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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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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83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6.01.19 02:53
조회
348
추천
2
글자
8쪽

60화 이생규장전(1)

DUMMY

이생규장전


설공찬의 여동생을 저승으로 보낸 다음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돈가스가 먹고 싶었지만 너무 피곤해서 라면을 끓여먹고 헌법 중요판례를 공부하고 잤다. 다음날 일어나보니 불길한 기운이 느껴진다. 최근 방문이 뜸하던 동자들이 이틀 연속으로 나를 찾아왔다. 그들은 염라대왕이 찾는다고 말하고 나를 저승으로 데려갔다.


그곳에서 염라대왕님의 일을 도우며 저승의 재판에 대해 배웠다. 그리고 그날의 재판 일정이 모두 끝나면 대왕님께서 직접 훈련시켜주기도 했다. 그렇게 나흘이 지나고 다시 차사 일을 하기 위해 이승으로 올라왔다. 이승에서는 거의 한 달이 지나있었다.


명부(冥府)에서 준 자료를 참고해서 오늘 수명이 다한 영혼들을 저승으로 인도하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목록에 없었던 죽은 사람의 영혼이 느껴졌다. 귀신으로 변하기 전에 저승에 보내주기 위해서 그쪽으로 향했다.


영혼은 아파트 2층에서 느껴진다. 그냥 들어가면 안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서 도둑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무장해서 감투를 활성화 시켰다. 그리고 창문을 통해 베란다로 들어갔다. 그런데 베란다와 거실 사이의 유리로 된 문이 잠겨있다. 문틈사이로 사슬을 집어넣으려고 했으나 너무 굵어서 실패했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던 중 이번에 저승에 갔을 때 염라대왕님께서 알려주신 것이 떠올랐다. 대왕님은 내 영혼자체의 힘을 바깥으로 꺼내 쓸 수 있다고 가르쳐주셨다. 그거라면 이 틈으로 흘려보내 문을 열 수 있을 것 같다,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 동자들이 알려준 힘을 다루는 요령과 비슷할 것이다. 동자들과 했던 힘을 다루는 훈련에서는 힘을 내 몸과 무장에 흘려보내는 것만 배웠지만 아마 좀 더 세게 보내면 바깥으로 빼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정신을 집중하고 손끝으로 최대한 빠르게 힘을 흘려보냈다. 그러자 손가락 밖으로 불꽃처럼 보이는 빨간 기운이 조금씩 새어 나온다. 육체나 사슬 같이 틀 안에 있을 때는 다루기 쉬웠지만 그냥 밖에 꺼내놓고 다루려니 굉장히 힘들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금방 안으로 들어와 버린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그것을 문틈으로 보내 잠금장치를 풀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영혼이 느껴지는 쪽으로 갔다. 그곳에서 죽은 여인의 영혼이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려는데 뒤쪽에서 누군가 소리친다.


“뭐하는 놈이냐?”


뒤를 돌아보니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 야구방망이를 들고 나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분명 무장한 상태이고 감투도 제대로 발동됐을 텐데 저 남자는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내가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 그는 갑자기 다가와서 몇 차례 방망이를 휘둘렀다. 인간을 공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계속 뒤로 피하기만 했다. 여인은 소리를 듣고 이쪽으로 와서 우리를 보고는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구석으로 몰려 더 이상 피할 자리가 없어서 날아오는 몽둥이를 손으로 잡고 남자의 손목을 쳐서 무기를 놓치게 만들었다. 손에 쥔 게 없으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더 흥분해서 달려들려고 한다. 뒤에 있던 여인은 망설이다가 남자를 말렸다.


“여보, 그만해. 이미 알고 있었잖아.”


남자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쉰다. 험악했던 그의 표정은 점점 차분해져간다. 차분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체념한 듯 보였다. 그는 거실에 있는 탁자 앞에 앉았다. 나도 그가 앉으라고 해서 일단 그의 반대편에 앉았다. 아내는 부엌에 가서 차와 과자를 가져다주고 남편 옆에 앉았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지만 저승사자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제 아내를 데리러 오신건가요?”


“죄송하지만 발견한 이상 저승으로 보내야합니다.”


남자는 한숨을 깊게 내쉰다.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 혹시나 해서 명부(名簿)를 찾아봤는데 여자의 수명은 아직 많이 남아있었다. 상황이 너무 이상해서 여자의 상태를 자세히 확인해봤다. 기운을 살펴보니 그녀의 영혼은 이미 몇 주 전에 육체에서 빠져 나온 것 같다. 그렇다고 육체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영혼만 빠져 나온 것도 아닌 듯하다. 육체와의 연결이 완전히 끊겨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살아있을 때처럼 생활하는 영혼은 처음입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한 달 전쯤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희는 결혼식을 올리고 해외로 신혼여행을 갔다 온 뒤 다시 집으로 오고 있었습니다. 깜깜한 밤중에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차에 뭔가가 부딪치면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차가 비틀거리면서 핸들과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듣더니 그대로 가드레일을 들이받았습니다.


저는 에어백 덕분에 많이 안 다쳤지만 조수석의 에어백이 안 터지는 바람에 제 아내는 앞쪽에 머리를 세게 부딪쳤습니다. 크게 다친 아내를 보고 손을 벌벌 떨면서 119에 신고를 한 다음 혹시라도 엔진이 폭발할까봐 아내를 업고 차에서 떨어진 곳에서 구급차를 기다렸습니다.


아내는 계속 피를 흘리고 있는데 외진 곳이라서 그런지 구급차가 늦게 도착했습니다. 구급차에 함께 올라 가까운 병원으로 향했지만 도착하기 전 이미 아내의 육체는 죽었습니다. 저는 계속 사실을 믿지 못했지만 의사는 사망선고를 내렸습니다.


장례식을 치루는 3일 동안 저는 지옥에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고 누구의 위로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혼자만 살아남은 제가 원망스러울 뿐이었습니다.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머리가 아파서 잠도 잘 수 없었습니다.


식이 끝나고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이 남았지만 도저히 그 상태로는 손을 댈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조금 쉬기 위해 집으로 가던 중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애가 저를 잠깐 불렀습니다. 그는 제게 아내를 다시 만나게 해준다고 했습니다.


물론 머릿속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 애가 주는 부적을 받고 집으로 와서 하라는 대로 했습니다. 그가 말한 대로 자기 전에 부적을 목 뒤에 붙이고 물을 묻힌 다음 부드럽게 문질렀습니다. 그러자 아내를 잃은 슬픔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던 저는 기절하듯이 잠에 빠졌습니다.


다시 일어나보니 기적이 일어났더군요. 제 옆에는 아내가 누워있었습니다. 꿈인가 싶어서 눈을 비비고 다시 봤지만 여전히 그녀는 제 옆에 누워서 미소를 지으며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지금까지의 일들이 모두 내가 꾼 악몽이고 사실 그날 밤 무사히 집에 와서 여행지에서 사온 샴페인을 마시고 잔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꿈꾸던 신혼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모든 상황들은 아내가 죽었다고 말해줬지만 저는 믿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죽었다고 믿는 순간 다시 돌아온 그녀가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며칠간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 부적을 준 남자를 다시 만났습니다. 그는 저에게 저승사자가 올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만나면 절대 싸우지 말고 아내를 데리고 도망치라고 했지만 이미 늦은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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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8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1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4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3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9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5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3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3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9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1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2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6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5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5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50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1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1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9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6 5 7쪽
»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9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8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9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4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6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40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4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60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8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8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9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4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3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8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2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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