에서 할 때는 한판에 백 원이었는데 요새는 이백 원씩 집어넣어야한다.


몇 판하는 사이 홀씨가 귀신을 하나 찾았다. 남은 동전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홀씨가 있는 곳까지 갔다. 빌딩 사이의 어둑어둑한 거리에 귀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귀신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바로 달려들었다.


나는 옆으로 살짝 피하면서 다리를 걸어 넘어트렸다. 물웅덩이에 자빠진 귀신은 바로 일어나서 손에 부정을 감고 다시 달려들었다. 가까이 접근한 놈은 내 얼굴을 향해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나는 상체를 살짝 숙여 피하고 땅 밑에 박아둔 대나무조각을 빠르게 성장시켜 귀신의 배를 꿰뚫었다.


귀신은 배에 박힌 대나무를 쥐고 발버둥을 쳤지만 곧게 뻗은 대나무는 쉽게 부러지지 않았다. 나는 여유롭게 복숭아 씨앗을 쥐고 주먹에 바람을 감았다. 그리고 놈의 심장까지 파고들어 씨앗을 심었다. 내 기로 활성화시키자 복숭아나무가 녀석의 핵에 뿌리를 내리며 성장했다. 나무가 내 팔뚝만큼 성장하니 뿌리가 핵 전체를 감쌌다. 이제 부정이 새어나갈 거 같지 않아서 나무에 부적을 붙이고 뿌리째 뽑았다. 그러자 남은 부분들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먼지가 되었다.


나무를 땅에 박아두고 협회 측에 지금 장소를 지도어플로 알려주었다. 조금 있으면 알아서 회수하러 올 것이다. 근처에 피시방이 있어서 그곳에서 시간을 때웠다. 한창 게임에 열중하던 중 갑자기 홀씨 하나가 사라진 게 느껴졌다.


평범한 귀신이라면 절대 눈치 채지 못 한다. 만약 누군가 알아채고 없앤 거라면 요괴나 다른 도사일 것이다. 도사면 상관없지만 요괴라면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한다. 민들레 홀씨가 어디서 사라진지는 정확하게 모른다. 아직 남아있는 씨앗으로 대충 범위를 파악해야 한다.


혹시 모르니 도구상자에서 민들레 씨앗 열 개를 꺼냈다. 전부 땅에 심고 홀씨가 생길 때까지 활성화 시켰다. 노랗게 핀 꽃들이 시들시들해지다가 통째로 떨어졌고 그곳에 작은 봉우리가 생겼다. 그 봉우리들이 점점 벌어지고 몽실몽실한 홀씨가 생겨났다. 전부 꺾어 내 기를 담아 불었다. 수많은 민들레 씨앗들이 지역 전체로 퍼져나갔다. 이렇게 많으니 누군가 건드린다면 존 더 쉽게 장소를 특정 지을 수 있을 거다.


홀씨만 믿고 기다릴 수는 없으니 대충 짐작되는 곳으로 가서 수색을 시작했다. 딱히 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서 우연히 발견하기를 기대하면서 거리를 걸었다. 내 감지능력이 약한 건지 아니면 놈이 조심하고 있는 건지 2시간 동안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오늘은 포기하고 슬슬 다음 구역으로 이동하려는데 홀씨의 흐름이 이상한 곳을 느꼈다. 어느 한 구역에만 가면 뭔가에 강하게 부딪친 것처럼 튕겨져 나온다. 거기에 뭔가 있을 것 같아서 그쪽으로 갔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아파트의 한 층에 이상한 결계가 보인다. 색으로 보나 기운으로 보나 절대 평범한 도사가 만든 게 아니다. 가까이 가서 조사하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입구부터 비밀번호를 입력해야하는 구조다.


고민을 하다가 누군가 지나가기를 숨어서 기다렸다. 잠시 뒤 누군가 건물에서 나오고 문이 잠깐 동안 열렸다. 그 틈을 타서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로 결계가 있는 층까지 올라갔다.


초인종을 눌렀으나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것 같아서 안쪽의 바람을 이용해서 안쪽의 도어락 버튼을 눌러 문을 열었다. 결계는 방 하나를 감싸고 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결계를 이루는 구조에 요기가 포함되어 있다.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결계가 내가 가진 기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들어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손에 바람을 감았다. 손등으로 세게 치니 결계에 금이 조금 갔다. 몇 차례 더 가격하니 구조가 무너지면서 결국 결계가 사라졌다. 나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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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金鰲新話)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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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7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1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3 2 7쪽
»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3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8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5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2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2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9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0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1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5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4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5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49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0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1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9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5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7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9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3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5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40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3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60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8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8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8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3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2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7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2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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