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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52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6.01.29 21:31
조회
354
추천
3
글자
7쪽

69화 전우치전(5)

DUMMY

그날도 평소처럼 사람이 드문 골목을 어슬렁거리며 먹잇감을 찾았다. 어차피 싸우게 되더라도 내가 다 이기니까 3명만 넘지 않으면 그냥 다 끌고 갔다. 대부분은 발차기 몇 방으로 끝냈고 나보다 덩치가 훨씬 큰 사람들은 맨손으로는 힘들어서 도술을 사용해서 제압했다.


한 곳에 너무 오래 있으면 경찰한테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장소를 옮겨서 똑같은 짓을 반복했다. 좁은 골목길에 들어가 담벼락에 기대서서 돈이 많아 보이는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비싸 보이는 생활 한복을 차려 입은 50중반의 아저씨가 이쪽 길로 걸어왔다. 딱 봐도 크게 챙길 수 있을 것 같아서 얼른 다가가 어깨동무를 했다.


“아저씨, 우리 잠깐 저쪽으로 가서 얘기 좀 할까요?”


“무슨 애기 말이냐?”


“그냥 아저씨 지갑에 얼마나 있나 하는 얘기요.”


“재밌겠구나. 어디 한 번 저쪽으로 가서 들어보자.”


그의 표정이 너무 당당해서 조금 놀랐지만, 어차피 이런 사람들은 배에 한방 먹여주면 벌벌 떨면서 지갑을 열기 때문에 일단은 조용한 곳으로 데려갔다.


우리는 완전히 골목 끝 쪽으로 들어왔다. 나는 어깨동무를 풀고 그의 배에 가볍게 발차기를 날렸다. 보통 사람은 물컹하면서 들어가는 느낌이 나는데 이 사람 배는 돌덩이처럼 단단했다. 때린 나는 발등이 얼얼해서 얼굴을 찌푸렸지만 맞은 그는 여유롭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의 표정에 짜증이 난 나는 그의 얼굴을 후려 찼지만 내 발이 닿기 전 그의 얼굴이 얼음으로 뒤덮이면서 내 발만 아프게 됐다. 그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란 걸 깨달은 나는 맨 손으로 덤비는 걸 멈추고 거리를 벌려 바람을 날렸다. 그러자 그의 앞에 거대한 얼음벽이 솟아 나오면서 내 바람을 막았다.


“허허 그냥 양아치인줄 알았더니 도술까지 쓸 줄 아는구나. 그런데 네 놈이 쓰는 도술은 도사가 쓰는 게 아니라 꼭 요괴가 쓰는 것 같구나.”


나는 양아치라는 말에 열 받아서 바람을 최대한 압축시켜 날카롭게 다듬은 뒤 그를 향해 날렸다. 보통 전력을 다해 날린 바람 칼날은 두꺼운 나무도 한 번에 잘라내지만 이 얼음벽에는 살짝 금만 가게 할 뿐이었다.


분해서 몇 번을 더 날렸더니 그를 보호해주던 얼음벽에 크게 균열이 생겼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서 손등으로 얼음벽을 격파했다. 그리고 남아있는 잔해를 밟고 뛰어 올라 머리를 차려고 했다. 발이 얼굴에 닿기 바로 전 그는 날아오는 내 다리를 잡고 나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바로 다시 일어나려고 했지만 몸이 내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목 아래부터 발끝까지 온 몸이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그렇게 차갑지는 않았지만 움직이지 못하니까 답답했다. 몸을 흔들어보다가 전혀 안 움직여지니까 바람으로 감싸 회전시키면서 얼음을 떼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겉의 얼음만 살짝 긁을 뿐이었다. 그는 얼음 속에서 발버둥치는 나를 보며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네 잘못을 인정하고 정중하게 사과하면 풀어주마.”


“내가 당신 같은 아저씨한테 사과할거 같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무서워졌다. 얼음이 계속 차가워지면서 온 몸이 따끔거리다가 서서히 몸에 감각이 사라져갔다. 이대로 좀 더 있으면 몸에 문제가 생길 것만 같았다. 나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분한 표정을 지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이후로는 싸움에서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는데 이런 나이든 아저씨한테 져서 사과하려니까 짜증이 났다. 그래도 더 이상 여기에 갇혀있기는 싫었다.


