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74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6.03.03 23:50
조회
300
추천
3
글자
7쪽

76화 전우치전(12)

DUMMY

몸 안에서 낯선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매일 사용했던 내 기가 아닌 다른 것이 뿜어져 나왔다. 불쾌한 기운이 온 몸을 돌며 열이 나게 했다. 그 때문에 찜질방 불가마 안에 들어온 것처럼 숨이 턱 막히고 뒷목을 타고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서 잠시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그때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목소리가 아닌 저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였다.


“구해줘.”


여인의 목소리를 듣자 몸 안에서 난리를 치던 기운들이 배꼽아래부분에 모인 뒤 잠잠해졌다. 머리는 말끔해졌고 몸은 가벼워졌다. 나는 다시 일어나서 안쪽으로 들어갔다.


입구에서 멀어지니 햇빛이 안 들어와 어두워졌다. 나는 뱀 환수를 소환하여 비늘에서 나오는 빛으로 주변을 밝혔다. 10분 정도 걸어서 안을 들어가니 또 다른 결계가 나타났다. 밖의 것보다 구조가 정밀하여 빈틈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별로 단단해 보이지 않아서 다리에 회오리를 두르고 무게를 실어 강하게 찼다.


그러자 결계에 커다란 균열이 생겼다. 그 균열에 다시 한 번 발차기를 날려 결계를 산산 조각냈다. 깨진 결계조각은 검은 가루가 되어 동굴 밖으로 날아갔다. 나는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 더 걷다보니 저 멀리서 검푸른 불빛이 보였다.


나는 서둘러 그쪽으로 향했다. 그 곳에는 어릴 적 유일한 친구이자 도술 스승이었던 은발 누나가 있었다. 그녀의 양 손은 양옆에 솟아있는 두 얼음기둥 안에 묶여 있었고 눈은 반쯤 풀려 있었다. 누나는 나를 보자마자 옅은 미소를 지으며 힘없이 말했다.


“와줬구나.”


“누나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에요?”


“미안하지만 지금은 설명해줄 시간이 없어. 빨리 도망쳐야 돼. 이제 곧 놈들이 올 거야. 이것 좀 풀어줄 수 있겠니?”


“네. 금방 해드릴게요.”


양 손날에 날카로운 바람을 감싸고 그녀를 묶고 있는 검은 얼음기둥을 여러 번 후려쳤다. 술자의 기가 강하게 서려있어 매우 견고하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수차례 가격했더니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크게 균열이 생긴 곳을 손등으로 강하게 치니 얼음기둥이 부서졌다. 반대편도 같은 방식으로 얼음을 부쉈다.


“고마워 우치야. 못 본새에 실력이 많이 늘었구나.”


누나는 손에 붙어있던 얼음 쪼가리를 털어내고 내게 손을 내밀었다.


“잠시 손 좀 줘볼래?”


나는 그녀가 내민 손을 잡았다. 오랫동안 얼음 속에 있어서 그런지 굉장히 차가웠다. 잠시 뒤 내 손이 파란 불꽃에 휩싸였다. 뜨겁진 않았지만 기분이 묘했다. 그 불꽃은 누나의 손에 옮겨 간 뒤 서서히 사라졌고 흐릿했던 그녀의 눈동자는 생생해졌다. 기운을 차린 그녀는 내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


“놈들이 오기 전에 빨리 나가자.”


우리는 서둘러 동굴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동굴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검은 옷의 도사들과 마주쳤다. 그들은 우리를 보자마자 날카로운 얼음조각들을 퍼부었다. 바람으로 최대한 튕겨 내보려 했지만 사방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전부 막을 수는 없었다.


내게 날아오는 공격은 다 막았지만 미처 튕겨내지 못한 조각 몇 개가 누나를 향해 날아갔다. 그녀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천천히 손을 내저었다. 날아오는 얼음들은 그녀 앞에 생겨난 파란불꽃에 전부 녹아버렸다.


누나는 그 불덩이를 잘게 쪼개 주변에 흩뿌렸다. 파란불꽃은 봄날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주변을 하늘하늘 날아다니다가 가루로 변해 사방으로 퍼졌다. 그것 때문에 이 주변은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예졌다.


주변의 색이 점점 짙어지더니 우리를 공격하던 그들은 자기들끼리 싸우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 틈을 타서 포위를 뚫고 산 아래로 향했다.


“누나 이제 어디로 가요?”


“일단 저 놈들을 피해 안전한 장소로 가야지.”


“그럼 같이 화담선생님한테 가요. 성격이 좀 이상하긴 한데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사정을 말하면 도와줄 거예요.”


“어떤 사람인데?”


“지금 저한테 도술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인데 도사협회 전 회장이래요.”


누나는 이 말을 듣고 갑자기 표정이 굳었다. 눈동자를 이리저리 빠르게 움직이고 엄지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녀는 조금 망설이다가 어리둥절하고 있는 나에게 말했다.


“우치야,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너는 지금 그 사람한테 이용당하고 있는 거야.”


“네?”


“방금 네가 지금 도술을 배우고 있는 사람이 도사협회 전 회장이라고 했지?”


“네. 그게 왜요?”


“도사협회는 정상적인 단체가 아니야.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놈들이지.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은 신경 쓰지도 않고 재능이 보이는 자는 협회에 가입시켜 오직 자기들 이익만을 위해 위험한 일을 하게 한단다.

그리고 나처럼 어느 정도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자기들 단체에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면 힘을 봉인을 하고 기만 뽑아서 연구를 하거나 부적을 만들어 쓴단다.

방금 우리와 싸웠던 자들도 전부 도사협회 사람들이야.”


“그래요?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들처럼 보이지는 않았는데”


“그건 협회가 너를 끌어들이려고 천천히 작업하는 거야. 잘 생각해봐. 분명 이상한 점이 있었을 거야. 그쪽에서 너한테 이상하리만큼 잘해준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런 것 같아요. 별로 대단한 술법을 보여준 것도 아닌데 칭찬해주고 회의에 갈 때마다 절 최고급 레스토랑에 데려갔어요. 그리고 잘 생각해보니까 아까 우리를 공격했던 놈들도 도사협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비슷한 옷을 입고 있네요.”


“그래. 저 사람들은 다 널 속이고 있는 거야. 네 가능성을 보고 나중에 쓸만하다고 판단되니까 전 회장이 직접 너한테 도술을 가르치고 있는 거야.”


“화담선생이랑 처음 만났을 때도 이상했어요. 우연히 제 앞에 나타난 것도 그렇고 얼음으로 가두고 강제로 제자가 되게 했어요. 그때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뭔가 수상하네요.”


“다시 그 사람한테 가는 건 위험해 보이는 구나. 내가 아는 녀석이 있긴 한데 그 사람한테 가지 않을래? 안 만난 지 꽤 되긴 했는데 도사협회 피하려면 거기밖에 없는 거 같아.”


“어떤 사람인데요?”


“혹시 용골대(龍骨大)라는 도사 들어봤어?”


“아니요. 그런 독특한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데요.”


“그냥 연구를 좋아하는 도사야. 너도 가면 새로운 걸 배울 수 있을 거야.”


“네. 그럼 같이 가요.”


나는 누나를 따라갔다. 그녀의 발걸음이 매우 빨라 도술을 이용해 겨우 속도를 맞췄다. 한참을 뛰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주변 일대에 검은 안개가 생기면서 굉장히 추워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금오신화(金鰲新話)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8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1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3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3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8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5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3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2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9 2 7쪽
»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1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2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5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5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5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49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1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1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9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6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8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9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4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6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40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3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60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8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8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9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3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3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7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2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