“죄송합니다.”


“뭐가 말이냐?”


“돈 뺏으려고 해서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하자 그는 얼음을 풀어줬다. 하지만 바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 몸이 욱신욱신 거려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그는 꼼짝도 못하는 나를 들쳐 매고 어디론가 향했다. 그의 발걸음은 굉장히 빨랐다. 나를 맨 상태로도 거의 달리듯이 걸었다. 한참을 가서 도착한 곳은 어느 산 한가운데였다. 그곳에는 초가집 한 채가 있었다. 그는 방안에 나를 눕혀놓고 부적을 온 몸에 붙여주면서 물었다.


“이름이 무엇이냐?”


“알아서 뭐하게요?”


“어허”


“전우치요.”


“우치야, 왜 그런 짓을 했느냐?”


“월세 내야 되는데 아르바이트하기는 싫어서요.”


“너희 부모님은 뭐하시고 왜 네가 월세를 구하러 다녀?”


“저 버리고 떠난 지 오래에요. 어디서 뭘 하는지도 몰라요.”


“그럼 지금은 누구와 살고 있느냐?”


“아는 형들이랑요.”


“그 형들은 다 성인이니?”


“아니요. 다 열여덟 살이에요.”


“그럼 너희 전부 미성년자끼리 살고 있는 건데 생활비는 어떻게 구하느냐?”


“저는 그냥 가끔씩 구해오고 그 형들이 매일 아르바이트하면서 벌어 와요.”


“그럼 거기에서 살기 전까지는 어디에 있었는데?”


“원래는 외할아버지 집에서 지냈는데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외삼촌 집에 간 다음에 조금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그냥 나왔어요.”


“도술은 누구에게 배웠느냐?”


“아는 누나한테요.”


“그 누나의 이름을 알고 있느냐?”


“아니요. 잘 몰라요.”


그는 잠시 동안 눈을 감고 미간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여기서 머물면서 나에게 도술을 배우거라. 조금만 가다듬으면 훌륭한 도사가 될 수 있을 거다.”


“싫어요. 전 그냥 그 형들이랑 있는 게 편해요. 그리고 저 이제 몸 움직일 수 있으니까 이만 가볼게요.”


내가 일어나서 문으로 향하자 그는 문을 얼려버렸다.


“뭐해요?”


“널 위해서라도 보내줄 수 없다. 그곳으로 다시 돌아갔다가는 또 도술로 평범한 사람들 돈을 뺏을 거 아니냐.”


“아 이제 안 그럴 거예요. 그냥 좀 보내주세요.”


“안 된다. 너 정도 수준의 어설픈 도사가 스승도 없이 맘대로 돌아다니면 위험하단다. 운이 나빠 저승사자와 만나 싸우기라도 하면 지옥에 끌려갈 수도 있단다.”


“에이 저승사자가 세상에 어디 있어요?”


“지금까지는 운이 좋아서 안 만났을 수도 있지만 잘못하다가는 큰일 날 수도 있다. 다 널 위해서 그러는 거니 얌전히 여기 머물면서 내게 도술을 배워라.”


“설령 있다하더라도 내가 저승사자한테 잡혀가든 말든 아저씨가 뭔 상관인데요.”


그렇게 말하고 바람으로 문을 덮은 얼음을 날려버리려고 했다. 그러자 또다시 발끝에서 목 아래까지 꽁꽁 얼었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굉장히 차가웠다.


“그 안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라.”


더 이상 발버둥 쳐도 소용없다고 느낀 나는 할 수없이 그의 제자가 되기로 했다.


“알았어요. 아저씨한테 도술 배우면 되잖아요.”


“아저씨가 아니라 화담이다. 앞으로 날 부를 때는 화담선생님이라고 불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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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金鰲新話)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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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7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0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3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2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8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4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2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2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9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0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1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5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4 4 8쪽
»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5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49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0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1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8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5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7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8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3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5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39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3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59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7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7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8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3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2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7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1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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